[뉴스 따라잡기] 내일부터 ‘음주산행’ 금지…등산 현장은?

[기자]

주말 사이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죠.

성큼 다가온 봄 기운에 주말 산행 다녀오신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산에 가보면 '정상주', '하산주'라고 등산하다가 술 한잔 하시는 분들 쉽게 찾아볼 수 있죠.

내일부터는 이런 음주 산행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개정안이 내일부터 시행되는 건데요.

지난 주말 사이 뉴스따라잡기에선 실제로 등산객들이 이번 개정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들어봤습니다.

음주 산행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과태료 부과는 지나치다,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는데요.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북한산 국립공원의 모습입니다.

등산로 입구부터 휴일을 맞아 산을 찾은 등산객으로 북적입니다.

근처 상점에선 이른 아침부터 술을 구매하는 등산객이 많습니다.

[점원(음성변조) : "막걸리 두 병이랑 소주 한 병. 소주 두 병 사 가시는 분들도 많고, 큰 페트병 술 사서 (가요.) 아침에 술 사 가시는 분들은 거의 한 90% 등산객이에요."]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들자 아직 얼음이 다 녹지 않은 미끄러운 길을 따라 등산객들이 정상으로 향합니다.

중간 대피소에서 잠시 쉬어가는 등산객.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며 술을 빼놓지 않습니다.

등산로 중간중간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에도 사람들로 빼곡합니다.

이곳에서도 막걸리병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등산객(음성변조) : "내가 30년을 산을 탔지만 한 번도 안 다쳤어. 막걸리 한 잔 마시고는 안 다쳐."]

[등산객(음성변조) : "땀 쫙 빼고 힘들 때, 이제 식사하면서 반주 한 잔. 기분 좋다. 딱 한 잔 정도는."]

일부 산 정상에선 술을 파는 노점상까지 있을 정도로 등산객 사이에서 일명 정상주, 하산주는 주말 산행의 문화처럼 돼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음주 문화에 제동을 걸기로 했습니다.

내일부터 적용되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에 따라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군립공원 내 지정 지역에서 술을 마시면 과태료 대상입니다.

1차 위반 시 5만 원, 두 차례 이상 적발되면 10만 원씩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최병기/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관리부장 :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와 음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이나 피해를 줄 수 있는 대피로, 탐방로, 산정상 등에서의 음주 행위를 금지하여 건강한 산행 문화를 조성하고자 (합니다.)"]

법 개정 취지는 안전사고 예방입니다.

최근 6년간 국립공원 내에서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는 64건, 사망 사고는 10건이 발생했습니다.

음주 때문에 소음과 쓰레기 처리 문제 등 민원도 지속해서 들어왔습니다.

[등산객(음성변조) : "좋은 현상이죠. (산에서) 안 먹는 게 좋은 거죠. 여러 사람한테 민폐니까. 또 시끄러워지고. (술) 먹다 보면."]

[등산객(음성변조) : "일부 주체를 못하고 (술을) 많이 드시는 분들이 내려올 때 정말 사고가 많이 나요. 넘어지거나 미끄러지거나 자빠지거나. 하산할 때 보면 앞에 사람을 짚고 넘어진단 말이에요. 그럼 앞사람이 더 많이 다쳐요."]

하지만 정부의 이런 규제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등산객(음성변조) : "정상주 많이 하지. 너무 지나치면 안 되지만 한 잔 씩 먹는 것 정도야 그래도 뭐랄까 즐거움이랄까 낙인데……."]

[등산객(음성변조) : "정상에 올라오면 모든 묵은 때가 씻겨 내려가는데 그때 막걸리 한 잔 해봐. 기가 막히지. 막걸리 한 잔 정도 마시는 것 가지고 법으로 규제하는다는 것은 너무 과잉규제야. 과잉규제."]

개정안의 실효성도 논란입니다.

전국 국립공원의 육지 면적은 3천9백72㎢, 서울시 면적의 6.5배 정도입니다.

연간 국립공원 탐방객 수만 해도 약 4천5백만 명인데, 단속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겁니다.

[등산객(음성변조) : "(음주) 잡는다고 잡힐까. 인력이 얼마나 필요할 거야. 단속을 맨날 못 할 거니까 시행이 제대로 안 될 수가 있는 거죠."]

오히려 이런 규제 때문에 등산객이 숨어서 음주하면서 쓰레기 처리 문제나 사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등산객(음성변조) : "아마 (음주가) 더 음성화가 될 거예요. 더 숨어서 먹고 더 (쓰레기) 버리고 갈 거고. 또 그걸 치우려면 (일이) 이중으로 되겠지?"]

[등산객(음성변조) : "술 많이 먹는 사람들은 다른 수법으로라도 생수병이라든지 그런데다가 해서 먹지 않을까."]

국립공원 등으로 지정된 산이 아닌 경우 음주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아 이에 따른 혼란도 예상됩니다.

어느 산에서는 음주가 가능하고, 어느 산에서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 건데요.

[등산객(음성변조) : "내가 환경부에 전화를 해봤어요. 그런데 여기 (산은) 아니라 그래요."]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선 당장 전면적인 단속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사고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홍보 단속을 강화해 나간다면, 점차 등산객의 문화도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병기/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관리부장 : "시행초기에는 많은 불편들이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스스로 안전을 위해서라도 산행 중에는 음주를 가급적 삼가 주시고, 안전하게 하산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앞으로 6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법 적용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대피소, 탐방로, 산 정상부 등 음주 금지 지역도 점차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