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죽은 줄 알았던 ‘사학 스캔들’…아베 강타, 지지율 급락 ‘휘청’
입력 2018.03.12 (16:39)
수정 2018.03.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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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죽은 ‘사학 스캔들’, 산 ‘아베’ 꺾나?…日 정국의 핫 포인트](/data/layer/602/2018/03/STCkcp2LRNFQ4.jpg)
[특파원리포트] 죽은 ‘사학 스캔들’, 산 ‘아베’ 꺾나?…日 정국의 핫 포인트
[연관 기사] [뉴스9] 日 ‘사학스캔들’ 무더기 문서 조작…아베 사퇴론 재점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의 한 토막이다. 이미 제갈공명이 죽었지만, 공명에게 호되게 당했던 사마의(중달)가 그를 본 뜬 인형만 보고도 도망치기 급급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다 죽은 줄 알았던 '사학 스캔들'이 아베 정권을 다시 몰아붙이고 있다.
'사학 스캔들' 다 끝난 줄 알았더니...아베 '곤혹'
지난해 상반기 일본 정국은 아베 총리를 둘러싼 2가지 스캔들로 크게 흔들렸다.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 교장이었던 오사카의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감정가의 15%에도 못 미치는 가격인 1억 3,400만 엔(13억 원 상당)에 넘긴 사실이 드러났고,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대학에 수의학부를 50여 년 만에 신설토록 해준 특혜 시비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른바 사학 스캔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한때 조사에 따라 20%대까지 떨어지면서 정권의 운명이 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쏟아졌었다. 언론에서는 '최대 위기'라는 말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하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등을 기회 삼아 국회 해산의 승부수를 꺼내 든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 다시 한 번 1강(强)의 면모를 과시하며 최초 총리 3연임, 전후 최장수 총리, 그리고 숙원이던 개헌까지 탄탄대로를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뒷길로 사라진 줄 알았던 '사학 스캔들'이지만 최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재무성이 국회에서 관련 문서를 제출하면서, '특례' 등의 문구를 고쳤다는 것인데, 결국 12일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특혜' 의심 살 만한 문구는 쏙 빼고...
야당의 공세에 따라 이뤄진 재무성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80여 쪽의 보고서에서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모두 14건의 문서조작이 이뤄졌다.
당초 '본건의 특수성', '특례적인 내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복수의 정치인과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임의로 지우고 국회에 제출했으며 아키에 여사가 "좋은 토지니 진행해달라"고 말했다는 모리토모학원 측 발언 또한 삭제됐다.
매각 결재문서에서는 "학원 제안에 응해 감정평가를 행하고 가격을 제시하기로 했다", "가격 등에 협의한 결과 학원이 매입하기로 합의했다"는 등 사전 가격 협상을 의심케 하는 문구도 없어졌다.
정치인으로는 히라누마 경제산업상, 기타가와 잇세이 국토교통 부대신 등의 발언과 대응 내용도 삭제됐다. 모두 특혜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할 만한 내용들이다.
아베 내각의 핵심인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직접 나서 설명하고 사과를 했지만, 그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모리토모 학원 관련 의혹에 대응했던 재무성 국장이 이후 국세청 장관으로 영전했으나 자진해서 사퇴했고, 당시 관련 사안을 담당했던 재무성 직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파장은 확대일로다.
50% 깨진 아베 지지율...어디까지 떨어질까?
중의원 선거 후 고공 행진하던 아베 내각 지지율도 하락 반전한 모습이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10~11일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 조사 때보다 6%p 급락한 48%로 나타났다. 아베 내각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41% 이후 다섯 달만이다. 물론 지난해 30%선 마저 깨졌던 때에 비하면 아직은 높은 수준이지만 이번 사태가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은 까닭에 당분간 아베 내각 지지율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앞으로 관심은 이번 사태가 과연 아베 총리의 입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가에 모이고 있다.
당장 가을로 다가온 자민당 총재 선거(집권 여당 총재는 총리가 된다)의 잠재적인 경쟁자들이 아베 총리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자민당 내에서조차 쉽게 봉합되지 않을 분위기다.
국민 투표 해야하는 개헌...지지율 하락으로 속도 내기 쉽지 않아
결국 당내 권력 투쟁과 야당의 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로 돌아선 아베 총리가 계속해서 강하게 개헌 흐름을 이어갈 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 압승을 배경으로 국회 내 개헌안 마련과 국민 투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아베 총리지만 지지율 하락은 곧 국민 투표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척도인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어떤 식으로 부패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아베 정권의 '사학 스캔들'. 마땅한 대체 세력이 없는 탓에 연이은 권력 비리형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다시 부활했지만, 과연 이번에는 죽은 줄 알았던 스캔들이 살아있는 아베를 어디까지 몰아붙일지, 일본 정국의 핫 포인트가 되고 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의 한 토막이다. 이미 제갈공명이 죽었지만, 공명에게 호되게 당했던 사마의(중달)가 그를 본 뜬 인형만 보고도 도망치기 급급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다 죽은 줄 알았던 '사학 스캔들'이 아베 정권을 다시 몰아붙이고 있다.
'사학 스캔들' 다 끝난 줄 알았더니...아베 '곤혹'
지난해 상반기 일본 정국은 아베 총리를 둘러싼 2가지 스캔들로 크게 흔들렸다.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 교장이었던 오사카의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감정가의 15%에도 못 미치는 가격인 1억 3,400만 엔(13억 원 상당)에 넘긴 사실이 드러났고,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대학에 수의학부를 50여 년 만에 신설토록 해준 특혜 시비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른바 사학 스캔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한때 조사에 따라 20%대까지 떨어지면서 정권의 운명이 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쏟아졌었다. 언론에서는 '최대 위기'라는 말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하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등을 기회 삼아 국회 해산의 승부수를 꺼내 든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 다시 한 번 1강(强)의 면모를 과시하며 최초 총리 3연임, 전후 최장수 총리, 그리고 숙원이던 개헌까지 탄탄대로를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뒷길로 사라진 줄 알았던 '사학 스캔들'이지만 최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재무성이 국회에서 관련 문서를 제출하면서, '특례' 등의 문구를 고쳤다는 것인데, 결국 12일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특혜' 의심 살 만한 문구는 쏙 빼고...
야당의 공세에 따라 이뤄진 재무성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80여 쪽의 보고서에서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모두 14건의 문서조작이 이뤄졌다.
당초 '본건의 특수성', '특례적인 내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복수의 정치인과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임의로 지우고 국회에 제출했으며 아키에 여사가 "좋은 토지니 진행해달라"고 말했다는 모리토모학원 측 발언 또한 삭제됐다.
매각 결재문서에서는 "학원 제안에 응해 감정평가를 행하고 가격을 제시하기로 했다", "가격 등에 협의한 결과 학원이 매입하기로 합의했다"는 등 사전 가격 협상을 의심케 하는 문구도 없어졌다.
정치인으로는 히라누마 경제산업상, 기타가와 잇세이 국토교통 부대신 등의 발언과 대응 내용도 삭제됐다. 모두 특혜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할 만한 내용들이다.
아베 내각의 핵심인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직접 나서 설명하고 사과를 했지만, 그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모리토모 학원 관련 의혹에 대응했던 재무성 국장이 이후 국세청 장관으로 영전했으나 자진해서 사퇴했고, 당시 관련 사안을 담당했던 재무성 직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파장은 확대일로다.
50% 깨진 아베 지지율...어디까지 떨어질까?
중의원 선거 후 고공 행진하던 아베 내각 지지율도 하락 반전한 모습이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10~11일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 조사 때보다 6%p 급락한 48%로 나타났다. 아베 내각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41% 이후 다섯 달만이다. 물론 지난해 30%선 마저 깨졌던 때에 비하면 아직은 높은 수준이지만 이번 사태가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은 까닭에 당분간 아베 내각 지지율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앞으로 관심은 이번 사태가 과연 아베 총리의 입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가에 모이고 있다.
당장 가을로 다가온 자민당 총재 선거(집권 여당 총재는 총리가 된다)의 잠재적인 경쟁자들이 아베 총리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자민당 내에서조차 쉽게 봉합되지 않을 분위기다.
국민 투표 해야하는 개헌...지지율 하락으로 속도 내기 쉽지 않아
결국 당내 권력 투쟁과 야당의 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로 돌아선 아베 총리가 계속해서 강하게 개헌 흐름을 이어갈 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 압승을 배경으로 국회 내 개헌안 마련과 국민 투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아베 총리지만 지지율 하락은 곧 국민 투표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척도인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어떤 식으로 부패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아베 정권의 '사학 스캔들'. 마땅한 대체 세력이 없는 탓에 연이은 권력 비리형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다시 부활했지만, 과연 이번에는 죽은 줄 알았던 스캔들이 살아있는 아베를 어디까지 몰아붙일지, 일본 정국의 핫 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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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3-12 16:39:36
- 수정2018-03-12 22: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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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의 한 토막이다. 이미 제갈공명이 죽었지만, 공명에게 호되게 당했던 사마의(중달)가 그를 본 뜬 인형만 보고도 도망치기 급급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다 죽은 줄 알았던 '사학 스캔들'이 아베 정권을 다시 몰아붙이고 있다.
'사학 스캔들' 다 끝난 줄 알았더니...아베 '곤혹'
지난해 상반기 일본 정국은 아베 총리를 둘러싼 2가지 스캔들로 크게 흔들렸다.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 교장이었던 오사카의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감정가의 15%에도 못 미치는 가격인 1억 3,400만 엔(13억 원 상당)에 넘긴 사실이 드러났고,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대학에 수의학부를 50여 년 만에 신설토록 해준 특혜 시비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른바 사학 스캔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한때 조사에 따라 20%대까지 떨어지면서 정권의 운명이 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쏟아졌었다. 언론에서는 '최대 위기'라는 말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하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등을 기회 삼아 국회 해산의 승부수를 꺼내 든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 다시 한 번 1강(强)의 면모를 과시하며 최초 총리 3연임, 전후 최장수 총리, 그리고 숙원이던 개헌까지 탄탄대로를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뒷길로 사라진 줄 알았던 '사학 스캔들'이지만 최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재무성이 국회에서 관련 문서를 제출하면서, '특례' 등의 문구를 고쳤다는 것인데, 결국 12일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특혜' 의심 살 만한 문구는 쏙 빼고...
야당의 공세에 따라 이뤄진 재무성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80여 쪽의 보고서에서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모두 14건의 문서조작이 이뤄졌다.
당초 '본건의 특수성', '특례적인 내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복수의 정치인과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임의로 지우고 국회에 제출했으며 아키에 여사가 "좋은 토지니 진행해달라"고 말했다는 모리토모학원 측 발언 또한 삭제됐다.
매각 결재문서에서는 "학원 제안에 응해 감정평가를 행하고 가격을 제시하기로 했다", "가격 등에 협의한 결과 학원이 매입하기로 합의했다"는 등 사전 가격 협상을 의심케 하는 문구도 없어졌다.
정치인으로는 히라누마 경제산업상, 기타가와 잇세이 국토교통 부대신 등의 발언과 대응 내용도 삭제됐다. 모두 특혜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할 만한 내용들이다.
아베 내각의 핵심인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직접 나서 설명하고 사과를 했지만, 그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모리토모 학원 관련 의혹에 대응했던 재무성 국장이 이후 국세청 장관으로 영전했으나 자진해서 사퇴했고, 당시 관련 사안을 담당했던 재무성 직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파장은 확대일로다.
50% 깨진 아베 지지율...어디까지 떨어질까?
중의원 선거 후 고공 행진하던 아베 내각 지지율도 하락 반전한 모습이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10~11일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 조사 때보다 6%p 급락한 48%로 나타났다. 아베 내각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41% 이후 다섯 달만이다. 물론 지난해 30%선 마저 깨졌던 때에 비하면 아직은 높은 수준이지만 이번 사태가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은 까닭에 당분간 아베 내각 지지율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앞으로 관심은 이번 사태가 과연 아베 총리의 입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가에 모이고 있다.
당장 가을로 다가온 자민당 총재 선거(집권 여당 총재는 총리가 된다)의 잠재적인 경쟁자들이 아베 총리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자민당 내에서조차 쉽게 봉합되지 않을 분위기다.
국민 투표 해야하는 개헌...지지율 하락으로 속도 내기 쉽지 않아
결국 당내 권력 투쟁과 야당의 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로 돌아선 아베 총리가 계속해서 강하게 개헌 흐름을 이어갈 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 압승을 배경으로 국회 내 개헌안 마련과 국민 투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아베 총리지만 지지율 하락은 곧 국민 투표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척도인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어떤 식으로 부패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아베 정권의 '사학 스캔들'. 마땅한 대체 세력이 없는 탓에 연이은 권력 비리형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다시 부활했지만, 과연 이번에는 죽은 줄 알았던 스캔들이 살아있는 아베를 어디까지 몰아붙일지, 일본 정국의 핫 포인트가 되고 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의 한 토막이다. 이미 제갈공명이 죽었지만, 공명에게 호되게 당했던 사마의(중달)가 그를 본 뜬 인형만 보고도 도망치기 급급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다 죽은 줄 알았던 '사학 스캔들'이 아베 정권을 다시 몰아붙이고 있다.
'사학 스캔들' 다 끝난 줄 알았더니...아베 '곤혹'
지난해 상반기 일본 정국은 아베 총리를 둘러싼 2가지 스캔들로 크게 흔들렸다.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 교장이었던 오사카의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감정가의 15%에도 못 미치는 가격인 1억 3,400만 엔(13억 원 상당)에 넘긴 사실이 드러났고,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대학에 수의학부를 50여 년 만에 신설토록 해준 특혜 시비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른바 사학 스캔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한때 조사에 따라 20%대까지 떨어지면서 정권의 운명이 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쏟아졌었다. 언론에서는 '최대 위기'라는 말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하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등을 기회 삼아 국회 해산의 승부수를 꺼내 든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 다시 한 번 1강(强)의 면모를 과시하며 최초 총리 3연임, 전후 최장수 총리, 그리고 숙원이던 개헌까지 탄탄대로를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뒷길로 사라진 줄 알았던 '사학 스캔들'이지만 최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재무성이 국회에서 관련 문서를 제출하면서, '특례' 등의 문구를 고쳤다는 것인데, 결국 12일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특혜' 의심 살 만한 문구는 쏙 빼고...
야당의 공세에 따라 이뤄진 재무성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80여 쪽의 보고서에서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모두 14건의 문서조작이 이뤄졌다.
당초 '본건의 특수성', '특례적인 내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복수의 정치인과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임의로 지우고 국회에 제출했으며 아키에 여사가 "좋은 토지니 진행해달라"고 말했다는 모리토모학원 측 발언 또한 삭제됐다.
매각 결재문서에서는 "학원 제안에 응해 감정평가를 행하고 가격을 제시하기로 했다", "가격 등에 협의한 결과 학원이 매입하기로 합의했다"는 등 사전 가격 협상을 의심케 하는 문구도 없어졌다.
정치인으로는 히라누마 경제산업상, 기타가와 잇세이 국토교통 부대신 등의 발언과 대응 내용도 삭제됐다. 모두 특혜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할 만한 내용들이다.
아베 내각의 핵심인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직접 나서 설명하고 사과를 했지만, 그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모리토모 학원 관련 의혹에 대응했던 재무성 국장이 이후 국세청 장관으로 영전했으나 자진해서 사퇴했고, 당시 관련 사안을 담당했던 재무성 직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파장은 확대일로다.
50% 깨진 아베 지지율...어디까지 떨어질까?
중의원 선거 후 고공 행진하던 아베 내각 지지율도 하락 반전한 모습이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10~11일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 조사 때보다 6%p 급락한 48%로 나타났다. 아베 내각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41% 이후 다섯 달만이다. 물론 지난해 30%선 마저 깨졌던 때에 비하면 아직은 높은 수준이지만 이번 사태가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은 까닭에 당분간 아베 내각 지지율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앞으로 관심은 이번 사태가 과연 아베 총리의 입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가에 모이고 있다.
당장 가을로 다가온 자민당 총재 선거(집권 여당 총재는 총리가 된다)의 잠재적인 경쟁자들이 아베 총리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자민당 내에서조차 쉽게 봉합되지 않을 분위기다.
국민 투표 해야하는 개헌...지지율 하락으로 속도 내기 쉽지 않아
결국 당내 권력 투쟁과 야당의 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로 돌아선 아베 총리가 계속해서 강하게 개헌 흐름을 이어갈 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 압승을 배경으로 국회 내 개헌안 마련과 국민 투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아베 총리지만 지지율 하락은 곧 국민 투표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척도인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어떤 식으로 부패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아베 정권의 '사학 스캔들'. 마땅한 대체 세력이 없는 탓에 연이은 권력 비리형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다시 부활했지만, 과연 이번에는 죽은 줄 알았던 스캔들이 살아있는 아베를 어디까지 몰아붙일지, 일본 정국의 핫 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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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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