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배정 카드’ 흔드는 GM…“2002년 대우車 팔 때부터 협상력 부재”

입력 2018.03.12 (16:51) 수정 2018.03.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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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한국GM에 대한 산업은행의 실사가 시작되고, 한국GM 노사 간의 임단협 협상도 재개된다. GM은 우리 정부에는 ‘신차배정’ 등을 전제로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노조엔 인건비 절감을 수용 않으면 신차배정이 어렵다는 양면 전략을 쓰고 있다. 결국, GM이 한국에 남아 있으려면 우리 땅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내다 팔 신차종을 반드시 배정받아야 하는데, 현재 GM은 이 카드를 들고 우리 정부와 노조를 상대로 그리고 인천시와 경남도 등 지자체와는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을 노리며 정교한 사각(四角) 협상을 벌이고 있다.

GM은 이미 지난 2002년 우리 정부와의 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에서 탁월한 협상력을 보였다. 사실 협상력이란 것은 상대적인 의미다. 당시 대우자동차 GM 매각을 놓고 ‘헐값 논란’이 나오는 배경엔 다른 한 편으로 국내 협상력의 부재를 고스란히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캉드쉬 총재캉드쉬 총재

1997년 12월. IMF 경제위기 다음 해 8월 정부는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의 워크아웃을 결정하면서 대우자동차를 매각하기로 한다. 국제입찰에서 GM, 포드 외에 현대자동차, 다임러 크라이슬러, 삼성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 등 5개 기관이 입찰을 했는데, 우리 채권단(협상단)은 우선협상대상자로 포드를 선정한다. 그런데 시작부터 패착이 이어졌다. 차순위 협상대상자를 지명하지 않은 것이다. 70억 달러를 제시한 포드가 대우자동차를 실사한 뒤 입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50억 달러를 제시한 GM을 다음 협상대상자로 선정해서 대비했어야 했다.

우려했던 데로 6주간 실사 뒤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거부한다. 이제 GM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대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국제입찰 때 5개 기관이 경쟁하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양새. 여기에 '분식회계와 잠재 부실로 부실 투성이'라는 소문에다 2000년 11월 대우차가 최종 부도 처리된다. 결국, 채권단은 GM과 다시 협상에 들어가게 되지만 칼자루는 이미 넘어간 상태였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실수와 함께 또 다른 패착이 나온다. 우리 채권단은 '대우는 GM에 반드시 매각되어야 한다.', '연내까지 대우자동차를 매각하겠다.' 등 협상 전략과 시한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협상력을 스스로 갈아먹었다. 더구나 청와대, 재경원, 산자부, 금감원 등 이른바 시어머니의 이런저런 잔소리와 간섭에 인수가격은 자꾸 내려가, 결국 4억 달러에 대우자동차를 매각하게 된다. GM이 애초 제시한 50억 달러에서 4억 달러로 줄어든 결과다. ‘4억 달러에 매각 하기 보다는 공적 자금을 투입해 대우자동차를 회생시킨 뒤 제값을 받아 팔았으면 어떠했을까’ ‘대우자동차 부실이 많더라도 4억 달러라는 금액은 지나친 헐값이 아니었을까’ 하는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헐값 매각과 관련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GM은 나중에 대우차를 인수해서 중국 시장에서 큰돈을 벌었다.” 며 “대우를 해체시킨 다음에 대우차를 거의 공짜로 GM에 넘겼다” 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정리한 ‘김우중과의 대화’에서 대우가 지나치게 확장 투자를 벌이다가 대우차 부실로 몰락했다는 것을 부인하고 당시 경제 관료들과의 대립 때문에 헐값 매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GM과 협상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협상이었다”며, “대우의 오랜 협력·합작사였던 GM은 시간이 자신들 편이란 것도 알았다. 조건을 바꿔가며 질질 끌더니 1998년 7월 협상을 깨고 만다. 그러면서 대우가 스스로 살아날 방법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우중과 이헌재... 양측 논란의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2002년 대우자동차 매각’은 현재 GM과 협상을 벌일 우리로서는 깊이 복기해 봐야 할 '생생한 과거'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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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차배정 카드’ 흔드는 GM…“2002년 대우車 팔 때부터 협상력 부재”
    • 입력 2018-03-12 16:51:39
    • 수정2018-03-12 16:52:13
    취재K
이번 주부터 한국GM에 대한 산업은행의 실사가 시작되고, 한국GM 노사 간의 임단협 협상도 재개된다. GM은 우리 정부에는 ‘신차배정’ 등을 전제로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노조엔 인건비 절감을 수용 않으면 신차배정이 어렵다는 양면 전략을 쓰고 있다. 결국, GM이 한국에 남아 있으려면 우리 땅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내다 팔 신차종을 반드시 배정받아야 하는데, 현재 GM은 이 카드를 들고 우리 정부와 노조를 상대로 그리고 인천시와 경남도 등 지자체와는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을 노리며 정교한 사각(四角) 협상을 벌이고 있다.

GM은 이미 지난 2002년 우리 정부와의 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에서 탁월한 협상력을 보였다. 사실 협상력이란 것은 상대적인 의미다. 당시 대우자동차 GM 매각을 놓고 ‘헐값 논란’이 나오는 배경엔 다른 한 편으로 국내 협상력의 부재를 고스란히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캉드쉬 총재
1997년 12월. IMF 경제위기 다음 해 8월 정부는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의 워크아웃을 결정하면서 대우자동차를 매각하기로 한다. 국제입찰에서 GM, 포드 외에 현대자동차, 다임러 크라이슬러, 삼성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 등 5개 기관이 입찰을 했는데, 우리 채권단(협상단)은 우선협상대상자로 포드를 선정한다. 그런데 시작부터 패착이 이어졌다. 차순위 협상대상자를 지명하지 않은 것이다. 70억 달러를 제시한 포드가 대우자동차를 실사한 뒤 입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50억 달러를 제시한 GM을 다음 협상대상자로 선정해서 대비했어야 했다.

우려했던 데로 6주간 실사 뒤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거부한다. 이제 GM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대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국제입찰 때 5개 기관이 경쟁하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양새. 여기에 '분식회계와 잠재 부실로 부실 투성이'라는 소문에다 2000년 11월 대우차가 최종 부도 처리된다. 결국, 채권단은 GM과 다시 협상에 들어가게 되지만 칼자루는 이미 넘어간 상태였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실수와 함께 또 다른 패착이 나온다. 우리 채권단은 '대우는 GM에 반드시 매각되어야 한다.', '연내까지 대우자동차를 매각하겠다.' 등 협상 전략과 시한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협상력을 스스로 갈아먹었다. 더구나 청와대, 재경원, 산자부, 금감원 등 이른바 시어머니의 이런저런 잔소리와 간섭에 인수가격은 자꾸 내려가, 결국 4억 달러에 대우자동차를 매각하게 된다. GM이 애초 제시한 50억 달러에서 4억 달러로 줄어든 결과다. ‘4억 달러에 매각 하기 보다는 공적 자금을 투입해 대우자동차를 회생시킨 뒤 제값을 받아 팔았으면 어떠했을까’ ‘대우자동차 부실이 많더라도 4억 달러라는 금액은 지나친 헐값이 아니었을까’ 하는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헐값 매각과 관련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GM은 나중에 대우차를 인수해서 중국 시장에서 큰돈을 벌었다.” 며 “대우를 해체시킨 다음에 대우차를 거의 공짜로 GM에 넘겼다” 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정리한 ‘김우중과의 대화’에서 대우가 지나치게 확장 투자를 벌이다가 대우차 부실로 몰락했다는 것을 부인하고 당시 경제 관료들과의 대립 때문에 헐값 매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GM과 협상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협상이었다”며, “대우의 오랜 협력·합작사였던 GM은 시간이 자신들 편이란 것도 알았다. 조건을 바꿔가며 질질 끌더니 1998년 7월 협상을 깨고 만다. 그러면서 대우가 스스로 살아날 방법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우중과 이헌재... 양측 논란의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2002년 대우자동차 매각’은 현재 GM과 협상을 벌일 우리로서는 깊이 복기해 봐야 할 '생생한 과거'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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