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문짝 떨어지고 주택가 덮쳐…잇단 헬기 사고, 日 하늘 ‘불안’

입력 2018.03.14 (10:21) 수정 2018.03.1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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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헬기 문짝 떨어지고 주택 덮치고…불안한 일본 하늘

[특파원리포트] 헬기 문짝 떨어지고 주택 덮치고…불안한 일본 하늘

[ 자위대 헬기, 비행 중 문짝 추락 ]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 현에 '오키노에라부'라는 섬이 있다. 규슈 본토와 오키나와 지역 사이에 위치에 있다.

동중국해에서 태평양으로 나오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일종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지난 6일 오키노에라부 섬의 기지로 향하던 항공자위대 헬기에서 대형 문짝이 이탈해 추락했다.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주일 미군 기지가 밀집해 있는 오키나와 인근이기 때문에 그동안 작은 사고에도 지역 여론은 요동치기 일쑤였다.

항공자위대 CH47 헬기항공자위대 CH47 헬기

당시 오키나와 나하 기지 소속 CH47 수송 헬기가 자위대원 4명을 태운 채 야간 착륙 훈련을 위해 섬의 기지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저녁 6시 50분쯤 기체 뒤쪽의 문이 갑자기 분리돼 떨어져 나갔다. 가로 2m 40cm, 세로 1m 60 cm, 무게 30kg에 이르는 문짝이 기지 인근에 낙하했다.

항공자위대 CH47 헬기항공자위대 CH47 헬기

항공자위대는 잃어버린 문짝을 찾느라 부랴부랴 수색작업을 벌였다.

문짝은 기지 헬기장에서 약 200m 떨어진 초원에 낙하했다. 주택가 바깥에 떨어져 주민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사고 사흘 뒤인 9일, 항공자위대의 마루모 요시나리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 해당)이 기자회견을 갖고 "인근 주민들에게 걱정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헬기 문의 결함 가능성에 대해 전문업체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항공자위대 마루모 막료장항공자위대 마루모 막료장

항공자위대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비상 탈출할 때 문 위쪽 레버를 수동으로 조작해 문을 떼어낼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사고 당시 이 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마루모 막료장은 "헬기에 타고 있던 대원들이 레버를 조작하지 않았으며, 레버도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문 자체의 결함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자위대, 잦은 추락 사고로 망신살 ]

항공기 사고가 잇따르면서 자위대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2017년(지난해) 5월 홋카이도에서 육상자위대 정찰기가 추락해 탑승자 4명이 숨졌다.

8월에는 아오모리 현에서 해상자위대 헬기가 추락해 2명이 숨졌다. 10월에는 시즈오카 현에서 항공자위대 헬기가 추락해 3명이 숨졌다.

AH64D 헬기 추락 사고(2월 5일)AH64D 헬기 추락 사고(2월 5일)

올해 들어서도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 5일 오후 4시 40분쯤 사가 현 간자키 시의 주택가에 육상자위대 소속 공격형 헬기 AH64D가 단독 주택으로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숨졌다. 헬기가 추락한 건물은 화염에 휩싸여 전소했다.

AH64D 헬기 추락 사고(2월 5일)AH64D 헬기 추락 사고(2월 5일)

민간인 피해는 초등학교 여학생 1명이 다치는 데 그쳤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헬기가 추락한 곳 인근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어서 자칫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 더딘 진상 규명…. 반복되는 사고 ]

아베 총리는 2월 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자위대 최고 지휘관으로서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자위대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큰 피해를 준 데 대해 유감"이라면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자위대 헬기 추락 사고 잔해자위대 헬기 추락 사고 잔해

2월 5일 발생한 추락 사고는 헬기의 회전 날개를 기체에 고정하는 부품이 비행 중 손상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당 부품은 미국 업체들이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 추락 사고와 방위성의 사과가 반복됐다.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고, 그 사이 항공자위대 헬기 문짝 추락 사고까지 발생했다.

육상자위대 헬기 추락 사고 뒤 약 한 달이 지난 3월 6일, 방위성은 '사고 원인'이 아니라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다양한 관점에서 원인을 규명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국가교통안전위원회 前 위원장과 헬기 구조 전문가 2명을 조사에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민간 전문가가 자위대 조사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 하늘에서 부품이 수시로 떨어진다 ]

일본의 하늘은 위험하다. 자위대 항공기뿐만 아니라 주일 미군 항공기들도 수시로 이런저런 부품을 민가(인근)에 떨어뜨리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오키나와에서는 주일 미군 헬기 부품이 학교에 떨어졌다.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신뢰 없이 동종 미군 헬기의 비행이 재개돼 지역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올해 2월 7일 아오모리 현에서는 주일 미군 F15 전투기 연료 탱크가 호수의 어장에 떨어졌고, 이튿날엔 주일 미군 첨단수송기 오스프리의 부품이 낙하했다.

F15 전투기 (NHK 자료)F15 전투기 (NHK 자료)

2월 27일에는 주일 미군 F15 전투기에 달린 길이 약 38cm, 무게 1.4kg짜리 안테나가 떨어졌다.

게다가 미군 항공기가 사고를 낸 뒤 곧바로 일본 방위성에 통보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불신과 불안이 더 커졌다.

안테나 낙하 사고의 경우 엿새 뒤에야 일본 측에 통보됐다.

자위대 헬기 추락 사고자위대 헬기 추락 사고

주일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훈련 비행을 지켜보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고 조마조마하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훈련을 왜 계속 해야 할까?' '자위대 항공기, 유사시 믿어도 될까?' 당연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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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문짝 떨어지고 주택가 덮쳐…잇단 헬기 사고, 日 하늘 ‘불안’
    • 입력 2018-03-14 07:00:20
    • 수정2018-03-14 18:24:28
    특파원 리포트
[ 자위대 헬기, 비행 중 문짝 추락 ]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 현에 '오키노에라부'라는 섬이 있다. 규슈 본토와 오키나와 지역 사이에 위치에 있다.

동중국해에서 태평양으로 나오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일종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지난 6일 오키노에라부 섬의 기지로 향하던 항공자위대 헬기에서 대형 문짝이 이탈해 추락했다.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주일 미군 기지가 밀집해 있는 오키나와 인근이기 때문에 그동안 작은 사고에도 지역 여론은 요동치기 일쑤였다.

항공자위대 CH47 헬기
당시 오키나와 나하 기지 소속 CH47 수송 헬기가 자위대원 4명을 태운 채 야간 착륙 훈련을 위해 섬의 기지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저녁 6시 50분쯤 기체 뒤쪽의 문이 갑자기 분리돼 떨어져 나갔다. 가로 2m 40cm, 세로 1m 60 cm, 무게 30kg에 이르는 문짝이 기지 인근에 낙하했다.

항공자위대 CH47 헬기
항공자위대는 잃어버린 문짝을 찾느라 부랴부랴 수색작업을 벌였다.

문짝은 기지 헬기장에서 약 200m 떨어진 초원에 낙하했다. 주택가 바깥에 떨어져 주민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사고 사흘 뒤인 9일, 항공자위대의 마루모 요시나리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 해당)이 기자회견을 갖고 "인근 주민들에게 걱정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헬기 문의 결함 가능성에 대해 전문업체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항공자위대 마루모 막료장
항공자위대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비상 탈출할 때 문 위쪽 레버를 수동으로 조작해 문을 떼어낼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사고 당시 이 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마루모 막료장은 "헬기에 타고 있던 대원들이 레버를 조작하지 않았으며, 레버도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문 자체의 결함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자위대, 잦은 추락 사고로 망신살 ]

항공기 사고가 잇따르면서 자위대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2017년(지난해) 5월 홋카이도에서 육상자위대 정찰기가 추락해 탑승자 4명이 숨졌다.

8월에는 아오모리 현에서 해상자위대 헬기가 추락해 2명이 숨졌다. 10월에는 시즈오카 현에서 항공자위대 헬기가 추락해 3명이 숨졌다.

AH64D 헬기 추락 사고(2월 5일)
올해 들어서도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 5일 오후 4시 40분쯤 사가 현 간자키 시의 주택가에 육상자위대 소속 공격형 헬기 AH64D가 단독 주택으로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숨졌다. 헬기가 추락한 건물은 화염에 휩싸여 전소했다.

AH64D 헬기 추락 사고(2월 5일)
민간인 피해는 초등학교 여학생 1명이 다치는 데 그쳤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헬기가 추락한 곳 인근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어서 자칫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 더딘 진상 규명…. 반복되는 사고 ]

아베 총리는 2월 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자위대 최고 지휘관으로서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자위대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큰 피해를 준 데 대해 유감"이라면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자위대 헬기 추락 사고 잔해
2월 5일 발생한 추락 사고는 헬기의 회전 날개를 기체에 고정하는 부품이 비행 중 손상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당 부품은 미국 업체들이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 추락 사고와 방위성의 사과가 반복됐다.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고, 그 사이 항공자위대 헬기 문짝 추락 사고까지 발생했다.

육상자위대 헬기 추락 사고 뒤 약 한 달이 지난 3월 6일, 방위성은 '사고 원인'이 아니라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다양한 관점에서 원인을 규명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국가교통안전위원회 前 위원장과 헬기 구조 전문가 2명을 조사에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민간 전문가가 자위대 조사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 하늘에서 부품이 수시로 떨어진다 ]

일본의 하늘은 위험하다. 자위대 항공기뿐만 아니라 주일 미군 항공기들도 수시로 이런저런 부품을 민가(인근)에 떨어뜨리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오키나와에서는 주일 미군 헬기 부품이 학교에 떨어졌다.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신뢰 없이 동종 미군 헬기의 비행이 재개돼 지역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올해 2월 7일 아오모리 현에서는 주일 미군 F15 전투기 연료 탱크가 호수의 어장에 떨어졌고, 이튿날엔 주일 미군 첨단수송기 오스프리의 부품이 낙하했다.

F15 전투기 (NHK 자료)
2월 27일에는 주일 미군 F15 전투기에 달린 길이 약 38cm, 무게 1.4kg짜리 안테나가 떨어졌다.

게다가 미군 항공기가 사고를 낸 뒤 곧바로 일본 방위성에 통보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불신과 불안이 더 커졌다.

안테나 낙하 사고의 경우 엿새 뒤에야 일본 측에 통보됐다.

자위대 헬기 추락 사고
주일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훈련 비행을 지켜보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고 조마조마하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훈련을 왜 계속 해야 할까?' '자위대 항공기, 유사시 믿어도 될까?' 당연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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