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틸러슨 그리워해야 할수도”…대북 강경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해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대북 강경파로 평가돼온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을 후임에 지명하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 강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틸러슨 장관을 그리워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틸러슨 장관 교체로 (상황이) 더 악화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퇴장을 유감스럽게 여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NYT는 틸러슨 장관에 대해 "가장 미약하고 무력했던 국무장관 중의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 첫 국무장관으로서의 그의 역할에 대해 혹평했다. 외교나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아무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예산 삭감 등 인력·조직 감축에 나서면서 국무부를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NYT는 그러나 틸러슨 국무장관은 최소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현실적인 목소리를 내왔다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몇 안 되는 현실성 있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위협을 인정했고,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과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지지했고, 이란 핵 합의 준수를 트럼프 대통령에 주문해왔다는 것이다. 틸러슨 장관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매티스 국방장관 등과 함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이른바 '어른들의 축'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NYT는 이에 비해 폼페이오 지명자의 매파적 접근은 북한이나 이란을 포함해 주요 국가 안보 이슈에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폼페이오 지명자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밀어붙였고, 심지어 북한 지도부에 대한 '암살' 가능성도 넌지시 내비친 적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폼페이오 지명자는 지난해 7월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가장 위험한 문제는 이 무기들을 통제할 권한을 가진 인물에 있다"면서 "미 정부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해 떼어 놓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 정권교체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또 같은해 10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군사력에 의해서라도 김정은이 미국을 위험에 처하게 할 능력을 갖추도록 하지 않겠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