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오르는 외식 물가…무조건 최저임금 인상 탓?

입력 2018.03.19 (16:58) 수정 2018.03.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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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오르는 외식 물가…무조건 최저임금 인상 탓?

줄줄이 오르는 외식 물가…무조건 최저임금 인상 탓?

올해 초부터 먹거리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짬뽕, 설렁탕 등 외식 메뉴 뿐만 아니라 즉석밥, 만두 등 가공식품까지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요인을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는 주장이 많은데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짬뽕에 순댓국, 설렁탕까지…뭘 먹어야 하나 '한숨'

중국 음식 프랜차이즈인 홍콩반점은 이달 1일부터 짬뽕을 4,500원에서 5,500원으로, 짜장면은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상승률이 각각 22.2%와 12.5%나 된다. 전국에 4백여 개 점포를 둔 큰맘할매순대국은 지난달 순댓국 값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20%나 올렸다. 가맹점 강매와 보복출점 논란을 빚었던 신선설농탕도 일찌감치 값을 올렸다. 대표 메뉴인 설렁탕을 7,000원에서 8,000원으로 14.2% 인상했다.


햄버거는 매장 수가 가장 많은 롯데리아가 가격 인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전체 제품 74종 가운데 33종의 값을 올렸고 한 달 뒤엔 KFC, 지난달엔 맥도날드, 이번 달엔 버거킹이 값을 올리며 대부분 업체가 합류했다. 이밖에 서브웨이, 김밥천국, 이삭토스트까지 일반인들이 가볍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먹거리들도 값이 줄줄이 올랐다.

가격 인상 도미노는 가공식품과 편의점까지 번지고 있다. CJ 제일제당은 햇반과 냉동만두 등의 가격을 6~9% 올렸고 세븐일레븐은 일부 도시락과 삼각김밥, 샌드위치 가격을 100~200원 올렸다. 코카콜라는 지난달부터 콜라 등 17개 제품 출고가를 평균 4.8% 올리는가 하면 한국야쿠르트도 주요 제품을 5.9~7.7%나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인건비 부담 커졌다"

업체들이 한결같이 하는 해명은 "인건비와 임대료, 원자잿값이 많이 올라 어쩔 수 없다" 이다. 이 가운데 임대료와 원자재에 대해선 영업 비밀이라며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좀처럼 설명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장 근거로 많이 드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 지난해보다 16.4% 올랐다. 그 충격으로 종업원들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게 업체들이 주로 내세우는 이유이다.


"최저임금 16.4% 인상은 물가 최대 0.68% 올려"

그렇다면 최저임금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외국에선 관련 연구가 30여 편이나 될 정도로 의견이 분분하다. 기업이 인건비가 오르는 만큼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고용을 줄여서 조정하는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폭을 10% 기준으로 살펴볼 때 물가 상승 폭은 0.02% 포인트에서 0.4% 포인트까지 결과가 다양했다. 최근 우리나라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낸 자료도 이 폭을 크게 넘어서진 않았다. 최저임금 10% 상승 때 전체 물가는 0.2~0.4%가량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16.4%의 인상 폭은 물가를 0.32~0.68% 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 급상승 00·07년도 상승 폭은 0.3 ~ -0.1%P

과거 사례는 어떨까?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2000년엔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6.6% 올랐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 CPI는 인상 전 3개월이 2.5%, 인상 후는 2.8%로 상승 폭이 0.3%P에 불과했다. 2007년엔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2.3%가 올랐는데 CPI는 2.1%에서 2.0%로 오히려 0.1%P 감소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만 따져봐도 두 해 모두 상승 폭은 0.1 ~ 0.2%P에 그쳤다. 앞서 발표된 여러 연구 결과와 비슷한 수치이다.

9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물가관계 차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9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물가관계 차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

"연초에 올리는 관행이 최저임금 핑계로 작용"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최근 물가 상승과 최저임금의 연관성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6일 소비자물가 동향 브리핑에서 통계청 김윤성 과장은 "최근 외식물가 상승이 꼭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건비 영향보다는 음식재료비와 임차료 등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또 외식물가는 1, 2월에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 역시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이 누적된 가격 인상 요인이 있으면 자연스레 연초를 틈타 올리는 관행이 있단 얘기다. 다만 서로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엔 최저임금 상승을 핑계로 너도나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단순 비교 불가…앞으로가 문제"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재부가 예시로 든 2000년과 2007년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지금보다 높았기 때문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큰 충격을 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요즘 같은 저성장과 불황 시기에 최저임금 16.4% 인상은 분명 자영업자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라는 것이다. 성 교수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이 이 같은 추세로 인상될 경우엔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거나 결국 가격을 올리는 형태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정책적 수단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물주·카드사도 부담 나눠서 져야"

이에 대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서홍진 교육국장은 "중소상인을 괴롭히는 것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보다는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필요한 물품 강매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서 국장은 "최저 임금을 올린 건 상생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부담을 건물주와 카드사, 프랜차이즈 본사도 나눠서 져야 하는데 오롯이 상인들에게 전가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정부도 임대료의 경우엔 상가임대차법을 개정해 인상률 상한을 9%에서 5%로 낮추기로 했다. 7월부터는 소액결제가 많은 업종에 대해 카드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꿔 부담을 덜어주고 외식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사례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인상 폭 적정했는지 줄줄이 발표

최근 외식 업체들이 올린 가격 인상 폭이 적절했는지도 밝혀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시민단체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특별 물가조사를 의뢰했는데 앞으로 김밥, 치킨 등 여러 업종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 단체는 최근 롯데리아와 버거킹 두 업체의 2015년과 2016년 재무제표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급여부담이 12억 원 증가했지만 영업 이익은 45억 원이나 늘었다며 최저임금 상승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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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줄이 오르는 외식 물가…무조건 최저임금 인상 탓?
    • 입력 2018-03-19 16:58:29
    • 수정2018-03-19 18:27:44
    취재K
올해 초부터 먹거리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짬뽕, 설렁탕 등 외식 메뉴 뿐만 아니라 즉석밥, 만두 등 가공식품까지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요인을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는 주장이 많은데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짬뽕에 순댓국, 설렁탕까지…뭘 먹어야 하나 '한숨'

중국 음식 프랜차이즈인 홍콩반점은 이달 1일부터 짬뽕을 4,500원에서 5,500원으로, 짜장면은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상승률이 각각 22.2%와 12.5%나 된다. 전국에 4백여 개 점포를 둔 큰맘할매순대국은 지난달 순댓국 값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20%나 올렸다. 가맹점 강매와 보복출점 논란을 빚었던 신선설농탕도 일찌감치 값을 올렸다. 대표 메뉴인 설렁탕을 7,000원에서 8,000원으로 14.2% 인상했다.


햄버거는 매장 수가 가장 많은 롯데리아가 가격 인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전체 제품 74종 가운데 33종의 값을 올렸고 한 달 뒤엔 KFC, 지난달엔 맥도날드, 이번 달엔 버거킹이 값을 올리며 대부분 업체가 합류했다. 이밖에 서브웨이, 김밥천국, 이삭토스트까지 일반인들이 가볍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먹거리들도 값이 줄줄이 올랐다.

가격 인상 도미노는 가공식품과 편의점까지 번지고 있다. CJ 제일제당은 햇반과 냉동만두 등의 가격을 6~9% 올렸고 세븐일레븐은 일부 도시락과 삼각김밥, 샌드위치 가격을 100~200원 올렸다. 코카콜라는 지난달부터 콜라 등 17개 제품 출고가를 평균 4.8% 올리는가 하면 한국야쿠르트도 주요 제품을 5.9~7.7%나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인건비 부담 커졌다"

업체들이 한결같이 하는 해명은 "인건비와 임대료, 원자잿값이 많이 올라 어쩔 수 없다" 이다. 이 가운데 임대료와 원자재에 대해선 영업 비밀이라며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좀처럼 설명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장 근거로 많이 드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 지난해보다 16.4% 올랐다. 그 충격으로 종업원들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게 업체들이 주로 내세우는 이유이다.


"최저임금 16.4% 인상은 물가 최대 0.68% 올려"

그렇다면 최저임금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외국에선 관련 연구가 30여 편이나 될 정도로 의견이 분분하다. 기업이 인건비가 오르는 만큼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고용을 줄여서 조정하는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폭을 10% 기준으로 살펴볼 때 물가 상승 폭은 0.02% 포인트에서 0.4% 포인트까지 결과가 다양했다. 최근 우리나라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낸 자료도 이 폭을 크게 넘어서진 않았다. 최저임금 10% 상승 때 전체 물가는 0.2~0.4%가량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16.4%의 인상 폭은 물가를 0.32~0.68% 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 급상승 00·07년도 상승 폭은 0.3 ~ -0.1%P

과거 사례는 어떨까?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2000년엔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6.6% 올랐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 CPI는 인상 전 3개월이 2.5%, 인상 후는 2.8%로 상승 폭이 0.3%P에 불과했다. 2007년엔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2.3%가 올랐는데 CPI는 2.1%에서 2.0%로 오히려 0.1%P 감소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만 따져봐도 두 해 모두 상승 폭은 0.1 ~ 0.2%P에 그쳤다. 앞서 발표된 여러 연구 결과와 비슷한 수치이다.

9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물가관계 차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
"연초에 올리는 관행이 최저임금 핑계로 작용"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최근 물가 상승과 최저임금의 연관성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6일 소비자물가 동향 브리핑에서 통계청 김윤성 과장은 "최근 외식물가 상승이 꼭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건비 영향보다는 음식재료비와 임차료 등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또 외식물가는 1, 2월에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 역시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이 누적된 가격 인상 요인이 있으면 자연스레 연초를 틈타 올리는 관행이 있단 얘기다. 다만 서로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엔 최저임금 상승을 핑계로 너도나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단순 비교 불가…앞으로가 문제"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재부가 예시로 든 2000년과 2007년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지금보다 높았기 때문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큰 충격을 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요즘 같은 저성장과 불황 시기에 최저임금 16.4% 인상은 분명 자영업자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라는 것이다. 성 교수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이 이 같은 추세로 인상될 경우엔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거나 결국 가격을 올리는 형태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정책적 수단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물주·카드사도 부담 나눠서 져야"

이에 대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서홍진 교육국장은 "중소상인을 괴롭히는 것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보다는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필요한 물품 강매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서 국장은 "최저 임금을 올린 건 상생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부담을 건물주와 카드사, 프랜차이즈 본사도 나눠서 져야 하는데 오롯이 상인들에게 전가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정부도 임대료의 경우엔 상가임대차법을 개정해 인상률 상한을 9%에서 5%로 낮추기로 했다. 7월부터는 소액결제가 많은 업종에 대해 카드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꿔 부담을 덜어주고 외식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사례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인상 폭 적정했는지 줄줄이 발표

최근 외식 업체들이 올린 가격 인상 폭이 적절했는지도 밝혀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시민단체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특별 물가조사를 의뢰했는데 앞으로 김밥, 치킨 등 여러 업종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 단체는 최근 롯데리아와 버거킹 두 업체의 2015년과 2016년 재무제표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급여부담이 12억 원 증가했지만 영업 이익은 45억 원이나 늘었다며 최저임금 상승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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