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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단 평양 공연 “선곡 조율 못 해”…동질성 vs 문화 홍보가 쟁점
입력 2018.03.20 (21:00) 수정 2018.03.20 (21:03) 취재K
예술단 평양 공연 “선곡 조율 못 해”…동질성 vs 문화 홍보가 쟁점
"거리마다 불빛이 흐느끼듯 우는 밤

세월 흐른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니
내 나이가 몇인가 꽃이 되어진 세월
무던히도 참았던 외로움에 눈물이

사랑했어 사랑했어 우린 미치도록 사랑했었어
보고싶어 너무 보고싶어 내 사랑이 식기전에
별빛속을 헤메던 하나였던 그림자
지금 어디있는지 너무 보고싶은데"

지난달 8일 강릉에서 열린 북측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단원 한 명이 불렀던 노래다. 우리에게조차 다소 낯선 이 노래의 원 가창자는 남측 가수 왁스, 제목은 '여정'이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공연에서 부른 남측의 노래는 모두 10여 곡. 그 가운데 처음부터 끝까지 완창한 노래는 이선희의 'J에게'와 함께 이 곡뿐이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당신은 모르실 거야', '사랑의 미로', '다 함께 차차차' 등 이름만 들어도 멜로디가 떠오르는 유행곡들은 이어 부르기, 즉 메들리로 조금씩 선보이는 데 그친 데 비하면 의외였다. 왁스조차 도 자신의 노래가 불려 놀랐다고 할 만큼 북측의 선곡은 당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북측 선곡을 놓고 가장 예민했던 것은 정치색이었다. 북측 노래를 놓고 당시 남과 북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자신들의 노래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연주하려고 했지만 노래 가사가 문제였다.

공연 직전까지 남북이 협의한 끝에 '우리네 평양 좋을 시구, 사회주의 건설이 좋을 시구'라는 가사가 있는 '모란봉'은 연주하지 않기로 했다.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은 김일성을 상징하는 표현이 들어간 '태양 민족'이라는 단어를 '우리 민족'으로 바꿔 불렀다.


다음 달 1일과 2일 또는 3일로 예정된 우리 측 평양 공연에서도 어떤 노래를 부를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조용필, 윤도현 등은 이미 북측 공연 경험이 있어 그들의 노래는 북측에서도 낯설지 않고 벌써 무슨 노래를 부르겠다고 알리고 있다.

이선희의 'J에게',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역시 남측에서뿐 아니라 북한 내 공연에서 수차례 불린 유행가다. 평양 방문 가수 명단에 포함된 서현은 삼지연 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에서 '반갑습니다'와 '우리의 소원'을 같이 부른 만큼 그 연속 선상의 노래를 부를 가능성도 보인다.


반면 걸그룹인 레드벨벳과 알리, 정인 등의 선곡은 미지수다. 이번 예술단의 음악 감독을 맡은 가수 윤 상은 북측과의 실무 접촉을 마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선곡에 대한 부분은 정리하지 못했다"면서 "조율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유는 북측이 우리 가수의 노래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 때처럼 정치색이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이 우려하는 무언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윤상은 "무리 없이 지금 남은 일정 동안 충분히 잘 서로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우리에게 낯선 노래까지 선곡해 부른 이유는 남과 북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반면 자신의 노래를 가사를 바꿔가면서까지 부르고자 했던 것은 자신들의 문화를 남측에 보여주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우리의 선곡도 비슷하지 않을까.

조용필과 이선희가 '친숙함'을 맡는다면 레드벨벳은 우리의 '한류' 같은 문화를 선보이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결국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동질성의 확인과 각자 자신만의 문화를 선보이려는 개성의 발현, 그 사이 어딘가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예술단 선곡을 놓고 벌이는 승강이의 배경인 셈이다.

[사진출처 : SM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사진출처 : SM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빨간 맛 궁금해 Honey
깨물면 점점 녹아든 스트로베리 그 맛
코너 캔디 샵 찾아 봐 Baby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여름 그 맛"

공교롭게 레드벨벳은 공산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내세우고 있는 걸그룹이다. 레드벨벳의 최신 히트곡 역시 공교롭게도 '빨간 맛'이다. 레드벨벳이 이 노래를 평양에서 부를 것인지 흥미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래를 부른다면 그것은 개성으로 비칠까 혹은 동질성으로 해석될까. 우리 예술단 평양 공연에서 지켜볼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 예술단 평양 공연 “선곡 조율 못 해”…동질성 vs 문화 홍보가 쟁점
    • 입력 2018.03.20 (21:00)
    • 수정 2018.03.20 (21:03)
    취재K
예술단 평양 공연 “선곡 조율 못 해”…동질성 vs 문화 홍보가 쟁점
"거리마다 불빛이 흐느끼듯 우는 밤

세월 흐른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니
내 나이가 몇인가 꽃이 되어진 세월
무던히도 참았던 외로움에 눈물이

사랑했어 사랑했어 우린 미치도록 사랑했었어
보고싶어 너무 보고싶어 내 사랑이 식기전에
별빛속을 헤메던 하나였던 그림자
지금 어디있는지 너무 보고싶은데"

지난달 8일 강릉에서 열린 북측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단원 한 명이 불렀던 노래다. 우리에게조차 다소 낯선 이 노래의 원 가창자는 남측 가수 왁스, 제목은 '여정'이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공연에서 부른 남측의 노래는 모두 10여 곡. 그 가운데 처음부터 끝까지 완창한 노래는 이선희의 'J에게'와 함께 이 곡뿐이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당신은 모르실 거야', '사랑의 미로', '다 함께 차차차' 등 이름만 들어도 멜로디가 떠오르는 유행곡들은 이어 부르기, 즉 메들리로 조금씩 선보이는 데 그친 데 비하면 의외였다. 왁스조차 도 자신의 노래가 불려 놀랐다고 할 만큼 북측의 선곡은 당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북측 선곡을 놓고 가장 예민했던 것은 정치색이었다. 북측 노래를 놓고 당시 남과 북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자신들의 노래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연주하려고 했지만 노래 가사가 문제였다.

공연 직전까지 남북이 협의한 끝에 '우리네 평양 좋을 시구, 사회주의 건설이 좋을 시구'라는 가사가 있는 '모란봉'은 연주하지 않기로 했다.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은 김일성을 상징하는 표현이 들어간 '태양 민족'이라는 단어를 '우리 민족'으로 바꿔 불렀다.


다음 달 1일과 2일 또는 3일로 예정된 우리 측 평양 공연에서도 어떤 노래를 부를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조용필, 윤도현 등은 이미 북측 공연 경험이 있어 그들의 노래는 북측에서도 낯설지 않고 벌써 무슨 노래를 부르겠다고 알리고 있다.

이선희의 'J에게',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역시 남측에서뿐 아니라 북한 내 공연에서 수차례 불린 유행가다. 평양 방문 가수 명단에 포함된 서현은 삼지연 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에서 '반갑습니다'와 '우리의 소원'을 같이 부른 만큼 그 연속 선상의 노래를 부를 가능성도 보인다.


반면 걸그룹인 레드벨벳과 알리, 정인 등의 선곡은 미지수다. 이번 예술단의 음악 감독을 맡은 가수 윤 상은 북측과의 실무 접촉을 마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선곡에 대한 부분은 정리하지 못했다"면서 "조율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유는 북측이 우리 가수의 노래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 때처럼 정치색이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이 우려하는 무언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윤상은 "무리 없이 지금 남은 일정 동안 충분히 잘 서로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우리에게 낯선 노래까지 선곡해 부른 이유는 남과 북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반면 자신의 노래를 가사를 바꿔가면서까지 부르고자 했던 것은 자신들의 문화를 남측에 보여주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우리의 선곡도 비슷하지 않을까.

조용필과 이선희가 '친숙함'을 맡는다면 레드벨벳은 우리의 '한류' 같은 문화를 선보이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결국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동질성의 확인과 각자 자신만의 문화를 선보이려는 개성의 발현, 그 사이 어딘가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예술단 선곡을 놓고 벌이는 승강이의 배경인 셈이다.

[사진출처 : SM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사진출처 : SM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빨간 맛 궁금해 Honey
깨물면 점점 녹아든 스트로베리 그 맛
코너 캔디 샵 찾아 봐 Baby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여름 그 맛"

공교롭게 레드벨벳은 공산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내세우고 있는 걸그룹이다. 레드벨벳의 최신 히트곡 역시 공교롭게도 '빨간 맛'이다. 레드벨벳이 이 노래를 평양에서 부를 것인지 흥미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래를 부른다면 그것은 개성으로 비칠까 혹은 동질성으로 해석될까. 우리 예술단 평양 공연에서 지켜볼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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