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위암수술 어디가 잘해요?”…편견 깬 병원별 수술결과 비교

입력 2018.03.21 (07:48) 수정 2018.03.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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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위암수술 어디가 잘해요?”…병원 규모보다 집도의 경력!

[취재후] “위암수술 어디가 잘해요?”…병원 규모보다 집도의 경력!

"위암 수술 어디가 잘해요?"

의학전문기자가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의학전문기자라도 위암 수술 정말 잘하는 병원을 알기란 어렵다. 다만 서울의 아주 큰 병원이라면 수술 잘하지 않을까? 추정할 뿐이다. 미디어도 이런 선입견을 부채질한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명의를 찾아보면, 대부분 서울 빅5라 불리는 초대형 병원 소속 교수들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근거 없는 믿음은 고스란히 현실에 투영된다.

위암 내시경 화면 위암 내시경 화면

취재를 위해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50대 남성을 만났다. 이 지역 대학병원에서 위암을 진단받았는데, 주변 가족들은 이왕이면 서울의 큰 병원을 가보라고 성화였다. 환자분은 심리적으로 똑같은 물건이라도 작은 회사보다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것처럼 하물며 암 수술이라면 더 그렇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방 병원보다 서울의 대형병원이 수술을 잘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전국에서 한해 2만 9천여 명이 위암을 진단받는데, 수술만큼은 서울의 초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일례로 서울의 한 초대형병원은 위암 수술을 한해 천 여건 넘게 하는 반면, 지방의 여느 대학병원은 백 건 미만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생각처럼 병원규모에 따라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결과가 달라지는 걸까? 겉으로 드러난 병원 모습만 보고 위암 수술 실력을 판가름할 수 있을까?

병원규모별 복강경 위암수술 결과 비교 병원규모별 복강경 위암수술 결과 비교

가톨릭의대·아주의대·한양의대·서울의대 공동연구팀은 각 대학병원에서 2~3년 동안 2백 건 정도의 위암 수술에 참여하며 수련을 받은 위암 수술 전문의 6명을 선별했다. 그다음 이들이 속한 병원 규모에 따라 1년에 위암 수술을 100건 이상 하는 큰 병원과 100건 미만인 작은 병원을 나눠 위암 환자 284명의 수술결과를 비교·분석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수술 회복 지표인 미음이나 죽을 먹기 시작한 날짜는 양쪽 다 평균 5일로 같았고 재원일 수도 중간값이 7일 정도로 동일했다. 한 달 뒤 수술합병증을 평가해보니 오심 등 경증은 각각 8%, 9%로 비슷하게 발생했다. 30일 치사율은 양쪽 모두 0%였다.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단기적으로 본 수술결과에서 양쪽 차이가 없다면 위암 재발률이나 생존율도 비례해서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암의 경우 서울의 큰 병원이든 지방의 작은 병원이든 규모와 무관하게 대학병원급 정도면 수술 실력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경기도 한 대학병원의 위암센터 경기도 한 대학병원의 위암센터

그렇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위암수술을 잘하기 위해선 수술에 필요한 장비라든지 기구가 잘 지원되고, 집도의와 함께 일하는 의료진의 팀워크가 좋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선 국내 대부분 대학병원이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남는 건 수술자의 경험치다. 이게 비슷해야 설명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송교영 의정부성모병원 외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위암 환자가 워낙 많이 발생하다 보니 위암 전문의들의 수술참여 기회가 확대될 수밖에 없고,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많이 경험한 외과 전문의들이 지방병원으로 퍼져나가는 '탈서울' 경향이 수술 실력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연구 저자인 이한홍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도 "우리나라 위암 치료는 세계적인 수준인 데다, 전국의 위암 전문가들이 1년에 2~3차례 모여 수술비디오를 공유하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최상의 수술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진료지침과 수술기법들이 표준화돼 환자들도 동일한 수술결과를 얻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가까운 병원을 택할 때 외과의사의 경험이 중요한 만큼 병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집도의의 경력을 확인하는 게 좋다"며 "국립대병원이나 대학병원급에서 위암 수술 분야를 2~3년 수련 받고 집도했다면 병원규모를 떠나 같은 수술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취재를 마치면서 위암 수술의 경우 대형병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는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이 기사 하나로 서울의 큰 병원만 찾는 '쏠림현상'을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이런 '쏠림현상'때문에 서울 대형병원만 바라보며 위암 수술을 한두 달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큰 병원 좋다고 무턱대고 암 덩어리를 키울 수 없는 노릇이다.

앞서 위암처럼 비슷한 수술결과를 얻는 게 검증됐다면 가까운 중소 대학병원을 선택해 치료를 신속히 받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위암 치료는 수술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항암치료를 받는 등 최소 5년 이상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병원규모만 보고 위암 수술을 위해 연고지를 떠나 서울까지 가는 게 필요한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연관기사] [뉴스9] 위암 수술, 대형병원 잘한다?…“실력 차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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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위암수술 어디가 잘해요?”…편견 깬 병원별 수술결과 비교
    • 입력 2018-03-21 07:48:33
    • 수정2018-03-21 15:31:34
    취재후·사건후
"위암 수술 어디가 잘해요?"

의학전문기자가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의학전문기자라도 위암 수술 정말 잘하는 병원을 알기란 어렵다. 다만 서울의 아주 큰 병원이라면 수술 잘하지 않을까? 추정할 뿐이다. 미디어도 이런 선입견을 부채질한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명의를 찾아보면, 대부분 서울 빅5라 불리는 초대형 병원 소속 교수들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근거 없는 믿음은 고스란히 현실에 투영된다.

위암 내시경 화면
취재를 위해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50대 남성을 만났다. 이 지역 대학병원에서 위암을 진단받았는데, 주변 가족들은 이왕이면 서울의 큰 병원을 가보라고 성화였다. 환자분은 심리적으로 똑같은 물건이라도 작은 회사보다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것처럼 하물며 암 수술이라면 더 그렇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방 병원보다 서울의 대형병원이 수술을 잘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전국에서 한해 2만 9천여 명이 위암을 진단받는데, 수술만큼은 서울의 초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일례로 서울의 한 초대형병원은 위암 수술을 한해 천 여건 넘게 하는 반면, 지방의 여느 대학병원은 백 건 미만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생각처럼 병원규모에 따라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결과가 달라지는 걸까? 겉으로 드러난 병원 모습만 보고 위암 수술 실력을 판가름할 수 있을까?

병원규모별 복강경 위암수술 결과 비교
가톨릭의대·아주의대·한양의대·서울의대 공동연구팀은 각 대학병원에서 2~3년 동안 2백 건 정도의 위암 수술에 참여하며 수련을 받은 위암 수술 전문의 6명을 선별했다. 그다음 이들이 속한 병원 규모에 따라 1년에 위암 수술을 100건 이상 하는 큰 병원과 100건 미만인 작은 병원을 나눠 위암 환자 284명의 수술결과를 비교·분석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수술 회복 지표인 미음이나 죽을 먹기 시작한 날짜는 양쪽 다 평균 5일로 같았고 재원일 수도 중간값이 7일 정도로 동일했다. 한 달 뒤 수술합병증을 평가해보니 오심 등 경증은 각각 8%, 9%로 비슷하게 발생했다. 30일 치사율은 양쪽 모두 0%였다.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단기적으로 본 수술결과에서 양쪽 차이가 없다면 위암 재발률이나 생존율도 비례해서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암의 경우 서울의 큰 병원이든 지방의 작은 병원이든 규모와 무관하게 대학병원급 정도면 수술 실력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경기도 한 대학병원의 위암센터
그렇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위암수술을 잘하기 위해선 수술에 필요한 장비라든지 기구가 잘 지원되고, 집도의와 함께 일하는 의료진의 팀워크가 좋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선 국내 대부분 대학병원이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남는 건 수술자의 경험치다. 이게 비슷해야 설명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송교영 의정부성모병원 외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위암 환자가 워낙 많이 발생하다 보니 위암 전문의들의 수술참여 기회가 확대될 수밖에 없고,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많이 경험한 외과 전문의들이 지방병원으로 퍼져나가는 '탈서울' 경향이 수술 실력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연구 저자인 이한홍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도 "우리나라 위암 치료는 세계적인 수준인 데다, 전국의 위암 전문가들이 1년에 2~3차례 모여 수술비디오를 공유하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최상의 수술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진료지침과 수술기법들이 표준화돼 환자들도 동일한 수술결과를 얻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가까운 병원을 택할 때 외과의사의 경험이 중요한 만큼 병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집도의의 경력을 확인하는 게 좋다"며 "국립대병원이나 대학병원급에서 위암 수술 분야를 2~3년 수련 받고 집도했다면 병원규모를 떠나 같은 수술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취재를 마치면서 위암 수술의 경우 대형병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는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이 기사 하나로 서울의 큰 병원만 찾는 '쏠림현상'을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이런 '쏠림현상'때문에 서울 대형병원만 바라보며 위암 수술을 한두 달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큰 병원 좋다고 무턱대고 암 덩어리를 키울 수 없는 노릇이다.

앞서 위암처럼 비슷한 수술결과를 얻는 게 검증됐다면 가까운 중소 대학병원을 선택해 치료를 신속히 받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위암 치료는 수술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항암치료를 받는 등 최소 5년 이상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병원규모만 보고 위암 수술을 위해 연고지를 떠나 서울까지 가는 게 필요한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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