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합격문자에 신체검사도 했는데…구직자 노린 ‘취업 미끼’ 사기극

입력 2018.03.21 (08:34) 수정 2018.03.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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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의 심정, 불안한 미래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죠.

이런 구직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해 돈을 뜯어낸 사기범이 잇따라 적발됐습니다.

피해자들은 취업이 될거라고 굳게 믿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취업 알선비 명목으로 건넸습니다.

면접을 본 뒤, 합격 문자메시지를 받고, 채용 신체검사까지 마쳤습니다.

출근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든 건 거짓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지,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7월, 30대 중반 자녀의 취업 문제 때문에 고민이 크던 A모 씨.

부산 신항만 쪽에서 발이 넓다는 이 모 씨를 만났습니다.

[이재길/부산동부경찰서 수사과장 : "교회에서 교인들한테 "(부산)신항만 쪽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취업은 항상 가능하다."라고 자신이 평소에……."]

항운노조에 자녀가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A씨의 부탁에 이 씨는 대뜸 돈을 요구했습니다.

항만 관계자들에게 취업을 부탁하려면 술값, 밥값이 든다며 2백만 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취업만 된다면 2백만 원이 대수겠냐는 생각에 돈을 건넸지만, 시간만 계속 흘렀습니다.

A씨가 항의하자 그때서야 문자메시지 하나가 왔습니다.

항운 노조 지부장이란 사람의 이름으로 보낸 메시지인데, 출근 날짜가 정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재길/부산동부경찰서 수사과장 : "취업이 약속 날짜에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피해자들에게 '곧 취업이 되니까 준비를 하고 있어라' 그런 문자 메시지를 피해자들한테 일괄로 보내고……."]

일할 곳을 미리 보여주겠다며 항만 입구까지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이재길/부산동부경찰서 수사과장 : "(항만) 입구까지 가서 여러 가지 컨테이너 작업하는 것을 먼 거리에서 보고 “이곳이 당신들이 일할 곳이다.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 그렇게 피해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취업이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하자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A씨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는 5명이 더 있었습니다.

이 씨가 취업 알선비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모두 1천 4백여만 원을 받아 챙긴 겁니다. .

돈을 건넨 피해자 중에 항만에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항운노조 지부장이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도 이 씨가 대포폰으로 보낸 허위였습니다.

이 씨는 항운노조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항운 노조 관계자 : "최근에 항운노조 취업을 미끼로 발생하는 사기 사건들이 많습니다. 금품을 주고 항운노조에 취업한다는 것 자체가 없기 때문에……."]

전북 완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박 모 씨는 지난해 5월, 아이들과 같은 학교 학부모인 40대 여성 심 모 씨로부터 솔깃한 얘기를 듣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아이들 얘기하면서 "신랑 무슨 일 해? 그러면 OO자동차 다니고 있다. 내가 아는 분을 통해서 (남편을) 취직시켜줄 수 있는데 인사비는 좀 든다. 시동생들도 그렇게 입사해서 협력업체 잘 다니고 있다..."]

심 씨는 대기업 직원인 남편에게 부탁해 박 씨의 남편을 대기업 협력업체에 취직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박 씨는 4천만 원을 건넸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심 씨의 남편) 본인이 10년 이상 정규직으로 재직을 하면서 연봉을 8천만 원 정도 받는다고 했거든요. 다른 중소기업 대비를 해봤을 때 괜찮아요. 정년퇴직할 때까지 다닐 수 있고 일도 힘들지 않고."]

이참에 남편 뿐만 아니라 시동생과 친동생의 취업 문제까지 해결하려고 8천만 원을 더 건넸습니다.

시동생과 친동생이 이사올 정도로 취업이 될 거라 굳게 믿었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친동생은) 사업하려고 하던 거 잠시 미루고 이사도 다 왔어요. 집을 사서. 시동생도 마찬가지로 광주에서 집 다 팔고 다시 또 집을 사서 애들 전학시키고 해서 (완주로) 이사를 왔어요."]

[김남용/전북 완주경찰서 수사과장 : "피의자의 남편이 OO자동차의 정직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의심을 할) 때 남편이 등장을 해서 “취업시켜줄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니까 피해자 입장에서는 더 믿게 된 거죠."]

이력서를 넣고, 협력 업체의 소장과 직원이라는 사람들 앞에서 면접도 봤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중식집인데 룸 식으로 분리돼있는 공간이 있어요. 자기네 말이 그래요. 노조 쪽이랑 관련이 되어 있다 보니까 노출된 장소에서 (면접을 진행)할 수 없다. 드러내놓고 할 수 없다.”]

최종 면접에 합격했다며 입사 전 신체검사까지 받게 했고, 근로계약서까지 썼습니다.

[B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하청업체 소장이라는 사람이 나왔었어요. 근로계약서 2부를 가지고 와서 기업 도장 찍고 제 도장 찍고 그렇게 해서 한 부 한 부 나눠 가지고 끝났죠."]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취업이 다 된 줄로만 알고 기다렸는데 8개월이 넘도록 출근을 하라는 얘기가 없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지난해 3월부터 심 씨에게 22명이 이런 식으로 사기 피해를 당했습니다.

한 사람당 적게는 4천 만 원에서 많게는 7천만 원까지, 모두 10억 2천 만 원을 받아 가로챘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심 씨 남편이) 신랑이 야구 동호회 활동을 하더라고요. 재직 중인 사람이 많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시동생이 이쪽으로 이사 와서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까 자기 동호회를 데리고 다녔어요."]

[B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저보다도 부모님이 많이 속상해하셨죠. 왜냐하면 부모님이 잘 되자고 자식 잘 되게 하려고 해본 건데 어떻게든 안 됐잖아요. 그리고 저도 일을 잘 다니던 데를 그만두고 내려왔는데……."]

경찰은 이런 취업 사기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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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합격문자에 신체검사도 했는데…구직자 노린 ‘취업 미끼’ 사기극
    • 입력 2018-03-21 08:36:48
    • 수정2018-03-21 09: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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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의 심정, 불안한 미래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죠.

이런 구직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해 돈을 뜯어낸 사기범이 잇따라 적발됐습니다.

피해자들은 취업이 될거라고 굳게 믿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취업 알선비 명목으로 건넸습니다.

면접을 본 뒤, 합격 문자메시지를 받고, 채용 신체검사까지 마쳤습니다.

출근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든 건 거짓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지,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7월, 30대 중반 자녀의 취업 문제 때문에 고민이 크던 A모 씨.

부산 신항만 쪽에서 발이 넓다는 이 모 씨를 만났습니다.

[이재길/부산동부경찰서 수사과장 : "교회에서 교인들한테 "(부산)신항만 쪽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취업은 항상 가능하다."라고 자신이 평소에……."]

항운노조에 자녀가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A씨의 부탁에 이 씨는 대뜸 돈을 요구했습니다.

항만 관계자들에게 취업을 부탁하려면 술값, 밥값이 든다며 2백만 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취업만 된다면 2백만 원이 대수겠냐는 생각에 돈을 건넸지만, 시간만 계속 흘렀습니다.

A씨가 항의하자 그때서야 문자메시지 하나가 왔습니다.

항운 노조 지부장이란 사람의 이름으로 보낸 메시지인데, 출근 날짜가 정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재길/부산동부경찰서 수사과장 : "취업이 약속 날짜에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피해자들에게 '곧 취업이 되니까 준비를 하고 있어라' 그런 문자 메시지를 피해자들한테 일괄로 보내고……."]

일할 곳을 미리 보여주겠다며 항만 입구까지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이재길/부산동부경찰서 수사과장 : "(항만) 입구까지 가서 여러 가지 컨테이너 작업하는 것을 먼 거리에서 보고 “이곳이 당신들이 일할 곳이다.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 그렇게 피해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취업이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하자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A씨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는 5명이 더 있었습니다.

이 씨가 취업 알선비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모두 1천 4백여만 원을 받아 챙긴 겁니다. .

돈을 건넨 피해자 중에 항만에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항운노조 지부장이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도 이 씨가 대포폰으로 보낸 허위였습니다.

이 씨는 항운노조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항운 노조 관계자 : "최근에 항운노조 취업을 미끼로 발생하는 사기 사건들이 많습니다. 금품을 주고 항운노조에 취업한다는 것 자체가 없기 때문에……."]

전북 완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박 모 씨는 지난해 5월, 아이들과 같은 학교 학부모인 40대 여성 심 모 씨로부터 솔깃한 얘기를 듣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아이들 얘기하면서 "신랑 무슨 일 해? 그러면 OO자동차 다니고 있다. 내가 아는 분을 통해서 (남편을) 취직시켜줄 수 있는데 인사비는 좀 든다. 시동생들도 그렇게 입사해서 협력업체 잘 다니고 있다..."]

심 씨는 대기업 직원인 남편에게 부탁해 박 씨의 남편을 대기업 협력업체에 취직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박 씨는 4천만 원을 건넸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심 씨의 남편) 본인이 10년 이상 정규직으로 재직을 하면서 연봉을 8천만 원 정도 받는다고 했거든요. 다른 중소기업 대비를 해봤을 때 괜찮아요. 정년퇴직할 때까지 다닐 수 있고 일도 힘들지 않고."]

이참에 남편 뿐만 아니라 시동생과 친동생의 취업 문제까지 해결하려고 8천만 원을 더 건넸습니다.

시동생과 친동생이 이사올 정도로 취업이 될 거라 굳게 믿었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친동생은) 사업하려고 하던 거 잠시 미루고 이사도 다 왔어요. 집을 사서. 시동생도 마찬가지로 광주에서 집 다 팔고 다시 또 집을 사서 애들 전학시키고 해서 (완주로) 이사를 왔어요."]

[김남용/전북 완주경찰서 수사과장 : "피의자의 남편이 OO자동차의 정직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의심을 할) 때 남편이 등장을 해서 “취업시켜줄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니까 피해자 입장에서는 더 믿게 된 거죠."]

이력서를 넣고, 협력 업체의 소장과 직원이라는 사람들 앞에서 면접도 봤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중식집인데 룸 식으로 분리돼있는 공간이 있어요. 자기네 말이 그래요. 노조 쪽이랑 관련이 되어 있다 보니까 노출된 장소에서 (면접을 진행)할 수 없다. 드러내놓고 할 수 없다.”]

최종 면접에 합격했다며 입사 전 신체검사까지 받게 했고, 근로계약서까지 썼습니다.

[B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하청업체 소장이라는 사람이 나왔었어요. 근로계약서 2부를 가지고 와서 기업 도장 찍고 제 도장 찍고 그렇게 해서 한 부 한 부 나눠 가지고 끝났죠."]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취업이 다 된 줄로만 알고 기다렸는데 8개월이 넘도록 출근을 하라는 얘기가 없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지난해 3월부터 심 씨에게 22명이 이런 식으로 사기 피해를 당했습니다.

한 사람당 적게는 4천 만 원에서 많게는 7천만 원까지, 모두 10억 2천 만 원을 받아 가로챘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심 씨 남편이) 신랑이 야구 동호회 활동을 하더라고요. 재직 중인 사람이 많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시동생이 이쪽으로 이사 와서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까 자기 동호회를 데리고 다녔어요."]

[B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저보다도 부모님이 많이 속상해하셨죠. 왜냐하면 부모님이 잘 되자고 자식 잘 되게 하려고 해본 건데 어떻게든 안 됐잖아요. 그리고 저도 일을 잘 다니던 데를 그만두고 내려왔는데……."]

경찰은 이런 취업 사기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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