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기자 꿀! 정보] 시간이 멈춘 곳, 추억을 거닐다…인천 ‘연탄길’

입력 2018.03.21 (08:40) 수정 2018.03.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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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똑! 기자 꿀! 정보, 수요일마다 걷기 좋은 골목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요즘 꽃샘추위 때문에 쌀쌀하긴 해도 어디든 걷고 싶죠.

오늘은 인천 연탄길 골목으로 가 봅니다.

이름만 들어도 옛날 풍경이 절로 그려지는데요.

옛 골목과 달동네를 추억할 수 있는 곳이라 해서 연탄길이라고 이름 붙여졌죠.

갈래갈래 골목마다 다른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는데,

정지주 기자,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기자]

요즘 연탄 보기 정말 힘들죠.

그런데 이 골목 곳곳,연탄 때우는 집이 있대요.

연탄 같은 옛 풍경이 많이 남아서 연탄길로 불리게 됐다는데요.

모두 7개의 골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허름한 골목에 아름다운 벽화가 펼쳐지는 문화마을이 있고, 반백 년 역사 지닌 헌책방 거리도 있습니다.

과거엔 개항을 통해 수많은 근대 문물과 사람들이 오갔던 곳입니다.

하지만, 1970년대 산업화를 겪으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는데요.

최근 추억의 골목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서민의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는 연탄길로 바로 떠나보시죠.

[리포트]

하늘에서도 봄이 느껴집니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죠.

인천입니다.

여긴 걷고 싶은 인천 둘레길 11코스인 연탄길입니다.

색색의 벽들이 인상적이죠.

과거 인천 개항장에서 서울로 통하는 통로였습니다.

인천 연안에서 일본인들에게 밀려난 조선인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는데요.

[김종운/인천 둘레길 안내자 : "1883년에 개항했는데 그 이후에 조선인들이 이 철도 북쪽으로 경인 철도 북쪽으로 이주하면서 조선인들이 밀집해서 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골목들이 형성됐습니다. 그 당시에 형성된 골목이 인천의 ‘연탄길’이라고 얘기하면 되겠습니다."]

이후, 산업화를 겪으면서 쇠락의 길로 걷던 연탄길.

다시 옛 추억 간직하며 활기 되찾고 있습니다.

연탄길은 지하철 1호선 도원역에서 시작됩니다.

모두 7개의 골목입니다. 그중 3개 골목 걸어볼 텐데요.

먼저 연탄길의 첫 번째 골목, 우각로 문화마을입니다.

골목 들어서자 낡은 담벼락에 큰 항아리가 눈에 띕니다.

깨진 도자기 그릇 붙여 만든 작품입니다.

좁은 골목 따라, 벽마다 그림 다양합니다.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빈집이 늘어났습니다.

폐허로 변할 뻔한 이곳에, 2012년부터 주민과 예술인이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살아났습니다.

벽화들을 둘러보며 추억을 느끼는 길이 됐습니다.

[정만석/경기도 부천시 : "옛날 살던 그대로 같아서 너무 좋고 연탄 같은 것도 다 그대로 있어서 너무 좋아요."]

[오승원/서울시 강남구 : "어릴 적 추억도 생각나고 연탄 때던 시절 추억도 나고 기와집 지붕도 있고 그래서 올 때마다 마음이 굉장히 편해지는 것 같아요."]

벽화 골목 나오면, 배다리 헌책방거리 펼쳐집니다.

이 집은 드라마에 등장하기도 했죠.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자리에 노점상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그렇게 40곳 넘는 헌책방이 생겼는데요.

이젠 5집 남았습니다.

그중, 한 고서점 들어가 봅니다.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책들이 반기는데요.

무려 5만 권이 넘습니다.

이 골목에 문을 연 지 45년째,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터줏대감이죠.

여기선 손만 뻗으면 추억이 녹아든 책, 건질 수 있습니다.

[곽현숙/서점 운영 : "이 책이 1956년 거니까 60년이 넘은 책이에요. 이건 독한대역이네요. 50년대에도 이렇게 독일어, 한글 대역으로 볼 수 있는 책이 있었다는 게 놀랍네요."]

오래된 종이 냄새에 묻혀 느긋하게 책을 즐기다 보면 과거에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이게 바로 헌책방의 묘한 매력이죠.

[홍오표/경기도 부천시 : "헌책방에 오면 마음이 되게 좋아요.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보는 것보다 여기가 굉장히 고향에 온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거죠."]

이번에는 좁은 골목 따라 올라가 봅니다.

언덕길 따라 정상에 오르니 연탄길 분위기와 사뭇 다른데요.

정비된 도로에 아파트 단지 빼곡하죠.

과거 달동네가 있던 자립니다. 달동네 흔적은 사라졌죠.

대신 달동네 박물관이 있습니다.

6, 70년대 달동네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습니다.

달동네에 있었던 솜틀집부터 연탄가게와 구멍가게까지.

가게마다 주인장도 다 있습니다.

어려웠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롭니다.

[김경란/문화 관광 해설사 : "2005년도에 주거환경 개선 작업을 하면서 동구청 직원들과 주민들이 버려지는 물건을 가지고 만든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달동네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멍가게 안, 커다란 소주병 인상적이죠? 저 군것질거리도 참 많이 먹었던 것 같은데요.

달동네 하나를 통째로 들여놓았습니다.

사글세 단칸방 실감 나게 복원했고요.

소품 하나하나도 옛날 그대롭니다.

모두 주민들이 기증한 것인데요.

안방 텔레비전에선 박치기왕 김일 선수의 레슬링 경기가 한창인데요.

온 가족 옹기종기 모여 응원하던 추억 되살렸습니다.

바로 옆 사진관에선 체험도 가능합니다.

6, 70년대 교복 직접 입어볼 수 있는데요.

생소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이겠죠.

[강선호/경기도 용인시 : "교복도 되게 옛날 느낌이 나서 요즘 교복보다 예쁜 것 같아요. 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학교를 다녔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추억의 연탄길 끝엔 60년 전통 자랑하는 순대 골목 있습니다.

달동네 박물관 지나,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으로 향하는 길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골목 들어서자, 순대 가게들 빼곡하죠.

1960년대 항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즐겨 찾던 곳입니다.

가격 부담 없이 순대국밥을 드셨다죠.

지금도 단골손님들 끊이질 않는데요.

순대국밥 한 그릇에 서민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겼죠.

순대와 고기 가득한 뽀얀 국물 위에 대파와 들깨가루, 양념장 올려 국밥 한 그릇 내옵니다.

얼큰하고 뜨끈뜨끈한 국밥 한 숟가락에 오동통 순대 올려 지면, 온몸의 피곤도 스르르 풀릴 듯한데요.

여기에 추억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정겨운 한 낍니다.

[조양근/인천시 남구 :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자주 놀러왔거든요. 그때 맛이랑 지금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김근수/인천시 남구 : "이렇게 순댓국 한 그릇씩 먹으니까 너무 추억이 또 다시 되살아나고 그럽니다. 아주 맛으로는 최고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 잠시 쉬었다 가 봅니다.

인천 연탄길 골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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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 기자 꿀! 정보] 시간이 멈춘 곳, 추억을 거닐다…인천 ‘연탄길’
    • 입력 2018-03-21 08:42:12
    • 수정2018-03-21 09: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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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똑! 기자 꿀! 정보, 수요일마다 걷기 좋은 골목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요즘 꽃샘추위 때문에 쌀쌀하긴 해도 어디든 걷고 싶죠.

오늘은 인천 연탄길 골목으로 가 봅니다.

이름만 들어도 옛날 풍경이 절로 그려지는데요.

옛 골목과 달동네를 추억할 수 있는 곳이라 해서 연탄길이라고 이름 붙여졌죠.

갈래갈래 골목마다 다른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는데,

정지주 기자,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기자]

요즘 연탄 보기 정말 힘들죠.

그런데 이 골목 곳곳,연탄 때우는 집이 있대요.

연탄 같은 옛 풍경이 많이 남아서 연탄길로 불리게 됐다는데요.

모두 7개의 골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허름한 골목에 아름다운 벽화가 펼쳐지는 문화마을이 있고, 반백 년 역사 지닌 헌책방 거리도 있습니다.

과거엔 개항을 통해 수많은 근대 문물과 사람들이 오갔던 곳입니다.

하지만, 1970년대 산업화를 겪으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는데요.

최근 추억의 골목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서민의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는 연탄길로 바로 떠나보시죠.

[리포트]

하늘에서도 봄이 느껴집니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죠.

인천입니다.

여긴 걷고 싶은 인천 둘레길 11코스인 연탄길입니다.

색색의 벽들이 인상적이죠.

과거 인천 개항장에서 서울로 통하는 통로였습니다.

인천 연안에서 일본인들에게 밀려난 조선인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는데요.

[김종운/인천 둘레길 안내자 : "1883년에 개항했는데 그 이후에 조선인들이 이 철도 북쪽으로 경인 철도 북쪽으로 이주하면서 조선인들이 밀집해서 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골목들이 형성됐습니다. 그 당시에 형성된 골목이 인천의 ‘연탄길’이라고 얘기하면 되겠습니다."]

이후, 산업화를 겪으면서 쇠락의 길로 걷던 연탄길.

다시 옛 추억 간직하며 활기 되찾고 있습니다.

연탄길은 지하철 1호선 도원역에서 시작됩니다.

모두 7개의 골목입니다. 그중 3개 골목 걸어볼 텐데요.

먼저 연탄길의 첫 번째 골목, 우각로 문화마을입니다.

골목 들어서자 낡은 담벼락에 큰 항아리가 눈에 띕니다.

깨진 도자기 그릇 붙여 만든 작품입니다.

좁은 골목 따라, 벽마다 그림 다양합니다.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빈집이 늘어났습니다.

폐허로 변할 뻔한 이곳에, 2012년부터 주민과 예술인이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살아났습니다.

벽화들을 둘러보며 추억을 느끼는 길이 됐습니다.

[정만석/경기도 부천시 : "옛날 살던 그대로 같아서 너무 좋고 연탄 같은 것도 다 그대로 있어서 너무 좋아요."]

[오승원/서울시 강남구 : "어릴 적 추억도 생각나고 연탄 때던 시절 추억도 나고 기와집 지붕도 있고 그래서 올 때마다 마음이 굉장히 편해지는 것 같아요."]

벽화 골목 나오면, 배다리 헌책방거리 펼쳐집니다.

이 집은 드라마에 등장하기도 했죠.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자리에 노점상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그렇게 40곳 넘는 헌책방이 생겼는데요.

이젠 5집 남았습니다.

그중, 한 고서점 들어가 봅니다.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책들이 반기는데요.

무려 5만 권이 넘습니다.

이 골목에 문을 연 지 45년째,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터줏대감이죠.

여기선 손만 뻗으면 추억이 녹아든 책, 건질 수 있습니다.

[곽현숙/서점 운영 : "이 책이 1956년 거니까 60년이 넘은 책이에요. 이건 독한대역이네요. 50년대에도 이렇게 독일어, 한글 대역으로 볼 수 있는 책이 있었다는 게 놀랍네요."]

오래된 종이 냄새에 묻혀 느긋하게 책을 즐기다 보면 과거에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이게 바로 헌책방의 묘한 매력이죠.

[홍오표/경기도 부천시 : "헌책방에 오면 마음이 되게 좋아요.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보는 것보다 여기가 굉장히 고향에 온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거죠."]

이번에는 좁은 골목 따라 올라가 봅니다.

언덕길 따라 정상에 오르니 연탄길 분위기와 사뭇 다른데요.

정비된 도로에 아파트 단지 빼곡하죠.

과거 달동네가 있던 자립니다. 달동네 흔적은 사라졌죠.

대신 달동네 박물관이 있습니다.

6, 70년대 달동네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습니다.

달동네에 있었던 솜틀집부터 연탄가게와 구멍가게까지.

가게마다 주인장도 다 있습니다.

어려웠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롭니다.

[김경란/문화 관광 해설사 : "2005년도에 주거환경 개선 작업을 하면서 동구청 직원들과 주민들이 버려지는 물건을 가지고 만든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달동네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멍가게 안, 커다란 소주병 인상적이죠? 저 군것질거리도 참 많이 먹었던 것 같은데요.

달동네 하나를 통째로 들여놓았습니다.

사글세 단칸방 실감 나게 복원했고요.

소품 하나하나도 옛날 그대롭니다.

모두 주민들이 기증한 것인데요.

안방 텔레비전에선 박치기왕 김일 선수의 레슬링 경기가 한창인데요.

온 가족 옹기종기 모여 응원하던 추억 되살렸습니다.

바로 옆 사진관에선 체험도 가능합니다.

6, 70년대 교복 직접 입어볼 수 있는데요.

생소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이겠죠.

[강선호/경기도 용인시 : "교복도 되게 옛날 느낌이 나서 요즘 교복보다 예쁜 것 같아요. 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학교를 다녔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추억의 연탄길 끝엔 60년 전통 자랑하는 순대 골목 있습니다.

달동네 박물관 지나,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으로 향하는 길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골목 들어서자, 순대 가게들 빼곡하죠.

1960년대 항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즐겨 찾던 곳입니다.

가격 부담 없이 순대국밥을 드셨다죠.

지금도 단골손님들 끊이질 않는데요.

순대국밥 한 그릇에 서민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겼죠.

순대와 고기 가득한 뽀얀 국물 위에 대파와 들깨가루, 양념장 올려 국밥 한 그릇 내옵니다.

얼큰하고 뜨끈뜨끈한 국밥 한 숟가락에 오동통 순대 올려 지면, 온몸의 피곤도 스르르 풀릴 듯한데요.

여기에 추억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정겨운 한 낍니다.

[조양근/인천시 남구 :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자주 놀러왔거든요. 그때 맛이랑 지금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김근수/인천시 남구 : "이렇게 순댓국 한 그릇씩 먹으니까 너무 추억이 또 다시 되살아나고 그럽니다. 아주 맛으로는 최고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 잠시 쉬었다 가 봅니다.

인천 연탄길 골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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