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임대료 더 내려라” vs “안된다” 인천공항 면세점 줄어들까?

입력 2018.03.21 (15:16) 수정 2018.03.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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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 쇼핑이다. 특히 항공권을 들고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만나는 면세점은 쇼핑의 유혹을 참기 어렵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항 면세점은 관련 기업이라면 눈독 들이는 사업장 중 하나이다. 그런데 지금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 면세점의 상황은 예전과 다르다. 입점 면세점마다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이용객은 물론 매출도 떨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금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월 새로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에 있다.


■제2 여객터미널 개장…이용객 감소에 면세점 ‘울상’
지난 1월 18일 인천국제공항 제2 터미널이 개장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기존 1개 터미널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 네덜란드 항공이 터미널을 옮겼다. 이 4개 항공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기존 제1 터미널이 아닌 제2 터미널로 가야 한다.

기존 제1 터미널 입점 면세점은 이런 변화가 반갑지 않다. 그만큼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제2 터미널 개장으로 1 터미널 이용객이 얼마나 감소할 것인지 용역을 맡겼는데 평균 27.9% 정도가 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2017년 여객 수를 기준으로 한 결과다. 4개 항공사가 어느 구역에 있었는지에 따라 구역별 감소율이 다르다. 동편이 30.1%, 서편 43.6%, 중앙 37.0%, 탑승동 16.1% 등이다. 예상은 현실이 되어가는 분위기이다. 지난 1월 18일부터 3월 초까지, 전년 대비 면세점별로 10% 안팎, 평균 17% 정도 고객이 줄었다.


■ 예고된 상황임에도, 공항-면세점 ‘동상이몽’
제2 터미널 개장은 예고된 일이다. 터미널이 하나 더 생기면 이용객은 자연스럽게 줄 것이란 것도 또한 예상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인천공항 제1 터미널에 면세점이 입점 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14년 12월, 관련 내용이 계약서에 특약 사항으로 명시되었다. 2 터미널 개장으로 매출에 영향이 있으면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2 터미널에 이전한 항공사 고객이 얼마인지, 이것이 실제 매출이 영향을 미친 게 어느 정도인지 보고, 유의미한 영향이 있다면 임대료를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이 대전제엔 공항과 면세점 모두 동의한다. 문제는 '어떻게 인하하느냐?' 그 방법이다.

인천공항공사는 '先 납부, 後 정산' 방식을 제시했다. 구역별 평균 27.9%를 우선 인하하고, 6개월마다 실제 이용객 수를 반영해 감소·증가분만큼 다시 정산하는 방식이다. 면세점은 구역별 수치를 그대로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한다. 특히 이용객 감소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구역의 면세점은 더욱 그렇다. 한 중소면세점은 공항 측이 구역별 감소치를 분석해놓고도, 평균값을 적용하는 바람에 임대료를 제대로 할인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재정산이 이뤄지는 최대 6개월 동안 수십억 원의 자금이 임대료로 묶여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임대료 산정 방식을 놓고도 갈등이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구역별 감소치 용역에 '이용객 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면세점은 '이용객' 이 아닌 '이용객의 구매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이용객과 저가항공 이용객의 구매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실제로 한 중소면세점의 경우 2 터미널 개장 이후 이용객은 20% 정도 줄었지만, 매출은 40% 가까이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입장은 뭘까?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객관성'을 갖춘 임대료 조정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역별 감소율'은 어디까지나 2017년 여객을 기준으로 한 2018년의 추정치이다. 실제로 올해 얼마나 이용객이 줄어들지는 닥쳐봐야 알 일이다. 이 때문에 평균값인 27.9%를 우선 인하해주고, 실제 여객 증감에 따른 임대료를 다시 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이용객의 구매력과 매출의 영향도 객관적으로 산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임대료 감액 조정은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 등 근거가 필요한 만큼 '구매력'이라는 불분명한 가치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면세점이 주장하는 대로 실제 매출 하락이 크지 않다고도 반박한다. 매출 하락이 있더라도 이것을 반드시 제2 터미널과 연관을 짓는 것 또한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매출이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면세점의 영업력 등 다른 요소도 있다는 것이다.

갈등은 쉽게 봉합될 것 같지 않다. 양측의 견해 차이가 너무나 극명하기 때문이다. 협의 과정에서 롯데면세점은 제1 여객터미널에 대한 부분 철수를 결정했다. 계약은 해지됐다. 120일 의무영업을 거쳐 7월 7일 이후에 해당 사업장은 폐점될 예정이다. 신라와 신세계 면세점도 사업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익·SM·시티·엔타스 등 4개 중소면세점은 '우선 인하'수준을 37% 정도로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처럼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양측 모두 계속 협상하고 논의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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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1 15:16:02
    • 수정2018-03-21 15:43:58
    취재후·사건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 쇼핑이다. 특히 항공권을 들고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만나는 면세점은 쇼핑의 유혹을 참기 어렵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항 면세점은 관련 기업이라면 눈독 들이는 사업장 중 하나이다. 그런데 지금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 면세점의 상황은 예전과 다르다. 입점 면세점마다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이용객은 물론 매출도 떨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금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월 새로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에 있다.


■제2 여객터미널 개장…이용객 감소에 면세점 ‘울상’
지난 1월 18일 인천국제공항 제2 터미널이 개장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기존 1개 터미널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 네덜란드 항공이 터미널을 옮겼다. 이 4개 항공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기존 제1 터미널이 아닌 제2 터미널로 가야 한다.

기존 제1 터미널 입점 면세점은 이런 변화가 반갑지 않다. 그만큼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제2 터미널 개장으로 1 터미널 이용객이 얼마나 감소할 것인지 용역을 맡겼는데 평균 27.9% 정도가 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2017년 여객 수를 기준으로 한 결과다. 4개 항공사가 어느 구역에 있었는지에 따라 구역별 감소율이 다르다. 동편이 30.1%, 서편 43.6%, 중앙 37.0%, 탑승동 16.1% 등이다. 예상은 현실이 되어가는 분위기이다. 지난 1월 18일부터 3월 초까지, 전년 대비 면세점별로 10% 안팎, 평균 17% 정도 고객이 줄었다.


■ 예고된 상황임에도, 공항-면세점 ‘동상이몽’
제2 터미널 개장은 예고된 일이다. 터미널이 하나 더 생기면 이용객은 자연스럽게 줄 것이란 것도 또한 예상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인천공항 제1 터미널에 면세점이 입점 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14년 12월, 관련 내용이 계약서에 특약 사항으로 명시되었다. 2 터미널 개장으로 매출에 영향이 있으면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2 터미널에 이전한 항공사 고객이 얼마인지, 이것이 실제 매출이 영향을 미친 게 어느 정도인지 보고, 유의미한 영향이 있다면 임대료를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이 대전제엔 공항과 면세점 모두 동의한다. 문제는 '어떻게 인하하느냐?' 그 방법이다.

인천공항공사는 '先 납부, 後 정산' 방식을 제시했다. 구역별 평균 27.9%를 우선 인하하고, 6개월마다 실제 이용객 수를 반영해 감소·증가분만큼 다시 정산하는 방식이다. 면세점은 구역별 수치를 그대로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한다. 특히 이용객 감소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구역의 면세점은 더욱 그렇다. 한 중소면세점은 공항 측이 구역별 감소치를 분석해놓고도, 평균값을 적용하는 바람에 임대료를 제대로 할인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재정산이 이뤄지는 최대 6개월 동안 수십억 원의 자금이 임대료로 묶여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임대료 산정 방식을 놓고도 갈등이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구역별 감소치 용역에 '이용객 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면세점은 '이용객' 이 아닌 '이용객의 구매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이용객과 저가항공 이용객의 구매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실제로 한 중소면세점의 경우 2 터미널 개장 이후 이용객은 20% 정도 줄었지만, 매출은 40% 가까이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입장은 뭘까?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객관성'을 갖춘 임대료 조정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역별 감소율'은 어디까지나 2017년 여객을 기준으로 한 2018년의 추정치이다. 실제로 올해 얼마나 이용객이 줄어들지는 닥쳐봐야 알 일이다. 이 때문에 평균값인 27.9%를 우선 인하해주고, 실제 여객 증감에 따른 임대료를 다시 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이용객의 구매력과 매출의 영향도 객관적으로 산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임대료 감액 조정은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 등 근거가 필요한 만큼 '구매력'이라는 불분명한 가치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면세점이 주장하는 대로 실제 매출 하락이 크지 않다고도 반박한다. 매출 하락이 있더라도 이것을 반드시 제2 터미널과 연관을 짓는 것 또한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매출이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면세점의 영업력 등 다른 요소도 있다는 것이다.

갈등은 쉽게 봉합될 것 같지 않다. 양측의 견해 차이가 너무나 극명하기 때문이다. 협의 과정에서 롯데면세점은 제1 여객터미널에 대한 부분 철수를 결정했다. 계약은 해지됐다. 120일 의무영업을 거쳐 7월 7일 이후에 해당 사업장은 폐점될 예정이다. 신라와 신세계 면세점도 사업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익·SM·시티·엔타스 등 4개 중소면세점은 '우선 인하'수준을 37% 정도로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처럼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양측 모두 계속 협상하고 논의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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