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안 ‘빅토르 안의 배려’…임효준 “고마워요, 형!”

입력 2018.03.22 (10:38) 수정 2018.03.22 (15: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뒤늦게 안 ‘빅토르 안의 배려’…임효준 “고마워요, 형!”

뒤늦게 안 ‘빅토르 안의 배려’…임효준 “고마워요, 형!”

몬트리올 세계선수권 남자 500m.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중국의 런지웨이가 CCTV와의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한국 남자 대표팀이 계주에서 넘어졌을 때이고, 팀 모두가 기뻐했다"는 발언을 하면서 모두의 관심은 결승에서 만난 황대헌과 런지웨이의 대결에 쏠렸다. 황대헌이 런지웨이를 꺾고 금메달을 따낸 뒤 라커룸에 들어가 임효준에게 "형! 내가 형 대신해서 그냥 이겨버리고 왔어! 우리 형한테 감히 뭐라고 해? 으아아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 세계선수권 남자 500m에서 숨겨진 또 하나의 드라마가 있었다. 500m 예선 5조. 임효준은 평소 자신이 우상이라고 말한 러시아의 빅토르 안(안현수)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출발총성과 함께 치고 나간 임효준은 네 바퀴째에서 코너를 돌다 스텝이 꼬이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임효준의 바로 뒤에 있던 빅토르 안이 손을 뻗어 넘어지려던 임효준의 중심을 잡아줬다. 이후 빅토르 안이 치고 나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빅토르 안 덕분에 무사히 완주한 임효준도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다른 선수가 균형을 잃고 넘어질 위기에 처하면 도와주기보다는 충돌하지 않도록 피해 가는 게 보통이다. 설사 같은 팀 동료가 그런 위기에 처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빅토르 안이 임효준을 잡아주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빅토르 안의 페어플레이에 감동했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아마도 넘어지려던 선수가 한국 선수가 아니었다면, 빅토르 안도 손을 뻗어 도와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임효준은 당시에는 빅토르 안이 도와준 것을 모르다가 나중에서야 영상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임효준은 KBS와의 통화에서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죠. 500m 결승선을 통과하고 현수 형이 (넘어지는 줄 알고) '깜짝 놀랐어'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저도 '그러게요 형 넘어질 뻔 했어요'라고 대답하긴 했는데 이런 상황이 있었네요." 임효준은 "형이 제 스케이팅이 좋다며 이번에 세계선수권 우승해서 (힘겨운) 선발전 안 뛰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덕담을 했다고 덧붙였다.

평소 빅토르 안을 우상이라고 계속해서 말해왔던 임효준인데, 빅토르 안과 경기를 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컵에서도 기회가 없었고 평창올림픽에서도 빅토르 안의 출전이 좌절되면서 맞대결이 불발됐다. 임효준은 "그냥 형이랑 경기를 뛰어본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좋은 말도 해줘서 영광이었다. 비록 형이 이번에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역시 현수 형이었다."라고 말했다. 성적이 나든 안 나든 빅토르 안만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있어서 외국 선수들은 물론 한국 선수들도 모두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번 몬트리올 세계선수권에서 빅토르 안은 500m와 1,000m, 1,500m에 모두 출전했지만 아쉽게도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다. IOC가 선정한 '클린 선수'명단에서 제외돼 평창올림픽 출전불가 통보를 받으면서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는 데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빅토르 안은 일단 휴식을 취한 뒤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계획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뒤늦게 안 ‘빅토르 안의 배려’…임효준 “고마워요, 형!”
    • 입력 2018-03-22 10:38:14
    • 수정2018-03-22 15:04:43
    취재K
몬트리올 세계선수권 남자 500m.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중국의 런지웨이가 CCTV와의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한국 남자 대표팀이 계주에서 넘어졌을 때이고, 팀 모두가 기뻐했다"는 발언을 하면서 모두의 관심은 결승에서 만난 황대헌과 런지웨이의 대결에 쏠렸다. 황대헌이 런지웨이를 꺾고 금메달을 따낸 뒤 라커룸에 들어가 임효준에게 "형! 내가 형 대신해서 그냥 이겨버리고 왔어! 우리 형한테 감히 뭐라고 해? 으아아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 세계선수권 남자 500m에서 숨겨진 또 하나의 드라마가 있었다. 500m 예선 5조. 임효준은 평소 자신이 우상이라고 말한 러시아의 빅토르 안(안현수)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출발총성과 함께 치고 나간 임효준은 네 바퀴째에서 코너를 돌다 스텝이 꼬이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임효준의 바로 뒤에 있던 빅토르 안이 손을 뻗어 넘어지려던 임효준의 중심을 잡아줬다. 이후 빅토르 안이 치고 나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빅토르 안 덕분에 무사히 완주한 임효준도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다른 선수가 균형을 잃고 넘어질 위기에 처하면 도와주기보다는 충돌하지 않도록 피해 가는 게 보통이다. 설사 같은 팀 동료가 그런 위기에 처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빅토르 안이 임효준을 잡아주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빅토르 안의 페어플레이에 감동했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아마도 넘어지려던 선수가 한국 선수가 아니었다면, 빅토르 안도 손을 뻗어 도와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임효준은 당시에는 빅토르 안이 도와준 것을 모르다가 나중에서야 영상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임효준은 KBS와의 통화에서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죠. 500m 결승선을 통과하고 현수 형이 (넘어지는 줄 알고) '깜짝 놀랐어'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저도 '그러게요 형 넘어질 뻔 했어요'라고 대답하긴 했는데 이런 상황이 있었네요." 임효준은 "형이 제 스케이팅이 좋다며 이번에 세계선수권 우승해서 (힘겨운) 선발전 안 뛰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덕담을 했다고 덧붙였다.

평소 빅토르 안을 우상이라고 계속해서 말해왔던 임효준인데, 빅토르 안과 경기를 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컵에서도 기회가 없었고 평창올림픽에서도 빅토르 안의 출전이 좌절되면서 맞대결이 불발됐다. 임효준은 "그냥 형이랑 경기를 뛰어본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좋은 말도 해줘서 영광이었다. 비록 형이 이번에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역시 현수 형이었다."라고 말했다. 성적이 나든 안 나든 빅토르 안만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있어서 외국 선수들은 물론 한국 선수들도 모두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번 몬트리올 세계선수권에서 빅토르 안은 500m와 1,000m, 1,500m에 모두 출전했지만 아쉽게도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다. IOC가 선정한 '클린 선수'명단에서 제외돼 평창올림픽 출전불가 통보를 받으면서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는 데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빅토르 안은 일단 휴식을 취한 뒤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