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사장님과 토지공개념…핵심은 ‘공정 경쟁’의 룰!

입력 2018.03.22 (11:00) 수정 2018.03.2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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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 사장님과 토지공개념…핵심은 ‘공정 경쟁’의 룰!

미역국 사장님과 토지공개념…핵심은 ‘공정 경쟁’의 룰!

“빌딩 하나 갖고 월세나 받고 살아야지!”
월급쟁이들의 꿈입니다. 연예기획사 대표도, 고희를 넘긴 여배우도,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도 죄다 결국은 ‘빌딩 주인’이 됩니다. ‘건물주님’은 우리 꿈의 종점 같습니다. 왜 우리는 건물주가 되려 할까? 다 아시죠? 건물이나 땅을 소유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여의도 KBS 앞에 새로 생긴 ‘미역국 전문점’은 장사가 정말 잘 됩니다. 하지만 수익의 상당 부분은 월세 받는 건물주에게 돌아갈 겁니다. 문제는 수익의 얼마만큼이 토지자본 투자자에게 돌아가느냐입니다. 시장경제는 지난 수백 년 동안 이 토지자본 투자자의 ‘참 쉬운 이윤’에 주목해왔습니다. 바로 지대(Rent)의 문제입니다.

땅을 소유하면서 얻는 이윤을 흔히 ‘지대’라고 합니다. 이 지구에서 땅은 공기(하늘)와 물과 함께 유일하게 재생산이 안 되는 재화입니다. 운동화나 피아노나 카라멜 푸라프치노는 모두 재생산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땅과 물 공기, 3가지 재화는 재생산이 안 됩니다. 흔히 한정된 재화라고 하죠. 그런데 유일하게 '땅'만 소유가 인정됩니다. 주인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 갖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늘 가치가 올라갑니다.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땅을 가진 시민들은 노력하지도 않고 절약하지도 않으며 위험을 감수하지도 않는데 잠을 자고 일어나면 더 부유해진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

땅만 주인이 있다!
한정된 재화 ‘땅’을 소유하면 사실 모든 것이 유리해집니다. 유구한 전쟁의 역사도 따져보면 다 ‘땅따먹기’입니다. 그러니 다들 자신의 업종에서 성공하면 다음은 ‘건물주’가 되려고 합니다. 직업의 소명의식이 약하고 지대추구가 쉬운 사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최순실씨의 ‘미승빌딩’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포빌딩’도 사실은 그 흔한 지대추구의 산실입니다. 그만큼 땅을 가진 사람이 유리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동서고금 모든 정부는 이 땅의 권리를 제한하려고 합니다. 시험에 잘 나오는 조광조의 균전제, 토지를 국유화해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나눠주려 했습니다. 땅에 대한 참으로 엄격한 규제입니다. 그는 개인의 지나친 토지소유(한전제)도 막으려 했습니다. 심지어 유대인들은 7년째 안식년을 7번 보낸 49년(희년)이 되면 농사짓는 땅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런 땅의 소유에 대한 인식은 현대사회가 되면서 정부의 과세제도로 진화합니다. 특히 정부는 땅에 자주 과세를 하고 마구 과세를 합니다.

해마다 내는 재산세는 사실 돈 번 것도 없이, 단지 소유만 했는데 내야 하는 세금입니다. ‘이익이 있는데 과세가 있다’는 조세제도와도 어긋납니다. 이처럼 땅에 대한 온갖 규제를 관통하는 한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토지는 공공(公共)의 것이다-바로 토지공개념입니다.

정작 우리 근현대사에 ‘토지공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시기는 노태우 대통령 재임 때입니다. 88올림픽이 끝날 무렵, 서울의 아파트값은 41%나 폭등합니다. 정부는 민주화의 열망이 집에 대한 박탈감과 결합되는 게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
#토지초과이득세

라는 이른바 ‘토지공개념 3종 세트’를 도입합니다. 세상에나! 개인의 땅 소유를 200평으로 묶으려 했습니다. 심지어 아직 팔지도 않은 땅에 이익을 환수했습니다. 지금도 부동산을 팔아 시세차익을 올리면 양도세를 물리죠. 그때는 땅을 팔지도 않았는데 땅값이 오르면 해마다 ‘토지초과이득세’를 부과하려 했습니다. 이른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과세를 한 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좌파적인 정부다) 물론 몇 년이 지나 땅값이 내린다고 이미 거둔 토초세를 돌려주지도 않습니다.

이중 토초세와 택지보유상한제는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며 헌재의 위헌판결을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땅에 대한 규제는 그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종부세’를 도입합니다. 재산세를 이미 냈는데, 아주 비싼 집이라고 12월에 재산세를 또 내는 제도입니다. 그야말로 이중과세입니다(종부세 역시 이후 헌재의 위헌판결을 받고 크게 쪼그라든다). 올 초부터 논란이 된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도 그렇습니다. 내가 열심히(?) 아파트를 보유해서 겨우 재건축해서 시세차익을 올렸는데, 그 차익의 최대 절반까지를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갑니다. 미루고 미루다, 강남 집값이 치솟자 정부가 결국 시행을 결심했습니다. 이 모든 시도가 땅이 한정된 재화라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청와대가 마련한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 포함됐습니다. 논란입니다.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명시된다면 과도한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주택소유가 흔들려 시장경제를 망칠 거라는 비판까지 제기됐습니다. 진짜 토지공개념은 시장경제의 자율신경계를 훼손할까요?

우리 시장경제를 만드는 골격은 ‘경쟁’입니다. '선의'가 아닙니다. 애덤 스미스 선생이 250여 년 전에 발견했죠. ‘경쟁'이 시장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런데 그 경쟁은 반드시 ‘공정’해야 합니다. ‘공정’해야 공부도 하고 ‘공정’해야 장사도 하고 ‘공정’해야 출근도 합니다. 공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경쟁에 나서지 않습니다. 그런데 땅에서 나오는 막대한 지대는 이런 ‘공정함’을 훼손합니다. 개인토지 소유자 중 상위 10%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64.7%를 소유합니다(2014년 기준). 땅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이 땅을 소유한 사람과 겨루는 경주가 갈수록 힘겨워집니다.

지대상승이 노동생산성을 초과하면 임금이 절대 오를 수 없다거나 (헨리 조지), 자본을 통한 이익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면 노동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토마스 피케티)는 복잡한 이론들을 굳이 꺼낼 필요도 없습니다. 회사 앞 ‘미역국 전문점’은 내일 아침에도 일찍 문을 열고, 열심히 일한 땀의 대가의 상당 부분을 또 건물주에게 지급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 대가의 몇%를 지급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시장경제는 늘 약점을 보완하며 더 건강해졌습니다. 토지공개념은 그 치료법 중 오래된 전가의 보도입니다. 그러니 시장경제를 망치는 제도라기보다, 잘만 활용하면 시장경제의 약이 되는 거죠. 집값이 오를 때 한 번씩 빼 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노태우 대통령처럼요~). 좌파와 우파의 문제가 아니라 지나치게 심화되는 '지대추구’를 뭐로 바로잡을까를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건물주도,‘미역국 전문점’사장님도 모두 시장경제의 주인입니다. 분명한 것은 '미역국 전문점 '사장님이 사라지면 건물주도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같이 살아야죠. 토지공개념은 이를 위한 이론적 토대일 뿐입니다. 경쟁의 룰을 다잡을 시간입니다. ‘미역국 전문점’ 사장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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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역국 사장님과 토지공개념…핵심은 ‘공정 경쟁’의 룰!
    • 입력 2018-03-22 11:00:26
    • 수정2018-03-22 21:51:46
    취재K
“빌딩 하나 갖고 월세나 받고 살아야지!”
월급쟁이들의 꿈입니다. 연예기획사 대표도, 고희를 넘긴 여배우도,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도 죄다 결국은 ‘빌딩 주인’이 됩니다. ‘건물주님’은 우리 꿈의 종점 같습니다. 왜 우리는 건물주가 되려 할까? 다 아시죠? 건물이나 땅을 소유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여의도 KBS 앞에 새로 생긴 ‘미역국 전문점’은 장사가 정말 잘 됩니다. 하지만 수익의 상당 부분은 월세 받는 건물주에게 돌아갈 겁니다. 문제는 수익의 얼마만큼이 토지자본 투자자에게 돌아가느냐입니다. 시장경제는 지난 수백 년 동안 이 토지자본 투자자의 ‘참 쉬운 이윤’에 주목해왔습니다. 바로 지대(Rent)의 문제입니다.

땅을 소유하면서 얻는 이윤을 흔히 ‘지대’라고 합니다. 이 지구에서 땅은 공기(하늘)와 물과 함께 유일하게 재생산이 안 되는 재화입니다. 운동화나 피아노나 카라멜 푸라프치노는 모두 재생산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땅과 물 공기, 3가지 재화는 재생산이 안 됩니다. 흔히 한정된 재화라고 하죠. 그런데 유일하게 '땅'만 소유가 인정됩니다. 주인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 갖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늘 가치가 올라갑니다.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땅을 가진 시민들은 노력하지도 않고 절약하지도 않으며 위험을 감수하지도 않는데 잠을 자고 일어나면 더 부유해진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

땅만 주인이 있다!
한정된 재화 ‘땅’을 소유하면 사실 모든 것이 유리해집니다. 유구한 전쟁의 역사도 따져보면 다 ‘땅따먹기’입니다. 그러니 다들 자신의 업종에서 성공하면 다음은 ‘건물주’가 되려고 합니다. 직업의 소명의식이 약하고 지대추구가 쉬운 사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최순실씨의 ‘미승빌딩’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포빌딩’도 사실은 그 흔한 지대추구의 산실입니다. 그만큼 땅을 가진 사람이 유리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동서고금 모든 정부는 이 땅의 권리를 제한하려고 합니다. 시험에 잘 나오는 조광조의 균전제, 토지를 국유화해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나눠주려 했습니다. 땅에 대한 참으로 엄격한 규제입니다. 그는 개인의 지나친 토지소유(한전제)도 막으려 했습니다. 심지어 유대인들은 7년째 안식년을 7번 보낸 49년(희년)이 되면 농사짓는 땅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런 땅의 소유에 대한 인식은 현대사회가 되면서 정부의 과세제도로 진화합니다. 특히 정부는 땅에 자주 과세를 하고 마구 과세를 합니다.

해마다 내는 재산세는 사실 돈 번 것도 없이, 단지 소유만 했는데 내야 하는 세금입니다. ‘이익이 있는데 과세가 있다’는 조세제도와도 어긋납니다. 이처럼 땅에 대한 온갖 규제를 관통하는 한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토지는 공공(公共)의 것이다-바로 토지공개념입니다.

정작 우리 근현대사에 ‘토지공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시기는 노태우 대통령 재임 때입니다. 88올림픽이 끝날 무렵, 서울의 아파트값은 41%나 폭등합니다. 정부는 민주화의 열망이 집에 대한 박탈감과 결합되는 게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
#토지초과이득세

라는 이른바 ‘토지공개념 3종 세트’를 도입합니다. 세상에나! 개인의 땅 소유를 200평으로 묶으려 했습니다. 심지어 아직 팔지도 않은 땅에 이익을 환수했습니다. 지금도 부동산을 팔아 시세차익을 올리면 양도세를 물리죠. 그때는 땅을 팔지도 않았는데 땅값이 오르면 해마다 ‘토지초과이득세’를 부과하려 했습니다. 이른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과세를 한 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좌파적인 정부다) 물론 몇 년이 지나 땅값이 내린다고 이미 거둔 토초세를 돌려주지도 않습니다.

이중 토초세와 택지보유상한제는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며 헌재의 위헌판결을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땅에 대한 규제는 그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종부세’를 도입합니다. 재산세를 이미 냈는데, 아주 비싼 집이라고 12월에 재산세를 또 내는 제도입니다. 그야말로 이중과세입니다(종부세 역시 이후 헌재의 위헌판결을 받고 크게 쪼그라든다). 올 초부터 논란이 된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도 그렇습니다. 내가 열심히(?) 아파트를 보유해서 겨우 재건축해서 시세차익을 올렸는데, 그 차익의 최대 절반까지를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갑니다. 미루고 미루다, 강남 집값이 치솟자 정부가 결국 시행을 결심했습니다. 이 모든 시도가 땅이 한정된 재화라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청와대가 마련한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 포함됐습니다. 논란입니다.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명시된다면 과도한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주택소유가 흔들려 시장경제를 망칠 거라는 비판까지 제기됐습니다. 진짜 토지공개념은 시장경제의 자율신경계를 훼손할까요?

우리 시장경제를 만드는 골격은 ‘경쟁’입니다. '선의'가 아닙니다. 애덤 스미스 선생이 250여 년 전에 발견했죠. ‘경쟁'이 시장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런데 그 경쟁은 반드시 ‘공정’해야 합니다. ‘공정’해야 공부도 하고 ‘공정’해야 장사도 하고 ‘공정’해야 출근도 합니다. 공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경쟁에 나서지 않습니다. 그런데 땅에서 나오는 막대한 지대는 이런 ‘공정함’을 훼손합니다. 개인토지 소유자 중 상위 10%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64.7%를 소유합니다(2014년 기준). 땅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이 땅을 소유한 사람과 겨루는 경주가 갈수록 힘겨워집니다.

지대상승이 노동생산성을 초과하면 임금이 절대 오를 수 없다거나 (헨리 조지), 자본을 통한 이익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면 노동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토마스 피케티)는 복잡한 이론들을 굳이 꺼낼 필요도 없습니다. 회사 앞 ‘미역국 전문점’은 내일 아침에도 일찍 문을 열고, 열심히 일한 땀의 대가의 상당 부분을 또 건물주에게 지급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 대가의 몇%를 지급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시장경제는 늘 약점을 보완하며 더 건강해졌습니다. 토지공개념은 그 치료법 중 오래된 전가의 보도입니다. 그러니 시장경제를 망치는 제도라기보다, 잘만 활용하면 시장경제의 약이 되는 거죠. 집값이 오를 때 한 번씩 빼 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노태우 대통령처럼요~). 좌파와 우파의 문제가 아니라 지나치게 심화되는 '지대추구’를 뭐로 바로잡을까를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건물주도,‘미역국 전문점’사장님도 모두 시장경제의 주인입니다. 분명한 것은 '미역국 전문점 '사장님이 사라지면 건물주도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같이 살아야죠. 토지공개념은 이를 위한 이론적 토대일 뿐입니다. 경쟁의 룰을 다잡을 시간입니다. ‘미역국 전문점’ 사장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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