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째 파업중인 YTN…바뀔 이사회에서 매듭 풀릴까?

입력 2018.03.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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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동아자유언론수호 투쟁위원회, '동아투위'의 43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서다 해고된 동아일보 언론인들의 모임인데 KBS와 MBC,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의 사장 또는 사장 내정자들이 참석했다. YTN은 최남수 사장이 아니라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지부장이 참석했다. 이유가 뭘까?


YTN은 파업 중이다.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YTN 노조 조합원들의 마음은 아직 춥기만 하다. 지난달 1일 시작한 파업이 50일째 계속되고 있다. 250여 명의 조합원은 똘똘 뭉쳐 최남수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대주주 한전KDN 사옥이 있는 전남 나주를 찾아가기도 하고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 모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YTN엔 함성과 함께 파란 종이비행기가 흩날렸다.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 3명의 복직을 축하하는 행사가 펼쳐진 것. 이들은 해직된 지 3,249일 만에 출근했다. 2014년 대법원 판결로 먼저 복직된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기자가 이들에게 사원증과 꽃다발을 전하며 환영했다.


이 6명은 2008년 선임된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에 앞장섰다. 구본홍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특보를 역임했다. 이 때문에 이들을 주축으로 한 구성원들은 낙하산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정방송 사수를 내걸고 강렬하게 저항했다. 결과는 업무 방해 혐의로 긴급 체포, 그리고 해직이었다.

탄핵과 촛불집회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지난 9년 동안 이뤄진 방송 장악과 적폐 청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졌다. YTN 사원들은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었다. 노종면 등 기자 3명의 복직을 신호탄으로 여겼고, 새 사장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YTN 출신인 최남수 씨가 사장으로 내정되자 많은 조합원은 절망했다.


홍선기 YTN 노조 공추위 간사는 "어려울 때 떠난 사람이 사장으로 돌아오다니 염치가 없다"고 평가했다. 최남수 사장은 YTN을 두 번 떠났다. 한 번은 IMF 직후인 2001년, 그리고 다음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이 본격화되던 2008년이었다. 당시 경제부장, 기조실장을 역임하던 터라 현덕수 노조위원장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머니투데이방송, MTN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조가 문제 삼은 건 이후 행적이다. 최남수 사장은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 헌납 발표에 대해 '위대한 부자의 아름다운 선행'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4대강 자전거 사업을 '문화적 대사업이 되길 희망한다'고 글을 쓴 사실도 드러났다. 여기에 MTN 재직 시절 성희롱 트위터 등이 드러나면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그리고 1월 최남수 사장이 취임하자 조합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한 달 전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의 중재로 노종면 복직 기자를 보도국장으로 다시 내정하기로 합의했지만, 최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이를 파기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제대로 된 방송을 하기 위해선 걸맞은 사람이 중용돼야 한다는 점을 줄기차게 강조했지만, 최 사장이 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내정한 송태엽 부국장 본인도 "노사가 충돌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며 지명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측에선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합의 파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남수 사장이 노 측의 제안으로 논의는 했지만 '노종면 기자를 포함한 복직자 중에서 내정할 수 있다'는 언급만 한 뒤 취임 후에 답을 주겠다고 말한 게 전부라는 입장이다.

MB 찬양 칼럼 논란은 수많은 글 중에 문제가 될 것만 뽑아 취지와 맥락을 무시한 채 몰아갔다고 주장했고, 트위터 등도 부적절하지만, 사장직을 수행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사측은 최남수 사장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선임됐고 노조가 인민재판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파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YTN은 한전KDN과 한국인삼공사,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이 대주주인 언론사이다. 이사회에서 해임안을 건의하고 주주총회에서 통과돼야 노조가 원하는 사장 퇴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13일 이사회는 '노사가 대화를 시작하고 합의안을 도출하라'는 중립적인 입장만 밝혔기 때문에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선 안건이 상정되지 못한다.


7명의 이사 가운데 2명의 임기가 곧 끝난다. 따라서 구성이 바뀐 이사회가 해임을 건의하고 임시 주총이 열려 통과되면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YTN 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다"며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21일(어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전체 회의에서 YTN 사태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없지만, 방송 수장으로서 엄중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해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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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일째 파업중인 YTN…바뀔 이사회에서 매듭 풀릴까?
    • 입력 2018-03-22 14:40:19
    취재K
19일 동아자유언론수호 투쟁위원회, '동아투위'의 43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서다 해고된 동아일보 언론인들의 모임인데 KBS와 MBC,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의 사장 또는 사장 내정자들이 참석했다. YTN은 최남수 사장이 아니라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지부장이 참석했다. 이유가 뭘까?


YTN은 파업 중이다.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YTN 노조 조합원들의 마음은 아직 춥기만 하다. 지난달 1일 시작한 파업이 50일째 계속되고 있다. 250여 명의 조합원은 똘똘 뭉쳐 최남수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대주주 한전KDN 사옥이 있는 전남 나주를 찾아가기도 하고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 모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YTN엔 함성과 함께 파란 종이비행기가 흩날렸다.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 3명의 복직을 축하하는 행사가 펼쳐진 것. 이들은 해직된 지 3,249일 만에 출근했다. 2014년 대법원 판결로 먼저 복직된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기자가 이들에게 사원증과 꽃다발을 전하며 환영했다.


이 6명은 2008년 선임된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에 앞장섰다. 구본홍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특보를 역임했다. 이 때문에 이들을 주축으로 한 구성원들은 낙하산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정방송 사수를 내걸고 강렬하게 저항했다. 결과는 업무 방해 혐의로 긴급 체포, 그리고 해직이었다.

탄핵과 촛불집회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지난 9년 동안 이뤄진 방송 장악과 적폐 청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졌다. YTN 사원들은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었다. 노종면 등 기자 3명의 복직을 신호탄으로 여겼고, 새 사장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YTN 출신인 최남수 씨가 사장으로 내정되자 많은 조합원은 절망했다.


홍선기 YTN 노조 공추위 간사는 "어려울 때 떠난 사람이 사장으로 돌아오다니 염치가 없다"고 평가했다. 최남수 사장은 YTN을 두 번 떠났다. 한 번은 IMF 직후인 2001년, 그리고 다음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이 본격화되던 2008년이었다. 당시 경제부장, 기조실장을 역임하던 터라 현덕수 노조위원장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머니투데이방송, MTN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조가 문제 삼은 건 이후 행적이다. 최남수 사장은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 헌납 발표에 대해 '위대한 부자의 아름다운 선행'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4대강 자전거 사업을 '문화적 대사업이 되길 희망한다'고 글을 쓴 사실도 드러났다. 여기에 MTN 재직 시절 성희롱 트위터 등이 드러나면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그리고 1월 최남수 사장이 취임하자 조합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한 달 전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의 중재로 노종면 복직 기자를 보도국장으로 다시 내정하기로 합의했지만, 최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이를 파기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제대로 된 방송을 하기 위해선 걸맞은 사람이 중용돼야 한다는 점을 줄기차게 강조했지만, 최 사장이 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내정한 송태엽 부국장 본인도 "노사가 충돌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며 지명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측에선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합의 파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남수 사장이 노 측의 제안으로 논의는 했지만 '노종면 기자를 포함한 복직자 중에서 내정할 수 있다'는 언급만 한 뒤 취임 후에 답을 주겠다고 말한 게 전부라는 입장이다.

MB 찬양 칼럼 논란은 수많은 글 중에 문제가 될 것만 뽑아 취지와 맥락을 무시한 채 몰아갔다고 주장했고, 트위터 등도 부적절하지만, 사장직을 수행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사측은 최남수 사장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선임됐고 노조가 인민재판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파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YTN은 한전KDN과 한국인삼공사,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이 대주주인 언론사이다. 이사회에서 해임안을 건의하고 주주총회에서 통과돼야 노조가 원하는 사장 퇴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13일 이사회는 '노사가 대화를 시작하고 합의안을 도출하라'는 중립적인 입장만 밝혔기 때문에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선 안건이 상정되지 못한다.


7명의 이사 가운데 2명의 임기가 곧 끝난다. 따라서 구성이 바뀐 이사회가 해임을 건의하고 임시 주총이 열려 통과되면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YTN 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다"며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21일(어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전체 회의에서 YTN 사태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없지만, 방송 수장으로서 엄중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해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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