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외치는 ‘미투’…청계광장서 ‘2018분 이어 말하기’

입력 2018.03.22 (16:28) 수정 2018.03.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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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여 개 여성·노동·시민단체들의 연대체인 '미투(#MeToo) 운동과 함께하는시민행동'이 마련한 '2018분의 이어 말하기' 행사가 22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작됐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2018년 한해 획기적인 변화를 이뤄내자는 의미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이날 오전 9시 22분 시작돼 23일 저녁 7시까지 총 2,018분간 계속된다.

이날 행사는 참석자들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의미를 나타내는 검은색 끈을 묶는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미투 활동가와 각계 전문가,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참여를 신청한 시민들은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을 고발하고 성차별적 사회 분위기를 규탄하는 등 다양한 내용의 발언을 이어갔다.

발언자로 나선 한국여성민우회 회원은 6살 때부터 겪어야 했던 일상적인 성폭력 경험을 되짚으며 "한국에 사는 대다수 여자는 나를 포함해 어릴 때부터 줄곧 남성들에게 성적 대상으로 취급받고 공격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폭력을 당한 모든 여성은 죄가 없으면서도 움츠리고 말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며 "우리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우리가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이, 사회가 잘못이다. 죄책감은 우리가 아닌 그들(가해자)이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동시에 시달리며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 여성들의 현실도 발언대에 올랐다.

남편으로부터 성폭력 당하는 결혼 이주 여성, 사장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이주 여성 노동자, 마사지사로 취업해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태국 여성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제시됐다.

오후 발언자로 나선 신지영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언어 속에 담긴 남녀 차별 문제를 지적하며, "1970년대 후반부터 이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 등이 계속됐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행사가 열리는 청계광장 한편에는 자신이 당했던 성폭력을 고발하고 미투를 지지하는 발언이 담긴 25m 길이의 대자보 벽도 설치됐다.

'시민운동' 측은 "폭행과 협박을 동반해야만 성폭력이 된다는 법률, 기울어진 법 해석과 사법시스템, 피해자가 조직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가해자가 지지를 받는 조직문화, 피해자가 도리어 역고소를 당하는 상황,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정부 대책을 사회 전체가 의지를 가지고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말하기가 끝나는 23일 저녁에는 퍼포먼스와 공연, 청계광장 일대 행진 등으로 구성되는 성차별·성폭력 끝장 문화제가 열린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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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2 16:28:15
    • 수정2018-03-22 16:34:56
    사회
340여 개 여성·노동·시민단체들의 연대체인 '미투(#MeToo) 운동과 함께하는시민행동'이 마련한 '2018분의 이어 말하기' 행사가 22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작됐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2018년 한해 획기적인 변화를 이뤄내자는 의미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이날 오전 9시 22분 시작돼 23일 저녁 7시까지 총 2,018분간 계속된다.

이날 행사는 참석자들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의미를 나타내는 검은색 끈을 묶는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미투 활동가와 각계 전문가,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참여를 신청한 시민들은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을 고발하고 성차별적 사회 분위기를 규탄하는 등 다양한 내용의 발언을 이어갔다.

발언자로 나선 한국여성민우회 회원은 6살 때부터 겪어야 했던 일상적인 성폭력 경험을 되짚으며 "한국에 사는 대다수 여자는 나를 포함해 어릴 때부터 줄곧 남성들에게 성적 대상으로 취급받고 공격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폭력을 당한 모든 여성은 죄가 없으면서도 움츠리고 말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며 "우리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우리가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이, 사회가 잘못이다. 죄책감은 우리가 아닌 그들(가해자)이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동시에 시달리며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 여성들의 현실도 발언대에 올랐다.

남편으로부터 성폭력 당하는 결혼 이주 여성, 사장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이주 여성 노동자, 마사지사로 취업해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태국 여성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제시됐다.

오후 발언자로 나선 신지영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언어 속에 담긴 남녀 차별 문제를 지적하며, "1970년대 후반부터 이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 등이 계속됐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행사가 열리는 청계광장 한편에는 자신이 당했던 성폭력을 고발하고 미투를 지지하는 발언이 담긴 25m 길이의 대자보 벽도 설치됐다.

'시민운동' 측은 "폭행과 협박을 동반해야만 성폭력이 된다는 법률, 기울어진 법 해석과 사법시스템, 피해자가 조직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가해자가 지지를 받는 조직문화, 피해자가 도리어 역고소를 당하는 상황,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정부 대책을 사회 전체가 의지를 가지고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말하기가 끝나는 23일 저녁에는 퍼포먼스와 공연, 청계광장 일대 행진 등으로 구성되는 성차별·성폭력 끝장 문화제가 열린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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