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대의민주주의’ 훼손인가?

입력 2018.03.23 (12:05) 수정 2018.03.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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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어제(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대의민주주의를 실종시키는 아주 위험한 행위"라며 "국회 정당 대표가 앉아서 (정부 개헌안)를 받는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주장했다.

개헌안 전문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거부한 이유를 기자들이 묻자 김 원내대표가 이같이 답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를 포함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연일 정부 개헌안을 '관제개헌'이라고 규정하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국회가 개헌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수 성향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대통령이 발의하는 개헌은 비민주적'이라거나 '위헌·독재적 발상'이라는 주장이 넘쳐난다.

김 원내대표의 말처럼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건 대의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오는 위험한 행위일까?

팩트체크

헌법개정 제안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할 수 있다. (헌법 128조 1항)

다만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헌법 89조 3항) 국회의원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20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 국회는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고 국회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헌법 130조 1항)

국회가 헌법개정안을 의결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개정안을 대통령이 발의한 것이든 국회의원이 발의한 것이든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 말대로라면 헌법이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조항을 적시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안이 문제가 있거나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들 때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국회에서 의결을 하지 않으면 된다. 실제로 현재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헌법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치게 돼 있는 만큼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국민이 정부·의회를 구성해 정책 문제를 대신 처리하게 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실종시키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권 때 정부 주도 개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2016년 9월 20일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황교안 총리를 상대로 정부가 주도해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여야 정치권에만 의지해서도 안 된다"면서 이듬해인 2017년 4월 12일 보궐선거일을 개헌 투표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9월 2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 발언한 내용. 국회 회의록 캡처 2016년 9월 2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 발언한 내용. 국회 회의록 캡처

김 의원은 2016년 10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 카드를 꺼내놓자 보도자료를 배포해 대통령과 정부가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때문에 과거 정부 주도 개헌을 주장했던 김 원내대표가 정권이 바뀐 후 태도를 바꿨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어제(2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부 주도 개헌 역할론을 주창하던 자유한국당의 관제개헌 주장과 (2016년) 10월은 맞고 (올해) 6월은 틀린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팩트체크 결과

헌법 조항과 김 원내대표의 과거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대의민주주의를 실종시키는 아주 위험한 행위"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헌법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대통령 개헌안 발의 자체를 문제삼는 건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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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3-23 14: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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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어제(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대의민주주의를 실종시키는 아주 위험한 행위"라며 "국회 정당 대표가 앉아서 (정부 개헌안)를 받는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주장했다.

개헌안 전문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거부한 이유를 기자들이 묻자 김 원내대표가 이같이 답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를 포함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연일 정부 개헌안을 '관제개헌'이라고 규정하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국회가 개헌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수 성향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대통령이 발의하는 개헌은 비민주적'이라거나 '위헌·독재적 발상'이라는 주장이 넘쳐난다.

김 원내대표의 말처럼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건 대의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오는 위험한 행위일까?

팩트체크

헌법개정 제안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할 수 있다. (헌법 128조 1항)

다만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헌법 89조 3항) 국회의원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20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 국회는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고 국회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헌법 130조 1항)

국회가 헌법개정안을 의결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개정안을 대통령이 발의한 것이든 국회의원이 발의한 것이든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 말대로라면 헌법이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조항을 적시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안이 문제가 있거나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들 때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국회에서 의결을 하지 않으면 된다. 실제로 현재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헌법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치게 돼 있는 만큼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국민이 정부·의회를 구성해 정책 문제를 대신 처리하게 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실종시키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권 때 정부 주도 개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2016년 9월 20일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황교안 총리를 상대로 정부가 주도해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여야 정치권에만 의지해서도 안 된다"면서 이듬해인 2017년 4월 12일 보궐선거일을 개헌 투표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9월 2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 발언한 내용. 국회 회의록 캡처
김 의원은 2016년 10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 카드를 꺼내놓자 보도자료를 배포해 대통령과 정부가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때문에 과거 정부 주도 개헌을 주장했던 김 원내대표가 정권이 바뀐 후 태도를 바꿨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어제(2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부 주도 개헌 역할론을 주창하던 자유한국당의 관제개헌 주장과 (2016년) 10월은 맞고 (올해) 6월은 틀린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팩트체크 결과

헌법 조항과 김 원내대표의 과거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대의민주주의를 실종시키는 아주 위험한 행위"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헌법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대통령 개헌안 발의 자체를 문제삼는 건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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