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다른 MB 구속영장 ‘이례적 표현’ 왜 들어갔나?

입력 2018.03.23 (14:17) 수정 2018.03.2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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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구속영장에 들어간 이례적 표현, 왜?

MB 구속영장에 들어간 이례적 표현, 왜?

22일 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박범석 부장판사의 영장 발부 사유가 주목을 끌고 있다. 박 부장판사가 제시한 구속 사유에 이례적인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과 비교해 보자. 지난해 3월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될 당시 영장 심사를 담당한 강부영 판사가 제시한 이유는 이렇다.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


여기서 나오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란 표현은 법원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법원은 인신 구속을 해야 하는 사유로 보통 ①증거인멸의 우려(혹은 도주의 우려) ②범죄 혐의의 중대성 ③범죄 혐의 소명을 요구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하는 게 보통이다.

이번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박범석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서 비슷한 사유를 들고 있다. 피의자의 지위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①), 범죄가 중대하고(②), 범죄에 대해 소명이 있다(③)며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표현이 약간 다르다.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통상의 인신 구속영장 발부 사유와 비교할 때 이례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굳이 '많은 부분'이란 표현이 들어간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대구고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는 "보통의 경우처럼 '주요 혐의에 대해 소명되고'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라고 한 것은 구속영장에 적시된 범죄 중 일부는 명확히 소명이 안 되고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 변호사는 "담당 판사의 생각은 (구속영장에 나오는) 일부 혐의가 명쾌히 소명이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범죄에 대해 소명이 되고, 또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으니 구속이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즉 이는 법원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중 일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얘기여서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구속영장 표현에 너무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구속영장 표현이 이례적이긴 하나 본안 판결이 아닌 만큼 너무 의미를 담을 필요는 없다"며 "앞으로 있을 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 과정을 통해 좀 더 실체적인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태섭 "징역 30년 구형될 것"

그렇다면 이 전 대통령이 앞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을 때 어느 정도의 형량을 받게 될까.

현재 구속영장에서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특가법) 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특경법) 횡령, 특가법 조세포탈, 특가법 국고손실, 형법상 수뢰 후 부정처사, 정치자금법 위반,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이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 가운데 가장 형량이 무거운 건 특가법상 뇌물수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7억 원, 민간영역에서 불법자금 36억6천만 원, 삼성전자에서 다스 소송비 67억7천만 원 등 총 111억 원 상당을 뇌물로 받은 것으로 본다.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는 수뢰액 1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대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을 따르더라도 수뢰액이 5억 원 이상이면 기본 징역 9년∼12년형이 권고된다. 만일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뇌물의 대가로 공여자 측에 부정한 특혜 등을 준 사실이 인정된다면 가중 요소가 적용돼 징역 11년 이상의 형이 권고될 수 있다.

특경법상 횡령 혐의도 이 전 대통령의 형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실질적으로 소유·운영하면서 339억 원의 비자금을 만들고, 다스 돈으로 선거운동 비용을 지급하거나 법인카드를 이용하는 등 총 348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한다.

특경법상 횡령죄도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양형기준상으로도 300억 원 이상을 횡령하면 기본 징역 5년∼8년형이 권고된다.

따라서 이런 혐의들이 모두 인정된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 선고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박 전 대통령과 같은 형량을 구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1심 구형량은 징역 30년이었다.

물론 이런 예상은 현재 검찰이 적용하려는 주요 혐의가 모두 인정될 때 가능한 얘기다.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날 경우 형량은 줄어든다.

또 형법은 피고인이 자수하거나 자백하는 등 참작할 사유가 있으면 선고형을 절반으로 감형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어 선고 형량의 절반 감형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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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3 14:17:54
    • 수정2018-03-23 18: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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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박범석 부장판사의 영장 발부 사유가 주목을 끌고 있다. 박 부장판사가 제시한 구속 사유에 이례적인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과 비교해 보자. 지난해 3월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될 당시 영장 심사를 담당한 강부영 판사가 제시한 이유는 이렇다.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


여기서 나오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란 표현은 법원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법원은 인신 구속을 해야 하는 사유로 보통 ①증거인멸의 우려(혹은 도주의 우려) ②범죄 혐의의 중대성 ③범죄 혐의 소명을 요구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하는 게 보통이다.

이번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박범석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서 비슷한 사유를 들고 있다. 피의자의 지위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①), 범죄가 중대하고(②), 범죄에 대해 소명이 있다(③)며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표현이 약간 다르다.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통상의 인신 구속영장 발부 사유와 비교할 때 이례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굳이 '많은 부분'이란 표현이 들어간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대구고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는 "보통의 경우처럼 '주요 혐의에 대해 소명되고'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라고 한 것은 구속영장에 적시된 범죄 중 일부는 명확히 소명이 안 되고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 변호사는 "담당 판사의 생각은 (구속영장에 나오는) 일부 혐의가 명쾌히 소명이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범죄에 대해 소명이 되고, 또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으니 구속이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즉 이는 법원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중 일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얘기여서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구속영장 표현에 너무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구속영장 표현이 이례적이긴 하나 본안 판결이 아닌 만큼 너무 의미를 담을 필요는 없다"며 "앞으로 있을 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 과정을 통해 좀 더 실체적인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태섭 "징역 30년 구형될 것"

그렇다면 이 전 대통령이 앞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을 때 어느 정도의 형량을 받게 될까.

현재 구속영장에서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특가법) 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특경법) 횡령, 특가법 조세포탈, 특가법 국고손실, 형법상 수뢰 후 부정처사, 정치자금법 위반,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이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 가운데 가장 형량이 무거운 건 특가법상 뇌물수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7억 원, 민간영역에서 불법자금 36억6천만 원, 삼성전자에서 다스 소송비 67억7천만 원 등 총 111억 원 상당을 뇌물로 받은 것으로 본다.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는 수뢰액 1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대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을 따르더라도 수뢰액이 5억 원 이상이면 기본 징역 9년∼12년형이 권고된다. 만일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뇌물의 대가로 공여자 측에 부정한 특혜 등을 준 사실이 인정된다면 가중 요소가 적용돼 징역 11년 이상의 형이 권고될 수 있다.

특경법상 횡령 혐의도 이 전 대통령의 형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실질적으로 소유·운영하면서 339억 원의 비자금을 만들고, 다스 돈으로 선거운동 비용을 지급하거나 법인카드를 이용하는 등 총 348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한다.

특경법상 횡령죄도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양형기준상으로도 300억 원 이상을 횡령하면 기본 징역 5년∼8년형이 권고된다.

따라서 이런 혐의들이 모두 인정된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 선고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박 전 대통령과 같은 형량을 구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1심 구형량은 징역 30년이었다.

물론 이런 예상은 현재 검찰이 적용하려는 주요 혐의가 모두 인정될 때 가능한 얘기다.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날 경우 형량은 줄어든다.

또 형법은 피고인이 자수하거나 자백하는 등 참작할 사유가 있으면 선고형을 절반으로 감형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어 선고 형량의 절반 감형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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