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명예이사장 등 38억 원 횡령…교육청 제보 방치 의혹?

입력 2018.03.23 (14:58) 수정 2018.03.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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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 휘문고등학교의 명예 이사장 등이 학교건물 임대료 38억여 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도 4개월간 아무런 조처도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강남구 휘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 명예 이사장 등이 학교건물 임대료를 횡령한 사실을 특별감사에서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휘문고는 2002년부터 체육관 등 학교건물을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한 교회 예배장소로 빌려줬다. 신자가 수십 명에 불과하던 이 교회는 현재 5천 명 안팎이 다니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대신 체육관 등이 예배장소로 쓰일 때마다 야구부와 농구부는 경기 남양주시까지 이동해 훈련해야 했다.

휘문의숙은 교회로부터 매년 7천만∼1억5천만 원의 건물사용료를 받고, 추가로 2011년부터 6차례에 걸쳐 38억여 원의 기탁금을 받았다. 기탁금은 학교회계에 편입되지 않고 법인명의 계좌를 통해 명예 이사장 B 씨와 이사 C 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계좌를 새로 만든 뒤 기탁금을 받고 폐쇄하는 방식으로 횡령을 은폐했다.

휘문의숙은 금싸라기 땅인 휘문고 주차장 터에 7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짓고 주택관리임대업 등록을 안 한 업체에 임대관리를 맡긴 사실도 드러났다.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 21억 원과 연 21억 원의 임대료만 받고 건물을 빌려주면서 긴 임대 기간을 보장하고 전대(재임대) 권한까지 부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여기에 관여한 이들에게 업무상 배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휘문의숙은 법인 땅을 한 건설사에 빌려주면서 별다른 근거도 없이 시세보다 싼 임대료를 받은 의혹도 드러났다. 명예 이사장 B씨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학교법인 신용카드로 2억 3,900만 원의 공금을 사적인 일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인 현 이사장 D 씨도 단란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3,400만 원의 공금을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교육청은 C 씨와 다른 이사 1명, 감사 2명 등의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검토하고 비리 관련자들 파면을 법인에 요청하는 한편,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계획이다. 명예 이사장 등이 횡령한 38억여 원은 회수하도록 학교법인에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교육청은 지난해 10월 구두로 비리를 제보받고도 제보자가 올해 2월 국민신문고를 이용해 재차 관련 내용을 제보할 때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민종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기존에 교육청이 확보한 자료를 확인하고 소문을 수집했다"면서 "연말이라 업무가 바빴고 올해 휘문고 종합감사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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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3 14:58:32
    • 수정2018-03-25 15:39:49
    사회
자율형사립고 휘문고등학교의 명예 이사장 등이 학교건물 임대료 38억여 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도 4개월간 아무런 조처도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강남구 휘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 명예 이사장 등이 학교건물 임대료를 횡령한 사실을 특별감사에서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휘문고는 2002년부터 체육관 등 학교건물을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한 교회 예배장소로 빌려줬다. 신자가 수십 명에 불과하던 이 교회는 현재 5천 명 안팎이 다니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대신 체육관 등이 예배장소로 쓰일 때마다 야구부와 농구부는 경기 남양주시까지 이동해 훈련해야 했다.

휘문의숙은 교회로부터 매년 7천만∼1억5천만 원의 건물사용료를 받고, 추가로 2011년부터 6차례에 걸쳐 38억여 원의 기탁금을 받았다. 기탁금은 학교회계에 편입되지 않고 법인명의 계좌를 통해 명예 이사장 B 씨와 이사 C 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계좌를 새로 만든 뒤 기탁금을 받고 폐쇄하는 방식으로 횡령을 은폐했다.

휘문의숙은 금싸라기 땅인 휘문고 주차장 터에 7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짓고 주택관리임대업 등록을 안 한 업체에 임대관리를 맡긴 사실도 드러났다.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 21억 원과 연 21억 원의 임대료만 받고 건물을 빌려주면서 긴 임대 기간을 보장하고 전대(재임대) 권한까지 부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여기에 관여한 이들에게 업무상 배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휘문의숙은 법인 땅을 한 건설사에 빌려주면서 별다른 근거도 없이 시세보다 싼 임대료를 받은 의혹도 드러났다. 명예 이사장 B씨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학교법인 신용카드로 2억 3,900만 원의 공금을 사적인 일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인 현 이사장 D 씨도 단란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3,400만 원의 공금을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교육청은 C 씨와 다른 이사 1명, 감사 2명 등의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검토하고 비리 관련자들 파면을 법인에 요청하는 한편,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계획이다. 명예 이사장 등이 횡령한 38억여 원은 회수하도록 학교법인에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교육청은 지난해 10월 구두로 비리를 제보받고도 제보자가 올해 2월 국민신문고를 이용해 재차 관련 내용을 제보할 때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민종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기존에 교육청이 확보한 자료를 확인하고 소문을 수집했다"면서 "연말이라 업무가 바빴고 올해 휘문고 종합감사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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