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입사지원서에 ‘탈북’ 지우니 합격…“나도 대한민국 국민”

입력 2018.03.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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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되는 등 남북 관계가 급진전하고 있지만, 국내 탈북민들이 겪고 있는 편견과 생활고는 여전하다. '탈북민 1호 통일학 박사'인 주승현 교수(전주기전대)를 만나 요즘 탈북민들의 심정을 들어봤다.

2002년 2월 20일 KBS ‘뉴스7’
앵커/
"무장한 북한군 병사 한 명이 어젯밤 도라산역 북방 비무장지대를 통해 귀순해 한때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이 때문에 추가로 병력이 투입되는 등 긴장 상황이 조성됐다고 군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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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현
2002년 북한군 DMZ 대남 방송요원 근무 중 탈북
2003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입학
2014년 통일학 박사 학위 취득
2016년 전주기전대 교수 임용
---------------------------

■ 나는 탈북민이다
저희 비무장지대 북쪽 초소하고 남측 초소하고 거리가 대략 700m 정도 됩니다. 지뢰 구역이 있고, 탱크 차단물도 있고, 매복호도 있고, 감시초소도 있고, 말뚝지뢰라는 그런 지뢰가 있어요. 다른 지뢰는 땅 밑에 있는데 그 지뢰는 위쪽에 있는 거죠. 그걸 잘못 건드리면 터지는데... 운이 좋게 극복하고 무사히 한국으로 올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본 뉴스가 KBS 뉴스였어요.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가 거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인터넷, 뉴스, 앵커, 슈퍼마켓, 마트, 다 처음 들어봤던 용어거든요.

착각했던 것이 그래도 휴전선을 넘어갔으면 먹고 살 수 있게 직업은 알선해주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와서 '혹시 제가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있습니까’ 하니까 담당자께서 ‘무슨 소리냐, 그런 게 없다. 이제는 네가 알아서 직업을 찾아서 이제 이 사회에서 먹고살아야 한다’고 얘기해주는 거예요.

전단지 붙이는 거, 붕어빵 파는 거, 치킨 배달...(다 해봤습니다)

처음에 직업을 구하려고 주유소에 갔었어요. 북한에서 왔다고 하니까 바로 이분들이 '죄송하다'고, '저희는 받을 수가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내가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는데 주유소에 아르바이트도 얻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구나...

■ 남한사람? 북한사람? …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북한 사람들이니까 조직생활에만 익숙하니까, 시키는 것 외에는 안 하겠지, 기술이 없겠지, 부지런하지 않겠지, 미개할 것이다...

(대학 졸업 후) 한 100군데 (입사)지원을 했고, 근데 저는 취직도 안 되고 굉장히 많은 상실감에 빠져있었죠. (이력서에) 군대 여부를 묻는 란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도 탈북자여서 군대 면제. 밑져야 본전이다 해서 그것을(탈북자 표기를) 싹 빼버렸어요. 그리고 다시 지원을 했더니 놀랍게도 합격통지가 온 거예요. 그것이 하나라고 하면 우연일 수가 있겠지만, 줄줄이 통지가 온 겁니다. 합격통지가. 아니 어떻게 북한 출신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되고 안되고가 이렇게 갈리지?

요즘은 탈북민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거든요. 그러면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데 제가 그 얘기를 하는 겁니다. 혹시 너 서류 지원할 때 탈북자라고 썼냐, 웬만하면 그거 쓰지 마라, 그런 얘기를 해놓고 제가 너무 힘들었던 거예요.


사실은 탈북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경제적인 혜택이나 대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경쟁도 괜찮다고 생각을 합니다. 굳이 포용정책을 안 해도 탈북민의 여건, 환경, 그런 것만 잘 되어있다면 충분히 경쟁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그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이 제가 봤을 때는 지독한 차별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 보수? 진보? 나는 민주사회 시민이다
분단사회가 만든 이분법적인 흑백논리가 탈북자들을 그렇게 만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모든 탈북자는 극우다, 하면 반대 진영에서는 저 분단의 앞잡이, 이렇게 보는 거고요. 또 어떤 탈북민이 뭔 소리냐, 나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웠으니, 우리 민주주의의 시각과 마인드로 북한 문제, 분단문제 통일 문제를 얘기하자면, 어떻게 북한에서 온 애가 저렇게 얘기할 수 있냐, 쟤는 의도가 있다, 의심스럽다, 그래서 너는 빨갱이다,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런 오해를 받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입 닫고 있는 거예요. 그런 게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괜히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탈북민이 3만 2천 명이면요, 3만 2천 개의 사연이 있는 겁니다. 한국사회에 들어오는 순간 탈북자는 다양성이 다 무시가 되는 겁니다.


■ 탈북민은 '먼저 온 미래'다
<탈북민 수>
2001년 1,043명 -> 2017년 31,339명
(자료 : 통일부)

<탈북민 현황>
소재지 불명 : 900명
해외로‘탈남’(脫南) : 746명
재입북 : 12명
(자료 : 이석현 의원실, 2017년)

<탈북민 설문조사>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해봤다" 22.9%
(자료 : 북한인권정보센터, 탈북민 415명 설문조사, 2017년)

흔히 탈북자를 보고 ‘먼저 온 통일’이라고 하는데 그 3만2천 명도 우리 사회에 융화가 안 되고, 그 3만 명도 우리 사회에 적응을 못 하면 2천4백만 북한 주민들하고 우리가 함께 융화되거나 상생되기 어렵다는 것은 정말 당연한 얘기가 되는 겁니다.

서로가 남한과 북한, 그리고 국제사회가 거기에 대한 인식을 공감대를 형성하고 (남북 정상회담에서) 일단 만나자는 데 대해서는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 편이고.

정말 우리 민족의 어떤 번영까지도 달려있는 문제인데, 이 문제에 있어서만은 분열이 안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국민들이 좀 성숙한 의식, 좀 더 준비된 자세로 그러한 것들을 지켜보거나 동참해주면 (정상회담에서) 좀 더 좋은 성과를 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겁니다.

#탈북민
#편견
#정상회담

취재 : 김시원, 김채린, 류란, 송형국, 윤봄이
촬영·편집 : 고형석, 지선호, 권준용
그래픽 : 강민수
자막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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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입사지원서에 ‘탈북’ 지우니 합격…“나도 대한민국 국민”
    • 입력 2018-03-23 16:06:13
    사회
4월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되는 등 남북 관계가 급진전하고 있지만, 국내 탈북민들이 겪고 있는 편견과 생활고는 여전하다. '탈북민 1호 통일학 박사'인 주승현 교수(전주기전대)를 만나 요즘 탈북민들의 심정을 들어봤다.

2002년 2월 20일 KBS ‘뉴스7’
앵커/
"무장한 북한군 병사 한 명이 어젯밤 도라산역 북방 비무장지대를 통해 귀순해 한때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이 때문에 추가로 병력이 투입되는 등 긴장 상황이 조성됐다고 군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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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현
2002년 북한군 DMZ 대남 방송요원 근무 중 탈북
2003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입학
2014년 통일학 박사 학위 취득
2016년 전주기전대 교수 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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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탈북민이다
저희 비무장지대 북쪽 초소하고 남측 초소하고 거리가 대략 700m 정도 됩니다. 지뢰 구역이 있고, 탱크 차단물도 있고, 매복호도 있고, 감시초소도 있고, 말뚝지뢰라는 그런 지뢰가 있어요. 다른 지뢰는 땅 밑에 있는데 그 지뢰는 위쪽에 있는 거죠. 그걸 잘못 건드리면 터지는데... 운이 좋게 극복하고 무사히 한국으로 올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본 뉴스가 KBS 뉴스였어요.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가 거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인터넷, 뉴스, 앵커, 슈퍼마켓, 마트, 다 처음 들어봤던 용어거든요.

착각했던 것이 그래도 휴전선을 넘어갔으면 먹고 살 수 있게 직업은 알선해주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와서 '혹시 제가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있습니까’ 하니까 담당자께서 ‘무슨 소리냐, 그런 게 없다. 이제는 네가 알아서 직업을 찾아서 이제 이 사회에서 먹고살아야 한다’고 얘기해주는 거예요.

전단지 붙이는 거, 붕어빵 파는 거, 치킨 배달...(다 해봤습니다)

처음에 직업을 구하려고 주유소에 갔었어요. 북한에서 왔다고 하니까 바로 이분들이 '죄송하다'고, '저희는 받을 수가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내가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는데 주유소에 아르바이트도 얻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구나...

■ 남한사람? 북한사람? …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북한 사람들이니까 조직생활에만 익숙하니까, 시키는 것 외에는 안 하겠지, 기술이 없겠지, 부지런하지 않겠지, 미개할 것이다...

(대학 졸업 후) 한 100군데 (입사)지원을 했고, 근데 저는 취직도 안 되고 굉장히 많은 상실감에 빠져있었죠. (이력서에) 군대 여부를 묻는 란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도 탈북자여서 군대 면제. 밑져야 본전이다 해서 그것을(탈북자 표기를) 싹 빼버렸어요. 그리고 다시 지원을 했더니 놀랍게도 합격통지가 온 거예요. 그것이 하나라고 하면 우연일 수가 있겠지만, 줄줄이 통지가 온 겁니다. 합격통지가. 아니 어떻게 북한 출신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되고 안되고가 이렇게 갈리지?

요즘은 탈북민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거든요. 그러면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데 제가 그 얘기를 하는 겁니다. 혹시 너 서류 지원할 때 탈북자라고 썼냐, 웬만하면 그거 쓰지 마라, 그런 얘기를 해놓고 제가 너무 힘들었던 거예요.


사실은 탈북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경제적인 혜택이나 대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경쟁도 괜찮다고 생각을 합니다. 굳이 포용정책을 안 해도 탈북민의 여건, 환경, 그런 것만 잘 되어있다면 충분히 경쟁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그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이 제가 봤을 때는 지독한 차별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 보수? 진보? 나는 민주사회 시민이다
분단사회가 만든 이분법적인 흑백논리가 탈북자들을 그렇게 만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모든 탈북자는 극우다, 하면 반대 진영에서는 저 분단의 앞잡이, 이렇게 보는 거고요. 또 어떤 탈북민이 뭔 소리냐, 나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웠으니, 우리 민주주의의 시각과 마인드로 북한 문제, 분단문제 통일 문제를 얘기하자면, 어떻게 북한에서 온 애가 저렇게 얘기할 수 있냐, 쟤는 의도가 있다, 의심스럽다, 그래서 너는 빨갱이다,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런 오해를 받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입 닫고 있는 거예요. 그런 게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괜히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탈북민이 3만 2천 명이면요, 3만 2천 개의 사연이 있는 겁니다. 한국사회에 들어오는 순간 탈북자는 다양성이 다 무시가 되는 겁니다.


■ 탈북민은 '먼저 온 미래'다
<탈북민 수>
2001년 1,043명 -> 2017년 31,339명
(자료 : 통일부)

<탈북민 현황>
소재지 불명 : 900명
해외로‘탈남’(脫南) : 746명
재입북 : 12명
(자료 : 이석현 의원실, 2017년)

<탈북민 설문조사>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해봤다" 22.9%
(자료 : 북한인권정보센터, 탈북민 415명 설문조사, 2017년)

흔히 탈북자를 보고 ‘먼저 온 통일’이라고 하는데 그 3만2천 명도 우리 사회에 융화가 안 되고, 그 3만 명도 우리 사회에 적응을 못 하면 2천4백만 북한 주민들하고 우리가 함께 융화되거나 상생되기 어렵다는 것은 정말 당연한 얘기가 되는 겁니다.

서로가 남한과 북한, 그리고 국제사회가 거기에 대한 인식을 공감대를 형성하고 (남북 정상회담에서) 일단 만나자는 데 대해서는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 편이고.

정말 우리 민족의 어떤 번영까지도 달려있는 문제인데, 이 문제에 있어서만은 분열이 안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국민들이 좀 성숙한 의식, 좀 더 준비된 자세로 그러한 것들을 지켜보거나 동참해주면 (정상회담에서) 좀 더 좋은 성과를 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겁니다.

#탈북민
#편견
#정상회담

취재 : 김시원, 김채린, 류란, 송형국, 윤봄이
촬영·편집 : 고형석, 지선호, 권준용
그래픽 : 강민수
자막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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