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미 전역 뒤덮은 ‘총기규제’ 시위

입력 2018.03.25 (02:09) 수정 2018.03.2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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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더글라스 고교 총격사건 생존학생들이 주도한 총기규제를 위한 행사가 24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일제히 열렸다.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을 주제로 한 이 행사에는 초·중·고교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 연예인, 일반시민을 포함한 각계 각층 인사들이 참석하는 등 총기 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는 큰 염원들이 한 데 모아졌다.

주 행사가 열린 워싱턴DC에만 주최 측 추산으로 80만 명이 쏟아져 나왔다고 미 NBC방송은 전했다.

워싱턴DC 행사는 이날 정오부터 의회 일의사당 주변 무대를 중심으로 치러졌다.

엠마 곤살레스 등 총격 사건 생존학생들을 비롯해 20명의 청소년이 연이어 연단에 올라 총기규제를 호소했다.

곤살레스는 숨진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참사 순간을 생생히 증언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17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데 걸린 6분 20초에 맞춰 연설을 했다.

더글라스 고교 합창단은 희생된 친구들을 위해 만든 자작곡 '샤인'(shine·빛)을 불렀고, 중간중간 "우리는 더는 참지 않을 것이다", "함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어 나선 아리아나 그란데, 마일리 사이러스 등 유명가수들의 공연이 끝난 뒤, 인근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일대를 행진하며 총기규제 입법을 주장했다.

행사에는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9살짜리 손녀 욜란다 르네 킹이 깜짝 등장해 발언대에 올랐다.

시위 행렬은 의사당에서 2.5㎞가량 떨어진 백악관 인근까지 이어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휴양지인 마라라고 리조트로 떠나 부재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인근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으로 갔으며, 미 전역을 휘감은 이 행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 "수정헌법 1조(언론·출판·집회의 자유)의 권리를 행사하는 많은 용감한 미국인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신원 조회 강화를 비롯한 총기규제 노력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라델피아,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의 800여 곳에서도 행진이 이어졌다.

뉴욕 행진에는 영국의 록 밴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가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1980년 총격에 희생된 동료 존 레넌이 발걸음을 이끌게 했다면서 "우리가 총기 폭력을 끝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조지 클루니와 인권 변호사인 부인 아말 클루니,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 유명 방송인들은 거액의 기부금을 쾌척해 행사를 도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에서 "오늘 행진이 있게 한 젊은이들로 인해 큰 영감을 받았다"며 "계속해라. 여러분은 우리를 전진시키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수백만 명의 목소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격려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도 잇따라 응원 글을 올렸으나, 공화당 인사들은 말을 아꼈다.

미국에서는 1999년 콜로라도 주 컬럼바인 고교 총격 참사 이후 지난 20년간 200여 명의 학생이 학교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워싱턴포스트(WP) 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 193개 학교에서 18만7천 명의 학생이 총격 사건을 경험했다.

미국에 앞서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유럽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도 이날 시위에 동조하는 집회가 펼쳐졌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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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5 02:09:03
    • 수정2018-03-25 08:24:18
    국제
지난 2월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더글라스 고교 총격사건 생존학생들이 주도한 총기규제를 위한 행사가 24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일제히 열렸다.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을 주제로 한 이 행사에는 초·중·고교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 연예인, 일반시민을 포함한 각계 각층 인사들이 참석하는 등 총기 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는 큰 염원들이 한 데 모아졌다.

주 행사가 열린 워싱턴DC에만 주최 측 추산으로 80만 명이 쏟아져 나왔다고 미 NBC방송은 전했다.

워싱턴DC 행사는 이날 정오부터 의회 일의사당 주변 무대를 중심으로 치러졌다.

엠마 곤살레스 등 총격 사건 생존학생들을 비롯해 20명의 청소년이 연이어 연단에 올라 총기규제를 호소했다.

곤살레스는 숨진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참사 순간을 생생히 증언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17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데 걸린 6분 20초에 맞춰 연설을 했다.

더글라스 고교 합창단은 희생된 친구들을 위해 만든 자작곡 '샤인'(shine·빛)을 불렀고, 중간중간 "우리는 더는 참지 않을 것이다", "함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어 나선 아리아나 그란데, 마일리 사이러스 등 유명가수들의 공연이 끝난 뒤, 인근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일대를 행진하며 총기규제 입법을 주장했다.

행사에는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9살짜리 손녀 욜란다 르네 킹이 깜짝 등장해 발언대에 올랐다.

시위 행렬은 의사당에서 2.5㎞가량 떨어진 백악관 인근까지 이어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휴양지인 마라라고 리조트로 떠나 부재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인근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으로 갔으며, 미 전역을 휘감은 이 행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 "수정헌법 1조(언론·출판·집회의 자유)의 권리를 행사하는 많은 용감한 미국인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신원 조회 강화를 비롯한 총기규제 노력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라델피아,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의 800여 곳에서도 행진이 이어졌다.

뉴욕 행진에는 영국의 록 밴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가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1980년 총격에 희생된 동료 존 레넌이 발걸음을 이끌게 했다면서 "우리가 총기 폭력을 끝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조지 클루니와 인권 변호사인 부인 아말 클루니,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 유명 방송인들은 거액의 기부금을 쾌척해 행사를 도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에서 "오늘 행진이 있게 한 젊은이들로 인해 큰 영감을 받았다"며 "계속해라. 여러분은 우리를 전진시키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수백만 명의 목소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격려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도 잇따라 응원 글을 올렸으나, 공화당 인사들은 말을 아꼈다.

미국에서는 1999년 콜로라도 주 컬럼바인 고교 총격 참사 이후 지난 20년간 200여 명의 학생이 학교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워싱턴포스트(WP) 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 193개 학교에서 18만7천 명의 학생이 총격 사건을 경험했다.

미국에 앞서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유럽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도 이날 시위에 동조하는 집회가 펼쳐졌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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