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 부활?…푸틴, ‘경제·후계자 문제’ 곳곳 암초

입력 2018.03.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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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76.6%를 얻어 4번째 대통령에 당선되자, 언론들은 ‘차르 부활’, ‘1인 장기 독재 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2000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24년 집권이 이미 보장됐고, 특히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하는 러시아 헌법을 개정하거나 하면 장기 집권 또는 종신 통치를 이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이런저런 정치 공학적 계산을 해 볼 수 있지만, 그러나 러시아의 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경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13년 만 6000달러가 넘었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금은 만 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뒤 지난해 1%대로 성장률이 반전했지만 앞으로 푸틴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러시아 정계 내 주도권 다툼도 관건이다. 푸틴의 강력한 카리스마 때문에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기술관료 즉 테크노크라트(technocrat)와 실로비키(siloviki) 즉 정보기관이나 군 출신 고위 관료들 사이의 권력 투쟁은 이미 시작됐다. 러시아 역사를 반추해 보면 엘리트 내 권력 싸움에서 당사자들은 잠자코 기다리기 보다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선제적인 대응과 투쟁을 벌였던 경우가 많다.

 메드베데프 총리 메드베데프 총리

현재 러시아 정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오는 5월 푸틴 대통령 취임 이후 누가 총리에 지명될지에 모이고 있다. 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내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푸틴 대통령은 총리 교체를 통해 러시아 사회의 새로운 돌파구와 변화를 모색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8년 푸틴은 대통령 세 번 연임을 금지하는 러시아 헌법 때문에 메드베데프 현 총리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긴 뒤 총리로 잠시 물러났던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교체 문제는 차기 후계와 관련된 민감한 문제다.

자칫 권력의 급격한 변화는 사회 불안과 정국 안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포스트 푸틴' 시대를 염두에 두면서 후계 구도를 관리하고 권력 이양의 연착륙을 준비해야 할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총리 교체 문제를 둘러싼 테크노크라트(technocrat)와 실로비키(siloviki) 간의 권력 투쟁도 시간이 흐를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러시아 정치에서 30세 세대의 등장을 주목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러시아 정치에서 30세 세대의 등장을 주목했다.

20년 가까운 집권 기간 푸틴이 내세운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과 서구 민주주의와는 결이 다른 이른바 ‘러시아식 민주주의’에 대한 의구심와 피로도 역시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차르시대부터 국가주의 성향이 강했고 슬라브주의(러시아주의) 전통이 뿌리 깊지만, 반면에 유럽 문화를 선망하고 유럽의 확실한 일원이 되길 바라는 유럽주의 풍조 역시 러시아 사상계의 바닥 흐름으로 깔려 있다. 즉 국제 외교 무대에서 러시아의 목소리를 높이고 소련 붕괴 이후 실추된 국가적 위상을 다시 세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은, 역설적으로 대외적으로 러시아가 고립되고 유럽 국가 내에서 소외되는 현실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젊은 층은 푸틴의 지지 세력이기도 하지만 야권의 반정부 시위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고르바초프 전 소련 서기장이 공산당 해체를 선언하고 자유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하며 개혁과 개방을 이끌었던 때인 1980년대에 태어나, 현재 30대인 젊은 세대들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권위주의 정부 통치를 반대하고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부활과 유럽적 가치의 회복’을 내세우고 있어 앞으로의 러시아 정치 일정에서 투표를 통한 러시아의 변화(vote for change)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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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르 부활?…푸틴, ‘경제·후계자 문제’ 곳곳 암초
    • 입력 2018-03-25 11:16:20
    취재K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76.6%를 얻어 4번째 대통령에 당선되자, 언론들은 ‘차르 부활’, ‘1인 장기 독재 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2000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24년 집권이 이미 보장됐고, 특히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하는 러시아 헌법을 개정하거나 하면 장기 집권 또는 종신 통치를 이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이런저런 정치 공학적 계산을 해 볼 수 있지만, 그러나 러시아의 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경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13년 만 6000달러가 넘었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금은 만 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뒤 지난해 1%대로 성장률이 반전했지만 앞으로 푸틴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러시아 정계 내 주도권 다툼도 관건이다. 푸틴의 강력한 카리스마 때문에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기술관료 즉 테크노크라트(technocrat)와 실로비키(siloviki) 즉 정보기관이나 군 출신 고위 관료들 사이의 권력 투쟁은 이미 시작됐다. 러시아 역사를 반추해 보면 엘리트 내 권력 싸움에서 당사자들은 잠자코 기다리기 보다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선제적인 대응과 투쟁을 벌였던 경우가 많다.

 메드베데프 총리
현재 러시아 정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오는 5월 푸틴 대통령 취임 이후 누가 총리에 지명될지에 모이고 있다. 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내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푸틴 대통령은 총리 교체를 통해 러시아 사회의 새로운 돌파구와 변화를 모색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8년 푸틴은 대통령 세 번 연임을 금지하는 러시아 헌법 때문에 메드베데프 현 총리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긴 뒤 총리로 잠시 물러났던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교체 문제는 차기 후계와 관련된 민감한 문제다.

자칫 권력의 급격한 변화는 사회 불안과 정국 안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포스트 푸틴' 시대를 염두에 두면서 후계 구도를 관리하고 권력 이양의 연착륙을 준비해야 할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총리 교체 문제를 둘러싼 테크노크라트(technocrat)와 실로비키(siloviki) 간의 권력 투쟁도 시간이 흐를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러시아 정치에서 30세 세대의 등장을 주목했다.
20년 가까운 집권 기간 푸틴이 내세운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과 서구 민주주의와는 결이 다른 이른바 ‘러시아식 민주주의’에 대한 의구심와 피로도 역시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차르시대부터 국가주의 성향이 강했고 슬라브주의(러시아주의) 전통이 뿌리 깊지만, 반면에 유럽 문화를 선망하고 유럽의 확실한 일원이 되길 바라는 유럽주의 풍조 역시 러시아 사상계의 바닥 흐름으로 깔려 있다. 즉 국제 외교 무대에서 러시아의 목소리를 높이고 소련 붕괴 이후 실추된 국가적 위상을 다시 세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은, 역설적으로 대외적으로 러시아가 고립되고 유럽 국가 내에서 소외되는 현실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젊은 층은 푸틴의 지지 세력이기도 하지만 야권의 반정부 시위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고르바초프 전 소련 서기장이 공산당 해체를 선언하고 자유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하며 개혁과 개방을 이끌었던 때인 1980년대에 태어나, 현재 30대인 젊은 세대들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권위주의 정부 통치를 반대하고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부활과 유럽적 가치의 회복’을 내세우고 있어 앞으로의 러시아 정치 일정에서 투표를 통한 러시아의 변화(vote for change)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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