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사활 걸고 지킨 픽업트럭, 뭐길래?…“미국인들 생필품”

입력 2018.03.26 (16:24) 수정 2018.03.2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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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목숨 걸고 지킨 픽업트럭, 뭐길래?…“미국인들 생필품

트럼프가 목숨 걸고 지킨 픽업트럭, 뭐길래?…“미국인들 생필품

"픽업트럭 만큼은 미국이 양보가 없을 만큼 강경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쌀 만큼 민감한 품목인 것 같았다"

2007년 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이 최종 타결된 뒤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기자에게 이런 협상 뒷얘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미국이 자국 시장에서 외국산 픽업트럭의 진출을 유독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미국의 우려가 반영된 때문인지 당시 합의한 한미 FTA에서는 자동차 시장 개방에 합의하면서도, 유독 픽업트럭만은 예외였다.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25%를 2021년까지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픽업트럭 시장 잠식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이번 한미 FTA 개정에도 반영됐다. 미국 측의 요구에 따라 양국은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25%를 2041년까지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25%의 관세를 물고는 한국산 픽업트럭을 미국에 수출하는 건 어렵다는 것이 완성차 업계의 시각인데, 이를 무려 23년 간 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픽업 트럭 지키기 위해 총력전 벌인 미국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픽업트럭 분야에 대한 한국의 양보를 얻기 위해 애초 요구했던 미국 자동차 부품 의무 사용 등도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서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과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 검증 등을 제시했다.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종 협의에서 픽업트럭 양허 연기 등 실리를 챙기는 대신 이 요구는 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픽업트럭이 과연 뭐길래 미국은 여기에 집착하는 걸까.

픽업트럭은 뚜껑 없는 적재함을 장착한 차량으로 2~3인승 1열 시트를 갖춘 객실 또는 4~6인승 2열 시트를 갖춘 더블 픽업의 형태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일반 가정용 자동차로도 많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다. 미국 내 픽업트럭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5%를 차지하고 있고, 지난해 판매량은 280만대 규모로 전년대비 4.8% 증가할 만큼 성장세다.


픽업트럭은 포드와 GM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큰 수익을 남기는 분야다. 일본이나 독일, 한국차의 공세에 시달리는 미국으로서는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이 픽업트럭 시장 개방에는 매우 소극적인 이유다.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의 베스트셀링카 3종이 미국 포드 F시리즈, GM 실버라도, FCA램 등 모두 픽업트럭이다.

그러나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 계획엔 차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시점에서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 브랜드의 픽업트럭은 없고, 현대기아차는 2021년 시장 개방 시점에 맞춰 제품 개발을 추진해왔다. 지난 1월 이경수 현대차 미국법인(HMA) 장(부사장)은 “본사에 (미국 시장에 픽업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청했고, 본사 쪽에서도 개발 쪽으로 승인이 났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 2020년께 콘셉트카 '싼타크루즈'를 개방으로 중소형 픽업트럭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브랜드 유일 픽업트럭 생산 업체인 쌍용차도 앞으로 미국 시장 진출 시 픽업트럭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현대차가 201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크로스오버 트럭 컨셉트 카인 HCD-15. (사진=연합뉴스)현대차가 201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크로스오버 트럭 컨셉트 카인 HCD-15.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픽업트럭 분야의 25% 관세 부과가 앞으로 20년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이런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5%의 관세를 물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픽업트럭을 수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다른 것을 지키기 위해 양보했다지만 자동차 대미 수출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를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서 수입차 점유율 더 높아질 듯

한미 이번 한미 FTA 개정으로 수입차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번 개정으로 한국 자동차 안전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업체별로 기존 할당량의 두 배인 5만 대까지 수입이 가능해졌다. 이는 미국 완성차 브랜드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BMW·벤츠·도요타 등 미국에서 생산하는 모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해당하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현재 20%에 육박하는 수입차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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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가 사활 걸고 지킨 픽업트럭, 뭐길래?…“미국인들 생필품”
    • 입력 2018-03-26 16:24:53
    • 수정2018-03-26 22:16:28
    취재K
"픽업트럭 만큼은 미국이 양보가 없을 만큼 강경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쌀 만큼 민감한 품목인 것 같았다"

2007년 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이 최종 타결된 뒤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기자에게 이런 협상 뒷얘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미국이 자국 시장에서 외국산 픽업트럭의 진출을 유독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미국의 우려가 반영된 때문인지 당시 합의한 한미 FTA에서는 자동차 시장 개방에 합의하면서도, 유독 픽업트럭만은 예외였다.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25%를 2021년까지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픽업트럭 시장 잠식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이번 한미 FTA 개정에도 반영됐다. 미국 측의 요구에 따라 양국은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25%를 2041년까지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25%의 관세를 물고는 한국산 픽업트럭을 미국에 수출하는 건 어렵다는 것이 완성차 업계의 시각인데, 이를 무려 23년 간 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픽업 트럭 지키기 위해 총력전 벌인 미국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픽업트럭 분야에 대한 한국의 양보를 얻기 위해 애초 요구했던 미국 자동차 부품 의무 사용 등도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서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과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 검증 등을 제시했다.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종 협의에서 픽업트럭 양허 연기 등 실리를 챙기는 대신 이 요구는 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픽업트럭이 과연 뭐길래 미국은 여기에 집착하는 걸까.

픽업트럭은 뚜껑 없는 적재함을 장착한 차량으로 2~3인승 1열 시트를 갖춘 객실 또는 4~6인승 2열 시트를 갖춘 더블 픽업의 형태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일반 가정용 자동차로도 많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다. 미국 내 픽업트럭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5%를 차지하고 있고, 지난해 판매량은 280만대 규모로 전년대비 4.8% 증가할 만큼 성장세다.


픽업트럭은 포드와 GM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큰 수익을 남기는 분야다. 일본이나 독일, 한국차의 공세에 시달리는 미국으로서는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이 픽업트럭 시장 개방에는 매우 소극적인 이유다.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의 베스트셀링카 3종이 미국 포드 F시리즈, GM 실버라도, FCA램 등 모두 픽업트럭이다.

그러나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 계획엔 차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시점에서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 브랜드의 픽업트럭은 없고, 현대기아차는 2021년 시장 개방 시점에 맞춰 제품 개발을 추진해왔다. 지난 1월 이경수 현대차 미국법인(HMA) 장(부사장)은 “본사에 (미국 시장에 픽업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청했고, 본사 쪽에서도 개발 쪽으로 승인이 났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 2020년께 콘셉트카 '싼타크루즈'를 개방으로 중소형 픽업트럭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브랜드 유일 픽업트럭 생산 업체인 쌍용차도 앞으로 미국 시장 진출 시 픽업트럭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현대차가 201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크로스오버 트럭 컨셉트 카인 HCD-15.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픽업트럭 분야의 25% 관세 부과가 앞으로 20년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이런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5%의 관세를 물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픽업트럭을 수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다른 것을 지키기 위해 양보했다지만 자동차 대미 수출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를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서 수입차 점유율 더 높아질 듯

한미 이번 한미 FTA 개정으로 수입차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번 개정으로 한국 자동차 안전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업체별로 기존 할당량의 두 배인 5만 대까지 수입이 가능해졌다. 이는 미국 완성차 브랜드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BMW·벤츠·도요타 등 미국에서 생산하는 모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해당하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현재 20%에 육박하는 수입차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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