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방독면 써야 할까?…진짜 ‘비상 조치’가 필요해!

입력 2018.03.28 (09:12) 수정 2018.03.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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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만 ‘비상’…미세먼지 줄일 진짜 ‘비상조치’가 필요해!

공공부문만 ‘비상’…미세먼지 줄일 진짜 ‘비상조치’가 필요해!

#방독면을 써야 할까

미세먼지가 또 왔다. '나쁨' 혹은 '매우 나쁨'이란 표현으로 익숙해진 고농도 초미세먼지다. 사람들은 눈만 내놓고 마스크로 얼굴을 절반 이상 가렸다. 언제부턴가 정말 봄이 무서워졌다.

숨은 두 번 쉴 거 한 번만 쉬고, 야외에선 말수도 줄이게 된다. 답답하지만 코로 숨을 쉰다. 코안엔 코털도 있고 점막도 있다. '미세먼지를 조금이나마 걸러주겠지.' 하는 소박한 기대에서다. 하지만 그것도 지름이 10㎛가 넘는 먼지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이번처럼 문제가 되는 지름 2.5㎛ 이하의 미세먼지에는 코도 속수무책이다. 정말 방독면이라도 써야 할까.


#'반쪽'짜리 비상저감조치

수도권엔 26일부터 잇따라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치솟은 미세먼지의 농도를 줄이기 위해 발생원인을 강제로 차단하는 일시적 조치다.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 미세먼지(PM2.5)가 이틀 연속 고농도(50㎍ 초과)일 경우 시행한다.
우선 차량 2부제를 실시해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인다. 서울시의 경우 주차장 450곳을 아예 폐쇄해 버렸다. 미세먼지 대기배출과 비산먼지, 건설기계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사업장의 조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아예 중단시킨다.


'비상'인 만큼 강제조치를 시행하는 건데, 그럼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효과는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지난 1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수도권엔 세 차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이 강제 비상조치로 수도권에서 하루에 미세먼지 2.25톤이 줄었다. 문제는 전체 배출량인데, 146.9톤이다. 고작 1.53% 줄였다.

#민간은 '배출 중'

'비상'이지만 공공기관에만 적용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나마 이 비상조치를 제대로 시행하는지 여부는 둘째치고, 민간은 개인이고 음식점이고 사업장이고 간에 각자 알아서 한다.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26일 인천 공장밀집 지역을 돌아봤다. 굴뚝들은 연기를 평소와 다름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뿌연 미세먼지와 섞이면서 주변 건물의 형체도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다. 인근 경찰서 주차장은 2부제로 텅 비다시피 했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장 굴뚝은 아랑곳없이 연기를 뭉텅뭉텅 피워냈다.

여의도의 민간 건설 사업장도 평소와 다름없이 조업 중이다. "공사일정을 정해놓고 하루하루 공사기간을 맞춰 나가는 게 건설사업인데 미세먼지 때문에 건설 기계를 세우는 건 어렵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래도 규모가 있는 사업장은 공사 차량의 바퀴를 씻어내는 세륜시설을 더 가동하고, 물을 뿌려서 비산먼지라도 좀 줄이려는 시늉은 한다.


대부분의 중소규모 사업장은 작업을 중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조업시간과 영업시간이 이윤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당장 미세먼지 때문에 조업을 중단하거나 단축하는 자발적 결정은 애초에 불가능해 보였다.

#진짜 '비상조치'가 필요해

환경부는 공공부문만으로 감소 효과가 미미하자 수도권에 있는 민간 전기가스증기업, 제철제강업, 비금속광물제조업 등 33개 업체에 협조를 요청했다. 4월부터 비상저감조치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미세먼지 저감계획을 담은 관리카드도 받았다. 관리카드를 제출한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저감조치에 참여를 하더라도 청소차 두 시간 연장 운행 정도가 전부다. 조업감축이나 중단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차량 2부제에 동참하는 개인도 많지 않다. "미세먼지도 싫고, 내 차의 배출가스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것도 알지만 차 없이 그냥 뿌연 도로를 나다니는 것이 더 불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효과도 미미한 비상저감조치를 계속 유지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비상저감조치에 대해 한결같이 비판적이다. 시행 근거가 과학적이지도 않고,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비상'인 상황에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공공부문이라도 나서서 뭐라도 하자는 모양새다.

배출원을 억제하면 당연히 미세먼지는 줄어든다. 이런 식의 비상저감조치가 효과가 있으려면 민간이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강제 차량 2부제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녹색교통 송상석 사무처장은 "미세먼지 저감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를 줄여야겠다는 필요에 대한 공감이 어느 정도나에 따라서 참여를 높일 방법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27일부터 미세먼지 환경기준이 ㎥당 50㎍에서 35㎍으로 강화됐다. 대기관리 목표를 높였다는 뜻이다. 이행계획도 이에 맞춰 촘촘하게 만들고 또 차질없이 시행해야 한다. 미세먼지 비상저감대책 역시 지역과 분야, 시행방법을 망라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아주대학교 장재연 예방의학과 교수는 "반짝하는 단기 대책보다 생활 속 미세먼지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한 뒤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진짜 '비상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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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방독면 써야 할까?…진짜 ‘비상 조치’가 필요해!
    • 입력 2018-03-28 09:12:57
    • 수정2018-03-28 09:39:00
    취재K
#방독면을 써야 할까

미세먼지가 또 왔다. '나쁨' 혹은 '매우 나쁨'이란 표현으로 익숙해진 고농도 초미세먼지다. 사람들은 눈만 내놓고 마스크로 얼굴을 절반 이상 가렸다. 언제부턴가 정말 봄이 무서워졌다.

숨은 두 번 쉴 거 한 번만 쉬고, 야외에선 말수도 줄이게 된다. 답답하지만 코로 숨을 쉰다. 코안엔 코털도 있고 점막도 있다. '미세먼지를 조금이나마 걸러주겠지.' 하는 소박한 기대에서다. 하지만 그것도 지름이 10㎛가 넘는 먼지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이번처럼 문제가 되는 지름 2.5㎛ 이하의 미세먼지에는 코도 속수무책이다. 정말 방독면이라도 써야 할까.


#'반쪽'짜리 비상저감조치

수도권엔 26일부터 잇따라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치솟은 미세먼지의 농도를 줄이기 위해 발생원인을 강제로 차단하는 일시적 조치다.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 미세먼지(PM2.5)가 이틀 연속 고농도(50㎍ 초과)일 경우 시행한다.
우선 차량 2부제를 실시해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인다. 서울시의 경우 주차장 450곳을 아예 폐쇄해 버렸다. 미세먼지 대기배출과 비산먼지, 건설기계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사업장의 조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아예 중단시킨다.


'비상'인 만큼 강제조치를 시행하는 건데, 그럼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효과는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지난 1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수도권엔 세 차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이 강제 비상조치로 수도권에서 하루에 미세먼지 2.25톤이 줄었다. 문제는 전체 배출량인데, 146.9톤이다. 고작 1.53% 줄였다.

#민간은 '배출 중'

'비상'이지만 공공기관에만 적용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나마 이 비상조치를 제대로 시행하는지 여부는 둘째치고, 민간은 개인이고 음식점이고 사업장이고 간에 각자 알아서 한다.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26일 인천 공장밀집 지역을 돌아봤다. 굴뚝들은 연기를 평소와 다름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뿌연 미세먼지와 섞이면서 주변 건물의 형체도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다. 인근 경찰서 주차장은 2부제로 텅 비다시피 했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장 굴뚝은 아랑곳없이 연기를 뭉텅뭉텅 피워냈다.

여의도의 민간 건설 사업장도 평소와 다름없이 조업 중이다. "공사일정을 정해놓고 하루하루 공사기간을 맞춰 나가는 게 건설사업인데 미세먼지 때문에 건설 기계를 세우는 건 어렵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래도 규모가 있는 사업장은 공사 차량의 바퀴를 씻어내는 세륜시설을 더 가동하고, 물을 뿌려서 비산먼지라도 좀 줄이려는 시늉은 한다.


대부분의 중소규모 사업장은 작업을 중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조업시간과 영업시간이 이윤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당장 미세먼지 때문에 조업을 중단하거나 단축하는 자발적 결정은 애초에 불가능해 보였다.

#진짜 '비상조치'가 필요해

환경부는 공공부문만으로 감소 효과가 미미하자 수도권에 있는 민간 전기가스증기업, 제철제강업, 비금속광물제조업 등 33개 업체에 협조를 요청했다. 4월부터 비상저감조치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미세먼지 저감계획을 담은 관리카드도 받았다. 관리카드를 제출한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저감조치에 참여를 하더라도 청소차 두 시간 연장 운행 정도가 전부다. 조업감축이나 중단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차량 2부제에 동참하는 개인도 많지 않다. "미세먼지도 싫고, 내 차의 배출가스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것도 알지만 차 없이 그냥 뿌연 도로를 나다니는 것이 더 불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효과도 미미한 비상저감조치를 계속 유지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비상저감조치에 대해 한결같이 비판적이다. 시행 근거가 과학적이지도 않고,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비상'인 상황에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공공부문이라도 나서서 뭐라도 하자는 모양새다.

배출원을 억제하면 당연히 미세먼지는 줄어든다. 이런 식의 비상저감조치가 효과가 있으려면 민간이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강제 차량 2부제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녹색교통 송상석 사무처장은 "미세먼지 저감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를 줄여야겠다는 필요에 대한 공감이 어느 정도나에 따라서 참여를 높일 방법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27일부터 미세먼지 환경기준이 ㎥당 50㎍에서 35㎍으로 강화됐다. 대기관리 목표를 높였다는 뜻이다. 이행계획도 이에 맞춰 촘촘하게 만들고 또 차질없이 시행해야 한다. 미세먼지 비상저감대책 역시 지역과 분야, 시행방법을 망라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아주대학교 장재연 예방의학과 교수는 "반짝하는 단기 대책보다 생활 속 미세먼지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한 뒤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진짜 '비상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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