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손님맞이 바쁜 판문점, ‘때 빼고 광 내고’ 새단장 한창

입력 2018.03.28 (11:15) 수정 2018.03.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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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손님맞이 바쁜 판문점, ‘때 빼고 광 내고’ 새단장 한창

[르포] 손님맞이 바쁜 판문점, ‘때 빼고 광 내고’ 새단장 한창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둔 27일 오전 10시 30분. 통일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판문점이 공개됐다. 회담이 열리는 우리 측 평화의 집 앞마당은 분주했다. 작업자들이 고압 호스로 바닥에 연신 물을 뿌리고 빗자루와 걸레 등으로 먼지를 쓸고 닦아내고 있었다. 높이 3m가 넘는 접이식 사다리도 보였다. 평화의 집 마당에 있는 청동 조형물을 깨끗하게 닦아내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때 빼고 광내기' 나선 평화의 집…내부 정비 상황은 비공개

평화의 집 내부에서는 시설 정비가 한창이다. 다음 달 말 판문점에서는 처음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평화의 집은 1989년 남북 회담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상 간의 만남은 처음인 만큼 '격에 맞는' 공간으로 시설 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후문이다.

준공된 지 30년 가까이 지나 낙후됐다는 지적도 있다. 평양에서 열렸던 1, 2차 남북 정상회담은 공식 수행원만 180명에 이른다. 이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은 경제사절단 등이 포함되지 않겠지만, 경호 등 의전 인력 등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만큼 평화의 집 재정비는 필수적이다. 다만, 정상 회담이라는 무게감이 더해진 삼엄한 경비 속에 새 단장에 나선 평화의 집 내부는 현장을 방문한 기자단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지상 3층의 석조건물로 지어진 평화의집은 1층은 기자실이 있으며 2층에는 회담이 이뤄지는 회의실과 회담 대표 대기실이 있다. 3층은 대회의실과 소회의실이 있다. 이번 회담이 실무와 실용을 앞세운 측면이 있지만 오·만찬이 이뤄질 경우 장소가 마땅치 않다. 이 경우 3층의 대회의실을 연회장으로 개조해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때는 1층 기자실에 인터넷 회선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기자들이 인근 자유의 집으로 이동해 기사를 송고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은 취재 기자단의 규모도 큰 만큼 기자실을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이 재정비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2층의 회담 대표 대기실도 국가 정상급 예우에 맞춰 재정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관계자는 테이블과 의자 등도 격에 맞게 바꾸는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남북회담본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평화의 집에서는 모두 104차례 남북접촉이 이뤄졌다. 그러나 지금의 평화의 집 건물이 건립된 건 1989년 12월 19일. 다음날인 12월 20일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제5차 예비회담'을 시작으로 본다면, 모두 83차례 이 건물에서 남북 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월 9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수석대표로 나섰던 남북 고위급 회담과 17일 후속 회담으로 차관급 실무회담이 열렸다.

남북정상회담이 정례화된다면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과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을 오가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장소로 판문점 평화의 집을 가장 유력한 (most promising) 장소로 꼽기도 했다. 남북 그리고 북미 간 대화국면이 지속되는 한 판문점은 지금과 같이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 걸어서 군사 분계선 넘을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남북 군 병력은 양측에서 방문자가 있을 때만 군사 분계선에 배치된다. 기자단이 방문한 날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판문점 북측 지역을 방문하는 인원이 없었다는 의미다. 북한은 최근 판문점을 포함해 2박 3일 일정의 관광 상품을 2,000달러가량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 남측에서는 기자단 방문 때문에 우리군 병력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배치됐다.


남측 지역인 자유의 집 옥상에서 북측 지역 건물인 판문각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군사분계선을 밟고 있는 팔각지붕 형태의 건물 7개 동이 보인다. 가운데에 위치한 파란색 건물 3개 동 가운데 자유의 집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왼쪽이 중립국감독위원회(이하 중감위) 회의실이다. 오른쪽으로 중간은 군사정전위원회(이하 군정위) 본회의실,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이 있다.

판문점 관계자는 중감위 회의실과 군정위 본회의실 사이로는 주로 민간인이, 군정위 본회의실과 소회의실 사이로는 군인들이 오고간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상징적으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을 경우 둘 중 한 곳으로 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상 국가의 수반임을 강조하기 위해 민간인들이 주로 넘나드는 통로로 올 가능성도 있지만, 자유의 집과 판문각을 기준으로 정중앙으로 걸어들어온다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군인들이 넘나드는 군정위 본회의실과 소회의실 사잇길로 들어올 수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승용차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자유의 집에서 바라볼 때 가장 오른쪽 건물인 북한군 휴게소 건물을 돌아들어 오면 된다. 도로는 아니지만, 잔디가 깔려 있고, 군사분계선을 의미하는 경계석이 없어서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거침없는 파격 행보를 보이는 김 위원장이 승용차를 타고 넘어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군사분계선에서 평화의 집은 도보로 5분 남짓 걸린다.

5분 거리에서 직통전화…190km로 늘리는 '핫라인'

자유의 집 3층에는 남북 직통전화와 팩스가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가 있다. 직통전화의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지만, 최근에는 운영시간이 의미가 없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측 인원이 방남해 있는 동안에는 연락 채널을 계속 열어놔야 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과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 남북고위급 회담 등 3개 사안에 대한 협의 때문에 쉴 새 없이 연락이 오고 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날도 오전 중에 수차례 남북이 전화와 팩스를 주고받았다.


북측이 연락을 받는 곳은 자유의 집 바로 앞에 있는 판문각이다. 건물 2층에 연락사무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두 건물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전화와 팩스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다. 최근 남북 정상은 핫라인 설치에 합의했다. 남북이 직통전화로 협의할 수 있는 거리가 서울과 평양의 직선거리(190km)만큼 늘어났다.

다음 달 말에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52km인 판문점을 방문한다. 승용차로는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다. 북한이 쏘아 올린 탄도미사일 사거리만큼이나 멀어질 줄 알았던 남과 북은 이제 다시 가까워질 준비를 하고 있다. 판문점은 조용하게, 그러나 분주하게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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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둔 27일 오전 10시 30분. 통일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판문점이 공개됐다. 회담이 열리는 우리 측 평화의 집 앞마당은 분주했다. 작업자들이 고압 호스로 바닥에 연신 물을 뿌리고 빗자루와 걸레 등으로 먼지를 쓸고 닦아내고 있었다. 높이 3m가 넘는 접이식 사다리도 보였다. 평화의 집 마당에 있는 청동 조형물을 깨끗하게 닦아내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때 빼고 광내기' 나선 평화의 집…내부 정비 상황은 비공개

평화의 집 내부에서는 시설 정비가 한창이다. 다음 달 말 판문점에서는 처음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평화의 집은 1989년 남북 회담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상 간의 만남은 처음인 만큼 '격에 맞는' 공간으로 시설 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후문이다.

준공된 지 30년 가까이 지나 낙후됐다는 지적도 있다. 평양에서 열렸던 1, 2차 남북 정상회담은 공식 수행원만 180명에 이른다. 이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은 경제사절단 등이 포함되지 않겠지만, 경호 등 의전 인력 등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만큼 평화의 집 재정비는 필수적이다. 다만, 정상 회담이라는 무게감이 더해진 삼엄한 경비 속에 새 단장에 나선 평화의 집 내부는 현장을 방문한 기자단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지상 3층의 석조건물로 지어진 평화의집은 1층은 기자실이 있으며 2층에는 회담이 이뤄지는 회의실과 회담 대표 대기실이 있다. 3층은 대회의실과 소회의실이 있다. 이번 회담이 실무와 실용을 앞세운 측면이 있지만 오·만찬이 이뤄질 경우 장소가 마땅치 않다. 이 경우 3층의 대회의실을 연회장으로 개조해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때는 1층 기자실에 인터넷 회선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기자들이 인근 자유의 집으로 이동해 기사를 송고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은 취재 기자단의 규모도 큰 만큼 기자실을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이 재정비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2층의 회담 대표 대기실도 국가 정상급 예우에 맞춰 재정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관계자는 테이블과 의자 등도 격에 맞게 바꾸는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남북회담본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평화의 집에서는 모두 104차례 남북접촉이 이뤄졌다. 그러나 지금의 평화의 집 건물이 건립된 건 1989년 12월 19일. 다음날인 12월 20일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제5차 예비회담'을 시작으로 본다면, 모두 83차례 이 건물에서 남북 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월 9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수석대표로 나섰던 남북 고위급 회담과 17일 후속 회담으로 차관급 실무회담이 열렸다.

남북정상회담이 정례화된다면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과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을 오가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장소로 판문점 평화의 집을 가장 유력한 (most promising) 장소로 꼽기도 했다. 남북 그리고 북미 간 대화국면이 지속되는 한 판문점은 지금과 같이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 걸어서 군사 분계선 넘을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남북 군 병력은 양측에서 방문자가 있을 때만 군사 분계선에 배치된다. 기자단이 방문한 날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판문점 북측 지역을 방문하는 인원이 없었다는 의미다. 북한은 최근 판문점을 포함해 2박 3일 일정의 관광 상품을 2,000달러가량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 남측에서는 기자단 방문 때문에 우리군 병력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배치됐다.


남측 지역인 자유의 집 옥상에서 북측 지역 건물인 판문각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군사분계선을 밟고 있는 팔각지붕 형태의 건물 7개 동이 보인다. 가운데에 위치한 파란색 건물 3개 동 가운데 자유의 집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왼쪽이 중립국감독위원회(이하 중감위) 회의실이다. 오른쪽으로 중간은 군사정전위원회(이하 군정위) 본회의실,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이 있다.

판문점 관계자는 중감위 회의실과 군정위 본회의실 사이로는 주로 민간인이, 군정위 본회의실과 소회의실 사이로는 군인들이 오고간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상징적으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을 경우 둘 중 한 곳으로 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상 국가의 수반임을 강조하기 위해 민간인들이 주로 넘나드는 통로로 올 가능성도 있지만, 자유의 집과 판문각을 기준으로 정중앙으로 걸어들어온다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군인들이 넘나드는 군정위 본회의실과 소회의실 사잇길로 들어올 수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승용차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자유의 집에서 바라볼 때 가장 오른쪽 건물인 북한군 휴게소 건물을 돌아들어 오면 된다. 도로는 아니지만, 잔디가 깔려 있고, 군사분계선을 의미하는 경계석이 없어서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거침없는 파격 행보를 보이는 김 위원장이 승용차를 타고 넘어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군사분계선에서 평화의 집은 도보로 5분 남짓 걸린다.

5분 거리에서 직통전화…190km로 늘리는 '핫라인'

자유의 집 3층에는 남북 직통전화와 팩스가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가 있다. 직통전화의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지만, 최근에는 운영시간이 의미가 없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측 인원이 방남해 있는 동안에는 연락 채널을 계속 열어놔야 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과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 남북고위급 회담 등 3개 사안에 대한 협의 때문에 쉴 새 없이 연락이 오고 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날도 오전 중에 수차례 남북이 전화와 팩스를 주고받았다.


북측이 연락을 받는 곳은 자유의 집 바로 앞에 있는 판문각이다. 건물 2층에 연락사무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두 건물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전화와 팩스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다. 최근 남북 정상은 핫라인 설치에 합의했다. 남북이 직통전화로 협의할 수 있는 거리가 서울과 평양의 직선거리(190km)만큼 늘어났다.

다음 달 말에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52km인 판문점을 방문한다. 승용차로는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다. 북한이 쏘아 올린 탄도미사일 사거리만큼이나 멀어질 줄 알았던 남과 북은 이제 다시 가까워질 준비를 하고 있다. 판문점은 조용하게, 그러나 분주하게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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