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드러난 ‘세월호 첫 보고’…“침실 문 두드려도 답 없었다”

입력 2018.03.28 (16:31) 수정 2018.03.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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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드러난 ‘세월호 첫 보고’…“침실 문 두드려도 답 없었다”

조작 드러난 ‘세월호 첫 보고’…“침실 문 두드려도 답 없었다”

[연관 기사]
朴, 세월호 완전 전복 뒤 첫 보고 받아…보고 시간 조작
침몰 순간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시간대별 재구성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 당시 사건을 인지한 시점이 애초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공개했던 당일 오전 10시가 아닌 10시 22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세월호 골든타임을 당일 오전 10시 17분으로 보고 이보다 먼저 박 전 대통령이 사고를 인지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이라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28일 검찰이 발표한 '세월호 참사 보고시간 조작 사건'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밝혀온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행적은 상당 부분이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박 전 대통령은 김장수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의 휴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결국 안봉근 제2 부속비서관이 관저로 가 침실 앞에서 여러 차례 부른 끝에 당일 오전 10시 20분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후 세월호 사건을 알리는 김장수 실장의 전화 보고를 받은 건 10시 22분이나 돼서라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다.


침실에서 답이 없었던 박 전 대통령

지난 2016년 11월 19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세월호 당일,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세월호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해명에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사고 당일 10시 국가안보실로부터 최초 서면 보고를 받고 사고 내용을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15분 뒤 김장수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명 구조를 지시하고, 10시 22분에 추가로 전화 지시를 했다고 했었다.

하지만 검찰이 확인해보니 사실과 달랐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고 있었다.

오전 9시 19분경 방송사 속보를 통해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9시 24분경 청와대 문자 메시지 발송시스템을 통해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김장수 안보실장은 오전 10시쯤 국가안보실 직원으로부터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박 전 대통령에 보고하기로 결심한다.

휴대전화를 걸어 사고 내용을 보고하려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김 실장은 안봉근 비서관에게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지금 대통령에게 세월호 관련 상황 보고서 1보가 올라갈 예정이니 대통령에게 보고될 수 있게 조치해 달라" 고 말한다.

이어 김 실장은 부하 직원을 통해 상황보고서를 관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고, 상황병은 오전 10시 19~20분쯤 관저 근무 경호관을 통해 내실 근무자인 김모(여, 71)에게 보고서를 전달한다.

김 씨는 별도의 구두 전달 없이 박 전 대통령 침실 앞에 있는 탁자 위에 보고서를 올려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무렵까지도 박 전 대통령은 연락되지 않았다.

김 실장은 위기관리센터로 내려가 박 전 대통령에게 휴대전화를 걸었지만, 이때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침실 문 두드린 안봉근

박 전 대통령이 연락이 안 되자 안 비서관은 관저로 출발했다.

오전 10시 20분쯤 부하 직원인 이영선 행정관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관저로 간다.

이어 내실로 들어가서 침실 앞에서 여러 차례 대통령을 불렀고, 이 소리에 박 전 대통령은 침실 밖으로 나온다.

여기서 안 비서관은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하십니다."라는 보고를 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래요?"라 말한 뒤 침실로 들어가 김장수 실장과 첫 통과가 이뤄진다. 이때가 오전 10시 22분이다.

이때 이뤄진 첫 보고에서 박 전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여객선 내 객실, 엔진실 등을 철저히 수색하여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초 보고 시점이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해명에서 실제보다 앞당겨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탑승객 구조 골든타임의 마지막 시간을 10시 17분으로 설정했다.

즉 10시 17분에 세월호는 108도로 전도돼 구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각종 회의자료를 토대로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선내에서 발송된 마지막 카카오톡 시간인 오전 10시 17분을 탑승자를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 종료 시점으로 간주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그 이전에 대통령의 보고와 지시가 있었다고 가장하기 위해 국회 답변서 등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공무원에게 부당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내용 발표다. 검찰 관계자는 "사고 무렵 박 전 대통령은 정호성 비서관에게 매주 수요일은 가급적 공식 일정을 잡지 말도록 지시했다"며 "세월호 보고가 늦었던 것도 사고 당일인 4월 16일이 수요일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6년 11월 청와대가 공개했던 세월호 당일 박 전 대통령 행적2016년 11월 청와대가 공개했던 세월호 당일 박 전 대통령 행적

최순실도 청와대에 있었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오후 최순실 씨가 청와대 관저에 은밀히 들어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연관 기사] ‘비선실세’ 아니라던 최순실, “청와대 세월호 대책회의 참석”

조사 결과, 최 씨는 이날 이영선 전 경호관이 모는 차를 타고 오후 2시 15분께 청와대로 들어와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안봉근·비서관이 참여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 회의를 연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본 방문도 최씨가 참여한 당시 '5인 회의'에서 결정됐다.

앞서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당일 간호장교와 미용사를 제외하고 어떤 외부인도 관저에 들어온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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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3-29 1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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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세월호 완전 전복 뒤 첫 보고 받아…보고 시간 조작
침몰 순간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시간대별 재구성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 당시 사건을 인지한 시점이 애초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공개했던 당일 오전 10시가 아닌 10시 22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세월호 골든타임을 당일 오전 10시 17분으로 보고 이보다 먼저 박 전 대통령이 사고를 인지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이라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28일 검찰이 발표한 '세월호 참사 보고시간 조작 사건'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밝혀온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행적은 상당 부분이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박 전 대통령은 김장수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의 휴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결국 안봉근 제2 부속비서관이 관저로 가 침실 앞에서 여러 차례 부른 끝에 당일 오전 10시 20분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후 세월호 사건을 알리는 김장수 실장의 전화 보고를 받은 건 10시 22분이나 돼서라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다.


침실에서 답이 없었던 박 전 대통령

지난 2016년 11월 19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세월호 당일,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세월호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해명에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사고 당일 10시 국가안보실로부터 최초 서면 보고를 받고 사고 내용을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15분 뒤 김장수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명 구조를 지시하고, 10시 22분에 추가로 전화 지시를 했다고 했었다.

하지만 검찰이 확인해보니 사실과 달랐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고 있었다.

오전 9시 19분경 방송사 속보를 통해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9시 24분경 청와대 문자 메시지 발송시스템을 통해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김장수 안보실장은 오전 10시쯤 국가안보실 직원으로부터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박 전 대통령에 보고하기로 결심한다.

휴대전화를 걸어 사고 내용을 보고하려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김 실장은 안봉근 비서관에게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지금 대통령에게 세월호 관련 상황 보고서 1보가 올라갈 예정이니 대통령에게 보고될 수 있게 조치해 달라" 고 말한다.

이어 김 실장은 부하 직원을 통해 상황보고서를 관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고, 상황병은 오전 10시 19~20분쯤 관저 근무 경호관을 통해 내실 근무자인 김모(여, 71)에게 보고서를 전달한다.

김 씨는 별도의 구두 전달 없이 박 전 대통령 침실 앞에 있는 탁자 위에 보고서를 올려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무렵까지도 박 전 대통령은 연락되지 않았다.

김 실장은 위기관리센터로 내려가 박 전 대통령에게 휴대전화를 걸었지만, 이때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침실 문 두드린 안봉근

박 전 대통령이 연락이 안 되자 안 비서관은 관저로 출발했다.

오전 10시 20분쯤 부하 직원인 이영선 행정관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관저로 간다.

이어 내실로 들어가서 침실 앞에서 여러 차례 대통령을 불렀고, 이 소리에 박 전 대통령은 침실 밖으로 나온다.

여기서 안 비서관은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하십니다."라는 보고를 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래요?"라 말한 뒤 침실로 들어가 김장수 실장과 첫 통과가 이뤄진다. 이때가 오전 10시 22분이다.

이때 이뤄진 첫 보고에서 박 전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여객선 내 객실, 엔진실 등을 철저히 수색하여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초 보고 시점이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해명에서 실제보다 앞당겨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탑승객 구조 골든타임의 마지막 시간을 10시 17분으로 설정했다.

즉 10시 17분에 세월호는 108도로 전도돼 구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각종 회의자료를 토대로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선내에서 발송된 마지막 카카오톡 시간인 오전 10시 17분을 탑승자를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 종료 시점으로 간주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그 이전에 대통령의 보고와 지시가 있었다고 가장하기 위해 국회 답변서 등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공무원에게 부당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내용 발표다. 검찰 관계자는 "사고 무렵 박 전 대통령은 정호성 비서관에게 매주 수요일은 가급적 공식 일정을 잡지 말도록 지시했다"며 "세월호 보고가 늦었던 것도 사고 당일인 4월 16일이 수요일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6년 11월 청와대가 공개했던 세월호 당일 박 전 대통령 행적
최순실도 청와대에 있었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오후 최순실 씨가 청와대 관저에 은밀히 들어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연관 기사] ‘비선실세’ 아니라던 최순실, “청와대 세월호 대책회의 참석”

조사 결과, 최 씨는 이날 이영선 전 경호관이 모는 차를 타고 오후 2시 15분께 청와대로 들어와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안봉근·비서관이 참여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 회의를 연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본 방문도 최씨가 참여한 당시 '5인 회의'에서 결정됐다.

앞서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당일 간호장교와 미용사를 제외하고 어떤 외부인도 관저에 들어온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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