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방관하면 되풀이된다” 중앙대 미대 졸업생의 #미투

입력 2018.03.28 (16:54) 수정 2018.03.28 (22: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중앙대 조소학과를 졸업한 A씨가 미투를 선언했다. A씨는 대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13년 4월, 유명 조각가이자 당시 중앙대 조소학과 시간 강사였던 최 모씨로부터 2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영상에 나온 피해자 A씨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첫 번째 성폭행

2013년도 4월 중순 쯤 이었고요. <창작과 사회>란 과목을 가르쳐주시던 가해자(당시 중앙대 강사)는 항상 수업 후에 술자리를 주선했어요. 자기가 초청한 현직 작가들을 항상 모셨거든요. 수업의 연장처럼 말씀을 하셨어요.

그날 1차에서는 가해자, 저 포함해서 5명이서 밥을 먹고 반주를 하고 2차로 갔는데, (학생들이) 다 중간 중간에 없어졌더라고요. 결국엔 3명이 남았는데, 그때부터 저를 성추행을 하기 시작했어요.

자꾸 허리를 감아서 자기한테 붙였고요. 계속 붙어서 술을 권하셨어요. 술을 거의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화장실) 갔다 와서 예의상 한 모금 두 모금 한 게 그다음부터 기억이 없고, 일어나니까 모텔이었어요.

이튿날 '처음이고 실수였고, 너는 뭐 특별하게 느껴졌었고, 그래서 이 자리까지 왔고'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너무 충격적이고 어떻게 할 줄 몰라서 일단 수업을 못 나갔어요. 그 분 수업이요. 연락도 없으시다가, 계속해서 빠지니까 그때서야 막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제야 사과를 하셨고. 제가 거기에 대해서 반응이 없으니까 만나서 사과를 하겠다고, 그래서 사과를 받으려고 나간 자리에서 2차 피해가 있었어요.


두 번째 성폭행

(강사 최 씨가) 밥을 먹으면서 열심히 사과를 하셨고, 같이 술을 마셨어요. 그러다가 제가 긴장이 풀리고 무기력해지니까 또 끌고 가시더라고요. 그때는 제 정신이 있으니까 막았죠. 완강하게 거부했고요. 근데 계속 정말 짐승같이 끌고 가시더라고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고요.

그때는 이렇게 대응할 생각도 못했고, 사과를 받으러 가려고 했던 제 의지랑 상관없이 또 다시 너무 바보같이 느껴져서...그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네가 자초한 일 아니냐는 화살이 저한테 돌아올 것 같고...그래서 1차 성폭행이든 2차든 너무 수치스러워서 입을 닫았어요.

또 다른 성추행

하필 그 수업의 종강파티 때(2013년 6월 12일) 또 성추행이 일어난 거예요. (최 씨가) 또 다시 만취가 돼서 인사불성이 된 거예요. 그런 사람을 그냥 길바닥에 두고 갈 순 없으니, 몇몇 친구들이 그 분을 모텔로 데려다줬고, (최 씨가) 그 자리에서 술을 더 먹자고 했죠.

거기 있는 남자 학생은 집으로 가라하시고, 여자 학생들은 남아서 자기랑 술을 먹자고 하고. 같이 셋이서 잠을 자자고 하고. 이런 식으로 또 성추행이 있었어요.

강사 최 씨의 사과문강사 최 씨의 사과문

(그 친구들은 다음날 바로 지도교수한테 사실을 알렸고요) 자기가 사과를 하고 활동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모든 협회 같은 곳도 탈퇴하겠다, 작업실 폐쇄도 본인이 스스로 약속하신 부분인데요. 학교나 교수님 측에서 이후에 방치하셨죠. 강제하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지킬 이유가 없잖아요.

학교도 교수도 "가만히 있으라"

수치심을 느낀 학생이 고소의지가 있었어요. 근데 교수님 측에서 어린 너희들한테는 너무나 힘든 여정이고, 자기가 해 봐서 그러는데 엄청나게 사회적으로 마이너스고, 오점이고 힘들다. 그냥 합의를 보는 게 서로 속편하다는 식으로 설득을 하시더라고요. (중앙대) 인권센터도 마찬가지고요.

최 씨가 쓴 각서최 씨가 쓴 각서

저희가 그때 당시 분노했던 게 대자보 문제였거든요. 저희가 예술대 전체에 그걸 붙였어요. 그랬더니 이번엔 저희 지도교수님께서 그것을 떼라고 연락이 오고, 화를 내시더라고요. 그걸 왜 외부로 노출하느냐고. 지도교수님들은 자기가 데리고 온 그 강사가 일으킨 그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고, 축소해서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가해자 처벌을 원한다"

별거 아닌 것처럼 그 당시에 행동하셨잖아요...별거 아닌 게 아니거든요. 그거 정말 파렴치한이거든요. 사람이 할 짓이 아니거든요. 인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잘못을 했으니까 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분노하고 화가 났던 건 마치 그런 일은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시고.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저한테 연락을 하셨어요, 뻔뻔하게. 자기 좀 도와달라고. 그 신고한 친구들을 조금 진정시켜달라고.

출처 : 유튜브출처 : 유튜브

"방관하면 되풀이된다"

제가 그 당시에 용기를 내지 않아서 또 다른 제 동기들이 당했다고 제가 되게 많이 자책하고 있거든요. 제가 용기를 냈더라면, 가해자는 진작 학교에서 사라졌을 거고 제 동기들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거예요.

똑같아요. 지금이라도 시간이 지났지만, 제가 입을 연 이유는 저희가 또다시 방관하면 또 일어나요. 지금 간접적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학교 후배들이나 다른 여러분들이 분명 저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만 견뎌주시고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뿌리) 뽑아야 되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안 그러면 지금 계시는 분들도 2차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출처 : 중앙대학교 홈페이지출처 : 중앙대학교 홈페이지

추가 성폭력 제보 잇따라...중앙대 조소과 홍 모 강사도 해임

피해자 A씨가 5년 만에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고, 법적 대응에 나서자 중앙대 조소학과에서는 또 다른 성폭력 제보가 잇따랐다. 시간 강사로 근무 중인 홍 모 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 중앙대 조소학과 교수들은 어제(27일) 교수회의를 열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강사 홍 모 씨를 해임했다.

피해자 A씨와 또 다른 성추행 피해자 등 4명은 최 씨를 성폭행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최 씨가 자료 준비 등을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출석을 연기했지만, 4월 첫째 주에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재팀은 조각가 최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최 씨는 응답하지 않았다. 최 씨는 2013년 저지른 성추행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A씨에 대한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조각가를 꿈꿨던 A씨는 성폭력 피해를 당한 뒤 '미술'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제보 : metoo.kbs@gmail.com

취재 : 김시원
촬영·편집 : 고형석, 권준용
그래픽 : 강민수
자막 : 민중원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영상] “방관하면 되풀이된다” 중앙대 미대 졸업생의 #미투
    • 입력 2018-03-28 16:54:03
    • 수정2018-03-28 22:40:17
    영상K
중앙대 조소학과를 졸업한 A씨가 미투를 선언했다. A씨는 대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13년 4월, 유명 조각가이자 당시 중앙대 조소학과 시간 강사였던 최 모씨로부터 2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영상에 나온 피해자 A씨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첫 번째 성폭행

2013년도 4월 중순 쯤 이었고요. <창작과 사회>란 과목을 가르쳐주시던 가해자(당시 중앙대 강사)는 항상 수업 후에 술자리를 주선했어요. 자기가 초청한 현직 작가들을 항상 모셨거든요. 수업의 연장처럼 말씀을 하셨어요.

그날 1차에서는 가해자, 저 포함해서 5명이서 밥을 먹고 반주를 하고 2차로 갔는데, (학생들이) 다 중간 중간에 없어졌더라고요. 결국엔 3명이 남았는데, 그때부터 저를 성추행을 하기 시작했어요.

자꾸 허리를 감아서 자기한테 붙였고요. 계속 붙어서 술을 권하셨어요. 술을 거의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화장실) 갔다 와서 예의상 한 모금 두 모금 한 게 그다음부터 기억이 없고, 일어나니까 모텔이었어요.

이튿날 '처음이고 실수였고, 너는 뭐 특별하게 느껴졌었고, 그래서 이 자리까지 왔고'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너무 충격적이고 어떻게 할 줄 몰라서 일단 수업을 못 나갔어요. 그 분 수업이요. 연락도 없으시다가, 계속해서 빠지니까 그때서야 막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제야 사과를 하셨고. 제가 거기에 대해서 반응이 없으니까 만나서 사과를 하겠다고, 그래서 사과를 받으려고 나간 자리에서 2차 피해가 있었어요.


두 번째 성폭행

(강사 최 씨가) 밥을 먹으면서 열심히 사과를 하셨고, 같이 술을 마셨어요. 그러다가 제가 긴장이 풀리고 무기력해지니까 또 끌고 가시더라고요. 그때는 제 정신이 있으니까 막았죠. 완강하게 거부했고요. 근데 계속 정말 짐승같이 끌고 가시더라고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고요.

그때는 이렇게 대응할 생각도 못했고, 사과를 받으러 가려고 했던 제 의지랑 상관없이 또 다시 너무 바보같이 느껴져서...그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네가 자초한 일 아니냐는 화살이 저한테 돌아올 것 같고...그래서 1차 성폭행이든 2차든 너무 수치스러워서 입을 닫았어요.

또 다른 성추행

하필 그 수업의 종강파티 때(2013년 6월 12일) 또 성추행이 일어난 거예요. (최 씨가) 또 다시 만취가 돼서 인사불성이 된 거예요. 그런 사람을 그냥 길바닥에 두고 갈 순 없으니, 몇몇 친구들이 그 분을 모텔로 데려다줬고, (최 씨가) 그 자리에서 술을 더 먹자고 했죠.

거기 있는 남자 학생은 집으로 가라하시고, 여자 학생들은 남아서 자기랑 술을 먹자고 하고. 같이 셋이서 잠을 자자고 하고. 이런 식으로 또 성추행이 있었어요.

강사 최 씨의 사과문
(그 친구들은 다음날 바로 지도교수한테 사실을 알렸고요) 자기가 사과를 하고 활동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모든 협회 같은 곳도 탈퇴하겠다, 작업실 폐쇄도 본인이 스스로 약속하신 부분인데요. 학교나 교수님 측에서 이후에 방치하셨죠. 강제하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지킬 이유가 없잖아요.

학교도 교수도 "가만히 있으라"

수치심을 느낀 학생이 고소의지가 있었어요. 근데 교수님 측에서 어린 너희들한테는 너무나 힘든 여정이고, 자기가 해 봐서 그러는데 엄청나게 사회적으로 마이너스고, 오점이고 힘들다. 그냥 합의를 보는 게 서로 속편하다는 식으로 설득을 하시더라고요. (중앙대) 인권센터도 마찬가지고요.

최 씨가 쓴 각서
저희가 그때 당시 분노했던 게 대자보 문제였거든요. 저희가 예술대 전체에 그걸 붙였어요. 그랬더니 이번엔 저희 지도교수님께서 그것을 떼라고 연락이 오고, 화를 내시더라고요. 그걸 왜 외부로 노출하느냐고. 지도교수님들은 자기가 데리고 온 그 강사가 일으킨 그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고, 축소해서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가해자 처벌을 원한다"

별거 아닌 것처럼 그 당시에 행동하셨잖아요...별거 아닌 게 아니거든요. 그거 정말 파렴치한이거든요. 사람이 할 짓이 아니거든요. 인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잘못을 했으니까 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분노하고 화가 났던 건 마치 그런 일은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시고.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저한테 연락을 하셨어요, 뻔뻔하게. 자기 좀 도와달라고. 그 신고한 친구들을 조금 진정시켜달라고.

출처 : 유튜브
"방관하면 되풀이된다"

제가 그 당시에 용기를 내지 않아서 또 다른 제 동기들이 당했다고 제가 되게 많이 자책하고 있거든요. 제가 용기를 냈더라면, 가해자는 진작 학교에서 사라졌을 거고 제 동기들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거예요.

똑같아요. 지금이라도 시간이 지났지만, 제가 입을 연 이유는 저희가 또다시 방관하면 또 일어나요. 지금 간접적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학교 후배들이나 다른 여러분들이 분명 저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만 견뎌주시고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뿌리) 뽑아야 되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안 그러면 지금 계시는 분들도 2차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출처 : 중앙대학교 홈페이지
추가 성폭력 제보 잇따라...중앙대 조소과 홍 모 강사도 해임

피해자 A씨가 5년 만에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고, 법적 대응에 나서자 중앙대 조소학과에서는 또 다른 성폭력 제보가 잇따랐다. 시간 강사로 근무 중인 홍 모 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 중앙대 조소학과 교수들은 어제(27일) 교수회의를 열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강사 홍 모 씨를 해임했다.

피해자 A씨와 또 다른 성추행 피해자 등 4명은 최 씨를 성폭행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최 씨가 자료 준비 등을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출석을 연기했지만, 4월 첫째 주에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재팀은 조각가 최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최 씨는 응답하지 않았다. 최 씨는 2013년 저지른 성추행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A씨에 대한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조각가를 꿈꿨던 A씨는 성폭력 피해를 당한 뒤 '미술'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제보 : metoo.kbs@gmail.com

취재 : 김시원
촬영·편집 : 고형석, 권준용
그래픽 : 강민수
자막 : 민중원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