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잘 나가는 이유 “세금 덜 내서”…국산맥주 “역차별”

입력 2018.03.29 (10:47) 수정 2018.03.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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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맥주의 인기가 거세다. 주요 인기 비결은 국산 맥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폭 할인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이다. 통상 500mL들이 한 캔에 4,000원이 넘는 맥주를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4캔에 만 원'으로 할인해 판매한다. 최근 대형마트에는 4캔에 8,000~9,000원에 판매하는 맥주도 등장했다.

수입 맥주의 거센 할인 공세에 설 곳을 잃어가는 국산 맥주 제조업체들은 이 같은 수입 맥주의 가격경쟁력이 세금부과 구조로 인한 역차별 때문에 생긴다고 주장한다. 수입 맥주 제조사가 상대적으로 주세 등 세금을 덜 내서 더 싸게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실제로 수입 맥주 회사와 국산 맥주 회사가 지난해 주세 등 세금을 얼마나 냈는지 확인해봤다.

주세·교육세 비중 16.2% VS 44.4%


수입 맥주의 대표격인 하이네켄을 수입해 판매하는 하이네켄코리아와 하이트 맥주와 참이슬 소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국내 기업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분석해 만든 그래프다.

하이네켄코리아는 지난해 상품판매액 1,170억 원 중 190억 원을 주세 및 교육세로 냈다. 총 상품판매액의 16.2%다. 나머지 금액 중 19.2%(224억 원)가 매출원가, 36.4%(426억 원)가 광고비, 급여 등을 포함한 판매관리비(판관비)이고, 330억 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국산 맥주 제조사인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상품판매액 2조 9,884억 원 중 1조 3,272억 원을 주세 및 교육세로 냈다. 상품판매액 대비 비중이 44.4%에 달한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매출원가와 판관비 비중이 각각 31.7%(9,496억 원), 21.1%(6,318억 원)씩이었고, 영업이익 비중은 2.8%(835억 원)였다.

하이트진로의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은 소주로 나오는데, 소주와 맥주는 주세가 붙는 구조와 세율이 같아서 매출액 전체 구조를 하이네켄코리아와 비교했다.

주세·교육세 비중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두 기업이 주세 및 교육세로 낸 금액을 매출액 대비 비중으로만 따져보면 16.2%와 44.4%다.

이처럼 차이가 큰 이유는 세금 붙는 구조가 다른 탓이다. 수입 맥주는 수입원가(수입신고가)에 관세가 붙고, 관세가 더해진 수입원가의 72%를 주세로 낸다. 또 주세의 30%(관세 포함 수입원가의 21.6%)를 교육세로 내야 한다. 하이네켄코리아의 경우 이렇게 해서 지난해 낸 주세와 교육세가 상품판매액의 16.2%였다.

하이트진로 같은 국산 맥주 회사는 제조원가에 주세와 교육세가 붙는다. 제조원가의 72%가 주세로 붙고, 마찬가지로 주세의 30%(제조원가의 21.6%)를 교육세로 낸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낸 주세와 교육세가 상품판매액의 44.4%다.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과세표준)이 수입원가와 제조원가로 다른데, 이름만 다른 것이 아니다. 국산 맥주 회사의 제조원가에는 광고비, 임직원 급여 등 판관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또한, 회사가 맥주를 팔아서 남길 이익도 들어가 있다. 보통 제조사가 제품 가격을 책정할 때 가격에 판관비와 이윤 등을 포함해 계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면 하이네켄코리아가 내는 주세와 교육세의 기준이 되는 수입원가에는 이 회사가 국내에서 쓰는 광고비 등 판관비와 영업이익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 국산 맥주 회사가 내는 주세 등 세금 비중이 수입 맥주 회사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국내 맥주업계 관계자는 "국산 맥주는 제품원가와 판매관리비, 예상이윤이 다 포함된 출고원가에 세금이 부과되는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붙은 이후에 판매관리비와 이윤을 붙여서 판매하는 구조"라면서 "수입 맥주가 세금도 더 적게 내고, 할인도 훨씬 자유로운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수입 맥주의 수입원가 안에는 제조국에서 해당 맥주를 만들 때 들어간 광고비 등 판관비와 이윤 등이 이미 다 포함돼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세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역차별이라는 것은 업계에서 주장하는 논리일 뿐 국산 맥주 업체들이 차별당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입 맥주 앞으로 더 잘나간다

수입 맥주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최근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하이네켄코리아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3.7%에 달했다. 1,000원어치를 팔면 337원을 남긴다는 얘기다. 광고비를 200억 원 넘게 쓰면서도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25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원가가 224억 원이었으니 맥주를 수입해오는 데 쓴 돈보다 번 돈이 더 많았다. 이는 아직도 더 싸게 팔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미 FTA로 미국산 맥주에 대한 관세 4.2%가 올해 1월 1일부로 사라졌고, 한-EU FTA로 유럽산 맥주에 대한 관세 3.7가 오는 7월부터 없어질 예정이다. 관세가 사라지는 만큼 수입 맥주의 가격경쟁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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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맥주 잘 나가는 이유 “세금 덜 내서”…국산맥주 “역차별”
    • 입력 2018-03-29 10:47:51
    • 수정2018-03-29 14:24:46
    취재K
수입 맥주의 인기가 거세다. 주요 인기 비결은 국산 맥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폭 할인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이다. 통상 500mL들이 한 캔에 4,000원이 넘는 맥주를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4캔에 만 원'으로 할인해 판매한다. 최근 대형마트에는 4캔에 8,000~9,000원에 판매하는 맥주도 등장했다.

수입 맥주의 거센 할인 공세에 설 곳을 잃어가는 국산 맥주 제조업체들은 이 같은 수입 맥주의 가격경쟁력이 세금부과 구조로 인한 역차별 때문에 생긴다고 주장한다. 수입 맥주 제조사가 상대적으로 주세 등 세금을 덜 내서 더 싸게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실제로 수입 맥주 회사와 국산 맥주 회사가 지난해 주세 등 세금을 얼마나 냈는지 확인해봤다.

주세·교육세 비중 16.2% VS 44.4%


수입 맥주의 대표격인 하이네켄을 수입해 판매하는 하이네켄코리아와 하이트 맥주와 참이슬 소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국내 기업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분석해 만든 그래프다.

하이네켄코리아는 지난해 상품판매액 1,170억 원 중 190억 원을 주세 및 교육세로 냈다. 총 상품판매액의 16.2%다. 나머지 금액 중 19.2%(224억 원)가 매출원가, 36.4%(426억 원)가 광고비, 급여 등을 포함한 판매관리비(판관비)이고, 330억 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국산 맥주 제조사인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상품판매액 2조 9,884억 원 중 1조 3,272억 원을 주세 및 교육세로 냈다. 상품판매액 대비 비중이 44.4%에 달한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매출원가와 판관비 비중이 각각 31.7%(9,496억 원), 21.1%(6,318억 원)씩이었고, 영업이익 비중은 2.8%(835억 원)였다.

하이트진로의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은 소주로 나오는데, 소주와 맥주는 주세가 붙는 구조와 세율이 같아서 매출액 전체 구조를 하이네켄코리아와 비교했다.

주세·교육세 비중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두 기업이 주세 및 교육세로 낸 금액을 매출액 대비 비중으로만 따져보면 16.2%와 44.4%다.

이처럼 차이가 큰 이유는 세금 붙는 구조가 다른 탓이다. 수입 맥주는 수입원가(수입신고가)에 관세가 붙고, 관세가 더해진 수입원가의 72%를 주세로 낸다. 또 주세의 30%(관세 포함 수입원가의 21.6%)를 교육세로 내야 한다. 하이네켄코리아의 경우 이렇게 해서 지난해 낸 주세와 교육세가 상품판매액의 16.2%였다.

하이트진로 같은 국산 맥주 회사는 제조원가에 주세와 교육세가 붙는다. 제조원가의 72%가 주세로 붙고, 마찬가지로 주세의 30%(제조원가의 21.6%)를 교육세로 낸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낸 주세와 교육세가 상품판매액의 44.4%다.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과세표준)이 수입원가와 제조원가로 다른데, 이름만 다른 것이 아니다. 국산 맥주 회사의 제조원가에는 광고비, 임직원 급여 등 판관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또한, 회사가 맥주를 팔아서 남길 이익도 들어가 있다. 보통 제조사가 제품 가격을 책정할 때 가격에 판관비와 이윤 등을 포함해 계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면 하이네켄코리아가 내는 주세와 교육세의 기준이 되는 수입원가에는 이 회사가 국내에서 쓰는 광고비 등 판관비와 영업이익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 국산 맥주 회사가 내는 주세 등 세금 비중이 수입 맥주 회사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국내 맥주업계 관계자는 "국산 맥주는 제품원가와 판매관리비, 예상이윤이 다 포함된 출고원가에 세금이 부과되는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붙은 이후에 판매관리비와 이윤을 붙여서 판매하는 구조"라면서 "수입 맥주가 세금도 더 적게 내고, 할인도 훨씬 자유로운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수입 맥주의 수입원가 안에는 제조국에서 해당 맥주를 만들 때 들어간 광고비 등 판관비와 이윤 등이 이미 다 포함돼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세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역차별이라는 것은 업계에서 주장하는 논리일 뿐 국산 맥주 업체들이 차별당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입 맥주 앞으로 더 잘나간다

수입 맥주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최근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하이네켄코리아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3.7%에 달했다. 1,000원어치를 팔면 337원을 남긴다는 얘기다. 광고비를 200억 원 넘게 쓰면서도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25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원가가 224억 원이었으니 맥주를 수입해오는 데 쓴 돈보다 번 돈이 더 많았다. 이는 아직도 더 싸게 팔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미 FTA로 미국산 맥주에 대한 관세 4.2%가 올해 1월 1일부로 사라졌고, 한-EU FTA로 유럽산 맥주에 대한 관세 3.7가 오는 7월부터 없어질 예정이다. 관세가 사라지는 만큼 수입 맥주의 가격경쟁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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