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중국발? 국내발?’…바람이 모두 알려준다

입력 2018.03.31 (08:00) 수정 2018.03.3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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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풍 불면 깨끗해지고 서풍 불면 미세먼지 심해지는 게 중국발 증거 아닌가요?"

지난 29일 정부가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나오면 중국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히자 댓글로 나온 반응이다. 동풍이 불면 공기가 깨끗해진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경험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일주일 내내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가 지난 30일 상당 부분 해소된 것도 동풍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경험이나 단일 사례를 과학적인 근거라고 하기는 어렵다. 바람에 따라 실제 미세먼지 농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통계 수치를 통해 확인해 보자.

서풍 불면 동풍 불 때보다 미세먼지 농도 16%↑

바람의 방향과 미세먼지의 관계를 밝힌 자료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다음은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서 발간한 '2016년 서울 대기질 평가 보고서'에서 발췌한 그림이다.

2016년 서울 지역 풍향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단위 : ㎍/㎥, 자료 :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2016년 서울 지역 풍향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단위 : ㎍/㎥, 자료 :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16방위의 풍향별로 서울의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를 나타낸 자료다. 매시간 서울의 풍향과 미세먼지 농도를 관측해 2016년 전체의 자료를 평균한 것이다. 자료를 확인해 보면 16방위 가운데 서풍(W)이 불 때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51㎍/㎥로 가장 높았고, 동풍(E)이 불 때 44㎍/㎥로 가장 낮았다. 서풍이 불면 동풍이 불 때보다 평균 16% 정도 농도가 높았던 것이다.

남서풍이나 북서풍이 불 때도 동풍 계열의 바람이 불 때보다 확연히 농도가 높았다. '동풍 불면 깨끗해지고 서풍 불면 미세먼지 심해진다'는 경험이 통계로도 확인된 셈이다. 서울시는 "서울의 대기질은 가깝게는 남서쪽에 위치한 경기, 인천 등의 산업단지와 멀게는 중국 동쪽 해안에 몰려 있는 산업시설 등의 발생원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며 서풍이 불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원인을 설명했다.

대기 정체 시 강풍 불 때보다 초미세먼지 농도 53%↑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의 '방향'만이 아니다. 바람의 세기, 즉 '풍속'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서울의 일 평균 풍속 자료와 일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 자료를 입수해 풍속과 초미세먼지 농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평균 풍속이 초속 1.5m 이하로 대기 정체가 심한 날은 평균 농도가 29.6㎍/㎥를 기록했다. 반면 평균 풍속이 초속 3.1m 이상으로 바람이 강한 날은 평균 농도가 19.4㎍/㎥에 불과했다. 대기가 정체된 날은 바람이 강한 날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53%나 높았다.

풍속과 미세먼지 농도가 반비례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풍속이 5% 정도 감소하면 미세먼지는 약 10%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가 정체되면 배출된 오염 물질이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쌓이기 때문이다. 또 바람이 약할수록 기체 상태의 오염 물질이 미세먼지로 전환되는 '2차 생성'도 활발해진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서풍' 계열의 바람과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강풍'이 함께 분 날 서울의 공기는 어땠을까. 최근의 사례를 통해서 확인해보자.

지난 1월 29일 오후 3시 어스윈드맵(earthwindmap) 초미세먼지(PM2.5) 농도 예측 자료지난 1월 29일 오후 3시 어스윈드맵(earthwindmap) 초미세먼지(PM2.5) 농도 예측 자료

위 그림은 지난 1월 29일 오후 3시 미세먼지와 바람을 예측한 어스윈드맵(earthwindmap) 자료다. 바람은 오염 물질 배출량이 많은 중국 수도권 지역에서 곧장 서울 지역을 향하는 북서풍이었다. 그런데 이 시각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1㎍/㎥에 불과해 '좋음' 수준을 보였다. 당시 중국 수도권 일대나 서울 지역에 초속 5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면서 오염 물질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바람은 '중국발', '국내발'을 모두 설명해준다

서풍이 불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 국내 미세먼지에 있어 중국의 영향이 상당히 큰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중국발 미세먼지'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이 같은 데이터를 보다 정교하게 분석해 나가면 과학적인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기가 정체될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 국내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바람이 '중국발'과 '국내발' 미세먼지를 모두 설명해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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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중국발? 국내발?’…바람이 모두 알려준다
    • 입력 2018-03-31 08:00:10
    • 수정2018-03-31 11:50:55
    취재K
"동풍 불면 깨끗해지고 서풍 불면 미세먼지 심해지는 게 중국발 증거 아닌가요?"

지난 29일 정부가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나오면 중국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히자 댓글로 나온 반응이다. 동풍이 불면 공기가 깨끗해진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경험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일주일 내내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가 지난 30일 상당 부분 해소된 것도 동풍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경험이나 단일 사례를 과학적인 근거라고 하기는 어렵다. 바람에 따라 실제 미세먼지 농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통계 수치를 통해 확인해 보자.

서풍 불면 동풍 불 때보다 미세먼지 농도 16%↑

바람의 방향과 미세먼지의 관계를 밝힌 자료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다음은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서 발간한 '2016년 서울 대기질 평가 보고서'에서 발췌한 그림이다.

2016년 서울 지역 풍향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단위 : ㎍/㎥, 자료 :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16방위의 풍향별로 서울의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를 나타낸 자료다. 매시간 서울의 풍향과 미세먼지 농도를 관측해 2016년 전체의 자료를 평균한 것이다. 자료를 확인해 보면 16방위 가운데 서풍(W)이 불 때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51㎍/㎥로 가장 높았고, 동풍(E)이 불 때 44㎍/㎥로 가장 낮았다. 서풍이 불면 동풍이 불 때보다 평균 16% 정도 농도가 높았던 것이다.

남서풍이나 북서풍이 불 때도 동풍 계열의 바람이 불 때보다 확연히 농도가 높았다. '동풍 불면 깨끗해지고 서풍 불면 미세먼지 심해진다'는 경험이 통계로도 확인된 셈이다. 서울시는 "서울의 대기질은 가깝게는 남서쪽에 위치한 경기, 인천 등의 산업단지와 멀게는 중국 동쪽 해안에 몰려 있는 산업시설 등의 발생원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며 서풍이 불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원인을 설명했다.

대기 정체 시 강풍 불 때보다 초미세먼지 농도 53%↑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의 '방향'만이 아니다. 바람의 세기, 즉 '풍속'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서울의 일 평균 풍속 자료와 일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 자료를 입수해 풍속과 초미세먼지 농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평균 풍속이 초속 1.5m 이하로 대기 정체가 심한 날은 평균 농도가 29.6㎍/㎥를 기록했다. 반면 평균 풍속이 초속 3.1m 이상으로 바람이 강한 날은 평균 농도가 19.4㎍/㎥에 불과했다. 대기가 정체된 날은 바람이 강한 날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53%나 높았다.

풍속과 미세먼지 농도가 반비례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풍속이 5% 정도 감소하면 미세먼지는 약 10%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가 정체되면 배출된 오염 물질이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쌓이기 때문이다. 또 바람이 약할수록 기체 상태의 오염 물질이 미세먼지로 전환되는 '2차 생성'도 활발해진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서풍' 계열의 바람과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강풍'이 함께 분 날 서울의 공기는 어땠을까. 최근의 사례를 통해서 확인해보자.

지난 1월 29일 오후 3시 어스윈드맵(earthwindmap) 초미세먼지(PM2.5) 농도 예측 자료
위 그림은 지난 1월 29일 오후 3시 미세먼지와 바람을 예측한 어스윈드맵(earthwindmap) 자료다. 바람은 오염 물질 배출량이 많은 중국 수도권 지역에서 곧장 서울 지역을 향하는 북서풍이었다. 그런데 이 시각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1㎍/㎥에 불과해 '좋음' 수준을 보였다. 당시 중국 수도권 일대나 서울 지역에 초속 5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면서 오염 물질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바람은 '중국발', '국내발'을 모두 설명해준다

서풍이 불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 국내 미세먼지에 있어 중국의 영향이 상당히 큰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중국발 미세먼지'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이 같은 데이터를 보다 정교하게 분석해 나가면 과학적인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기가 정체될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 국내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바람이 '중국발'과 '국내발' 미세먼지를 모두 설명해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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