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대치동 강사, 320억대 빌딩 매입”…씁쓸한 사교육 열풍

입력 2018.04.04 (10:49) 수정 2018.04.0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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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 대치동 강사, 320억대 빌딩 매입”…씁쓸한 사교육 열풍

“31살 대치동 강사, 320억대 빌딩 매입”…씁쓸한 사교육 열풍

올해 초, 대치동의 한 수학학원에서 학부모들끼리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이 붙었다. 대치동 수학 유명강사 H 씨의 수강신청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학부모 간에 순서를 놓고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1,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강의실에서 열리는 강의지만 곧 마감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학부모들이 예민해지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이 대치동 유명강사인 31세 H 씨의 300억 원대 빌딩 매입 소식이 화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치동 유명 수학강사인 H 씨는 지난 1월 서울 7호선 학동역 9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논현동 빌딩을 320억 원에 매입했다. (H 은행 명의신탁) 지하 3층, 지상 4층의 이 건물은 대지면적과 연면적이 각각 1,034㎡와 4102.88㎡이다. 대지면적 기준으로 3.3㎡당 1억 229만 원 선에서 거래된 셈이다.


준주거지역에 속하는 이 건물의 원래 소유주는 한 유명 커피 브랜드회사다. 지금도 1층에는 커피집이 입점해 있다. 이 커피집을 제외한 건물 임대료는 월 4,000만 원 수준이다.

건물 매매 가격은 인근 시세 수준으로 평가된다.

빌딩 중개업체 관계자는 “현재 용적률이 181%인데, 대지가 준주거지역이라 용적률 360%까지 신축할 수 있다”며 “신축할 경우 건물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정도 규모의 빌딩을 인수하려면 빌딩을 근저당으로 일부 대출을 받더라도 200억 원 가까운 현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취득세만 해도 15억 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제 31세인 학원 강사 H 씨는 어떻게 300억 원대 빌딩을 매수할 수 있을까.

H 씨의 수학 강의는 대치동에서도 가장 많은 수강인원을 자랑한다. 미국 유명 사립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H 씨는 2011년 대치동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래 뛰어난 실력과 훤칠한 외모 등으로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면서 큰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의 이른바 '킬러 문항'(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어렵게 내는 문제)에 대해 잘 대비해 준다는 말에 수강생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H 씨의 강의 사이트에는 2018학년도 수능 수학 만점 8명 중 5명이 자신의 수강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 강사에 몰리는 현상이 수능 시험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평가가 적용되는 수능은 학생 변별력을 위해 수학의 특정 문항에 대해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애초 수능 도입 취지는 희미해지고 사교육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수능시험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현재 상황을 없애기 위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대치동 학원 도움 없이 학교 수업만으로 수능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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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4 10:49:22
    • 수정2018-04-05 08:32:45
    취재K
올해 초, 대치동의 한 수학학원에서 학부모들끼리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이 붙었다. 대치동 수학 유명강사 H 씨의 수강신청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학부모 간에 순서를 놓고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1,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강의실에서 열리는 강의지만 곧 마감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학부모들이 예민해지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이 대치동 유명강사인 31세 H 씨의 300억 원대 빌딩 매입 소식이 화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치동 유명 수학강사인 H 씨는 지난 1월 서울 7호선 학동역 9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논현동 빌딩을 320억 원에 매입했다. (H 은행 명의신탁) 지하 3층, 지상 4층의 이 건물은 대지면적과 연면적이 각각 1,034㎡와 4102.88㎡이다. 대지면적 기준으로 3.3㎡당 1억 229만 원 선에서 거래된 셈이다.


준주거지역에 속하는 이 건물의 원래 소유주는 한 유명 커피 브랜드회사다. 지금도 1층에는 커피집이 입점해 있다. 이 커피집을 제외한 건물 임대료는 월 4,000만 원 수준이다.

건물 매매 가격은 인근 시세 수준으로 평가된다.

빌딩 중개업체 관계자는 “현재 용적률이 181%인데, 대지가 준주거지역이라 용적률 360%까지 신축할 수 있다”며 “신축할 경우 건물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정도 규모의 빌딩을 인수하려면 빌딩을 근저당으로 일부 대출을 받더라도 200억 원 가까운 현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취득세만 해도 15억 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제 31세인 학원 강사 H 씨는 어떻게 300억 원대 빌딩을 매수할 수 있을까.

H 씨의 수학 강의는 대치동에서도 가장 많은 수강인원을 자랑한다. 미국 유명 사립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H 씨는 2011년 대치동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래 뛰어난 실력과 훤칠한 외모 등으로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면서 큰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의 이른바 '킬러 문항'(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어렵게 내는 문제)에 대해 잘 대비해 준다는 말에 수강생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H 씨의 강의 사이트에는 2018학년도 수능 수학 만점 8명 중 5명이 자신의 수강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 강사에 몰리는 현상이 수능 시험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평가가 적용되는 수능은 학생 변별력을 위해 수학의 특정 문항에 대해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애초 수능 도입 취지는 희미해지고 사교육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수능시험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현재 상황을 없애기 위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대치동 학원 도움 없이 학교 수업만으로 수능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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