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전원 무혐의’ 장자연 사건…남은 공소시효와 처벌 대상은?

입력 2018.04.05 (08:27) 수정 2018.04.0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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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전원 무혐의’ 장자연 사건…공소시효와 처벌가능 범위는?

‘17명 전원 무혐의’ 장자연 사건…공소시효와 처벌가능 범위는?

◆ 9년 만에 재조사…높은 공소시효 벽

검찰이 9년 만에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는 장자연 사건과 용산참사 등 2차 사전조사 대상사건 5건을 선정해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에 사전조사를 권고했다.

재조사를 통해 故 장자연 씨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고, 가해자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9년 당시 경찰은 접대 의혹 등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17명 중에서 5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이들 모두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아무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국민들은 9년 전과는 달라진 결과를 원하고 있지만, 재조사에서 혐의가 확인돼도 법적 처벌로 이어지기엔 쉽지 않다. 공소시효의 벽 때문이다. 우선 장 씨에게 여러 차례 술자리 접대를 받은 남성들에게 적용된 강요죄는 형법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10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공소시효가 7년으로 이미 끝났다.

재조사에서 성 접대 단서를 발견한다고 그것만으론 처벌할 순 없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약칭 : 성매매처벌법) 21조는 성매매를 한 사람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돼있다. 5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공소시효가 5년으로 시효가 완성됐다. 따라서 장 씨에게 거액의 수표를 입금한 남성들이나,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장'의 성매매 혐의가 확인됐다고 해도 처벌은 쉽지 않다.

[관련 기사]
[앵커&리포트] 檢과거사위 “장자연 문건, ‘조선일보 방 사장’ 수사 미진”(2018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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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관계, 폭행·협박' 입증 관건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만약 장 씨의 소속사 김종승 대표가 고용관계나 폭행·협박을 통해 성 접대를 하게 했다면, 성매매처벌법 18조를 적용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이 경우 성 접대를 받은 남성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거나 인지할 수 있었다면 방조범으로, 적극적으로 성 접대를 요구했다면 교사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당사자인 장 씨가 없고, 9년 전에도 입증하지 못한 강제성을 지금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 가해자로 지목된 금융회사 대표 A 씨, 거짓 진술에도 불기소

무혐의 결정을 받은 의혹 가운데 공소시효가 확실하게 남은 사건도 있다. 공소시효가 10년인 강제추행이다. 경찰과 검찰 수사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린 사건이기도 했다.

2008년 8월 한 노래 주점에서 열린 소속사 김종승 대표의 생일 파티. 동석자인 신인배우 윤 모 씨는 이 자리에서 한 남성이 장 씨를 강제 추행했다며, A 씨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A 씨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남성이 추행한 거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은 술자리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고, A 씨는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경찰은 윤 씨가 당시 상황과 A 씨의 인상착의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등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결론은 불기소였다. 윤 씨가 초기 조사에서 다른 남성을 A 씨로 착각해 가해자 이름을 번복했다며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A 씨의 허위 진술에 대해서는 정치 지망생이어서 변명한 것이 수긍되는 점이 있고, 거짓말탐지기에 나온 '거짓'반응도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당시 경찰 관계자는 "A 씨 부인이 검사라서 수사가 어려웠고, 소환을 요구해도 A 씨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당시 검찰 관계자는 "강제 추행의 유일한 증거인 윤 씨의 진술이 크게 바뀌면서 이를 그대로 믿기 힘들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취재진의 접촉을 거부했다.

◆ 제2의 장자연 사건 막으려면…

이번 재조사가 단순히 공소시효 범위 내에 있는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더 이상 장자연 씨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것이 9년 전 故 장자연 씨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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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명 전원 무혐의’ 장자연 사건…남은 공소시효와 처벌 대상은?
    • 입력 2018-04-05 08:27:45
    • 수정2018-04-05 15:37:25
    취재K
◆ 9년 만에 재조사…높은 공소시효 벽

검찰이 9년 만에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는 장자연 사건과 용산참사 등 2차 사전조사 대상사건 5건을 선정해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에 사전조사를 권고했다.

재조사를 통해 故 장자연 씨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고, 가해자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9년 당시 경찰은 접대 의혹 등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17명 중에서 5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이들 모두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아무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국민들은 9년 전과는 달라진 결과를 원하고 있지만, 재조사에서 혐의가 확인돼도 법적 처벌로 이어지기엔 쉽지 않다. 공소시효의 벽 때문이다. 우선 장 씨에게 여러 차례 술자리 접대를 받은 남성들에게 적용된 강요죄는 형법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10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공소시효가 7년으로 이미 끝났다.

재조사에서 성 접대 단서를 발견한다고 그것만으론 처벌할 순 없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약칭 : 성매매처벌법) 21조는 성매매를 한 사람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돼있다. 5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공소시효가 5년으로 시효가 완성됐다. 따라서 장 씨에게 거액의 수표를 입금한 남성들이나,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장'의 성매매 혐의가 확인됐다고 해도 처벌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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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관계, 폭행·협박' 입증 관건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만약 장 씨의 소속사 김종승 대표가 고용관계나 폭행·협박을 통해 성 접대를 하게 했다면, 성매매처벌법 18조를 적용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이 경우 성 접대를 받은 남성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거나 인지할 수 있었다면 방조범으로, 적극적으로 성 접대를 요구했다면 교사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당사자인 장 씨가 없고, 9년 전에도 입증하지 못한 강제성을 지금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 가해자로 지목된 금융회사 대표 A 씨, 거짓 진술에도 불기소

무혐의 결정을 받은 의혹 가운데 공소시효가 확실하게 남은 사건도 있다. 공소시효가 10년인 강제추행이다. 경찰과 검찰 수사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린 사건이기도 했다.

2008년 8월 한 노래 주점에서 열린 소속사 김종승 대표의 생일 파티. 동석자인 신인배우 윤 모 씨는 이 자리에서 한 남성이 장 씨를 강제 추행했다며, A 씨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A 씨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남성이 추행한 거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은 술자리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고, A 씨는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경찰은 윤 씨가 당시 상황과 A 씨의 인상착의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등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결론은 불기소였다. 윤 씨가 초기 조사에서 다른 남성을 A 씨로 착각해 가해자 이름을 번복했다며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A 씨의 허위 진술에 대해서는 정치 지망생이어서 변명한 것이 수긍되는 점이 있고, 거짓말탐지기에 나온 '거짓'반응도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당시 경찰 관계자는 "A 씨 부인이 검사라서 수사가 어려웠고, 소환을 요구해도 A 씨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당시 검찰 관계자는 "강제 추행의 유일한 증거인 윤 씨의 진술이 크게 바뀌면서 이를 그대로 믿기 힘들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취재진의 접촉을 거부했다.

◆ 제2의 장자연 사건 막으려면…

이번 재조사가 단순히 공소시효 범위 내에 있는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더 이상 장자연 씨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것이 9년 전 故 장자연 씨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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