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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룸] ‘국민’은 선거권, ‘사람’은 생명권…국민과 사람 어떻게 다를까?
입력 2018.04.06 (08:51) 수정 2018.05.17 (11:12) 데이터룸
[데이터룸] ‘국민’은 선거권, ‘사람’은 생명권…국민과 사람 어떻게 다를까?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사람'이라는 단어다.
그간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해온 헌법은 개정안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빼고 그저 '기본적 권리와 의무'라고 표현했다. 비단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더라도 '사람'에게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를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뺏길 거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존재한다. 과연 그럴까?


현재 대한민국 헌법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는 69번 쓰였다. '인간'은 3번,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발의된 개정안에는 국민이 60건으로 줄어든 대신 사람이 등장한다. 헌법에 아예 없던 '사람'이 새로 생긴 획기적 등장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국민이어야 인정받을 수 있던 권리를 국적을 얻지 못한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외국인 등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국민'은 대한민국 국적이 있는 사람이고, '사람'은 우리 국적이 아니더라도 무수한 외국인, 무국적자, 망명자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국적 유무와 관계없이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이렇게 어느 나라에 가건 존중돼야 할 천부인권의 경우 '국민'이 아니라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뜻이다. 조국 수석은 이어 "외국 헌법 입법례를 봐도 '위 더 피플'(We the People)로 기본권 주체 대상을 '사람'으로 구별해 민주주의 헌법의 기본 틀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국민과 사람 사이에서 보장되는 권리는 어떤 차이가 존재할까?

어떨 때 국민, 어떨 때 사람…. 뭐가 달라졌나?


사람으로서 하늘이 내려줬다는 천부인권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자유 등이 해당한다. 개정 헌법안은 특히 평등권에서 그간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던 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다. 성별, 종교뿐 아니라 장애, 연령, 인종, 지역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삶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가치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 주체도 '사람'이다. 주거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 역시 '사람'이다. 자신의 정보를 보호하고 처리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 국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사람'에게 부여된다.


그러나 통신의 비밀을 보장받는 것은 '국민'이다. 재산권을 보장받고, 선거권을 행사하는 권리 역시 '국민'에게만 주어진다. 일할 권리와 노동조건에서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모두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헌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정하는 그릇인 만큼, 국민에게 국가가 보장하는 권리가 훨씬 많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그간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됐던 언론, 출판 등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다. 개정 헌법은 여기에서 '국민'을 빼고 "언론 출판 등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며, 이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금지된다"고 포괄적으로 주어를 열어놓았다. 집회 결사의 자유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 개정안 특별자문위원인 임지봉 헌법학 교수는 "기존에 자연인에게 보장됐던 표현의 자유를 법인(언론사)에도 허용했다는 점에서 권한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뿐 아니라 한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천부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는 행위는 사실 현실을 반영한 개정이다. 경희대학교 헌법학 노동일 교수는 그간 우리 헌법재판소가 판례를 통해 외국인에게도 기본권이 적용된다고 해온 것이 누적되며 헌법이 이를 개정해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판례를 통해 평등권, 신체자유권 등 천부 인권으로 여겨지는 기본권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고 판결해왔다.

△ 2000년 헌법재판소(97헌가12) 구 국적법에 따라 한국인 어머니와 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해 한국 국적을 주지 않고 강제 퇴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시.

△ 2011년 헌법재판소(2007헌마1083) 정당하게 입국해 노동 지위를 부여받은 외국인의 직장 선택과 관련해, 직업 선택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과도 밀접한 관련을 하는 만큼 단순히 국민의 권리가 아닌 인간의 권리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외국인도 제한적으로라도 직장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판시.


[바로가기] http://dj.kbs.co.kr/resources/2018-03-26/

헌법 개정안을 발표한 뒤 일문일답에서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그간 헌재에서 인간의 권리로 인정됐던 부분을 우선해서 사람의 권리로 바꿨고 주체가 국민이라고 돼 있어도 헌재에 의해 사람의 권리로 해석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기본권 주체를 어떤 기본권을 사람으로 할지, 어떤 기본권을 국민으로 할지에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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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8.05.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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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룸] ‘국민’은 선거권, ‘사람’은 생명권…국민과 사람 어떻게 다를까?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사람'이라는 단어다.
그간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해온 헌법은 개정안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빼고 그저 '기본적 권리와 의무'라고 표현했다. 비단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더라도 '사람'에게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를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뺏길 거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존재한다. 과연 그럴까?


현재 대한민국 헌법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는 69번 쓰였다. '인간'은 3번,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발의된 개정안에는 국민이 60건으로 줄어든 대신 사람이 등장한다. 헌법에 아예 없던 '사람'이 새로 생긴 획기적 등장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국민이어야 인정받을 수 있던 권리를 국적을 얻지 못한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외국인 등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국민'은 대한민국 국적이 있는 사람이고, '사람'은 우리 국적이 아니더라도 무수한 외국인, 무국적자, 망명자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국적 유무와 관계없이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이렇게 어느 나라에 가건 존중돼야 할 천부인권의 경우 '국민'이 아니라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뜻이다. 조국 수석은 이어 "외국 헌법 입법례를 봐도 '위 더 피플'(We the People)로 기본권 주체 대상을 '사람'으로 구별해 민주주의 헌법의 기본 틀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국민과 사람 사이에서 보장되는 권리는 어떤 차이가 존재할까?

어떨 때 국민, 어떨 때 사람…. 뭐가 달라졌나?


사람으로서 하늘이 내려줬다는 천부인권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자유 등이 해당한다. 개정 헌법안은 특히 평등권에서 그간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던 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다. 성별, 종교뿐 아니라 장애, 연령, 인종, 지역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삶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가치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 주체도 '사람'이다. 주거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 역시 '사람'이다. 자신의 정보를 보호하고 처리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 국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사람'에게 부여된다.


그러나 통신의 비밀을 보장받는 것은 '국민'이다. 재산권을 보장받고, 선거권을 행사하는 권리 역시 '국민'에게만 주어진다. 일할 권리와 노동조건에서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모두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헌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정하는 그릇인 만큼, 국민에게 국가가 보장하는 권리가 훨씬 많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그간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됐던 언론, 출판 등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다. 개정 헌법은 여기에서 '국민'을 빼고 "언론 출판 등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며, 이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금지된다"고 포괄적으로 주어를 열어놓았다. 집회 결사의 자유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 개정안 특별자문위원인 임지봉 헌법학 교수는 "기존에 자연인에게 보장됐던 표현의 자유를 법인(언론사)에도 허용했다는 점에서 권한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뿐 아니라 한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천부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는 행위는 사실 현실을 반영한 개정이다. 경희대학교 헌법학 노동일 교수는 그간 우리 헌법재판소가 판례를 통해 외국인에게도 기본권이 적용된다고 해온 것이 누적되며 헌법이 이를 개정해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판례를 통해 평등권, 신체자유권 등 천부 인권으로 여겨지는 기본권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고 판결해왔다.

△ 2000년 헌법재판소(97헌가12) 구 국적법에 따라 한국인 어머니와 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해 한국 국적을 주지 않고 강제 퇴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시.

△ 2011년 헌법재판소(2007헌마1083) 정당하게 입국해 노동 지위를 부여받은 외국인의 직장 선택과 관련해, 직업 선택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과도 밀접한 관련을 하는 만큼 단순히 국민의 권리가 아닌 인간의 권리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외국인도 제한적으로라도 직장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판시.


[바로가기] http://dj.kbs.co.kr/resources/2018-03-26/

헌법 개정안을 발표한 뒤 일문일답에서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그간 헌재에서 인간의 권리로 인정됐던 부분을 우선해서 사람의 권리로 바꿨고 주체가 국민이라고 돼 있어도 헌재에 의해 사람의 권리로 해석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기본권 주체를 어떤 기본권을 사람으로 할지, 어떤 기본권을 국민으로 할지에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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