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룸] 뇌물 건네다 적발돼도 감옥은 안 간다?…‘넷 중 셋은 집행유예’

입력 2018.04.07 (09:01) 수정 2018.05.17 (11: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데이터룸] 뇌물 건네다 적발돼도 감옥은 안 간다?…‘넷 중 셋은 집행유예’

[데이터룸] 뇌물 건네다 적발돼도 감옥은 안 간다?…‘넷 중 셋은 집행유예’

기초자치단체 시장과 건설사 회장이 함께 골프를 치는 자리, 두 사람이 골프를 치는 동안 양측의 운전기사가 주차장에서 만난다. 이들은 현금 2억 원을 주고받는다. 건설사 회장이 마련한 현금 2억 원이었다. 이 돈은 시장에게 전달된다. 시청에서 발주하는 공사가 있으면 편의를 봐달라는 명목이었다. 1년 뒤 고속도로 요금소 근처에서 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이번에도 현금 2억 원이 시장에게 건네진다. 이 밖에도 또 다른 사람들로부터 2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와 범인도피 등의 혐의로 시장은 징역 7년에 벌금 2억 원, 추징금 3억 5천만 원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시장에게 4억 원 남짓을 뇌물로 건넨 건설사 회장은 실형을 피할 수 있었다. 집행유예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억대의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 회장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형량을 선고했다.

이처럼 뇌물을 건네다 적발돼도 실형을 살지 않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감옥행은 피한다?... '뇌물공여 집행유예 76.2%'

데이터저널리즘팀이 2010년 1월에서 2016년 말까지 7년 동안의 양형위원회 연간보고서를 살펴봤다. (공소기각사건, 무죄 사건, 선고유예사건, 소년사건 등을 제외하고)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람들 네 명 가운데 세 명은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7년간의 양형위원회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뇌물공여로 1심 선고가 내려진 판결은 모두 1,334건이었고, 이 가운데 집행유예는 1,017건, 76.2%였다. 실형은 317건, 23.8%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3천만 원 미만의 뇌물을 주다 적발된 경우는 80.8%가 집행유예를 받아, 수백만 원에서 1, 2천만 원의 뇌물을 주다가 붙잡힌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억 원 이상 고액 뇌물 주다 적발돼도 집행유예 62.7%'

1억 원이 넘는 억대의 금품을 뇌물로 주다 적발됐다고 해서 꼭 실형을 사는 것도 아니었다. 1억 원이 넘는 억대의 금품을 뇌물로 주다 적발된 경우에도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억 원 이상의 고액을 뇌물로 주다 적발됐을 경우의 집행유예 비율은 62.7%였다. 사익을 위해 억대의 돈을 뇌물로 주다가 적발돼도 10명 중 6명은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을 면하고 있는 셈이다.


뇌물수수의 경우 실형 비율은 이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뇌물수수의 경우에도 집행유예 비율은 절반에 이르는 49.1%에 이르렀다.


국제투명성기구 "부패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 피하는 길 줄여야"

국제투명성기구가 밝힌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2017년 기준으로 조사 대상 180개 국가 가운데 51위였다. 2012년 45위였던 부패인식지수 순위는 한 해 뒤인 2013년에는 46위였고, 이어 44위, 43위를 거쳐 2016년에는 52위였다. 국제투명성기구는 한국의 경우 최고위층의 부패로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고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덧붙여 밝혔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부패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문제가 되고 있다며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 활동을 보장해서 부패를 줄여나가는 것은 물론 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는 일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데이터룸] 뇌물 건네다 적발돼도 감옥은 안 간다?…‘넷 중 셋은 집행유예’
    • 입력 2018-04-07 09:01:10
    • 수정2018-05-17 11:10:46
    데이터룸
기초자치단체 시장과 건설사 회장이 함께 골프를 치는 자리, 두 사람이 골프를 치는 동안 양측의 운전기사가 주차장에서 만난다. 이들은 현금 2억 원을 주고받는다. 건설사 회장이 마련한 현금 2억 원이었다. 이 돈은 시장에게 전달된다. 시청에서 발주하는 공사가 있으면 편의를 봐달라는 명목이었다. 1년 뒤 고속도로 요금소 근처에서 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이번에도 현금 2억 원이 시장에게 건네진다. 이 밖에도 또 다른 사람들로부터 2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와 범인도피 등의 혐의로 시장은 징역 7년에 벌금 2억 원, 추징금 3억 5천만 원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시장에게 4억 원 남짓을 뇌물로 건넨 건설사 회장은 실형을 피할 수 있었다. 집행유예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억대의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 회장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형량을 선고했다.

이처럼 뇌물을 건네다 적발돼도 실형을 살지 않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감옥행은 피한다?... '뇌물공여 집행유예 76.2%'

데이터저널리즘팀이 2010년 1월에서 2016년 말까지 7년 동안의 양형위원회 연간보고서를 살펴봤다. (공소기각사건, 무죄 사건, 선고유예사건, 소년사건 등을 제외하고)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람들 네 명 가운데 세 명은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7년간의 양형위원회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뇌물공여로 1심 선고가 내려진 판결은 모두 1,334건이었고, 이 가운데 집행유예는 1,017건, 76.2%였다. 실형은 317건, 23.8%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3천만 원 미만의 뇌물을 주다 적발된 경우는 80.8%가 집행유예를 받아, 수백만 원에서 1, 2천만 원의 뇌물을 주다가 붙잡힌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억 원 이상 고액 뇌물 주다 적발돼도 집행유예 62.7%'

1억 원이 넘는 억대의 금품을 뇌물로 주다 적발됐다고 해서 꼭 실형을 사는 것도 아니었다. 1억 원이 넘는 억대의 금품을 뇌물로 주다 적발된 경우에도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억 원 이상의 고액을 뇌물로 주다 적발됐을 경우의 집행유예 비율은 62.7%였다. 사익을 위해 억대의 돈을 뇌물로 주다가 적발돼도 10명 중 6명은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을 면하고 있는 셈이다.


뇌물수수의 경우 실형 비율은 이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뇌물수수의 경우에도 집행유예 비율은 절반에 이르는 49.1%에 이르렀다.


국제투명성기구 "부패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 피하는 길 줄여야"

국제투명성기구가 밝힌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2017년 기준으로 조사 대상 180개 국가 가운데 51위였다. 2012년 45위였던 부패인식지수 순위는 한 해 뒤인 2013년에는 46위였고, 이어 44위, 43위를 거쳐 2016년에는 52위였다. 국제투명성기구는 한국의 경우 최고위층의 부패로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고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덧붙여 밝혔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부패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문제가 되고 있다며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 활동을 보장해서 부패를 줄여나가는 것은 물론 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는 일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