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 아직 책을 파나요?…“서로를 나눕니다”

입력 2018.04.08 (13:11) 수정 2018.04.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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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 아직 책을 파나요?…“서로를 나눕니다”

‘동네 서점’ 아직 책을 파나요?…“서로를 나눕니다”

▲ 출처: 달리봄 홈페이지

연남동 후미진 골목을 한참 동안 들어가면, 골목과는 살짝 어울리지 않게 예쁘게 꾸며진 서점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벽면에는 소설책들이 전시되어 있고, 책방 중앙에는 탁자가 있어서, 앉아서 한참이나 책을 읽을 수도, 또 한참이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마치 또 다른 세계로 넘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이곳은 출판사 출신 주인장이 운영하는 작은 공간, '책방 서로' 다. 책방 서로의 '서'자는 글 서(書)자다. '로'는 길 로(路)자다.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책 한 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출판사 출신 주인장 "소설만 팔려고 했지만..."

고 씨는 책이 좋아서 출판사를 다녔지만, 조직 생활이 맞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 위해 책방을 열었고, 주로 소설을 즐겨 읽는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책방에서는 소설만을 판매하기로 했다.

큰길에서 한참이나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에, 소설만 파는데도 운영은 가능한 수준이다. 주인장 개인적으로는 집에서 가까워서 이곳에 책방을 열었다지만 지나다니던 분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단골손님도 꽤 생겼다.

출처:책방 서로 인스타그램출처:책방 서로 인스타그램

책방 서로는 책을 판매하는 공간인 동시에, 동네 사랑방의 역할도 한다. 고 씨와 친해진 손님들은 가끔 음식을 사 들고 고 씨를 찾는다. 고 씨와 책에 대한 얘기,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손님들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단골손님들 위주로 독서모임도 만들어졌다. 고 씨는 "손님들이 먼저 독서모임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서, 독서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며, "일정이나 읽을 책은 손님들이 그때그때 카톡 방에서 정한다"고 말했다.

가끔은 낭독회도 연다. 지난달 31일에는 코끼리 가면이라는 책의 번역가와 작가가 책방 서로에서 직접 책을 읽었다. 소정의 입장료를 내면 낭독회에 참여할 수 있다. 책방 서로는 고 씨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공간이자, 손님들과의 추억을 더 해나가는 사랑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동네 서점은 인터넷에서 책을 사는 요즘과는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사람 간의 교류의 장이 되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와 관심사를 서로 나누는 공간이 되는 곳이다.

'싱어송 라이터' 같은 독립 출판물이 모여 있는 곳

출처: 헬로 인디북스 인스타그램출처: 헬로 인디북스 인스타그램

웹 기획자로 일하던 이보람(39, 여) 씨는 어릴 적부터 독립출판물이 좋아했다. 이 씨는 "제가 궁금한 독립 출판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겸, 관련 사이트를 오픈하다가 서점까지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가 이곳에 문을 연 것은 벌써 4년 전. 헬로 인디북스는 벌써 연남동에서 꽤 유명한 서점이 됐다.

다른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독립출판물을 이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 씨는 "아주 얇은 책, 심지어 엽서 한 장이라도 작가 개인의 개성이 확연하게 드러난 책들을 갖추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헬로 인디북스를 찾는 손님들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색있는 책들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강지은(26, 여) 씨는 "평소에 독립 출판물을 좋아하는 데, 괜찮은 독립 출판물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곳에 오면 다양한 독립 출판물들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씨는 독립 출판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단골손님이 말해주셨던 것인데,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랑 곡을 쓴 사람이 같아서 그 말들이 진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독립 출판물은 겉표지까지 하나, 하나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좀 더 진정성 있고 진솔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책들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그리고 손님들과 그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페미니즘 공간 "책 파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출처: 달리봄 인스타그램출처: 달리봄 인스타그램

달리봄은 지난해 신림동에 문을 열었다. 원래 주승리(27, 남) 씨와 류소연(30, 여) 씨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을 하는 문화 기획 기업, '허스토리'를 운영했다. 이들은 허스토리를 운영하며 페미니즘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는 페미니즘 서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하는 서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서점 '달리봄'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의 시각과는 다르게 본다는 뜻의 이름 '달리봄'이다.

달리봄에서는 페미니즘 관련 책이나 여성 작가가 저술한 책 등을 판매한다. 출판사에서 추천을 받기도 하고, 주 씨와 류 씨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기도 한다.

달리봄은 신림 주민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깊게 알아갈 수 있는 창구 기능을 한다. 홍은표 (31 ,여) 씨는 "평소에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전문 서점이 동네에 생겨서 참 좋다"며 "페미니즘에 대해 더 깊게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행사도 기획한다. 소정의 참가비를 받고 정기적인 페미니즘 독서모임을 열기도 하고, 페미니즘 관련 영화를 함께 보는 영화의 날을 마련하기도 한다.

페미니즘을 널리 알리는 것이 이들의 책방 운영 목표다. 주 씨는 "책방 운영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페미니즘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동네 사람들의 모임의 공간으로써, 페미니즘을 알리는 공간으로써 달리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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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8 13:11:34
    • 수정2018-04-08 20:07:30
    취재K
▲ 출처: 달리봄 홈페이지

연남동 후미진 골목을 한참 동안 들어가면, 골목과는 살짝 어울리지 않게 예쁘게 꾸며진 서점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벽면에는 소설책들이 전시되어 있고, 책방 중앙에는 탁자가 있어서, 앉아서 한참이나 책을 읽을 수도, 또 한참이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마치 또 다른 세계로 넘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이곳은 출판사 출신 주인장이 운영하는 작은 공간, '책방 서로' 다. 책방 서로의 '서'자는 글 서(書)자다. '로'는 길 로(路)자다.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책 한 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출판사 출신 주인장 "소설만 팔려고 했지만..."

고 씨는 책이 좋아서 출판사를 다녔지만, 조직 생활이 맞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 위해 책방을 열었고, 주로 소설을 즐겨 읽는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책방에서는 소설만을 판매하기로 했다.

큰길에서 한참이나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에, 소설만 파는데도 운영은 가능한 수준이다. 주인장 개인적으로는 집에서 가까워서 이곳에 책방을 열었다지만 지나다니던 분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단골손님도 꽤 생겼다.

출처:책방 서로 인스타그램
책방 서로는 책을 판매하는 공간인 동시에, 동네 사랑방의 역할도 한다. 고 씨와 친해진 손님들은 가끔 음식을 사 들고 고 씨를 찾는다. 고 씨와 책에 대한 얘기,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손님들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단골손님들 위주로 독서모임도 만들어졌다. 고 씨는 "손님들이 먼저 독서모임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서, 독서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며, "일정이나 읽을 책은 손님들이 그때그때 카톡 방에서 정한다"고 말했다.

가끔은 낭독회도 연다. 지난달 31일에는 코끼리 가면이라는 책의 번역가와 작가가 책방 서로에서 직접 책을 읽었다. 소정의 입장료를 내면 낭독회에 참여할 수 있다. 책방 서로는 고 씨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공간이자, 손님들과의 추억을 더 해나가는 사랑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동네 서점은 인터넷에서 책을 사는 요즘과는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사람 간의 교류의 장이 되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와 관심사를 서로 나누는 공간이 되는 곳이다.

'싱어송 라이터' 같은 독립 출판물이 모여 있는 곳

출처: 헬로 인디북스 인스타그램
웹 기획자로 일하던 이보람(39, 여) 씨는 어릴 적부터 독립출판물이 좋아했다. 이 씨는 "제가 궁금한 독립 출판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겸, 관련 사이트를 오픈하다가 서점까지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가 이곳에 문을 연 것은 벌써 4년 전. 헬로 인디북스는 벌써 연남동에서 꽤 유명한 서점이 됐다.

다른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독립출판물을 이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 씨는 "아주 얇은 책, 심지어 엽서 한 장이라도 작가 개인의 개성이 확연하게 드러난 책들을 갖추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헬로 인디북스를 찾는 손님들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색있는 책들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강지은(26, 여) 씨는 "평소에 독립 출판물을 좋아하는 데, 괜찮은 독립 출판물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곳에 오면 다양한 독립 출판물들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씨는 독립 출판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단골손님이 말해주셨던 것인데,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랑 곡을 쓴 사람이 같아서 그 말들이 진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독립 출판물은 겉표지까지 하나, 하나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좀 더 진정성 있고 진솔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책들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그리고 손님들과 그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페미니즘 공간 "책 파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출처: 달리봄 인스타그램
달리봄은 지난해 신림동에 문을 열었다. 원래 주승리(27, 남) 씨와 류소연(30, 여) 씨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을 하는 문화 기획 기업, '허스토리'를 운영했다. 이들은 허스토리를 운영하며 페미니즘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는 페미니즘 서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하는 서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서점 '달리봄'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의 시각과는 다르게 본다는 뜻의 이름 '달리봄'이다.

달리봄에서는 페미니즘 관련 책이나 여성 작가가 저술한 책 등을 판매한다. 출판사에서 추천을 받기도 하고, 주 씨와 류 씨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기도 한다.

달리봄은 신림 주민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깊게 알아갈 수 있는 창구 기능을 한다. 홍은표 (31 ,여) 씨는 "평소에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전문 서점이 동네에 생겨서 참 좋다"며 "페미니즘에 대해 더 깊게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행사도 기획한다. 소정의 참가비를 받고 정기적인 페미니즘 독서모임을 열기도 하고, 페미니즘 관련 영화를 함께 보는 영화의 날을 마련하기도 한다.

페미니즘을 널리 알리는 것이 이들의 책방 운영 목표다. 주 씨는 "책방 운영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페미니즘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동네 사람들의 모임의 공간으로써, 페미니즘을 알리는 공간으로써 달리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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