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의 종합판”…한불 문화교류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적용

입력 2018.04.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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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양국 간 대규모 문화 교류 행사(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적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적용에는 청와대와 국정원, 문체부뿐만 아니라 주프랑스 한국대사관과 프랑스 한국문화원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오늘(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진상조사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 문화예술행사 및 사업 전반에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인사 등 문화계 9,473명이 담긴 블랙리스트가 2015년 4월쯤 문화체육관광부로 전달됐다.

상호교류의 해 행사조직위원회가 전시와 공연, 영화와 문학 분야 등에서 공모를 거쳐 지원 대상을 결정하면 그 결과가 문체부로 보고됐고, 담당 공무원이 지원 대상 명단과 블랙리스트를 일일이 대조한 뒤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인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 과정에는 국정원은 물론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프랑스 한국문화원 등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85개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포럼데지마주' 행사에서는 변호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5개 작품이 상영에서 배제됐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측에서 "이건 명백한 검열 아니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국의 저명작가를 소개하는 '파리도서전'에는 한강, 황석영, 은희경, 공지영, 김연수, 김훈, 이창동, 박민규, 박범신 등 작가 13명을 배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배제 대상 가운데 황석영, 김애란, 한강, 임철우 작가는 파리도서전에 참가했는데 문체부의 파견 불허 통보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조직위 측이 직접 비용을 들여 초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전시와 공연 분야에서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들이 대거 배제된 사실이 밝혀졌다.

진상조사위는 한국과 프랑스 간 상호교류의 해 행사의 사업비가 100억 3천여만 원에 이르는 등 규모가 컸고 국외에서 개최되는 행사가 다수였던 점을 고려했을 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블랙리스트 피해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진상조사위는 2016년 6월 'K-CON 2016 프랑스' 행사를 주최한 CJ가 최순실 소유였던 플레이그라운드와 업무위탁을 체결해 한식체험전시를 운영했으며, 예산이 불투명하게 증액됐다고 확인했다.

행사 한 달 전 청와대는 한식체험전시의 운영 예산을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늘리라고 지시했고 단 3일 만에 부실심사를 거쳐 예산이 지원됐다. 이 행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붕어빵을 시식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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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0 11:00:19
    문화
박근혜 정부가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양국 간 대규모 문화 교류 행사(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적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적용에는 청와대와 국정원, 문체부뿐만 아니라 주프랑스 한국대사관과 프랑스 한국문화원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오늘(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진상조사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 문화예술행사 및 사업 전반에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인사 등 문화계 9,473명이 담긴 블랙리스트가 2015년 4월쯤 문화체육관광부로 전달됐다.

상호교류의 해 행사조직위원회가 전시와 공연, 영화와 문학 분야 등에서 공모를 거쳐 지원 대상을 결정하면 그 결과가 문체부로 보고됐고, 담당 공무원이 지원 대상 명단과 블랙리스트를 일일이 대조한 뒤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인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 과정에는 국정원은 물론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프랑스 한국문화원 등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85개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포럼데지마주' 행사에서는 변호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5개 작품이 상영에서 배제됐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측에서 "이건 명백한 검열 아니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국의 저명작가를 소개하는 '파리도서전'에는 한강, 황석영, 은희경, 공지영, 김연수, 김훈, 이창동, 박민규, 박범신 등 작가 13명을 배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배제 대상 가운데 황석영, 김애란, 한강, 임철우 작가는 파리도서전에 참가했는데 문체부의 파견 불허 통보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조직위 측이 직접 비용을 들여 초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전시와 공연 분야에서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들이 대거 배제된 사실이 밝혀졌다.

진상조사위는 한국과 프랑스 간 상호교류의 해 행사의 사업비가 100억 3천여만 원에 이르는 등 규모가 컸고 국외에서 개최되는 행사가 다수였던 점을 고려했을 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블랙리스트 피해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진상조사위는 2016년 6월 'K-CON 2016 프랑스' 행사를 주최한 CJ가 최순실 소유였던 플레이그라운드와 업무위탁을 체결해 한식체험전시를 운영했으며, 예산이 불투명하게 증액됐다고 확인했다.

행사 한 달 전 청와대는 한식체험전시의 운영 예산을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늘리라고 지시했고 단 3일 만에 부실심사를 거쳐 예산이 지원됐다. 이 행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붕어빵을 시식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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