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민원 행정기관 대처 미흡…진정인에 협박까지

입력 2018.04.10 (21:39) 수정 2019.12.3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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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성폭력 관련 민원과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 제기에 대한 행정기관의 대처가 미흡한데다, 민원을 제기한 피해자에게 협박성 답변을 내놓는 기관까지 있어, 피해자를 두번 울리고 있습니다.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전남 고흥군에서 진행된 성폭력 예방 교육,

박병종 군수가 여성 강사의 외모를 평가하는 발언을 합니다.

[박병종/고흥군수/지난해 7월 : "강사님, 해도나(매우) 이뻐. 날씬하다는 것은 성희롱 안 되겠지? 허리가 24. 매력 포인트."]

일부 참석자가 수치심을 느꼈고, 이 말을 전해 들은 A씨는 '성희롱성 발언'이라며 국민신문고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상급 기관에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열흘 만에 답변을 보내온 곳은 다름아닌 고흥군이었습니다.

"긴장을 풀려는 발언일 뿐"이었다며 "작은 트집을 부풀리는 걸 참지 않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내용이었습니다.

[A씨/민원인 : "이 진정서가 갑작스럽게 고흥군으로 가 있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때 겁나게(너무)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국민신문고에서 법무부를 거친 A씨의 민원을, 전라남도가 받아 다시 고흥군으로 넘긴 겁니다.

[전라남도 관계자(음성변조) : "시군 민원 사항은 우선 시군으로 보내 드려요. 우선 군에서도 1차적인 감사 부서가 따로 있기 때문에..."]

[김미리내/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 : "공무원 사회에 굉장히 강력하게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예방하겠다는 지침이 (최근) 발표됐어요. 그것을 시행하는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바뀌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은 매우 공허할 수밖에..."]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지만 행정기관의 대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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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희롱’ 민원 행정기관 대처 미흡…진정인에 협박까지
    • 입력 2018-04-10 21:40:00
    • 수정2019-12-31 1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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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성폭력 관련 민원과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 제기에 대한 행정기관의 대처가 미흡한데다, 민원을 제기한 피해자에게 협박성 답변을 내놓는 기관까지 있어, 피해자를 두번 울리고 있습니다.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전남 고흥군에서 진행된 성폭력 예방 교육,

박병종 군수가 여성 강사의 외모를 평가하는 발언을 합니다.

[박병종/고흥군수/지난해 7월 : "강사님, 해도나(매우) 이뻐. 날씬하다는 것은 성희롱 안 되겠지? 허리가 24. 매력 포인트."]

일부 참석자가 수치심을 느꼈고, 이 말을 전해 들은 A씨는 '성희롱성 발언'이라며 국민신문고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상급 기관에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열흘 만에 답변을 보내온 곳은 다름아닌 고흥군이었습니다.

"긴장을 풀려는 발언일 뿐"이었다며 "작은 트집을 부풀리는 걸 참지 않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내용이었습니다.

[A씨/민원인 : "이 진정서가 갑작스럽게 고흥군으로 가 있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때 겁나게(너무)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국민신문고에서 법무부를 거친 A씨의 민원을, 전라남도가 받아 다시 고흥군으로 넘긴 겁니다.

[전라남도 관계자(음성변조) : "시군 민원 사항은 우선 시군으로 보내 드려요. 우선 군에서도 1차적인 감사 부서가 따로 있기 때문에..."]

[김미리내/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 : "공무원 사회에 굉장히 강력하게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예방하겠다는 지침이 (최근) 발표됐어요. 그것을 시행하는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바뀌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은 매우 공허할 수밖에..."]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지만 행정기관의 대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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