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제발 우리 형 좀 꺼내주세요”…침몰 경비정 ‘72정’ 유족의 절규

입력 2018.04.11 (08:01) 수정 2018.04.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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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제발 우리 형 좀 꺼내주세요”…침몰 경비정 ‘72정’ 유족의 절규

[취재후] “제발 우리 형 좀 꺼내주세요”…침몰 경비정 ‘72정’ 유족의 절규

침몰 해경 경비정..38년째 바닷속 방치

1980년 1월 23일, 당시 내무부 속초지구 해양경찰대 소속 200톤급 207함과 경비정인 60톤급 72정이 최북단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충돌했다. 이 사고로 72정이 침몰하면서, 경찰관 9명과 전경 8명 등 해경 대원 17명이 실종됐다. 하지만 신군부 시절 발생한 이 사고는 당시 언론에 나오지 않았고 바로 앞 어민들도 거의 몰랐다.

실종자 17명 가운데 단 1명도 발견되지 않은 상황. 유족들은 실종자 유해 대부분이 침몰한 경비정 내부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비정 침몰 사고로 친형을 잃은 조병주 씨는 "아직 바닷속에 있는 형 시신이라도 꺼내서 육지에 묻어주고 싶다. 실종자 17명 가운데 한 명도 못 찾았으니 얼마나 억울한가. 왜 이건 경비정 인양 노력을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충혼탑 찾은 실종 해경대원 유족충혼탑 찾은 실종 해경대원 유족

최초 사고 발생보고 문서 입수…진상조사 시급

해경 대원 17명이 실종된 사건은 38년 전 별다른 진상조사도 없이 서둘러 마무리됐다. 공식적인 사건 기록조차 40년 가까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KBS는 최근 1980년 경비함 침몰 당시 작성된 '경비함 충돌사고 발생보고' 문서를 입수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보고서는 국가기록원에서 38년 동안 비공개 문서로 남아있었다. 당시 사고 일시와 침몰 좌표, 수심 등이 나와 있다. 경비 업무 중이던 두 선박이 짙은 안개와 높은 파도 속에 충돌한 것으로 돼 있었다.

무엇보다 200톤급 207함이 가해 선박으로, 침몰한 72정이 피해선박으로 명시돼 있었다. 기존 72정 유족들에게는 투명하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다. 그동안 유족들은 경비정 침몰 사고와 관련해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했다. 늦었지만 해경 경비정을 인양하고, 진상조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경비함 충돌사고 발생보고 문서경비함 충돌사고 발생보고 문서

침몰 현장 가봤더니…"인양 가능성 충분"

KBS가 입수한 사고 발생보고 문서에 적시된 경비정 침몰 해상에 나가봤다. 해상 침몰 위치는 북위 38도 28분, 동경 128도 31분이다. 어선에 설치된 어군탐지기를 통해 본 해저 바닥은 비교적 평평한 것으로 추정됐다. 수심은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100m 안팎으로 측정됐다. 해안에서 직선거리로 약 5㎞ 정도 떨어져 있었다.

취재진이 접촉한 전문가들은 침몰한 경비정 인양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중 음파를 활용한 일명 '사이드 스캔 소나'나 무인잠수정 등을 활용해 정확한 침몰 위치만 파악되면, 60톤 정도인 경비정 인양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진교중 前 해군 해난구조대장은 "동해는 수중 시야가 좋고, 조류가 없기 때문에 인양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고, 한국 기술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침몰 인근 해상침몰 인근 해상

나라 위해 순직했는데..."왜 안 꺼내줍니까?"

38년 전 동해 최북단 경비 근무에 나섰다가 불의의 사고로 실종된 해경 대원 유족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경비정 인양이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에 대한 유해 발굴작업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해경 실종자들의 유해가 있을 가능성이 큰 경비정도 당연히 인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비정 침몰 사고로 당시 22살 된 동생을 잃은 정부교 씨는 "경비정이 침몰된 위치도 알고, 실종된 사람이 17명이나 된다. 지금 인양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정부가 하루빨리 건져서 유해라도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경은 경비정 인양 업무는 수상에서의 수색·구조로서 인양 업무는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인양이 결정되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련 자문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결국, 38년 동안 가슴에 응어리진 유족들의 한을 풀어줄 침몰 경비정 인양 여부는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연관기사] [뉴스9] ‘17명 실종 침몰선’ 38년간 조치없이 방치…인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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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제발 우리 형 좀 꺼내주세요”…침몰 경비정 ‘72정’ 유족의 절규
    • 입력 2018-04-11 08:01:50
    • 수정2018-04-11 17:47:00
    취재후·사건후
침몰 해경 경비정..38년째 바닷속 방치

1980년 1월 23일, 당시 내무부 속초지구 해양경찰대 소속 200톤급 207함과 경비정인 60톤급 72정이 최북단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충돌했다. 이 사고로 72정이 침몰하면서, 경찰관 9명과 전경 8명 등 해경 대원 17명이 실종됐다. 하지만 신군부 시절 발생한 이 사고는 당시 언론에 나오지 않았고 바로 앞 어민들도 거의 몰랐다.

실종자 17명 가운데 단 1명도 발견되지 않은 상황. 유족들은 실종자 유해 대부분이 침몰한 경비정 내부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비정 침몰 사고로 친형을 잃은 조병주 씨는 "아직 바닷속에 있는 형 시신이라도 꺼내서 육지에 묻어주고 싶다. 실종자 17명 가운데 한 명도 못 찾았으니 얼마나 억울한가. 왜 이건 경비정 인양 노력을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충혼탑 찾은 실종 해경대원 유족
최초 사고 발생보고 문서 입수…진상조사 시급

해경 대원 17명이 실종된 사건은 38년 전 별다른 진상조사도 없이 서둘러 마무리됐다. 공식적인 사건 기록조차 40년 가까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KBS는 최근 1980년 경비함 침몰 당시 작성된 '경비함 충돌사고 발생보고' 문서를 입수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보고서는 국가기록원에서 38년 동안 비공개 문서로 남아있었다. 당시 사고 일시와 침몰 좌표, 수심 등이 나와 있다. 경비 업무 중이던 두 선박이 짙은 안개와 높은 파도 속에 충돌한 것으로 돼 있었다.

무엇보다 200톤급 207함이 가해 선박으로, 침몰한 72정이 피해선박으로 명시돼 있었다. 기존 72정 유족들에게는 투명하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다. 그동안 유족들은 경비정 침몰 사고와 관련해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했다. 늦었지만 해경 경비정을 인양하고, 진상조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경비함 충돌사고 발생보고 문서
침몰 현장 가봤더니…"인양 가능성 충분"

KBS가 입수한 사고 발생보고 문서에 적시된 경비정 침몰 해상에 나가봤다. 해상 침몰 위치는 북위 38도 28분, 동경 128도 31분이다. 어선에 설치된 어군탐지기를 통해 본 해저 바닥은 비교적 평평한 것으로 추정됐다. 수심은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100m 안팎으로 측정됐다. 해안에서 직선거리로 약 5㎞ 정도 떨어져 있었다.

취재진이 접촉한 전문가들은 침몰한 경비정 인양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중 음파를 활용한 일명 '사이드 스캔 소나'나 무인잠수정 등을 활용해 정확한 침몰 위치만 파악되면, 60톤 정도인 경비정 인양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진교중 前 해군 해난구조대장은 "동해는 수중 시야가 좋고, 조류가 없기 때문에 인양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고, 한국 기술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침몰 인근 해상
나라 위해 순직했는데..."왜 안 꺼내줍니까?"

38년 전 동해 최북단 경비 근무에 나섰다가 불의의 사고로 실종된 해경 대원 유족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경비정 인양이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에 대한 유해 발굴작업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해경 실종자들의 유해가 있을 가능성이 큰 경비정도 당연히 인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비정 침몰 사고로 당시 22살 된 동생을 잃은 정부교 씨는 "경비정이 침몰된 위치도 알고, 실종된 사람이 17명이나 된다. 지금 인양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정부가 하루빨리 건져서 유해라도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경은 경비정 인양 업무는 수상에서의 수색·구조로서 인양 업무는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인양이 결정되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련 자문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결국, 38년 동안 가슴에 응어리진 유족들의 한을 풀어줄 침몰 경비정 인양 여부는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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