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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삼성 작업환경보고서는 영업비밀일까?
입력 2018.04.11 (16:52) 수정 2018.04.11 (22:12) 멀티미디어 뉴스
[팩트체크] 삼성 작업환경보고서는 영업비밀일까?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 등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법원 판결을 근거로 해당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는데, 삼성전자가 해당 보고서에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다며 공개해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권익위원회 행정심판, 법원 행정소송, 산업부 전문가위원회 판정 등을 통해 여러 방면에서 보고서 공개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팩트체크

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허용석)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의 삼성전자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의 공개를 거부한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원심을 뒤집어 원고인 삼성전자 근로자 이 모 씨 유족에게 2007년부터 2014년까지의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를 모두 공개(일부 개인정보 제외)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작업환경보고서는 삼성이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이 소송의 피고는 해당 보고서를 가지고 있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이었다.

판결 이후 삼성 공장 직업병 피해자와 한 언론사가 다른 삼성 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요청했고, 고용노동부는 대전고법 판결을 근거로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이 권익위원회 행정심판과 법원 행정소송 등을 이용해 공개를 막아섰다. 고용부에 따르면 삼성은 이미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 삼성전자 기흥공장 등 4건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결정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부가 9일 삼성SDI 천안공장 등 2건의 작업환경보고서에 대해 추가로 공개를 결정했는데, 이 또한 삼성 측이 소송 등을 통해 공개를 막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일부 언론 등은 해당 보고서에 삼성의 핵심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영업기밀 유출을 우려하는 각종 언론 보도 캡처삼성 영업기밀 유출을 우려하는 각종 언론 보도 캡처

삼성 관계자는 "작업환경보고서 안에 보고서를 통해 유추하거나 얻을 수 있는 상당한 지적자산이 포함됐다고 보고 있다"며 "측정위치도 및 측정결과 정보를 통해 제품생산의 효율과 직결되는 최적의 공정배치 방법을 파악할 수 있고, 공정별 화학물질(제품명)을 통해 다양한 대체재 중 삼성이 사용하는 최적화된 고유물질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작업환경보고서에 정말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는가를 따지려면 현재 제기된 소송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에 한해서는 고등법원 판결을 고용부가 수용하면서 작업환경보고서가 유족에 이미 공개된 상태다.

이에 해당 판결문이 어떤 근거로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따져보면 온양공장 보고서에 한해서라지만 일정 부분 팩트 체크가 가능하다.

팩트 체크 결과

대전고법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 속 측정위치도가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측정위치도가 공개될 경우 삼성전자의 생산방법 등 기술적 노하우가 유출되거나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약화돼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 속에 영업기밀이 없다고 보고, 정보공개법에 따라 해당 보고서를 공개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작업환경보고서에는 라인명과 공정명이 기재돼 있을 뿐 공정간 배열이 기재돼 있지 않다. 각 생산라인에 배치된 근로자 수, 근로형태 등 외에 배치된 설비의 기종 및 보유 대수, 생산능력, 설비배치, 공정 자동화 정도, 인건비 관련 자료, 각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사용량·구성성분 등에 관한 기재도 별도로 없다.

논란의 핵심이라고 할 '단위작업장소별 유해인자의 측정위치도(측정장소)'란 '구체적인 공정의 세부정보를 써넣는 것이 아닌, 개략적이고 간략한 공장 도면 모식도에 측정대상자의 작업자 위치나 시료를 채취한 개략적 위치를 표시한 것'을 의미한다.

판결문에 인용된 한국보건산업학회의 사실조회 결과도 "측정위치도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개략적인 도면 위에 유해인자 등의 측정위치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며, 그 자체로는 '법인 등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측정위치도를 공개되는 다른 정보와 대조해 보면 해당 유해인자가 공장 어느 지점에서 어느 정도 측정됐는지 대략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당 유해인자를 함유한 화학물질이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여러 유해인자의 조합으로도 수많은 화학물질이 조제될 수 있는 점, ▲일반적인 반도체 생산 공정이 이미 보고서, 인터넷 등을 통해 상당 부분 공개돼 있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이 정보만으로 고용부가 우려하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공정간 배열, 각 라인에 배치한 설비의 기종 및 보유 대수, 생산능력, 반도체 후공정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효과 등의 정보', '제품 생산을 위하여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 사용량, 구성성분 등의 정보' 등까지 알려지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작업환경보고서에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다는 삼성전자 측의 주장은 거짓이다. 대전고등법원이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를 두고 판결한 만큼 이는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에 국한된 팩트체크 결과다.

그런데 이 작업환경보고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지 제20호, 21호'에 따른 양식으로 정형화돼 작성된다. 일정한 서식에 따라 작성하니까 보고서 형태와 그 안에 들어가는 주요 내용이 비슷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다른 생산라인의 작업환경보고서에도 영업비밀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에 현재 삼성이 제기한 소송 결과가 대전고법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판결과 반대되는 것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작업환경보고서에 영업비밀이 들어있다는 주장은 대체로 거짓이라고 볼 수 있다.
  • [팩트체크] 삼성 작업환경보고서는 영업비밀일까?
    • 입력 2018.04.11 (16:52)
    • 수정 2018.04.11 (22:12)
    멀티미디어 뉴스
[팩트체크] 삼성 작업환경보고서는 영업비밀일까?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 등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법원 판결을 근거로 해당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는데, 삼성전자가 해당 보고서에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다며 공개해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권익위원회 행정심판, 법원 행정소송, 산업부 전문가위원회 판정 등을 통해 여러 방면에서 보고서 공개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팩트체크

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허용석)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의 삼성전자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의 공개를 거부한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원심을 뒤집어 원고인 삼성전자 근로자 이 모 씨 유족에게 2007년부터 2014년까지의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를 모두 공개(일부 개인정보 제외)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작업환경보고서는 삼성이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이 소송의 피고는 해당 보고서를 가지고 있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이었다.

판결 이후 삼성 공장 직업병 피해자와 한 언론사가 다른 삼성 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요청했고, 고용노동부는 대전고법 판결을 근거로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이 권익위원회 행정심판과 법원 행정소송 등을 이용해 공개를 막아섰다. 고용부에 따르면 삼성은 이미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 삼성전자 기흥공장 등 4건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결정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부가 9일 삼성SDI 천안공장 등 2건의 작업환경보고서에 대해 추가로 공개를 결정했는데, 이 또한 삼성 측이 소송 등을 통해 공개를 막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일부 언론 등은 해당 보고서에 삼성의 핵심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영업기밀 유출을 우려하는 각종 언론 보도 캡처삼성 영업기밀 유출을 우려하는 각종 언론 보도 캡처

삼성 관계자는 "작업환경보고서 안에 보고서를 통해 유추하거나 얻을 수 있는 상당한 지적자산이 포함됐다고 보고 있다"며 "측정위치도 및 측정결과 정보를 통해 제품생산의 효율과 직결되는 최적의 공정배치 방법을 파악할 수 있고, 공정별 화학물질(제품명)을 통해 다양한 대체재 중 삼성이 사용하는 최적화된 고유물질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작업환경보고서에 정말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는가를 따지려면 현재 제기된 소송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에 한해서는 고등법원 판결을 고용부가 수용하면서 작업환경보고서가 유족에 이미 공개된 상태다.

이에 해당 판결문이 어떤 근거로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따져보면 온양공장 보고서에 한해서라지만 일정 부분 팩트 체크가 가능하다.

팩트 체크 결과

대전고법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 속 측정위치도가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측정위치도가 공개될 경우 삼성전자의 생산방법 등 기술적 노하우가 유출되거나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약화돼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 속에 영업기밀이 없다고 보고, 정보공개법에 따라 해당 보고서를 공개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작업환경보고서에는 라인명과 공정명이 기재돼 있을 뿐 공정간 배열이 기재돼 있지 않다. 각 생산라인에 배치된 근로자 수, 근로형태 등 외에 배치된 설비의 기종 및 보유 대수, 생산능력, 설비배치, 공정 자동화 정도, 인건비 관련 자료, 각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사용량·구성성분 등에 관한 기재도 별도로 없다.

논란의 핵심이라고 할 '단위작업장소별 유해인자의 측정위치도(측정장소)'란 '구체적인 공정의 세부정보를 써넣는 것이 아닌, 개략적이고 간략한 공장 도면 모식도에 측정대상자의 작업자 위치나 시료를 채취한 개략적 위치를 표시한 것'을 의미한다.

판결문에 인용된 한국보건산업학회의 사실조회 결과도 "측정위치도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개략적인 도면 위에 유해인자 등의 측정위치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며, 그 자체로는 '법인 등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측정위치도를 공개되는 다른 정보와 대조해 보면 해당 유해인자가 공장 어느 지점에서 어느 정도 측정됐는지 대략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당 유해인자를 함유한 화학물질이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여러 유해인자의 조합으로도 수많은 화학물질이 조제될 수 있는 점, ▲일반적인 반도체 생산 공정이 이미 보고서, 인터넷 등을 통해 상당 부분 공개돼 있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이 정보만으로 고용부가 우려하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공정간 배열, 각 라인에 배치한 설비의 기종 및 보유 대수, 생산능력, 반도체 후공정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효과 등의 정보', '제품 생산을 위하여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 사용량, 구성성분 등의 정보' 등까지 알려지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작업환경보고서에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다는 삼성전자 측의 주장은 거짓이다. 대전고등법원이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를 두고 판결한 만큼 이는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에 국한된 팩트체크 결과다.

그런데 이 작업환경보고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지 제20호, 21호'에 따른 양식으로 정형화돼 작성된다. 일정한 서식에 따라 작성하니까 보고서 형태와 그 안에 들어가는 주요 내용이 비슷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다른 생산라인의 작업환경보고서에도 영업비밀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에 현재 삼성이 제기한 소송 결과가 대전고법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판결과 반대되는 것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작업환경보고서에 영업비밀이 들어있다는 주장은 대체로 거짓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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