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투표는 나이순이 아니잖아요!”…청소년에게 듣다

입력 2018.04.14 (20:00) 수정 2018.04.1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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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 투표할 수 있는 권리는 '몇 살부터' 주어져야 할까. 최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선거 연령을 현행 만 19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청소년 선거권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선거 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선거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하기에는 청소년의 판단 능력이 아직 성숙하지 않고, 학교가 정치화되면서 교육적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오는 지방선거부터는 꼭 선거에 참여하고 싶다는 김윤송(15), 서한울(17), 이은선(18) 씨를 만나 선거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선거의 추억

[김윤송/만 15살]
학교에서 전교 회장을 뽑는데 투표권은 4, 5, 6학년에게만 있고 1, 2, 3학년한테는 없는 거예요. 왜 이 학교는 전체 학생의 절반만이 전교 회장을 뽑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가에 대한 의문도 가졌었고. 그때부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서한울/만 17살]
대선 후보들의 공약집이라 해야 하나? 그걸 정리한 게 (대통령 선거 전에 집으로) 오더라고요. 물론 저한테 온 건 아니고 부모님께 왔는데.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이렇게 읽어보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이… 이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나. 나는 선거에 참여하지를 못하는데.

[이은선/만 18살]
'난 투표권도 없는데 혼자 왜 이렇게 누가 뽑힐지 동동거리고 있는 것 같지?'라는 생각. 나한테 표가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동동거렸겠느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청소년, '지워진 시민'

[서한울/만 17살]
예를 들면 국정교과서 같은 교육 현안에 대해서 사실 대상은 저희 학생, 청소년인데 저희 입장을 얘기할 수가 없잖아요. 만약 우리에게 참정권이 있다면 우리의 눈치를 볼 거고, 정치인들도 많이 고려할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은 참정권이 없어서, 어쩌면 저희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은선/만 18살]
청소년들이 학교 안의 구성원으로밖에 존재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는 사람들 생각 속에도 안 들어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부모의 말이나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야 하는 사람으로만 존재를 하는 거죠.

[김윤송/만 15살]
국회의원을 만났을 때 저랑은 악수를 안 하는데, 제 옆에 있는 비청소년(성인)과는 악수를 하면서 아주 정겹게 인사를 하는…. 진짜 투명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느꼈었고. 비청소년에게는 선거권이 있지만, 청소년에게는 선거권이 없어서, 이 둘의 권력 차이가 계속해서 벌어지게 하고 그것이 이 둘을 달라지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다른 위치에 서게 하고, 그래서 그런 폭력들을, 억압들을 만들어내는 거 같아요.


◆ 선거, 애들은 가라?

[서한울/만 17살]
(청소년 선거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청소년은 판단 능력이 없고 아직 미성숙해서 국가의 중요한 일에 대해서 결정권을 줄 수 없다 이런 입장인데. 성숙과 미성숙이 선거권, 참정권 부여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얼마나 지적으로 똑똑한지, 성숙한 지, 미성숙한 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냥 인간이고, 구성원이니까 참정권을 당연히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윤송/만 15살]
'뭘 잘 아는 사람들'이라는 걸 도대체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 건지. 그것의 기준은 무엇인지. 대졸자한테만 선거권을 줄 건가. 말도 안 되잖아요, 사실. 그건 차별이잖아요.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진짜 '잘 아는' 사람들한테만 선거권을 줄 거면, 그럼 학력 좋은 사람들한테는 투표용지 2장 주고, 아이큐 테스트를 하지. 누구든 당연히 우리 사회의 시민이기 때문에 그들이 사는 지역과, 그들이 사는 나라와 그런 것들이 당연히 그들한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대표자를 선출할 권리가 있는 거잖아요.

[이은선/만 18살]
학교에서 교육 이념의 핵심이 학생들을 '민주 시민'으로 양성하는 거잖아요. 근데 어떻게 학교 안에서 정치 이야기를 안 하고 민주 시민이 뚝딱, 졸업만 하면 탄생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지. 되게 모순을 느끼고 있고.


◆ 투표는 나이순이 아니잖아요

[이은선/만 18살]
대의 민주주의에서는 그냥 표가 있는 사람이냐 없는 사람이나에 따라서 정책과 예산이 결정되고 배분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한울/만 17살]
연령대마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표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정치인들 보면 되게 나이 많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럼 어쩔 수 없이 생각이 굳어지고, 변화가 좀 두려워지고. 그래서 끊임없이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새로운 얘기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왜 그게 잘 안 되지? 모르겠어요.

[김윤송/만 15살]
청소년들을 학생으로만 대하고, 공부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학생들을 동등한 우리 사회의 시민이고 이웃이 아니라 그냥 공부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니까. 학생이기 이전에 이 나라에 국적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고 이 나라의 시민이고, 이 지역구민이고. 그게 우선이잖아요. 그래서 당연히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시의원이든 다 저와 연관이 있는 거고. 그럴 사람조차 선출할 권리가 없다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거 같아요.


◆ 18세 선거권은 '첫 발걸음'이다

[김윤송/만 15살]
18세 선거권이 보장된다고 해서 당장 비청소년과 청소년이 동등해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아요. 다만 그렇게 나아가는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은선/만 18살]
'나이가 어려서 뭐에 끼면 안 된다'고 이렇게 단정하는 부분이 없어야 진짜 본인의 삶에서 존재하는 차별이나 폭력과 혐오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청소년의 삶의 변화가 단지 청소년들만의 것에 머무르는 게 아니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변화를 줄 거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서한울/만 17살]
청소년도 어떻게 보면 사회적인 약자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의견을 이 사회에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저희도 이 사회의 일원이고 공동체의 일원이고, 그래서 저희의 의견도 당연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청소년에게도 참정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윤송/만 15살]
선거권은 세뱃돈이 아니라는 거. 세뱃돈처럼 어른들한테 절하고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우리한테 원래 주어져야 하는 것을 우리가 되찾으려고 하는 것이라는 거. 우리한테 "그래, 줄게"라고 허락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조차 어른들의 권력이라는 거. 이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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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투표는 나이순이 아니잖아요!”…청소년에게 듣다
    • 입력 2018-04-14 20:00:23
    • 수정2018-04-14 22: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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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 투표할 수 있는 권리는 '몇 살부터' 주어져야 할까. 최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선거 연령을 현행 만 19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청소년 선거권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선거 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선거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하기에는 청소년의 판단 능력이 아직 성숙하지 않고, 학교가 정치화되면서 교육적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오는 지방선거부터는 꼭 선거에 참여하고 싶다는 김윤송(15), 서한울(17), 이은선(18) 씨를 만나 선거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선거의 추억

[김윤송/만 15살]
학교에서 전교 회장을 뽑는데 투표권은 4, 5, 6학년에게만 있고 1, 2, 3학년한테는 없는 거예요. 왜 이 학교는 전체 학생의 절반만이 전교 회장을 뽑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가에 대한 의문도 가졌었고. 그때부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서한울/만 17살]
대선 후보들의 공약집이라 해야 하나? 그걸 정리한 게 (대통령 선거 전에 집으로) 오더라고요. 물론 저한테 온 건 아니고 부모님께 왔는데.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이렇게 읽어보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이… 이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나. 나는 선거에 참여하지를 못하는데.

[이은선/만 18살]
'난 투표권도 없는데 혼자 왜 이렇게 누가 뽑힐지 동동거리고 있는 것 같지?'라는 생각. 나한테 표가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동동거렸겠느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청소년, '지워진 시민'

[서한울/만 17살]
예를 들면 국정교과서 같은 교육 현안에 대해서 사실 대상은 저희 학생, 청소년인데 저희 입장을 얘기할 수가 없잖아요. 만약 우리에게 참정권이 있다면 우리의 눈치를 볼 거고, 정치인들도 많이 고려할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은 참정권이 없어서, 어쩌면 저희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은선/만 18살]
청소년들이 학교 안의 구성원으로밖에 존재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는 사람들 생각 속에도 안 들어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부모의 말이나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야 하는 사람으로만 존재를 하는 거죠.

[김윤송/만 15살]
국회의원을 만났을 때 저랑은 악수를 안 하는데, 제 옆에 있는 비청소년(성인)과는 악수를 하면서 아주 정겹게 인사를 하는…. 진짜 투명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느꼈었고. 비청소년에게는 선거권이 있지만, 청소년에게는 선거권이 없어서, 이 둘의 권력 차이가 계속해서 벌어지게 하고 그것이 이 둘을 달라지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다른 위치에 서게 하고, 그래서 그런 폭력들을, 억압들을 만들어내는 거 같아요.


◆ 선거, 애들은 가라?

[서한울/만 17살]
(청소년 선거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청소년은 판단 능력이 없고 아직 미성숙해서 국가의 중요한 일에 대해서 결정권을 줄 수 없다 이런 입장인데. 성숙과 미성숙이 선거권, 참정권 부여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얼마나 지적으로 똑똑한지, 성숙한 지, 미성숙한 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냥 인간이고, 구성원이니까 참정권을 당연히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윤송/만 15살]
'뭘 잘 아는 사람들'이라는 걸 도대체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 건지. 그것의 기준은 무엇인지. 대졸자한테만 선거권을 줄 건가. 말도 안 되잖아요, 사실. 그건 차별이잖아요.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진짜 '잘 아는' 사람들한테만 선거권을 줄 거면, 그럼 학력 좋은 사람들한테는 투표용지 2장 주고, 아이큐 테스트를 하지. 누구든 당연히 우리 사회의 시민이기 때문에 그들이 사는 지역과, 그들이 사는 나라와 그런 것들이 당연히 그들한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대표자를 선출할 권리가 있는 거잖아요.

[이은선/만 18살]
학교에서 교육 이념의 핵심이 학생들을 '민주 시민'으로 양성하는 거잖아요. 근데 어떻게 학교 안에서 정치 이야기를 안 하고 민주 시민이 뚝딱, 졸업만 하면 탄생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지. 되게 모순을 느끼고 있고.


◆ 투표는 나이순이 아니잖아요

[이은선/만 18살]
대의 민주주의에서는 그냥 표가 있는 사람이냐 없는 사람이나에 따라서 정책과 예산이 결정되고 배분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한울/만 17살]
연령대마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표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정치인들 보면 되게 나이 많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럼 어쩔 수 없이 생각이 굳어지고, 변화가 좀 두려워지고. 그래서 끊임없이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새로운 얘기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왜 그게 잘 안 되지? 모르겠어요.

[김윤송/만 15살]
청소년들을 학생으로만 대하고, 공부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학생들을 동등한 우리 사회의 시민이고 이웃이 아니라 그냥 공부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니까. 학생이기 이전에 이 나라에 국적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고 이 나라의 시민이고, 이 지역구민이고. 그게 우선이잖아요. 그래서 당연히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시의원이든 다 저와 연관이 있는 거고. 그럴 사람조차 선출할 권리가 없다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거 같아요.


◆ 18세 선거권은 '첫 발걸음'이다

[김윤송/만 15살]
18세 선거권이 보장된다고 해서 당장 비청소년과 청소년이 동등해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아요. 다만 그렇게 나아가는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은선/만 18살]
'나이가 어려서 뭐에 끼면 안 된다'고 이렇게 단정하는 부분이 없어야 진짜 본인의 삶에서 존재하는 차별이나 폭력과 혐오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청소년의 삶의 변화가 단지 청소년들만의 것에 머무르는 게 아니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변화를 줄 거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서한울/만 17살]
청소년도 어떻게 보면 사회적인 약자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의견을 이 사회에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저희도 이 사회의 일원이고 공동체의 일원이고, 그래서 저희의 의견도 당연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청소년에게도 참정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윤송/만 15살]
선거권은 세뱃돈이 아니라는 거. 세뱃돈처럼 어른들한테 절하고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우리한테 원래 주어져야 하는 것을 우리가 되찾으려고 하는 것이라는 거. 우리한테 "그래, 줄게"라고 허락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조차 어른들의 권력이라는 거. 이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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