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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설주, 판문점에 깜짝 등장할까
입력 2018.04.16 (19:07) 수정 2018.04.16 (20:56) 멀티미디어 뉴스
리설주, 판문점에 깜짝 등장할까
2011년 5월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이 방중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환영 만찬을 열었습니다. 김 위원장과 뚝 떨어진 헤드테이블 맨 끝 자리. 중국 고위 인사 사이에 자리한 한 여성이 스치듯 TV 화면에 잡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마지막이자 넷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이었습니다. 방중 내내 김옥은 퍼스트레이디보다는 수행원 쪽에 가까웠습니다. 공식 방중단 명단에는 물론 북한 매체에도 언급되지 않은 그림자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해 11월 김 위원장은 사망했고, 이후 김옥은 북한 권부에서 사라졌습니다.

■ 태양절 주인공이 리설주?

그로부터 7년. 4월 15일은 북한 최대 명절로 꼽히는 '태양절'이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106번째 생일이었죠. 통상 이날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생전 면모를 칭송하거나, 김정은 유일 영도를 강조하는 행사들로 하루가 채워집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이 주목한 태양절 주인공은 이른바 '백두혈통'을 자처하는 김씨 일가가 아니었습니다.

15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가 중국 예술단의 방북 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을 비중있게 전했습니다. 김정은과 동행하지 않은 리설주의 독자적인 대외활동을 '별도 꼭지'로 보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2월 '여사' 호칭을 얻은 리설주에 '존경하는'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 역시 마찬가지였죠. 큰 박수를 받으며 공연장에 등장하고, 귀빈석에 앉아 발레 공연을 관람하고, 중국 공산당 인사들과 환담을 나누기까지... 리설주는 늘 카메라 앵글 한 가운데 자리했습니다. 김정은이 참석했다면 그의 얼굴로 채워질 바로 그 위치였습니다.

사진 출처 : 조선중앙TV  캡처사진 출처 : 조선중앙TV 캡처

■ 정상국가의 퍼스트레이디 되나

올 들어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배우자로서 리설주의 존재와 역할을 전면에 부각하는 변화를 보여왔습니다. 지난달 5일 리설주는 우리 측 대북 특별사절단의 만찬에 동석했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을 '원수님'이 아닌 '제 남편'이라 불렀다고 전해져 화제가 됐죠.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도 김 위원장과 함께 관람하는 등 최근의 주요 남북교류 행사에도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여기에 김정은 집권 후 첫 외국 방문이었던 지난달 25∼28일 방중에도 동행해 연회와 오찬 등의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같은 가수 출신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을 상대로 '퍼스트레이디 외교전'에 데뷔한 겁니다.

이렇게 김정은 부부가 함께 외교 석상에 나서거나, 외교 과정에서 리설주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북한도 다른 나라들과 같은 방식으로 외교를 수행하는 '정상국가'임을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북한이 정상국가의 모습을 띠기 위해 영부인 외교에 필요한 관행을 축척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여사'라는 호칭에서부터 의전 절차 등을 국제기준에 맞도록 스스로 '정의'(Definition)하고 공식화해 나가는 과정으로 풀이됩니다. 그런 면에서 리설주의 역할 확대는 이벤트성,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김정숙 여사, 이번엔 '짝' 찾을까

4월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의 여러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리설주의 동행 여부입니다. 2000년 1차,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배우자는 공식석상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희호 여사나 권양숙 여사는 대신 북한 여성계 대표들을 마주했습니다.

북측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 개선 효과를 노린다면 1·2차 회담 때와 달리 이번에는 '부부 동반' 형식의 만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리설주의 잇단 대외행보 자체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비한 '예행 연습' 성격이 짙다는 분석입니다.

"정상국가를 지향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목표는 북한 스스로가 아닌 국제사회가 평가할 문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리설주의 전면 배치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안정감을 주고 서방국가에 익숙한 외교 방식이 됩니다. 오히려 북한 쪽에서 '부부 동반'을 우리 측에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정숙-리설주 여사의 만남은 정상회담과는 별도로 그 자체로 또 다른 역사적 장면이 될 게 분명합니다. 리설주가 동행할 경우 회담장인 우리측 '평화의 집'이 아닌 '자유의 집'에 머물거나, 김정숙 여사와 함께 '통일각' 등 북측 지역을 방문할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옵니다.

반론도 많습니다. 당일치기 정상회담 성격상 의전이 간소화되는 실무적 회담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또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이 비교적 제한된 공간이기 때문에 남북의 퍼스트레이디가 함께할 만한 일정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정상회담 날짜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게 됐습니다. 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 고위급·실무회담도 막바지입니다. 북한은 리설주 동행 여부를 회담이 임박해서야 우리 측에 통지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북한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합니다.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평화의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리설주, 판문점에 깜짝 등장할까
    • 입력 2018.04.16 (19:07)
    • 수정 2018.04.16 (20:56)
    멀티미디어 뉴스
리설주, 판문점에 깜짝 등장할까
2011년 5월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이 방중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환영 만찬을 열었습니다. 김 위원장과 뚝 떨어진 헤드테이블 맨 끝 자리. 중국 고위 인사 사이에 자리한 한 여성이 스치듯 TV 화면에 잡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마지막이자 넷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이었습니다. 방중 내내 김옥은 퍼스트레이디보다는 수행원 쪽에 가까웠습니다. 공식 방중단 명단에는 물론 북한 매체에도 언급되지 않은 그림자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해 11월 김 위원장은 사망했고, 이후 김옥은 북한 권부에서 사라졌습니다.

■ 태양절 주인공이 리설주?

그로부터 7년. 4월 15일은 북한 최대 명절로 꼽히는 '태양절'이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106번째 생일이었죠. 통상 이날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생전 면모를 칭송하거나, 김정은 유일 영도를 강조하는 행사들로 하루가 채워집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이 주목한 태양절 주인공은 이른바 '백두혈통'을 자처하는 김씨 일가가 아니었습니다.

15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가 중국 예술단의 방북 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을 비중있게 전했습니다. 김정은과 동행하지 않은 리설주의 독자적인 대외활동을 '별도 꼭지'로 보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2월 '여사' 호칭을 얻은 리설주에 '존경하는'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 역시 마찬가지였죠. 큰 박수를 받으며 공연장에 등장하고, 귀빈석에 앉아 발레 공연을 관람하고, 중국 공산당 인사들과 환담을 나누기까지... 리설주는 늘 카메라 앵글 한 가운데 자리했습니다. 김정은이 참석했다면 그의 얼굴로 채워질 바로 그 위치였습니다.

사진 출처 : 조선중앙TV  캡처사진 출처 : 조선중앙TV 캡처

■ 정상국가의 퍼스트레이디 되나

올 들어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배우자로서 리설주의 존재와 역할을 전면에 부각하는 변화를 보여왔습니다. 지난달 5일 리설주는 우리 측 대북 특별사절단의 만찬에 동석했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을 '원수님'이 아닌 '제 남편'이라 불렀다고 전해져 화제가 됐죠.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도 김 위원장과 함께 관람하는 등 최근의 주요 남북교류 행사에도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여기에 김정은 집권 후 첫 외국 방문이었던 지난달 25∼28일 방중에도 동행해 연회와 오찬 등의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같은 가수 출신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을 상대로 '퍼스트레이디 외교전'에 데뷔한 겁니다.

이렇게 김정은 부부가 함께 외교 석상에 나서거나, 외교 과정에서 리설주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북한도 다른 나라들과 같은 방식으로 외교를 수행하는 '정상국가'임을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북한이 정상국가의 모습을 띠기 위해 영부인 외교에 필요한 관행을 축척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여사'라는 호칭에서부터 의전 절차 등을 국제기준에 맞도록 스스로 '정의'(Definition)하고 공식화해 나가는 과정으로 풀이됩니다. 그런 면에서 리설주의 역할 확대는 이벤트성,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김정숙 여사, 이번엔 '짝' 찾을까

4월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의 여러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리설주의 동행 여부입니다. 2000년 1차,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배우자는 공식석상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희호 여사나 권양숙 여사는 대신 북한 여성계 대표들을 마주했습니다.

북측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 개선 효과를 노린다면 1·2차 회담 때와 달리 이번에는 '부부 동반' 형식의 만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리설주의 잇단 대외행보 자체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비한 '예행 연습' 성격이 짙다는 분석입니다.

"정상국가를 지향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목표는 북한 스스로가 아닌 국제사회가 평가할 문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리설주의 전면 배치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안정감을 주고 서방국가에 익숙한 외교 방식이 됩니다. 오히려 북한 쪽에서 '부부 동반'을 우리 측에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정숙-리설주 여사의 만남은 정상회담과는 별도로 그 자체로 또 다른 역사적 장면이 될 게 분명합니다. 리설주가 동행할 경우 회담장인 우리측 '평화의 집'이 아닌 '자유의 집'에 머물거나, 김정숙 여사와 함께 '통일각' 등 북측 지역을 방문할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옵니다.

반론도 많습니다. 당일치기 정상회담 성격상 의전이 간소화되는 실무적 회담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또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이 비교적 제한된 공간이기 때문에 남북의 퍼스트레이디가 함께할 만한 일정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정상회담 날짜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게 됐습니다. 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 고위급·실무회담도 막바지입니다. 북한은 리설주 동행 여부를 회담이 임박해서야 우리 측에 통지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북한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합니다.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평화의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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