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자위대, ‘전투’ 확인…화들짝 놀란 자민당

입력 2018.04.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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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일본에서는 자위대의 남수단 유엔평화유지군(PKO) 활동 당시의 일보(일일 보고서)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핵심은 일보 안에 있었던 '전투'라는 표현. 즉 자위대 주둔지 부근에서 '전투'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당시 이나다 방위상은 국회에서 "사실 행위로서의 살상행위는 있었다. 하지만 법적 의미에서의 전투행위는 아니다"라는 애매한 답변과 함께 "국회 답변에서 헌법 9조상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단어(즉 '전투')는 사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미에서 무력충돌이라고 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평화헌법 9조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자위대는 이러한 전투행위에 말려들 우려가 있을 경우 PKO 부대를 철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방위상이 굳이 '전투'라는 표현을 피한 채 말장난 아닌 말장난을 해야 했던 것이다.

이 일보 문제가 1년 지난 뒤 다시 한 번 일본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이라크 파견 자위대의 일보를 둘러싼 것인데, 처음에는 이 '일보'가 없다고 방위성이 부인했다가 뒤늦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일로다.


16일 방위성이 공개한 일보에도 명백하게 '전투'라는 표현은 등장한다. 2004년~2006년 사이 이라크 파병 자위대의 435일분 1만 4,929쪽 분량의 자위대 일보에는 '전투 확대', '총격전', '폭발' 등 전투를 상정할 수 있는 표현이 다수 등장한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사태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것은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다. 특히 아베 총리를 둘러싼 사학 스캔들로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자칫 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헌'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밝혔듯이 일본의 평화 헌법은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자위대가 전투 행위에 휘말릴 수 있는 파견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여기에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과거 '일본군'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일본 사회 밑바닥에 깔려 있어서, 정부가 자위대라 할지라도 일본 국민을 전쟁으로 내모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아주 강하다.


아베 정권은 이미 안보법제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해외에서의 역할 확대가 가능한 길을 열었고, 그다음 단계로 헌법상 자위대의 존재를 명문화 하는 쪽으로 헌법 개정을 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궁극적 목표는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실제 자위대가 '전투'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감이 '일보'의 공개를 통해 커지면서 일본 국민의 '전쟁'에 대한 현실감이 환기되는 분위기다.

거의 대부분이 신문이 1면에 해당 사안을 다루고, 아사히 신문은 안보법제를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도하는 등 단순히 일보 공개로 사안이 마무리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개헌' 문제를 놓고 여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변수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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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자위대, ‘전투’ 확인…화들짝 놀란 자민당
    • 입력 2018-04-18 09:41:18
    특파원 리포트
지난해 2월, 일본에서는 자위대의 남수단 유엔평화유지군(PKO) 활동 당시의 일보(일일 보고서)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핵심은 일보 안에 있었던 '전투'라는 표현. 즉 자위대 주둔지 부근에서 '전투'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당시 이나다 방위상은 국회에서 "사실 행위로서의 살상행위는 있었다. 하지만 법적 의미에서의 전투행위는 아니다"라는 애매한 답변과 함께 "국회 답변에서 헌법 9조상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단어(즉 '전투')는 사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미에서 무력충돌이라고 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평화헌법 9조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자위대는 이러한 전투행위에 말려들 우려가 있을 경우 PKO 부대를 철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방위상이 굳이 '전투'라는 표현을 피한 채 말장난 아닌 말장난을 해야 했던 것이다.

이 일보 문제가 1년 지난 뒤 다시 한 번 일본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이라크 파견 자위대의 일보를 둘러싼 것인데, 처음에는 이 '일보'가 없다고 방위성이 부인했다가 뒤늦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일로다.


16일 방위성이 공개한 일보에도 명백하게 '전투'라는 표현은 등장한다. 2004년~2006년 사이 이라크 파병 자위대의 435일분 1만 4,929쪽 분량의 자위대 일보에는 '전투 확대', '총격전', '폭발' 등 전투를 상정할 수 있는 표현이 다수 등장한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사태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것은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다. 특히 아베 총리를 둘러싼 사학 스캔들로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자칫 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헌'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밝혔듯이 일본의 평화 헌법은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자위대가 전투 행위에 휘말릴 수 있는 파견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여기에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과거 '일본군'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일본 사회 밑바닥에 깔려 있어서, 정부가 자위대라 할지라도 일본 국민을 전쟁으로 내모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아주 강하다.


아베 정권은 이미 안보법제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해외에서의 역할 확대가 가능한 길을 열었고, 그다음 단계로 헌법상 자위대의 존재를 명문화 하는 쪽으로 헌법 개정을 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궁극적 목표는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실제 자위대가 '전투'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감이 '일보'의 공개를 통해 커지면서 일본 국민의 '전쟁'에 대한 현실감이 환기되는 분위기다.

거의 대부분이 신문이 1면에 해당 사안을 다루고, 아사히 신문은 안보법제를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도하는 등 단순히 일보 공개로 사안이 마무리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개헌' 문제를 놓고 여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변수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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