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컵에 달린 조현민 운명…‘특수폭행’ 판례는

입력 2018.04.18 (13:43) 수정 2018.04.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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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컵에 달린 조현민 운명…‘특수폭행’ 판례는

유리컵에 달린 조현민 운명…‘특수폭행’ 판례는

◆ 조현민 갑질, 유리컵의 '진실 게임'

'갑질 의혹'에 휩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운명은 이제 유리컵에 달려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조 전무가 지난달 광고대행사와의 회의 자리에서 유리컵을 던졌는지 여부가 '진실 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회의에 참석한 일부 사람들로부터 "조 전무가 유리컵을 던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 전무 측은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 날의 진실, 아마 유리컵은 알고 있겠죠.

◆ 유리컵 던지면 특수폭행죄…다치면 구속까지 가능

유리컵 얘기를 꺼낸 건 이번 사건의 중요 포인트가 '특수폭행죄' 적용 여부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이나 경찰은 사람을 향해 유리컵을 던진 사건에서 특수폭행죄를 적용하곤 하는데요. 주목할 점은 특수폭행죄는 일반 폭행죄와 달리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 불가능)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 말은 회의 참석자들이 경찰에 조 전무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내도 조 전무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특수폭행죄의 법정형은 징역 5년 이하에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만약, 던진 유리컵에 맞아 머리 등이 다쳤다면 '특수상해죄'가 적용돼 구속 수사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 유리컵은 '위험한 물건'…던지면 최대 징역형

법원은 특수폭행죄가 적용된 '유리컵 투척' 사건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두 가지 사례로 설명하겠습니다.

#1. 남 모 씨는 늦은 밤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점원으로부터 "문 닫을 시간이 됐으니 정리를 해달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러자 남 씨는 욕설하며 유리컵을 가게 주인을 향해 던졌고, 유리컵은 벽에 맞아 파편이 가게 주인 쪽으로 튀었습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해 3월 남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2. 옆자리 손님과 시비가 붙은 이 모 씨. 끝내 화를 못 참고 아무 잘못도 없는 술집 주인 고 모 씨를 향해 유리컵과 맥주병을 던져버렸죠. 다행히 아무도 다치진 않았지만, 이날 일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울산지법은 지난해 6월 이 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합니다. 앞선 사례보다 엄한 처벌이 이뤄진 건 이 씨에게 동종 전력이 있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씨가 술을 마신 심신미약 상태였고 고 씨와 합의한 점은 형량의 감경 요소가 됐습니다.

위 두 사례의 판결문에 등장하는 공통적인 문장이 있습니다.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인 유리컵을 피해자를 향해 던졌다"는 건데요. 여기서 '위험한 물건'이란 단어가 눈길을 끕니다. 법원은 유리컵을 칼과 같은 흉기에 따라 '사회 통념상 위협감을 줄 수 있는 물건'으로 규정하고, 특수폭행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죠. 두 사건 모두 가해자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유리컵을 던졌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조 전무가 맨정신에 유리컵을 사람을 향해 던진 거라면, 이는 형량의 가중 요소도 될 수 있습니다.


◆ 유리 파편보다 깊게 박힌 마음의 상처는….

경찰이 조 전무에게 특수폭행죄를 적용할지 쉽사리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확보한 증거와 여러 정황 등을 통해 경찰이 판단할 일이지요. 그러나 이 점만은 분명합니다. 그녀가 유리컵을 던졌든, 던지지 않았든 그 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마음에 예리한 파편이 날아와 마음속 깊숙이 박혀버렸을 거라는 점은요. 그리고 그들의 상처는 가해자에 대한 어떤 처벌로도 치유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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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컵에 달린 조현민 운명…‘특수폭행’ 판례는
    • 입력 2018-04-18 13:43:18
    • 수정2018-04-18 20:24:30
    취재K
◆ 조현민 갑질, 유리컵의 '진실 게임'

'갑질 의혹'에 휩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운명은 이제 유리컵에 달려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조 전무가 지난달 광고대행사와의 회의 자리에서 유리컵을 던졌는지 여부가 '진실 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회의에 참석한 일부 사람들로부터 "조 전무가 유리컵을 던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 전무 측은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 날의 진실, 아마 유리컵은 알고 있겠죠.

◆ 유리컵 던지면 특수폭행죄…다치면 구속까지 가능

유리컵 얘기를 꺼낸 건 이번 사건의 중요 포인트가 '특수폭행죄' 적용 여부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이나 경찰은 사람을 향해 유리컵을 던진 사건에서 특수폭행죄를 적용하곤 하는데요. 주목할 점은 특수폭행죄는 일반 폭행죄와 달리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 불가능)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 말은 회의 참석자들이 경찰에 조 전무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내도 조 전무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특수폭행죄의 법정형은 징역 5년 이하에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만약, 던진 유리컵에 맞아 머리 등이 다쳤다면 '특수상해죄'가 적용돼 구속 수사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 유리컵은 '위험한 물건'…던지면 최대 징역형

법원은 특수폭행죄가 적용된 '유리컵 투척' 사건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두 가지 사례로 설명하겠습니다.

#1. 남 모 씨는 늦은 밤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점원으로부터 "문 닫을 시간이 됐으니 정리를 해달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러자 남 씨는 욕설하며 유리컵을 가게 주인을 향해 던졌고, 유리컵은 벽에 맞아 파편이 가게 주인 쪽으로 튀었습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해 3월 남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2. 옆자리 손님과 시비가 붙은 이 모 씨. 끝내 화를 못 참고 아무 잘못도 없는 술집 주인 고 모 씨를 향해 유리컵과 맥주병을 던져버렸죠. 다행히 아무도 다치진 않았지만, 이날 일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울산지법은 지난해 6월 이 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합니다. 앞선 사례보다 엄한 처벌이 이뤄진 건 이 씨에게 동종 전력이 있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씨가 술을 마신 심신미약 상태였고 고 씨와 합의한 점은 형량의 감경 요소가 됐습니다.

위 두 사례의 판결문에 등장하는 공통적인 문장이 있습니다.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인 유리컵을 피해자를 향해 던졌다"는 건데요. 여기서 '위험한 물건'이란 단어가 눈길을 끕니다. 법원은 유리컵을 칼과 같은 흉기에 따라 '사회 통념상 위협감을 줄 수 있는 물건'으로 규정하고, 특수폭행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죠. 두 사건 모두 가해자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유리컵을 던졌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조 전무가 맨정신에 유리컵을 사람을 향해 던진 거라면, 이는 형량의 가중 요소도 될 수 있습니다.


◆ 유리 파편보다 깊게 박힌 마음의 상처는….

경찰이 조 전무에게 특수폭행죄를 적용할지 쉽사리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확보한 증거와 여러 정황 등을 통해 경찰이 판단할 일이지요. 그러나 이 점만은 분명합니다. 그녀가 유리컵을 던졌든, 던지지 않았든 그 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마음에 예리한 파편이 날아와 마음속 깊숙이 박혀버렸을 거라는 점은요. 그리고 그들의 상처는 가해자에 대한 어떤 처벌로도 치유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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