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日고위관료, 여성기자 ‘성희롱’ 의혹…‘젠더 감수성’은 어디에?

입력 2018.04.18 (13:48) 수정 2018.04.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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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위 관료가 여성기자를 성희롱했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아베 총리와 사학스캔들' 의혹의 복판에 서 있는 재무성에서 벌어진 일이다.

주간지 폭로 “재무성 최고 관료가 성희롱했다”

지난 4월 12일 주간지 '주간신조'는 후쿠다 준이치 재무성 사무차관이 여성기자들을 여러번 성희롱했다고 폭로했다.


이 주간지는 후쿠다 차관이 여성기자들과 저녁식사 자리 등에서 '남자친구가 있냐', '키스해도 되냐', '호텔로 가자', '가슴을 만져도 되냐' 등의 발언을 했다면서, 녹취록과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또 "그런 실례되는 질문을 하냐. 누가 그런 말을 하냐"라며 부인하는 후쿠다 차관의 반론도 덧붙였다.


후쿠다 차관은 1982년 재무성에 들어와 인사와 예산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예산 담당 국장을 거쳐 2017년 7월에 재무관료로서는 최고의 자리인 사무차관으로 승진했다. 최근 불거진 결재문서 위조 문제와 관련해, 내부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정리 등을 지휘해 왔다.

궁지에 몰린 재무성…진화에 나섰지만

각종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 있던 일본 정부가 또 발칵 뒤집혔다.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은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참석해 후쿠다 차관의 해명을 전했다. '평소 다양한 상대와 다양한 대화를 한다. 대화 내용은 확실하지 않고, 기사 내용을 확인할 도리가 없지만, 오해를 받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또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생각하고 긴장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해줬다"면서, 징계조치는 필요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스가 관방장관은 "매우 유감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들끓는 정치권…해임 요구 분출

공동 여당 공명당의 이노우에 간사장은 의원 모임에서 "어처구니 없다. 매우 유감이다. 정부가 사실 관계를 철저히 조사해 엄정히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입헌민주당, 희망의당, 민진당, 공산당 등 야당에서는 "사실이라면"을 전제로 '해임', '경질','사임', '파면' 등의 요구가 분출했다.


13일, 야당의 여성의원 11명이 재무성을 항의 방문했다.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조사해 "사실이라면,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아소 부총리는 "해당 기사는 '언제, 누가'라는 것을 전혀 쓰지 않았다"면서 어디까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경질"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경질 요구를 거부했다.

장본인은 강력 부인…정부는 진상조사

침묵을 지키던 후쿠다 차관이 16일 입을 열고, 성희롱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제소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사임요구도 거부했다.


재무성은 후쿠다 사무차관의 세부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여기자들과 그런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런 곳에서 여성기자들과 회식을 한 기억이 없다. 음성 데이터에서는 상대방이 정말 여성기자인지 알 수 없고, 대화의 맥락도 알 수 없다."

후쿠다 차관은 "이런 보도가 나온 것 자체가 부도덕의 소치"이며 "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부총리 및 직원 등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긴장감을 갖고 직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재무성은 변호사에게 이 문제를 위탁해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또, 주간지에서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인용된 여성기자들이 조사에 협조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희롱 피해 여성’을 ‘가해자 측’에서 조사하겠다?

재무성이 피해자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야당 측은 보도된 음성 데이터의 '성문 감정' 등을 촉구했다.


야당 6당은 특히 "재무성이 여성기자 조사에 대한 협력을 요구했는데, 이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다. 조사를 위탁받은 변호사 측은 재무성과 고문 계약이 있다고 하는데, 공정하고 중립적인 조사가 되겠냐"고 비판했다.

재무성은 "제3의 변호사 사무소에 조사를 의뢰했다. 성문 감정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17일, 정부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불거졌다. '노다' 여성활약 담당 장관은 재무성이 기자단에 가입한 언론사들에 대해 (피해)여성기자가 있으면 조사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노다 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위화감이 있다. 성희롱 피해자는 가족에게도 상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가해자 측 관계자에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피해자 입장에서는 높은 장애물임을 재무성이 유념해야 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나 아소 부총리는 "조사 진행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제3자인 여성 변호사를 포함시키면 문제 없다는 주장이다. '여성기자로부터 연락이 없으면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상대 여성이 신고해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간사장도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재무성의 대응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시모토 참의원 의원 회장도 재무부의 대응은 "국민 감각과 어긋나 있으며, 국민이 불신감을 넘어 질려버린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일본 사회 ‘젠더 감수성’의 수준은?

이번 사건은 일본사회의 '양성평등 의식' 혹은 이른바 '젠더 감수성' 수준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NHK는 이번 성희롱 논란 관련 보도를 해외 언론이 크게 다뤘다고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프랑스 AFP통신은 "일본은 여성의 정치 참여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로, 일본에서는 '젠더(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로이터 통신은 "일본의 기업과 조직은 성에 대한 의식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일본 관료 집단의 성희롱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1일, 후생노동성이 성희롱으로 의심되는 메일을 여직원에게 보내지 말도록 후쿠다 건강국장에게 구두 주의를 줬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다 건강국장은 여직원에게 학습모임과 관련해 식사 초대 등 성희롱이 의심되는 메일을 여러번 보냈으며, 후생노동성은 지난 2월 말 이러한 메일을 보내지 말라고 주의를 내렸다.

4월 12일, '가토' 후생노동상은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 참석해, "후쿠다 국장에 대해 해당 직원에게 일체의 이메일을 보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사실관계를 조사해 제대로 대응하도록 지도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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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日고위관료, 여성기자 ‘성희롱’ 의혹…‘젠더 감수성’은 어디에?
    • 입력 2018-04-18 13:48:53
    • 수정2018-04-19 11:35:40
    특파원 리포트
일본 고위 관료가 여성기자를 성희롱했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아베 총리와 사학스캔들' 의혹의 복판에 서 있는 재무성에서 벌어진 일이다.

주간지 폭로 “재무성 최고 관료가 성희롱했다”

지난 4월 12일 주간지 '주간신조'는 후쿠다 준이치 재무성 사무차관이 여성기자들을 여러번 성희롱했다고 폭로했다.


이 주간지는 후쿠다 차관이 여성기자들과 저녁식사 자리 등에서 '남자친구가 있냐', '키스해도 되냐', '호텔로 가자', '가슴을 만져도 되냐' 등의 발언을 했다면서, 녹취록과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또 "그런 실례되는 질문을 하냐. 누가 그런 말을 하냐"라며 부인하는 후쿠다 차관의 반론도 덧붙였다.


후쿠다 차관은 1982년 재무성에 들어와 인사와 예산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예산 담당 국장을 거쳐 2017년 7월에 재무관료로서는 최고의 자리인 사무차관으로 승진했다. 최근 불거진 결재문서 위조 문제와 관련해, 내부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정리 등을 지휘해 왔다.

궁지에 몰린 재무성…진화에 나섰지만

각종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 있던 일본 정부가 또 발칵 뒤집혔다.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은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참석해 후쿠다 차관의 해명을 전했다. '평소 다양한 상대와 다양한 대화를 한다. 대화 내용은 확실하지 않고, 기사 내용을 확인할 도리가 없지만, 오해를 받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또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생각하고 긴장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해줬다"면서, 징계조치는 필요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스가 관방장관은 "매우 유감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들끓는 정치권…해임 요구 분출

공동 여당 공명당의 이노우에 간사장은 의원 모임에서 "어처구니 없다. 매우 유감이다. 정부가 사실 관계를 철저히 조사해 엄정히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입헌민주당, 희망의당, 민진당, 공산당 등 야당에서는 "사실이라면"을 전제로 '해임', '경질','사임', '파면' 등의 요구가 분출했다.


13일, 야당의 여성의원 11명이 재무성을 항의 방문했다.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조사해 "사실이라면,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아소 부총리는 "해당 기사는 '언제, 누가'라는 것을 전혀 쓰지 않았다"면서 어디까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경질"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경질 요구를 거부했다.

장본인은 강력 부인…정부는 진상조사

침묵을 지키던 후쿠다 차관이 16일 입을 열고, 성희롱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제소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사임요구도 거부했다.


재무성은 후쿠다 사무차관의 세부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여기자들과 그런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런 곳에서 여성기자들과 회식을 한 기억이 없다. 음성 데이터에서는 상대방이 정말 여성기자인지 알 수 없고, 대화의 맥락도 알 수 없다."

후쿠다 차관은 "이런 보도가 나온 것 자체가 부도덕의 소치"이며 "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부총리 및 직원 등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긴장감을 갖고 직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재무성은 변호사에게 이 문제를 위탁해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또, 주간지에서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인용된 여성기자들이 조사에 협조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희롱 피해 여성’을 ‘가해자 측’에서 조사하겠다?

재무성이 피해자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야당 측은 보도된 음성 데이터의 '성문 감정' 등을 촉구했다.


야당 6당은 특히 "재무성이 여성기자 조사에 대한 협력을 요구했는데, 이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다. 조사를 위탁받은 변호사 측은 재무성과 고문 계약이 있다고 하는데, 공정하고 중립적인 조사가 되겠냐"고 비판했다.

재무성은 "제3의 변호사 사무소에 조사를 의뢰했다. 성문 감정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17일, 정부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불거졌다. '노다' 여성활약 담당 장관은 재무성이 기자단에 가입한 언론사들에 대해 (피해)여성기자가 있으면 조사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노다 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위화감이 있다. 성희롱 피해자는 가족에게도 상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가해자 측 관계자에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피해자 입장에서는 높은 장애물임을 재무성이 유념해야 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나 아소 부총리는 "조사 진행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제3자인 여성 변호사를 포함시키면 문제 없다는 주장이다. '여성기자로부터 연락이 없으면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상대 여성이 신고해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간사장도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재무성의 대응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시모토 참의원 의원 회장도 재무부의 대응은 "국민 감각과 어긋나 있으며, 국민이 불신감을 넘어 질려버린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일본 사회 ‘젠더 감수성’의 수준은?

이번 사건은 일본사회의 '양성평등 의식' 혹은 이른바 '젠더 감수성' 수준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NHK는 이번 성희롱 논란 관련 보도를 해외 언론이 크게 다뤘다고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프랑스 AFP통신은 "일본은 여성의 정치 참여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로, 일본에서는 '젠더(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로이터 통신은 "일본의 기업과 조직은 성에 대한 의식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일본 관료 집단의 성희롱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1일, 후생노동성이 성희롱으로 의심되는 메일을 여직원에게 보내지 말도록 후쿠다 건강국장에게 구두 주의를 줬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다 건강국장은 여직원에게 학습모임과 관련해 식사 초대 등 성희롱이 의심되는 메일을 여러번 보냈으며, 후생노동성은 지난 2월 말 이러한 메일을 보내지 말라고 주의를 내렸다.

4월 12일, '가토' 후생노동상은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 참석해, "후쿠다 국장에 대해 해당 직원에게 일체의 이메일을 보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사실관계를 조사해 제대로 대응하도록 지도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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