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버스 배기장치 개조 만연…미세먼지 ‘펑펑’

입력 2018.04.18 (13:53) 수정 2018.04.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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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의 매연저감장치,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혔던 경유차. 최근 생산되는 대형 버스 같은 경유차는,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에 맞게 매연저감장치인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를 장착해 출고해야 한다. 과연 매연저감장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버스터미널 불시 점검, 결과는?

경찰이 최근 버스터미널에 정차한 버스의 매연저감장치를 불시에 점검했다. 엔진룸을 열어보니 엔진으로 연결된 관에 긴 호스가 달려 있고, 이 호스는 버스 바닥을 통해 밖으로 연결돼 있다. 호스는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플라스틱 통으로 가려져 있다. 불법 개조를 한 것이다.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는 경유를 연소할 때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엔진에서 한 번 더 연소시켜,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버스업자들은 엔진 중간에 긴 호스를 달아 밖으로 연결했고, 이 때문에 배출가스가 엔진을 한 번 더 거치지 않고 바닥으로 바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매연저감장치, 관리 어렵고 고장 나면 수리비 비싸

왜 개조까지 하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매연저감장치를 사용할 경우 버스의 출력이 떨어지는 데다 자주 청소를 해야 하고, 한 번 고장 나면 수리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버스 업체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자주 정비를 하지 않을 경우 엔진오일이 새어 나오고, 고장이 나면 수리비가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 버스 운영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배기장치 개조 버스들, 자동차 검사는 무사통과

버스터미널 한 곳을 점검한 결과 업체 4곳이 적발됐고, 한 업체는 전체 버스 2백여 대 가운데 80여 대를 이런 식으로 개조해 운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런 버스들은 멀쩡히 자동차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검사소는 배기구에서 나오는 배출가스 수치를 측정해 검사를 하는데, 개조 버스들은 배기구가 아닌 엔진에서 연결된 호스에서 배출 가스가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배기장치 개조해도 처벌 못해...관리 사각지대

하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처벌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이 적발된 4개 업체 관계자에 대해 정비 불량으로 형사처분하려 했지만, 법 적용이 어려워 관할 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데 그쳤다. 경찰은 버스 업체의 개조 행위가 도로교통법 제40조, '정비 불량 차의 운전 금지'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국토교통부는 배기가스 발산장치 개조가 안전을 저해한 행위로 볼 수 없어 법 위반은 아니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역시 배출가스 기준치를 초과했을 경우에는 처벌 규정은 있지만, 개조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매연저감장치 개조 행위가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구멍 없는 정부의 촘촘한 단속 필요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자동차 배출가스 집중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전국 2백40여 개 단속 지점에서 운행 중인 차량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측정 장비를 활용해 현장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배출가스 검사에서도 적발되지 않는 꼼수 개조 버스들의 운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검사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무작정 단속망만 넓게 펴기 전에 규정이 촘촘한지, 구멍 난 곳은 없는지부터 점검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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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버스 배기장치 개조 만연…미세먼지 ‘펑펑’
    • 입력 2018-04-18 13:53:11
    • 수정2018-04-18 14:24:36
    취재후·사건후
경유차의 매연저감장치,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혔던 경유차. 최근 생산되는 대형 버스 같은 경유차는,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에 맞게 매연저감장치인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를 장착해 출고해야 한다. 과연 매연저감장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버스터미널 불시 점검, 결과는?

경찰이 최근 버스터미널에 정차한 버스의 매연저감장치를 불시에 점검했다. 엔진룸을 열어보니 엔진으로 연결된 관에 긴 호스가 달려 있고, 이 호스는 버스 바닥을 통해 밖으로 연결돼 있다. 호스는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플라스틱 통으로 가려져 있다. 불법 개조를 한 것이다.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는 경유를 연소할 때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엔진에서 한 번 더 연소시켜,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버스업자들은 엔진 중간에 긴 호스를 달아 밖으로 연결했고, 이 때문에 배출가스가 엔진을 한 번 더 거치지 않고 바닥으로 바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매연저감장치, 관리 어렵고 고장 나면 수리비 비싸

왜 개조까지 하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매연저감장치를 사용할 경우 버스의 출력이 떨어지는 데다 자주 청소를 해야 하고, 한 번 고장 나면 수리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버스 업체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자주 정비를 하지 않을 경우 엔진오일이 새어 나오고, 고장이 나면 수리비가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 버스 운영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배기장치 개조 버스들, 자동차 검사는 무사통과

버스터미널 한 곳을 점검한 결과 업체 4곳이 적발됐고, 한 업체는 전체 버스 2백여 대 가운데 80여 대를 이런 식으로 개조해 운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런 버스들은 멀쩡히 자동차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검사소는 배기구에서 나오는 배출가스 수치를 측정해 검사를 하는데, 개조 버스들은 배기구가 아닌 엔진에서 연결된 호스에서 배출 가스가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배기장치 개조해도 처벌 못해...관리 사각지대

하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처벌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이 적발된 4개 업체 관계자에 대해 정비 불량으로 형사처분하려 했지만, 법 적용이 어려워 관할 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데 그쳤다. 경찰은 버스 업체의 개조 행위가 도로교통법 제40조, '정비 불량 차의 운전 금지'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국토교통부는 배기가스 발산장치 개조가 안전을 저해한 행위로 볼 수 없어 법 위반은 아니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역시 배출가스 기준치를 초과했을 경우에는 처벌 규정은 있지만, 개조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매연저감장치 개조 행위가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구멍 없는 정부의 촘촘한 단속 필요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자동차 배출가스 집중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전국 2백40여 개 단속 지점에서 운행 중인 차량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측정 장비를 활용해 현장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배출가스 검사에서도 적발되지 않는 꼼수 개조 버스들의 운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검사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무작정 단속망만 넓게 펴기 전에 규정이 촘촘한지, 구멍 난 곳은 없는지부터 점검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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