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세월호 블랙박스② 사고 직후 17초간 알 수 없는 ‘선내 방송’

입력 2018.04.18 (15:59) 수정 2018.04.1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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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실린 차량에 있던 27대의 블랙박스 중 사고 순간을 담고 있는 것은 모두 7대입니다. 영상에서 나타난 움직임에 따라 동기화를 마친 취재진은 이번엔 소리에 집중했습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소리도 중요한 단서라고 판단했습니다. 차들이 급격하게 쏠리기 약 20초 전, 영상에선 보이지 않지만, 충격음이 들렸고, 차량이 쏠리고 난 직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선내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긴박했던 그 순간, 배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일까요?

[연관기사][취재후] 세월호 블랙박스① 사고 전 선체는 기울고 있었다

사고 직후..17초 간의 알 수 없는‘선내 방송’

취재진이 분석한 시간대를 토대로 보면 차들이 쏠린 시점은 8시 49분 40초 무렵입니다. 이때부터 약 2분 20초 뒤, 미동도 없던 선내에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약 17초간 이어지는 이 방송은 음질이 현저히 나빠 무슨 말인지 알아듣긴 힘들지만, 성인 남성이라는 점과 긴박한 상황이라는 점은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음성은 2층 화물칸에 있는 3대의 차량에 각각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취재해본 결과, 이 음성은 5층 조타실에 있는 방송장비를 통해 선내에 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선내 방송은 객실구역과 선원구역을 별도로 방송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 방송은 화물칸과 기관실 등 선원들이 오가는 구역을 대상으로만 방송이 나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배가 쓰러진 긴급한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방송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의미입니다.

취재진은 선조위가 녹취분석연구소를 통해 분석한 내용을 입수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여보세요. 나오자마자 꺾어. 좌측하단 정반대로 꺾으란 말이야! 영덕, 영덕, 영덕은 좀 있다 나오세요. 조타수!"라고 해석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역시 정확한 의미는 알기 어렵지만, 선조위 관계자는 "좌측하단 정반대로 꺾으란 말이야!"라는 말로 볼 때, 한쪽으로 돌아가있는 조타기를 반대방향으로 꺾으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KBS도 이를 바탕으로 음향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분석한 결과 "기관장, 나오자마자 꺾어. 좌측하단 차단하라고 좌측하단. 기관장, 기관장, 나머지는 다 나오세요."라고 분석됐습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꺾으라는 말은 비슷하게 해석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탈출하라는 말로 의심되는 소리도 포착했는데, 이 방송이 나가고 있을 8시 52분은 선내에서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자리에서 가만히 대기하라는 방송이 시작되고 있었을 때입니다.

누가 말했는지 아직 특정할 순 없지만, 분석 내용에 나온 '기관장'이라는 말에 주목해본다면, 이렇게 부를 수 있을 만한 사람은 선장이나 일등 항해사 정도로 한정됩니다.

이 알아듣기 힘든 짧은 음성이 중요한 이유는 사고가 벌어진 직후 선원들이 어떤 조치를 했을지 유추할 수 있는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조타수의 실수부터 조타기 기기 고장, 외부 충격까지 아직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는 상황에서 선원들이 당시 어떤 조치를 했느냐에 따라 사고 원인의 진실에 한 발 더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당시 선원들이 진술한 내용과 비교해서 조사해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선조위는 현재 선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사고 직전...20초 간의 알 수 없는 ‘충격음’


이번엔 사고 직전 상황으로 돌아가 봅니다. 차들이 일제히 쏠리기 약 20초 전인 8시 49분 20초 무렵, 조용하던 선내에 작은 충격음이 포착됐습니다. 그리고 이후 충격음은 차들이 쏠리기 전 20초간 지속하는데 어느 블랙박스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진 않아 어떤 소리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어디서 나는 무슨 소리일까요. 얼핏 듣기엔 화물이 떨어지는 소리로 추정되는데 선조위도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김성훈 선조위 기획팀장은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에 대해서는 특정하기 힘들다. 기본적으로는 (D데크 등에서의) 화물 이동일 것으로 가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월호 화물은 1층 D데크와 2층 C데크에 거의 실려있었습니다. D데크는 중장비 위주로, C데크는 자동차가 실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고 순간을 비추는 블랙박스는 아쉽게도 모두 2층 C데크에 실려있던 차량들입니다. 만약 이 충격음들이 D데크에 있던 화물들이 떨어진 소리라면 배가 쓰러지는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타기의 작동에 의해 배가 20도까지 기울고, 이후 화물의 이동으로 30도까지 기울었다는 과거 검찰의 사고 원인 결과를 입증해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즉, 화물이 움직이면서 배가 급격하게 기운 것인지, 배가 기울면서 화물이 기운 것인지, 화물의 영향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지점입니다.

물론, 충격음의 정체가 화물을 고정하는 줄이 끊어지는 소리거나, 배 밖에서 무언가 부딪쳐서 나는 소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결국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핵심은 D데크에 있던 차들의 블랙박스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D데크에서 건져 올린 9대의 블랙박스는 복원에 실패한 상황입니다. 그대로 냉동 보관 중인데, 하루빨리 복원이 돼서 그 날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합니다.

[연관기사][뉴스9] 블랙박스에 녹음된 세월호 침몰 순간 ‘급박한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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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세월호 블랙박스② 사고 직후 17초간 알 수 없는 ‘선내 방송’
    • 입력 2018-04-18 15:59:00
    • 수정2018-04-19 20:45:37
    취재후·사건후
세월호에 실린 차량에 있던 27대의 블랙박스 중 사고 순간을 담고 있는 것은 모두 7대입니다. 영상에서 나타난 움직임에 따라 동기화를 마친 취재진은 이번엔 소리에 집중했습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소리도 중요한 단서라고 판단했습니다. 차들이 급격하게 쏠리기 약 20초 전, 영상에선 보이지 않지만, 충격음이 들렸고, 차량이 쏠리고 난 직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선내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긴박했던 그 순간, 배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일까요?

[연관기사][취재후] 세월호 블랙박스① 사고 전 선체는 기울고 있었다

사고 직후..17초 간의 알 수 없는‘선내 방송’

취재진이 분석한 시간대를 토대로 보면 차들이 쏠린 시점은 8시 49분 40초 무렵입니다. 이때부터 약 2분 20초 뒤, 미동도 없던 선내에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약 17초간 이어지는 이 방송은 음질이 현저히 나빠 무슨 말인지 알아듣긴 힘들지만, 성인 남성이라는 점과 긴박한 상황이라는 점은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음성은 2층 화물칸에 있는 3대의 차량에 각각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취재해본 결과, 이 음성은 5층 조타실에 있는 방송장비를 통해 선내에 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선내 방송은 객실구역과 선원구역을 별도로 방송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 방송은 화물칸과 기관실 등 선원들이 오가는 구역을 대상으로만 방송이 나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배가 쓰러진 긴급한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방송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의미입니다.

취재진은 선조위가 녹취분석연구소를 통해 분석한 내용을 입수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여보세요. 나오자마자 꺾어. 좌측하단 정반대로 꺾으란 말이야! 영덕, 영덕, 영덕은 좀 있다 나오세요. 조타수!"라고 해석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역시 정확한 의미는 알기 어렵지만, 선조위 관계자는 "좌측하단 정반대로 꺾으란 말이야!"라는 말로 볼 때, 한쪽으로 돌아가있는 조타기를 반대방향으로 꺾으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KBS도 이를 바탕으로 음향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분석한 결과 "기관장, 나오자마자 꺾어. 좌측하단 차단하라고 좌측하단. 기관장, 기관장, 나머지는 다 나오세요."라고 분석됐습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꺾으라는 말은 비슷하게 해석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탈출하라는 말로 의심되는 소리도 포착했는데, 이 방송이 나가고 있을 8시 52분은 선내에서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자리에서 가만히 대기하라는 방송이 시작되고 있었을 때입니다.

누가 말했는지 아직 특정할 순 없지만, 분석 내용에 나온 '기관장'이라는 말에 주목해본다면, 이렇게 부를 수 있을 만한 사람은 선장이나 일등 항해사 정도로 한정됩니다.

이 알아듣기 힘든 짧은 음성이 중요한 이유는 사고가 벌어진 직후 선원들이 어떤 조치를 했을지 유추할 수 있는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조타수의 실수부터 조타기 기기 고장, 외부 충격까지 아직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는 상황에서 선원들이 당시 어떤 조치를 했느냐에 따라 사고 원인의 진실에 한 발 더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당시 선원들이 진술한 내용과 비교해서 조사해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선조위는 현재 선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사고 직전...20초 간의 알 수 없는 ‘충격음’


이번엔 사고 직전 상황으로 돌아가 봅니다. 차들이 일제히 쏠리기 약 20초 전인 8시 49분 20초 무렵, 조용하던 선내에 작은 충격음이 포착됐습니다. 그리고 이후 충격음은 차들이 쏠리기 전 20초간 지속하는데 어느 블랙박스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진 않아 어떤 소리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어디서 나는 무슨 소리일까요. 얼핏 듣기엔 화물이 떨어지는 소리로 추정되는데 선조위도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김성훈 선조위 기획팀장은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에 대해서는 특정하기 힘들다. 기본적으로는 (D데크 등에서의) 화물 이동일 것으로 가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월호 화물은 1층 D데크와 2층 C데크에 거의 실려있었습니다. D데크는 중장비 위주로, C데크는 자동차가 실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고 순간을 비추는 블랙박스는 아쉽게도 모두 2층 C데크에 실려있던 차량들입니다. 만약 이 충격음들이 D데크에 있던 화물들이 떨어진 소리라면 배가 쓰러지는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타기의 작동에 의해 배가 20도까지 기울고, 이후 화물의 이동으로 30도까지 기울었다는 과거 검찰의 사고 원인 결과를 입증해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즉, 화물이 움직이면서 배가 급격하게 기운 것인지, 배가 기울면서 화물이 기운 것인지, 화물의 영향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지점입니다.

물론, 충격음의 정체가 화물을 고정하는 줄이 끊어지는 소리거나, 배 밖에서 무언가 부딪쳐서 나는 소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결국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핵심은 D데크에 있던 차들의 블랙박스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D데크에서 건져 올린 9대의 블랙박스는 복원에 실패한 상황입니다. 그대로 냉동 보관 중인데, 하루빨리 복원이 돼서 그 날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합니다.

[연관기사][뉴스9] 블랙박스에 녹음된 세월호 침몰 순간 ‘급박한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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