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10문 10답, 사실과 의혹의 갈림길에서

입력 2018.04.18 (20:19) 수정 2018.04.1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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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김 모(49)씨, 일명 '드루킹'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비판성 기사에 대한 댓글 조작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는데, 알고 보니 '드루킹'을 포함해 댓글 조작에 가담한 사람들이 예상과 달리 민주당 권리당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댓글 조작'이 과연 어떤 목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런 와중에 '드루킹'이 지난해 대선 이후 여당 측 인사에 청탁을 넣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 모든 행위가 '드루킹' 개인 차원의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설명하는 반면 한쪽에서는 특정 정치인과 연루된, 나아가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합니다.

며칠째 이 문제를 취재하고 있지만 쏟아지는 정보들 가운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확인해 나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 되짚어 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최대한 알기 쉽게, 각종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드루킹'이 어떤 사람인가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① '드루킹'은 누구인가?
'드루킹' 김 씨는 거의 10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알려진 논객이었습니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치 평론을 하며 활동하던 그는 2009년부터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때 '드루킹의 자료창고'라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합니다. 해당 블로그는 2009년과 2010년 연속으로 '네이버 파워 블로그'에 선정됐고, 현재는 이웃만 2만 6천여 명, 누적 방문 수가 천만 명에 달하는 유명 블로그로 거듭났습니다.

‘경제민주화운동 및 소액주주운동가’로 소개하고 있는 드루킹 프로필‘경제민주화운동 및 소액주주운동가’로 소개하고 있는 드루킹 프로필

드루킹은 자신의 블로그뿐만 아니라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대선 이후에는 잠깐이나마 팟캐스트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드루킹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모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경제적 공진화 모임', 줄여서 '경공모'라 불리는 단체입니다.

②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는 어떤 모임인가?
드루킹은 2014년부터 '경제적 민주화를 위한 소액주주운동'을 주장하며 네이버 카페 '경공모'를 운영합니다. 드루킹은 '깨어있는 시민들을 모아 조직하는 것'을 목표로 내겁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모아 합법적으로 기업의 소유권을 획득하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시민들이 뭉치는 것'을 주장합니다.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출범을 알리는 글‘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출범을 알리는 글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하나씩 모여 '경공모' 회원은 2천 명을 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드루킹'은 이들 회원과 별도의 카페 채팅방을 운영하며 소통했습니다. 또 정기적으로 카페 회원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열기도 했습니다. 모임 공간은 서울에 있는 한 대학과 경기도 파주의 사무실, 뒤에서 설명할 ‘느릅나무 출판사’였습니다.

③ ‘경공모’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오갔나?
드루킹은 경공모 회원들을 크게 6단계로 나눴습니다. 그러고는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때마다 한 단계씩 높여줬고, 상위 단계에서는 비밀 대화방을 운영하며 회원들을 결속시켰습니다. 회원들의 대화방에서는 경제와 정치, 국제 정세 등 다방면에 걸친 이야기들이 오갔고, 그중 주를 이루는 것은 역시나 정치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에 드루킹은 단순한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송하비결’이라는 예언서를 바탕으로 종종 미래를 예언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다만 경공모 회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대화방에서 회원들이 의견, 특히나 드루킹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대화는 거의 드루킹이 자기 생각을 풀어놓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만일 이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탈퇴시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④ '느릅나무 출판사'는 어떤 곳인가?
드루킹은 2010년 파주 출판단지의 한 건물 일부를 빌려 '느릅나무 출판사'를 차린 뒤 공동대표가 됩니다. 하지만 이후 느릅나무 출판사는 올해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출판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외경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외경

그동안 '출판사' 공간은 다른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은 이곳을 일명 '산채'로 불렀습니다. 경공모의 회원 수십 명이 거의 매주 이곳에서 모임을 했고, 드루킹은 2016년부터는 기존에 쓰던 건물 2층 공간이 부족하다며 나머지 1층과 3층도 함께 임대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드루킹은 올해 1월, 바로 이 사무실에서 매크로를 이용해 기사의 댓글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달 드루킹과 관련자들이 경찰에 붙잡힌 곳도 바로 이 사무실이었습니다. 드루킹이 애초부터 출판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공간을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⑤ ‘드루킹’ 현재까지 확인된 혐의는?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지난달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하던 드루킹과 나머지 2명을 긴급체포했습니다. 또 현장에서 댓글 조작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170개도 수거해 조사를 벌였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 경찰은 우선 드루킹 등이 올해 1월 15일, 누군가로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매해 내려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고는 이틀 뒤인 17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매크로를 이용해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기사의 공감과 비공감 추천 수를 조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받은 것을 포함해 모두 614개의 네이버 ID를 동원, 이를 매크로 프로그램에 입력한 후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2개의 추천 수를 비정상적으로 높였습니다. 모두 정부의 단일팀 정책을 비난하는 것이었는데, 이들의 목적대로 해당 댓글들은 기사에서 최상위에 노출될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에 입건된 피의자는 드루킹을 포함해 모두 5명입니다. 이 가운데 18일을 기준으로 4명이 구속된 상태인데, 이들은 모두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대표 등 중요 직책을 맡고 있었고 동시에 공경모 회원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인된 업무방해 혐의(댓글의 추천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해당 사이트의 운영을 방해한 것)는 해당 댓글 2건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아직 이들의 대화 내용은 물론 압수한 휴대전화에 대한 분석이 끝나지 않아 나머지 혐의에 관해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는 겁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역시 17일 우선 이들 혐의에 대해서만 드루킹 등 3인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⑥ ‘텔레그램’ 대화 내용에는 어떤 것이 있었나?
논란이 불거진 부분은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드루킹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의원과 ‘텔레그램’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은 부분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드루킹은 먼저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김경수 의원에게 ‘일반 대화방’을 통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주로 드루킹이 경공모 회원 등과 함께 대선 전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사에 추천을 누르는 것 등 자신의 활동을 알리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올해 3월, 드루킹은 ‘비밀 대화방’을 통해 김 의원에게 1백여 개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여기에는 본인이 댓글 추천 활동을 한 기사의 링크 3천여 개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의원이 ‘일반 대화방’에 대해서는 간혹 의례적인 감사 인사만을 했고, ‘비밀 대화방’의 메시지는 전혀 읽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자신의 지지활동 성과를 알렸고,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의례적인 감사 인사를 하거나 아예 내용을 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대화 상대방 모두가 대화 내용을 삭제하면 기록에 남지 않는 텔레그램 특성상 김 의원과 드루킹 사이에 다른 대화가 오갔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경찰 역시 이런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⑦ 두 사람의 관계, 드루킹의 ‘청탁’ 내용은?
김경수 의원은 2016년 의원 당선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드루킹을 만난 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의원이 설명하는 첫 만남은 이렇습니다. 김 의원은 드루킹 측에서 대선을 앞두고 지지자임을 밝히며 찾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때 드루킹이 경공모 회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바쁜 일정 상응하지 못했고, 드루킹이 재차 파주의 사무실이라도 방문해달라고 요청해 두 차례 방문했다는 겁니다.

김 의원은 이후 대선이 끝나고 드루킹이 의원회관으로 찾아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지인을 추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공모 회원으로 국내 대형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며 ‘일본통’으로 알려진 변호사를 추천한 겁니다. 김 의원은 이를 청와대에 알렸으나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했고 이를 드루킹에게 전달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때부터 드루킹이 재차 같은 요구를 해오며 일종의 ‘협박’을 해왔다는 겁니다. 이후 김 의원은 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통보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지난달 말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드루킹이 추천해 준 인사를 직접 만나 설명을 들었고, 이후 드루킹을 만나려 했으나 이미 구속된 상태였다는 겁니다.

다만 처음 보도가 나간 13일, 김 의원은 드루킹으로부터 메신저로 연락만 받았다고 밝혔지만 이후 여러 차례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말을 번복했습니다. 또 청와대 역시 드루킹이 추천해 준 인사를 만난 시점과 이유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을 바꾸면서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⑧ 대선 전 댓글 조작 활동이 있었나?
아직 이 부분에 대해 경찰은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합니다. 드루킹 등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입한 건 올해 1월이고,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 조작 역시 확인된 건 이번 건이 유일하다는 겁니다.

복수의 경공모 회원들 역시 비슷하게 증언합니다. 대선 기간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기사를 공유하고 서로 추천을 독려하는 등의 일은 있었지만, 그 이상은 없었을뿐더러 무엇보다 이번에 드루킹이 매크로 프로그램까지 이용한 건 자신들도 보도가 나가고 난 이후에야 알았다는 겁니다.

다만 지난해 드루킹이 기사 댓글이 아닌 자신의 팟캐스트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썼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이 같은 점을 들어 드루킹이 대선 기간, 경공모 차원이 아닌 개인 수준에서라도 댓글 조작을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썼을 수 있다는 의혹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경찰 역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⑨ 다른 정치인과의 연락 혹은 청탁은?
경찰은 드루킹이 다른 정치인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같은 정치인이 몇 명이며 누구인지 혹은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를 아직 확인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드루킹은 오사카 총영사 자리뿐만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 자리에도 경공모 회원인 지인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청와대는 행정관 청탁은 김경수 의원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의 법률자문단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현재로써는 드루킹이 민주당 내 법률자문단에 속한 누군가를 통해 청와대 행정관 자리에 지인을 추천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추천의 당사자가 누구이며 어느 단계까지 이 같은 사실이 전달됐는가는 앞으로 취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안입니다.

⑩ 사무실 운영, 매크로 구입 비용은?
취재진이 ‘느릅나무 출판사’의 임대료를 확인해 본 결과 2013년 이후 해당 사무실은 월 200만 원의 임대료를 냈습니다. 이후 2016년, 건물 1층과 3층을 추가로 임대하면서 월 임대료는 500만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 사무실에서는 170대의 휴대전화가 확인됐습니다. 이중 상당수가 개통상태였던 만큼 매달 높은 수준의 통신 요금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사무실에 상주하던 인원들이 최소 수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에 달했던 만큼 이들에 대한 인건비 역시 부담입니다.

무엇보다 드루킹이 올해 초 구매했다는 매크로 금액이 관건입니다. 취재진은 8명가량의 국내 IT 전문가들을 접촉했습니다. 네이버의 프로그램 수준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드루킹이 사용한 매크로의 경우 이를 구하기 위해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드루킹은 매주 20명 정도의 ‘산채’ 강연 참가자들로부터 회당 2만 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었던 서울 시내 대학 강연에서는 100여 명의 참가자에게 회당 3만 원을 받았습니다. 또 비누 등을 제조하거나, 국외에서 사탕수수 원당을 들여와 경공모 회원들에게 팔아 매월 수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인건비를 비롯해 각종 비용을 고려하면 사무실을 꾸려 나가기에 충분한 돈은 아닙니다.

드루킹은 겉으로 드러난 이들 활동 외에 구체적인 수익 활동이 없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특히 사무실을 넓히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들이는 등 지출이 커진 최근 시점에 그가 어떤 수익 기반을 통해 이런 활동을 벌였는지보다 확실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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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루킹’ 10문 10답, 사실과 의혹의 갈림길에서
    • 입력 2018-04-18 20:19:13
    • 수정2018-04-19 13:38:02
    취재K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김 모(49)씨, 일명 '드루킹'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비판성 기사에 대한 댓글 조작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는데, 알고 보니 '드루킹'을 포함해 댓글 조작에 가담한 사람들이 예상과 달리 민주당 권리당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댓글 조작'이 과연 어떤 목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런 와중에 '드루킹'이 지난해 대선 이후 여당 측 인사에 청탁을 넣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 모든 행위가 '드루킹' 개인 차원의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설명하는 반면 한쪽에서는 특정 정치인과 연루된, 나아가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합니다.

며칠째 이 문제를 취재하고 있지만 쏟아지는 정보들 가운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확인해 나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 되짚어 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최대한 알기 쉽게, 각종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드루킹'이 어떤 사람인가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① '드루킹'은 누구인가?
'드루킹' 김 씨는 거의 10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알려진 논객이었습니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치 평론을 하며 활동하던 그는 2009년부터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때 '드루킹의 자료창고'라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합니다. 해당 블로그는 2009년과 2010년 연속으로 '네이버 파워 블로그'에 선정됐고, 현재는 이웃만 2만 6천여 명, 누적 방문 수가 천만 명에 달하는 유명 블로그로 거듭났습니다.

‘경제민주화운동 및 소액주주운동가’로 소개하고 있는 드루킹 프로필
드루킹은 자신의 블로그뿐만 아니라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대선 이후에는 잠깐이나마 팟캐스트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드루킹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모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경제적 공진화 모임', 줄여서 '경공모'라 불리는 단체입니다.

②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는 어떤 모임인가?
드루킹은 2014년부터 '경제적 민주화를 위한 소액주주운동'을 주장하며 네이버 카페 '경공모'를 운영합니다. 드루킹은 '깨어있는 시민들을 모아 조직하는 것'을 목표로 내겁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모아 합법적으로 기업의 소유권을 획득하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시민들이 뭉치는 것'을 주장합니다.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출범을 알리는 글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하나씩 모여 '경공모' 회원은 2천 명을 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드루킹'은 이들 회원과 별도의 카페 채팅방을 운영하며 소통했습니다. 또 정기적으로 카페 회원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열기도 했습니다. 모임 공간은 서울에 있는 한 대학과 경기도 파주의 사무실, 뒤에서 설명할 ‘느릅나무 출판사’였습니다.

③ ‘경공모’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오갔나?
드루킹은 경공모 회원들을 크게 6단계로 나눴습니다. 그러고는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때마다 한 단계씩 높여줬고, 상위 단계에서는 비밀 대화방을 운영하며 회원들을 결속시켰습니다. 회원들의 대화방에서는 경제와 정치, 국제 정세 등 다방면에 걸친 이야기들이 오갔고, 그중 주를 이루는 것은 역시나 정치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에 드루킹은 단순한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송하비결’이라는 예언서를 바탕으로 종종 미래를 예언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다만 경공모 회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대화방에서 회원들이 의견, 특히나 드루킹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대화는 거의 드루킹이 자기 생각을 풀어놓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만일 이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탈퇴시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④ '느릅나무 출판사'는 어떤 곳인가?
드루킹은 2010년 파주 출판단지의 한 건물 일부를 빌려 '느릅나무 출판사'를 차린 뒤 공동대표가 됩니다. 하지만 이후 느릅나무 출판사는 올해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출판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외경
그동안 '출판사' 공간은 다른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은 이곳을 일명 '산채'로 불렀습니다. 경공모의 회원 수십 명이 거의 매주 이곳에서 모임을 했고, 드루킹은 2016년부터는 기존에 쓰던 건물 2층 공간이 부족하다며 나머지 1층과 3층도 함께 임대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드루킹은 올해 1월, 바로 이 사무실에서 매크로를 이용해 기사의 댓글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달 드루킹과 관련자들이 경찰에 붙잡힌 곳도 바로 이 사무실이었습니다. 드루킹이 애초부터 출판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공간을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⑤ ‘드루킹’ 현재까지 확인된 혐의는?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지난달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하던 드루킹과 나머지 2명을 긴급체포했습니다. 또 현장에서 댓글 조작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170개도 수거해 조사를 벌였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 경찰은 우선 드루킹 등이 올해 1월 15일, 누군가로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매해 내려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고는 이틀 뒤인 17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매크로를 이용해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기사의 공감과 비공감 추천 수를 조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받은 것을 포함해 모두 614개의 네이버 ID를 동원, 이를 매크로 프로그램에 입력한 후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2개의 추천 수를 비정상적으로 높였습니다. 모두 정부의 단일팀 정책을 비난하는 것이었는데, 이들의 목적대로 해당 댓글들은 기사에서 최상위에 노출될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에 입건된 피의자는 드루킹을 포함해 모두 5명입니다. 이 가운데 18일을 기준으로 4명이 구속된 상태인데, 이들은 모두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대표 등 중요 직책을 맡고 있었고 동시에 공경모 회원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인된 업무방해 혐의(댓글의 추천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해당 사이트의 운영을 방해한 것)는 해당 댓글 2건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아직 이들의 대화 내용은 물론 압수한 휴대전화에 대한 분석이 끝나지 않아 나머지 혐의에 관해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는 겁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역시 17일 우선 이들 혐의에 대해서만 드루킹 등 3인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⑥ ‘텔레그램’ 대화 내용에는 어떤 것이 있었나?
논란이 불거진 부분은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드루킹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의원과 ‘텔레그램’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은 부분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드루킹은 먼저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김경수 의원에게 ‘일반 대화방’을 통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주로 드루킹이 경공모 회원 등과 함께 대선 전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사에 추천을 누르는 것 등 자신의 활동을 알리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올해 3월, 드루킹은 ‘비밀 대화방’을 통해 김 의원에게 1백여 개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여기에는 본인이 댓글 추천 활동을 한 기사의 링크 3천여 개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의원이 ‘일반 대화방’에 대해서는 간혹 의례적인 감사 인사만을 했고, ‘비밀 대화방’의 메시지는 전혀 읽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자신의 지지활동 성과를 알렸고,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의례적인 감사 인사를 하거나 아예 내용을 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대화 상대방 모두가 대화 내용을 삭제하면 기록에 남지 않는 텔레그램 특성상 김 의원과 드루킹 사이에 다른 대화가 오갔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경찰 역시 이런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⑦ 두 사람의 관계, 드루킹의 ‘청탁’ 내용은?
김경수 의원은 2016년 의원 당선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드루킹을 만난 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의원이 설명하는 첫 만남은 이렇습니다. 김 의원은 드루킹 측에서 대선을 앞두고 지지자임을 밝히며 찾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때 드루킹이 경공모 회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바쁜 일정 상응하지 못했고, 드루킹이 재차 파주의 사무실이라도 방문해달라고 요청해 두 차례 방문했다는 겁니다.

김 의원은 이후 대선이 끝나고 드루킹이 의원회관으로 찾아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지인을 추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공모 회원으로 국내 대형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며 ‘일본통’으로 알려진 변호사를 추천한 겁니다. 김 의원은 이를 청와대에 알렸으나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했고 이를 드루킹에게 전달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때부터 드루킹이 재차 같은 요구를 해오며 일종의 ‘협박’을 해왔다는 겁니다. 이후 김 의원은 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통보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지난달 말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드루킹이 추천해 준 인사를 직접 만나 설명을 들었고, 이후 드루킹을 만나려 했으나 이미 구속된 상태였다는 겁니다.

다만 처음 보도가 나간 13일, 김 의원은 드루킹으로부터 메신저로 연락만 받았다고 밝혔지만 이후 여러 차례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말을 번복했습니다. 또 청와대 역시 드루킹이 추천해 준 인사를 만난 시점과 이유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을 바꾸면서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⑧ 대선 전 댓글 조작 활동이 있었나?
아직 이 부분에 대해 경찰은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합니다. 드루킹 등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입한 건 올해 1월이고,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 조작 역시 확인된 건 이번 건이 유일하다는 겁니다.

복수의 경공모 회원들 역시 비슷하게 증언합니다. 대선 기간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기사를 공유하고 서로 추천을 독려하는 등의 일은 있었지만, 그 이상은 없었을뿐더러 무엇보다 이번에 드루킹이 매크로 프로그램까지 이용한 건 자신들도 보도가 나가고 난 이후에야 알았다는 겁니다.

다만 지난해 드루킹이 기사 댓글이 아닌 자신의 팟캐스트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썼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이 같은 점을 들어 드루킹이 대선 기간, 경공모 차원이 아닌 개인 수준에서라도 댓글 조작을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썼을 수 있다는 의혹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경찰 역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⑨ 다른 정치인과의 연락 혹은 청탁은?
경찰은 드루킹이 다른 정치인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같은 정치인이 몇 명이며 누구인지 혹은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를 아직 확인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드루킹은 오사카 총영사 자리뿐만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 자리에도 경공모 회원인 지인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청와대는 행정관 청탁은 김경수 의원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의 법률자문단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현재로써는 드루킹이 민주당 내 법률자문단에 속한 누군가를 통해 청와대 행정관 자리에 지인을 추천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추천의 당사자가 누구이며 어느 단계까지 이 같은 사실이 전달됐는가는 앞으로 취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안입니다.

⑩ 사무실 운영, 매크로 구입 비용은?
취재진이 ‘느릅나무 출판사’의 임대료를 확인해 본 결과 2013년 이후 해당 사무실은 월 200만 원의 임대료를 냈습니다. 이후 2016년, 건물 1층과 3층을 추가로 임대하면서 월 임대료는 500만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 사무실에서는 170대의 휴대전화가 확인됐습니다. 이중 상당수가 개통상태였던 만큼 매달 높은 수준의 통신 요금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사무실에 상주하던 인원들이 최소 수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에 달했던 만큼 이들에 대한 인건비 역시 부담입니다.

무엇보다 드루킹이 올해 초 구매했다는 매크로 금액이 관건입니다. 취재진은 8명가량의 국내 IT 전문가들을 접촉했습니다. 네이버의 프로그램 수준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드루킹이 사용한 매크로의 경우 이를 구하기 위해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드루킹은 매주 20명 정도의 ‘산채’ 강연 참가자들로부터 회당 2만 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었던 서울 시내 대학 강연에서는 100여 명의 참가자에게 회당 3만 원을 받았습니다. 또 비누 등을 제조하거나, 국외에서 사탕수수 원당을 들여와 경공모 회원들에게 팔아 매월 수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인건비를 비롯해 각종 비용을 고려하면 사무실을 꾸려 나가기에 충분한 돈은 아닙니다.

드루킹은 겉으로 드러난 이들 활동 외에 구체적인 수익 활동이 없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특히 사무실을 넓히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들이는 등 지출이 커진 최근 시점에 그가 어떤 수익 기반을 통해 이런 활동을 벌였는지보다 확실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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