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만 살다 나오면 끝?…불법 도박 꼼짝 마!

입력 2018.04.18 (20:19) 수정 2018.04.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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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에서 발견된 '110억 원'의 돈뭉치

2011년 4월, 전북 김제의 한 동네. 칠흑같이 어두운 이곳에 난데없이 굴착기가 등장합니다. 마늘밭을 파내자 여러 개의 '김치통'이 발견됩니다. 그런데 김치는 없고 5만 원짜리 돈다발만 쏟아져 나옵니다. 이곳에서 나온 돈은 무려 110억 원. 누가 이렇게 큰돈을 숨겨뒀을까요?

이른바 '김제 마늘밭 돈뭉치 사건'. 돈뭉치의 출처는 '불법 도박'으로 밝혀졌습니다. 처남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을 매형이 받아 자기 땅속에 숨겨둔 겁니다.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얼마나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지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몇 년만 살다 나오면 끝?…불법도박 규모 '83조 7천억 원'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스포츠 도박사이트들이 있습니다. 스팸 문자도 한 번씩 받아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불법'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만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법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법 도박의 규모가 83조 이상이고, 이 가운데 불법 인터넷 도박이 약 47조 원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큰돈을 불법으로 취득해도 "몇 년만 살고 나오면 된다"는 인식이 운영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다고 합니다. 큰돈을 버는 것에 비해 처벌이 약했다는 뜻입니다.

도박장소 개설이나 국민체육진흥법상 도박장 개장 등의 혐의로만 처벌받기 일쑤였는데, 형량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천만 원 이하였습니다. 김제 마늘밭 사건같이 큰 범죄 이익을 거두고도 이 돈을 환수할 강제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는 사이 불법도박 규모는 정부 예산의 5분의 1에 달하는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검찰 '불법 도박'과의 전쟁…'조세 포탈죄' 적용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더욱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불법 도박 운영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데 대한 '조세 포탈죄'를 적용하기로 한 겁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7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45명을 기소했고 21명은 수사 중입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가운데 23명에게 적용된 혐의입니다. 그동안 불법 도박 사건에 적용해오던 '도박장소 개설' 외에 '조세포탈'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이들의 탈세액은 모두 1천억 원가량. 수사 중인 사안까지 포함하면 2천억 원을 웃돕니다.

그동안 학설로는 도박 등의 불법 소득에도 세금을 물릴 수 있다는 해석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대법원이 "도박사이트 매출액은 부가가치세, 수익금은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이라고 판시하면서 보다 명확해졌습니다. 검찰 수사에도 물꼬가 트인 겁니다.


검찰이 먼저 국세청에 의뢰

검찰이 법원 판결을 근거로 적용한 조세포탈 혐의는 10억 원 이상의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합니다. 또 포탈액의 2~5배에 달하는 벌금도 물릴 수 있습니다.

운영이 적발되면 막대한 불이익을 주는 이 같은 방식이 도입되면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이 줄어들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과세처분 등을 통해 세금을 징수하고,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노역장에 유치하는 법적 절차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간 검찰은 국세청 고발이 이뤄지면 수동적으로 수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법원 판례를 근거로 먼저 나섰습니다. 날로 늘어만 가던 사이버상 불법 도박이 검찰의 강경책으로 어느 정도는 제어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쉬운 돈을 벌기 위해 '베팅'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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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년만 살다 나오면 끝?…불법 도박 꼼짝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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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4-18 20:20:34
    취재K
마늘밭에서 발견된 '110억 원'의 돈뭉치

2011년 4월, 전북 김제의 한 동네. 칠흑같이 어두운 이곳에 난데없이 굴착기가 등장합니다. 마늘밭을 파내자 여러 개의 '김치통'이 발견됩니다. 그런데 김치는 없고 5만 원짜리 돈다발만 쏟아져 나옵니다. 이곳에서 나온 돈은 무려 110억 원. 누가 이렇게 큰돈을 숨겨뒀을까요?

이른바 '김제 마늘밭 돈뭉치 사건'. 돈뭉치의 출처는 '불법 도박'으로 밝혀졌습니다. 처남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을 매형이 받아 자기 땅속에 숨겨둔 겁니다.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얼마나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지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몇 년만 살다 나오면 끝?…불법도박 규모 '83조 7천억 원'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스포츠 도박사이트들이 있습니다. 스팸 문자도 한 번씩 받아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불법'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만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법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법 도박의 규모가 83조 이상이고, 이 가운데 불법 인터넷 도박이 약 47조 원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큰돈을 불법으로 취득해도 "몇 년만 살고 나오면 된다"는 인식이 운영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다고 합니다. 큰돈을 버는 것에 비해 처벌이 약했다는 뜻입니다.

도박장소 개설이나 국민체육진흥법상 도박장 개장 등의 혐의로만 처벌받기 일쑤였는데, 형량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천만 원 이하였습니다. 김제 마늘밭 사건같이 큰 범죄 이익을 거두고도 이 돈을 환수할 강제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는 사이 불법도박 규모는 정부 예산의 5분의 1에 달하는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검찰 '불법 도박'과의 전쟁…'조세 포탈죄' 적용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더욱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불법 도박 운영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데 대한 '조세 포탈죄'를 적용하기로 한 겁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7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45명을 기소했고 21명은 수사 중입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가운데 23명에게 적용된 혐의입니다. 그동안 불법 도박 사건에 적용해오던 '도박장소 개설' 외에 '조세포탈'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이들의 탈세액은 모두 1천억 원가량. 수사 중인 사안까지 포함하면 2천억 원을 웃돕니다.

그동안 학설로는 도박 등의 불법 소득에도 세금을 물릴 수 있다는 해석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대법원이 "도박사이트 매출액은 부가가치세, 수익금은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이라고 판시하면서 보다 명확해졌습니다. 검찰 수사에도 물꼬가 트인 겁니다.


검찰이 먼저 국세청에 의뢰

검찰이 법원 판결을 근거로 적용한 조세포탈 혐의는 10억 원 이상의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합니다. 또 포탈액의 2~5배에 달하는 벌금도 물릴 수 있습니다.

운영이 적발되면 막대한 불이익을 주는 이 같은 방식이 도입되면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이 줄어들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과세처분 등을 통해 세금을 징수하고,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노역장에 유치하는 법적 절차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간 검찰은 국세청 고발이 이뤄지면 수동적으로 수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법원 판례를 근거로 먼저 나섰습니다. 날로 늘어만 가던 사이버상 불법 도박이 검찰의 강경책으로 어느 정도는 제어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쉬운 돈을 벌기 위해 '베팅'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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