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여자농구 통역의 슬픈 메아리

입력 2018.04.19 (13:53) 수정 2018.04.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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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여자농구 통역의 슬픈 메아리

[미투] 여자농구 통역의 슬픈 메아리

에이전트 김 모 씨의 성폭행을 폭로한 전 여자농구 통역 A 씨에이전트 김 모 씨의 성폭행을 폭로한 전 여자농구 통역 A 씨

여자농구 통역을 담당했던 A 씨의 고백은 충격적이었다. 지난 2013년부터 외국인 선수의 국내 에이전트를 담당하는 김 모 씨로부터 세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선수와 관련된 얘기를 하자며 만남을 요구한 김 모 씨는 "감독님들한테 내가 지금 돈을 들인 게 얼만데 잘 보이고 싶으면 나한테 잘해야 해. 술접대를 한 게 감독, 국장들, WKBL 고위임원인 ***까지 다야. 윗사람들도 다 내 손 거쳐 갔으니까 잘해야 해"라며 A 씨를 압박했다. 자신이 여자 농구 최고 스타와도 키스하고 가슴을 만지기도 했다며 자랑삼아 말하기도 했다. A 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경력이 다 망가질까 두려워 김 모 씨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두 번의 성폭행 뒤에 A씨가 김 모 씨의 연락을 계속 피하자 김 모 씨는 구단 숙소 앞까지 찾아와 기다리는 끈질김을 보였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성폭행을 당한 이후에도 현장에서 김 모 씨를 계속해서 봐야 했던 A 씨는 공항에 김 모 씨와 함께 선수를 데려오라는 구단 국장의 지시에 근무하는 동안 처음으로 "싫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에이전트 김 모 씨가 억지로 모텔 앞까지 갔다. 그래서 싫다"고 어렵사리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던 국장은 "아 안됐네. 그럼 다른 사람을 보낼게."라고 하고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한다. A 씨는 "감독님들이나 국장들 모두 자기한테 조심한대요. 그걸 믿고 계속 그러는 건데 더 의상 말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어요."라고 덧붙였다.

A 씨 말에 따르면 김 모 씨의 이런 횡포는 여자농구판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실제로 피해자 A 씨 외에도 에이전트 김 모 씨의 성폭력에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 B 씨도 존재했다.

B 씨도 이 에이전트 김 모 씨의 접근 방식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선수 얘기를 하자며 만나자고 요구해 밥을 한번 먹었는데, 그 이후에도 줄기차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연락을 안 받고 피하자 전화로 "한번 **하려고 했는데 되게 비싸게 구네!"라며 자신을 희롱했다는 것이다.

B 씨는 이 사실을 프로농구연맹(WKBL)의 한 팀장에게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경기장에서 에이전트 김 모 씨를 계속해서 만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B 씨의 설명이다. WKBL에 이런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했다. WKBL은 "담당 팀장이 경기장에서 통역에게 질이 안 좋다. 술자리에 불러냈다는 얘기만 들은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공식 신고 절차가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성폭력 사건을 듣고도 신고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본인들의 입으로 시인한 셈이다.

피해자의 성폭력 상담을 가볍게 넘긴 WKBL피해자의 성폭력 상담을 가볍게 넘긴 WKBL

피해자 A 씨는 성폭행 충격으로 현재 회사를 그만둔 상황이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김 모 씨는 여전히 농구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구체적이지 않다"며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음모"라던 에이전트 김 모 씨는 "그렇다면 전 여자농구 통역 A 씨와 세 차례 모텔에 간 것도 사실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변호사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겠다."라는 대답만 남겼다.

이 상황에서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구단과 WKBL의 미온적인 대처이다. 피해자가 힘겹게 꺼낸 성폭력 관련 내용을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손을 놔버리는 구단과 WKBL의 행태가 계속되는 한, 스포츠계의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연관 기사] [뉴스9] 여자 농구도 ‘미투’ 폭로…구단·연맹은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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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여자농구 통역의 슬픈 메아리
    • 입력 2018-04-19 13:53:30
    • 수정2018-04-20 15:02:32
    취재K
에이전트 김 모 씨의 성폭행을 폭로한 전 여자농구 통역 A 씨
여자농구 통역을 담당했던 A 씨의 고백은 충격적이었다. 지난 2013년부터 외국인 선수의 국내 에이전트를 담당하는 김 모 씨로부터 세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선수와 관련된 얘기를 하자며 만남을 요구한 김 모 씨는 "감독님들한테 내가 지금 돈을 들인 게 얼만데 잘 보이고 싶으면 나한테 잘해야 해. 술접대를 한 게 감독, 국장들, WKBL 고위임원인 ***까지 다야. 윗사람들도 다 내 손 거쳐 갔으니까 잘해야 해"라며 A 씨를 압박했다. 자신이 여자 농구 최고 스타와도 키스하고 가슴을 만지기도 했다며 자랑삼아 말하기도 했다. A 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경력이 다 망가질까 두려워 김 모 씨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두 번의 성폭행 뒤에 A씨가 김 모 씨의 연락을 계속 피하자 김 모 씨는 구단 숙소 앞까지 찾아와 기다리는 끈질김을 보였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성폭행을 당한 이후에도 현장에서 김 모 씨를 계속해서 봐야 했던 A 씨는 공항에 김 모 씨와 함께 선수를 데려오라는 구단 국장의 지시에 근무하는 동안 처음으로 "싫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에이전트 김 모 씨가 억지로 모텔 앞까지 갔다. 그래서 싫다"고 어렵사리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던 국장은 "아 안됐네. 그럼 다른 사람을 보낼게."라고 하고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한다. A 씨는 "감독님들이나 국장들 모두 자기한테 조심한대요. 그걸 믿고 계속 그러는 건데 더 의상 말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어요."라고 덧붙였다.

A 씨 말에 따르면 김 모 씨의 이런 횡포는 여자농구판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실제로 피해자 A 씨 외에도 에이전트 김 모 씨의 성폭력에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 B 씨도 존재했다.

B 씨도 이 에이전트 김 모 씨의 접근 방식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선수 얘기를 하자며 만나자고 요구해 밥을 한번 먹었는데, 그 이후에도 줄기차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연락을 안 받고 피하자 전화로 "한번 **하려고 했는데 되게 비싸게 구네!"라며 자신을 희롱했다는 것이다.

B 씨는 이 사실을 프로농구연맹(WKBL)의 한 팀장에게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경기장에서 에이전트 김 모 씨를 계속해서 만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B 씨의 설명이다. WKBL에 이런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했다. WKBL은 "담당 팀장이 경기장에서 통역에게 질이 안 좋다. 술자리에 불러냈다는 얘기만 들은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공식 신고 절차가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성폭력 사건을 듣고도 신고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본인들의 입으로 시인한 셈이다.

피해자의 성폭력 상담을 가볍게 넘긴 WKBL
피해자 A 씨는 성폭행 충격으로 현재 회사를 그만둔 상황이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김 모 씨는 여전히 농구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구체적이지 않다"며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음모"라던 에이전트 김 모 씨는 "그렇다면 전 여자농구 통역 A 씨와 세 차례 모텔에 간 것도 사실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변호사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겠다."라는 대답만 남겼다.

이 상황에서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구단과 WKBL의 미온적인 대처이다. 피해자가 힘겹게 꺼낸 성폭력 관련 내용을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손을 놔버리는 구단과 WKBL의 행태가 계속되는 한, 스포츠계의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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