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③ 결혼해야 ‘엄마’인가요?

입력 2018.04.19 (18:45) 수정 2018.04.20 (09: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③ 결혼해야 ‘엄마’인가요?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③ 결혼해야 ‘엄마’인가요?

외국 언론들이 한국의 미혼모 문제에 이토록이나 관심이 높은 줄 몰랐다. 우리가 마치 외국 어느 나라의 전쟁 다큐멘터리를 보며 '아이고 저런', '저런 일도 있구나'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그들은 한국 미혼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며 '우와 진짜?'라는 반응을 보였다. 입양아 출신의 한 작가는 한국에 와서 미혼모의 현실을 보고,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미움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미혼모'는 도대체 어떤 모습인걸까?

[연관 기사]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① “나는 엄마입니다”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② 입양 권유만…“자립 방해”



■"엄마, 나 얼마주고 사왔어?"

세실리아는 스웨덴의 일러스트 작가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입양됐는지 고민한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냈다. 나를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 어린 시절 낯선 곳에서 느낀 의아함, 답을 찾을 수 없어 방황했던 사춘기 시절 등이 고스란히 책에 담겼다. 특히 그녀는 양부모와 했던 잊을 수 없는 대화를 취재진에게 들려주었다.

"엄마, 나 얼마주고 사왔어?"
"아주 돈이 많이 들었단다. 너를 데려오기 위해서 엄마, 아빠는 10만크로나를 썼단다. 한국에 가면 돈을 주고 아이를 데려올 수 있단다. 하지만 많은 돈을 주고 데려왔기 때문에 너를 사랑하는 건 아냐. 넌 그냥 처음부터 매우 사랑스러웠단다."

그녀의 그림에는 한국의 지폐를 배경으로 앉아있는 작은 여자아이가 있다. 스웨덴 엄마와 나눈 그 이야기는 어쩌면 이해가 가면서도, 어쩌면 원망스러운, 또 어떨 때는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게 했다고 세실리아는 털어놨다. 수소문 끝에 친엄마를 찾은 세실리아는 책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엄마가 미혼모였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의 미혼모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엄마에 대한 원망을 내려놨다고 말했다. 스웨덴과는 너무나 다른 미혼모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의지할 곳도 없고 말할 사람도 아무도 없이 그 상황을 혼자서 감내했다는 것이, 그 다음에 한국사회에서는 그들을 전혀 아는 척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온 스웨덴에서는 이런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그런 상황이 없고, 한국에서 있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인터뷰 후 낳아준 엄마를 만나러 부산으로 갔다. 그래도 엄마를 찾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며, 대부분의 입양아 친구들은 결국엔 부모를 못찾는 경우가 더 많다며 활짝 웃었다.


■미혼모는 잘못된 선택, 나쁜 선택인가요?

한국 미혼모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스페인 다큐팀은 오히려 우리 취재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한국에서는 미혼모가 아이를 낳는 것을 나쁜 선택으로 보는지, 아이를 낳으면 비난하고 잘못했다고 말하는지. 질문을 듣는 순간 온갖 생각이 기자의 머리 속을 지나갔다. 뭐라고 해야할까? 한국인의 인식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사회 제도가 미비해서라고 해야할까.

아이를 홀로 키우는 한 엄마를 따라다니며 일상을 들여다보는 취재를 하던 스페인 다큐팀의 PD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 막연히 '돈이 없어서 힘들구나' 생각했을 뿐인데,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혼모를 도와줄 수 있는 많은 제도가 있고 격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점이 스페인과 한국의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더 열린 더 많은 기회가 있고요. 일단 아이를 혼자 기르든 둘이 기르든 가진 거 자체에 대해서 축복을 해 주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비록 혼자라도 그 싱글맘들을 도와줄 수 있는 더 많은 사회적 방법이 있고요.아예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달라요. 한국과는."(라우라 루이즈 로메인/스페인 다큐 PD)

그들은 스페인에 돌아가 한국에는 K팝만 있는게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이런 싱글맘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새로운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소개를 할 지 너무 고민이 많이됩니다. 아직까지도."

■통계에 잡히지 않은 혼외 출산... 얼마나 될까?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는 가족 형태가 변하면서 혼외 출산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2014년 OECD 국가 평균 혼외 출산율은 39.9%다. 한국은 1.9%다. 그러나 미혼모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과 편견을 감안하면 한국의 실제 혼외 출산율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유럽은 어떤 방식으로 태어나든 아이를 기르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결혼 후 출산이라는 관습이 견고한 우리 상황에서는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수용하는 방법으로 출산 정책이 만들어져 야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헌법과 같은 독일기본법은 부모의 혼인 여부를 이유로, 아이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온나라가 저출산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국정과제로 꼽히고 관련 부처들이 TF를 만들고 난리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를 외국으로 보내는 '입양 대국'이다. 그리고 그 현실 뒤에 자신의 아이를 포기해야만 했던 미혼모들의 눈물이 숨어 있다.

[연속 기획]
[미혼모] ①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미혼모] ② “다른 곳에 알아보세요”…견디기 힘든 무관심
[미혼모] ③ 낳으려 해도 키우려 해도…‘포기’ 유도하는 정부
[미혼모] ④ 외국인이 보는 ‘편견’에 갇힌 한국 미혼모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③ 결혼해야 ‘엄마’인가요?
    • 입력 2018-04-19 18:45:45
    • 수정2018-04-20 09:45:35
    취재K
외국 언론들이 한국의 미혼모 문제에 이토록이나 관심이 높은 줄 몰랐다. 우리가 마치 외국 어느 나라의 전쟁 다큐멘터리를 보며 '아이고 저런', '저런 일도 있구나'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그들은 한국 미혼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며 '우와 진짜?'라는 반응을 보였다. 입양아 출신의 한 작가는 한국에 와서 미혼모의 현실을 보고,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미움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미혼모'는 도대체 어떤 모습인걸까?

[연관 기사]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① “나는 엄마입니다”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② 입양 권유만…“자립 방해”



■"엄마, 나 얼마주고 사왔어?"

세실리아는 스웨덴의 일러스트 작가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입양됐는지 고민한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냈다. 나를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 어린 시절 낯선 곳에서 느낀 의아함, 답을 찾을 수 없어 방황했던 사춘기 시절 등이 고스란히 책에 담겼다. 특히 그녀는 양부모와 했던 잊을 수 없는 대화를 취재진에게 들려주었다.

"엄마, 나 얼마주고 사왔어?"
"아주 돈이 많이 들었단다. 너를 데려오기 위해서 엄마, 아빠는 10만크로나를 썼단다. 한국에 가면 돈을 주고 아이를 데려올 수 있단다. 하지만 많은 돈을 주고 데려왔기 때문에 너를 사랑하는 건 아냐. 넌 그냥 처음부터 매우 사랑스러웠단다."

그녀의 그림에는 한국의 지폐를 배경으로 앉아있는 작은 여자아이가 있다. 스웨덴 엄마와 나눈 그 이야기는 어쩌면 이해가 가면서도, 어쩌면 원망스러운, 또 어떨 때는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게 했다고 세실리아는 털어놨다. 수소문 끝에 친엄마를 찾은 세실리아는 책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엄마가 미혼모였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의 미혼모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엄마에 대한 원망을 내려놨다고 말했다. 스웨덴과는 너무나 다른 미혼모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의지할 곳도 없고 말할 사람도 아무도 없이 그 상황을 혼자서 감내했다는 것이, 그 다음에 한국사회에서는 그들을 전혀 아는 척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온 스웨덴에서는 이런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그런 상황이 없고, 한국에서 있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인터뷰 후 낳아준 엄마를 만나러 부산으로 갔다. 그래도 엄마를 찾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며, 대부분의 입양아 친구들은 결국엔 부모를 못찾는 경우가 더 많다며 활짝 웃었다.


■미혼모는 잘못된 선택, 나쁜 선택인가요?

한국 미혼모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스페인 다큐팀은 오히려 우리 취재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한국에서는 미혼모가 아이를 낳는 것을 나쁜 선택으로 보는지, 아이를 낳으면 비난하고 잘못했다고 말하는지. 질문을 듣는 순간 온갖 생각이 기자의 머리 속을 지나갔다. 뭐라고 해야할까? 한국인의 인식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사회 제도가 미비해서라고 해야할까.

아이를 홀로 키우는 한 엄마를 따라다니며 일상을 들여다보는 취재를 하던 스페인 다큐팀의 PD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 막연히 '돈이 없어서 힘들구나' 생각했을 뿐인데,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혼모를 도와줄 수 있는 많은 제도가 있고 격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점이 스페인과 한국의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더 열린 더 많은 기회가 있고요. 일단 아이를 혼자 기르든 둘이 기르든 가진 거 자체에 대해서 축복을 해 주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비록 혼자라도 그 싱글맘들을 도와줄 수 있는 더 많은 사회적 방법이 있고요.아예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달라요. 한국과는."(라우라 루이즈 로메인/스페인 다큐 PD)

그들은 스페인에 돌아가 한국에는 K팝만 있는게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이런 싱글맘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새로운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소개를 할 지 너무 고민이 많이됩니다. 아직까지도."

■통계에 잡히지 않은 혼외 출산... 얼마나 될까?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는 가족 형태가 변하면서 혼외 출산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2014년 OECD 국가 평균 혼외 출산율은 39.9%다. 한국은 1.9%다. 그러나 미혼모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과 편견을 감안하면 한국의 실제 혼외 출산율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유럽은 어떤 방식으로 태어나든 아이를 기르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결혼 후 출산이라는 관습이 견고한 우리 상황에서는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수용하는 방법으로 출산 정책이 만들어져 야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헌법과 같은 독일기본법은 부모의 혼인 여부를 이유로, 아이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온나라가 저출산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국정과제로 꼽히고 관련 부처들이 TF를 만들고 난리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를 외국으로 보내는 '입양 대국'이다. 그리고 그 현실 뒤에 자신의 아이를 포기해야만 했던 미혼모들의 눈물이 숨어 있다.

[연속 기획]
[미혼모] ①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미혼모] ② “다른 곳에 알아보세요”…견디기 힘든 무관심
[미혼모] ③ 낳으려 해도 키우려 해도…‘포기’ 유도하는 정부
[미혼모] ④ 외국인이 보는 ‘편견’에 갇힌 한국 미혼모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