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피멍”…형제복지원 ‘억울한 죽음’ 풀릴까?

입력 2018.04.19 (21:32) 수정 2018.04.1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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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형제 복지원 연속 기획 보도입니다.

'제2의 삼청 교육대', 또는 '한국판 아우슈비츠' 라고도 불리는 형제 복지원에 수용됐다가 숨진 피해자가 5 백명이 넘습니다.

그러나 30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들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진상규명이 안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유가족들을 유호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30년이 지났지만 엄남현 씨는 형의 마지막 모습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합니다.

[엄남현 씨/故 엄문현 씨 동생 : "온몸에 피멍이 다 들어있는 거예요. 그냥. 뭐 시신은 옷을 홀라당 벗겨놨는데 얼굴부터 해가지고 몸 발끝까지 온통 피멍이에요."]

1986년 7월 실종됐던 엄 씨의 형은 2~3일 뒤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습니다.

사라졌던 형은 알고 보니 형제복지원에 끌려 갔던 것.

몸에 가득한 멍 자국도 충격이었지만 사인을 듣고선 말문이 닫혔습니다.

건장했던 형이 갑자기 쇠약해져 숨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엄남현 씨/故 엄문현 씨 동생 : "이거는 정상적인 죽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구타를 당해서 맞아서 죽었다. 2~3일만에 쇠약해져서 죽었다? 그게 이해가 됩니까 그게?"]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죽음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는 유가족은 한 두명이 아닙니다.

[권 모 씨/피해자 유가족/음성변조 : "어떻게 이렇게 됐습니까 하니까 욕창으로 사망했습니다라고 하더라고. '우리도 잘 모릅니다' 이래서."]

형제복지원에서 수용 중 사망한 원생은 지금까지 파악된 인원만 513명.

이중 상당수는 수용소 안에서 벌어진 폭행 등으로 숨진 걸로 의심됩니다.

실제로 외부작업장에서 탈출을 시도한 30대 원생이 폭행당해 숨졌는데 복지원 측은 사인을 '쇠약'으로 조작한 뒤 시신을 암매장했습니다.

당시 검찰 조사 결과 복지원 측이 의사들을 포섭해 허위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진상조사를 위해 자료 확보에 나섰습니다.

형제복지원 수용자 62구의 시신이 묻혀있는 부산 영락공원을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 측에서 사망 기록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조사의 한계도 지적됩니다.

소수의 조사단 인력으로 500명이 넘는 사망자와 2만 명으로 추정되는 수용자에 대한 피해 사실을 규명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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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몸에 피멍”…형제복지원 ‘억울한 죽음’ 풀릴까?
    • 입력 2018-04-19 21:33:51
    • 수정2018-04-19 21: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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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형제 복지원 연속 기획 보도입니다.

'제2의 삼청 교육대', 또는 '한국판 아우슈비츠' 라고도 불리는 형제 복지원에 수용됐다가 숨진 피해자가 5 백명이 넘습니다.

그러나 30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들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진상규명이 안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유가족들을 유호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30년이 지났지만 엄남현 씨는 형의 마지막 모습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합니다.

[엄남현 씨/故 엄문현 씨 동생 : "온몸에 피멍이 다 들어있는 거예요. 그냥. 뭐 시신은 옷을 홀라당 벗겨놨는데 얼굴부터 해가지고 몸 발끝까지 온통 피멍이에요."]

1986년 7월 실종됐던 엄 씨의 형은 2~3일 뒤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습니다.

사라졌던 형은 알고 보니 형제복지원에 끌려 갔던 것.

몸에 가득한 멍 자국도 충격이었지만 사인을 듣고선 말문이 닫혔습니다.

건장했던 형이 갑자기 쇠약해져 숨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엄남현 씨/故 엄문현 씨 동생 : "이거는 정상적인 죽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구타를 당해서 맞아서 죽었다. 2~3일만에 쇠약해져서 죽었다? 그게 이해가 됩니까 그게?"]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죽음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는 유가족은 한 두명이 아닙니다.

[권 모 씨/피해자 유가족/음성변조 : "어떻게 이렇게 됐습니까 하니까 욕창으로 사망했습니다라고 하더라고. '우리도 잘 모릅니다' 이래서."]

형제복지원에서 수용 중 사망한 원생은 지금까지 파악된 인원만 513명.

이중 상당수는 수용소 안에서 벌어진 폭행 등으로 숨진 걸로 의심됩니다.

실제로 외부작업장에서 탈출을 시도한 30대 원생이 폭행당해 숨졌는데 복지원 측은 사인을 '쇠약'으로 조작한 뒤 시신을 암매장했습니다.

당시 검찰 조사 결과 복지원 측이 의사들을 포섭해 허위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진상조사를 위해 자료 확보에 나섰습니다.

형제복지원 수용자 62구의 시신이 묻혀있는 부산 영락공원을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 측에서 사망 기록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조사의 한계도 지적됩니다.

소수의 조사단 인력으로 500명이 넘는 사망자와 2만 명으로 추정되는 수용자에 대한 피해 사실을 규명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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