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얼마면 되겠니?”…급한 아베, 돈 싸들고 평양갈까?

입력 2018.04.21 (08:02) 수정 2018.04.2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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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얼마면 되겠니?”…급한 아베, 돈 싸들고 평양갈까?

[특파원리포트] “얼마면 되겠니?”…급한 아베, 돈 싸들고 평양갈까?

북중 정상 회담, 남북 정상 회담, 북미 정상 회담 등 한반도, 그리고 북한을 둘러싼 각국의 정상 외교 일정이 빠르게 돌아가는 가운데, 일본이 급해지고 있다.

북한 관련 사안에 일본만 제외되는 이른바 '재팬 패싱(Japan passing)'을 우려해 아베 총리가 급거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고, 이제 일본 언론에서는 북일 정상 회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정치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가 외교 문제로 활로를 모색할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극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북한 문제를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 연이은 악재, 끝없는 지지율 추락…총재 연임이 급한 아베

일본 국내적으로 아베 총리는 연이은 악재의 구렁텅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총리 부인 아키애 여사가 명예 교장으로 있던 '모리토모 학원'이 국유지를 90% 가까이 할인된 가격에 구매한 의혹과 관련해 재무성이 문서를 조작, 총리 등의 관련성을 희석시키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 학원'에 수의학부 신설이라는 특혜(50여 년 동안 일본 전국적으로 단 한 곳도 수의학부 신설이 안 돼왔음)를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총리 비서관이 관계자들을 만나며 '총리 안건'이라고 말 한 것이 기록된 문서가 공개됐다.

여기에 자위대가 이라크에서 활동하던 기간 기록했던 일일 보고서를 감췄다가 존재 사실이 밝혀지고, 관료 중 최고위인 재무성 차관이 성희롱 발언을 했다 물러나면서 정권 2인자인 아소 재무상 겸 부총리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그야말로 악재의 연속, 내각 지지율도 뚝뚝 떨어져 총리 사퇴의 마지노선인 20%대까지 갈 날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9월 총재 선거에서 3연임을 노리는 아베 총리로서는 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지난해 선거의 기억…북한을 이용하라!

아베 총리는 사실 지난해 초에도 지금과 비슷한 처지에 처했었다. 당시 모리토모, 가케 학원을 둘러싼 사학스캔들이 처음 점화되면서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이미 20%대까지 지지율이 떨어진 곳이 나오는 상황이었고, 언론에서 차기 주자들에 대한 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때도 이즈음이다.

그때 아베 총리를 살린 것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이었다.

8월 북한의 ICBM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한 데 이어, 9월 3일 6차 핵실험, 15일 다시 ICBM의 일본 상공 통과가 있자 10일 뒤인 9월 25일 아베 총리는 전격적으로 국회를 해산한다. 국회 해산 이유로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국난 돌파', 자민당은 선거 유세 내내 북한 위협론을 부각시켰다.

결과는 자민당의 압승, 사퇴 압력에 몰렸던 아베 총리는 3연임까지 탄탄대로를 만드는 듯했고 더불어 개헌 논의도 탄력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 올해 다시 궁지, 아베 북에 갈까?…“얼마면 되겠니?”

내치로 신뢰를 잃고 있는 아베 총리에게 북한은 다시 한 번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다.

북한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미국으로 달려간 아베 총리, 이후 아니나 다를까 '북일 정상 회담' 이야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20일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일 정상 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고 총리가 총리관저와 외무성 등 복수의 루트를 통해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올바른 길을 간다면 북일 평양 선언에 근거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북한과 일본이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국교 정상화를 위해 나아간다면 가장 큰 전제 조전은 경제협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북한과 일본은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했을 당시 이뤄진 북일 평양선언에서 국교 정상화 후 일본 측이 경제 협력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 내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정치적 카드로 일본인 납치 문제가 진전을 이룬다면 아베 총리로서는 대의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일본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인도주의적 문제'로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북한과 어떤 진전도 있을 수 없다는 국민감정이 깔려 있다.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서 양국은 납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본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현안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재발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한다"며 안건으로 올려놓은 상태다. 또 실제 북한과 일본은 납치자 문제에 대한 조사 등을 놓고 실무협의와 피해자 조사를 시행하는 데 합의를 이룬 적도 있다.

즉 북한이 일본 내 여론에 부합할 만한 진전된 납치 문제 해결책을 내놓고 일본 측이 그에 부응하는 대규모 경제 협력안을 제시한다면 예상보다 쉽게 북일 정상 회담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은 마련돼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가 보도한 경제 협력 규모는 1조 엔(약 10조 원상당) 이상.

미국으로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는 당근으로 경제적 보상을 들 때 일본의 경제 원조는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과거 6자 회담의 틀에서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할 때도 일본은 주요 자금줄 역할을 했던 적이 있다.

일본으로서는 역사적 이벤트가 될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그 과정에서 납치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국내적으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의 위상이 단번에 올라가는 것은 자명한 사실.

북미 정상 회담이 성공리에 끝난다면이라는 조건을 한자락 깔고 북일 정상 회담을 타진하기 시작한 일본, 일본의 돈을 이용해 북한에 당근을 제공할 카드를 만들 수 있는 미국. 한반도를 둘러싼 또 하나의 외교적 관전 포인트가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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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1 08:02:11
    • 수정2018-04-21 08:18:50
    특파원 리포트
북중 정상 회담, 남북 정상 회담, 북미 정상 회담 등 한반도, 그리고 북한을 둘러싼 각국의 정상 외교 일정이 빠르게 돌아가는 가운데, 일본이 급해지고 있다.

북한 관련 사안에 일본만 제외되는 이른바 '재팬 패싱(Japan passing)'을 우려해 아베 총리가 급거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고, 이제 일본 언론에서는 북일 정상 회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정치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가 외교 문제로 활로를 모색할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극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북한 문제를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 연이은 악재, 끝없는 지지율 추락…총재 연임이 급한 아베

일본 국내적으로 아베 총리는 연이은 악재의 구렁텅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총리 부인 아키애 여사가 명예 교장으로 있던 '모리토모 학원'이 국유지를 90% 가까이 할인된 가격에 구매한 의혹과 관련해 재무성이 문서를 조작, 총리 등의 관련성을 희석시키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 학원'에 수의학부 신설이라는 특혜(50여 년 동안 일본 전국적으로 단 한 곳도 수의학부 신설이 안 돼왔음)를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총리 비서관이 관계자들을 만나며 '총리 안건'이라고 말 한 것이 기록된 문서가 공개됐다.

여기에 자위대가 이라크에서 활동하던 기간 기록했던 일일 보고서를 감췄다가 존재 사실이 밝혀지고, 관료 중 최고위인 재무성 차관이 성희롱 발언을 했다 물러나면서 정권 2인자인 아소 재무상 겸 부총리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그야말로 악재의 연속, 내각 지지율도 뚝뚝 떨어져 총리 사퇴의 마지노선인 20%대까지 갈 날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9월 총재 선거에서 3연임을 노리는 아베 총리로서는 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지난해 선거의 기억…북한을 이용하라!

아베 총리는 사실 지난해 초에도 지금과 비슷한 처지에 처했었다. 당시 모리토모, 가케 학원을 둘러싼 사학스캔들이 처음 점화되면서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이미 20%대까지 지지율이 떨어진 곳이 나오는 상황이었고, 언론에서 차기 주자들에 대한 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때도 이즈음이다.

그때 아베 총리를 살린 것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이었다.

8월 북한의 ICBM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한 데 이어, 9월 3일 6차 핵실험, 15일 다시 ICBM의 일본 상공 통과가 있자 10일 뒤인 9월 25일 아베 총리는 전격적으로 국회를 해산한다. 국회 해산 이유로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국난 돌파', 자민당은 선거 유세 내내 북한 위협론을 부각시켰다.

결과는 자민당의 압승, 사퇴 압력에 몰렸던 아베 총리는 3연임까지 탄탄대로를 만드는 듯했고 더불어 개헌 논의도 탄력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 올해 다시 궁지, 아베 북에 갈까?…“얼마면 되겠니?”

내치로 신뢰를 잃고 있는 아베 총리에게 북한은 다시 한 번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다.

북한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미국으로 달려간 아베 총리, 이후 아니나 다를까 '북일 정상 회담' 이야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20일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일 정상 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고 총리가 총리관저와 외무성 등 복수의 루트를 통해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올바른 길을 간다면 북일 평양 선언에 근거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북한과 일본이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국교 정상화를 위해 나아간다면 가장 큰 전제 조전은 경제협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북한과 일본은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했을 당시 이뤄진 북일 평양선언에서 국교 정상화 후 일본 측이 경제 협력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 내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정치적 카드로 일본인 납치 문제가 진전을 이룬다면 아베 총리로서는 대의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일본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인도주의적 문제'로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북한과 어떤 진전도 있을 수 없다는 국민감정이 깔려 있다.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서 양국은 납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본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현안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재발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한다"며 안건으로 올려놓은 상태다. 또 실제 북한과 일본은 납치자 문제에 대한 조사 등을 놓고 실무협의와 피해자 조사를 시행하는 데 합의를 이룬 적도 있다.

즉 북한이 일본 내 여론에 부합할 만한 진전된 납치 문제 해결책을 내놓고 일본 측이 그에 부응하는 대규모 경제 협력안을 제시한다면 예상보다 쉽게 북일 정상 회담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은 마련돼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가 보도한 경제 협력 규모는 1조 엔(약 10조 원상당) 이상.

미국으로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는 당근으로 경제적 보상을 들 때 일본의 경제 원조는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과거 6자 회담의 틀에서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할 때도 일본은 주요 자금줄 역할을 했던 적이 있다.

일본으로서는 역사적 이벤트가 될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그 과정에서 납치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국내적으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의 위상이 단번에 올라가는 것은 자명한 사실.

북미 정상 회담이 성공리에 끝난다면이라는 조건을 한자락 깔고 북일 정상 회담을 타진하기 시작한 일본, 일본의 돈을 이용해 북한에 당근을 제공할 카드를 만들 수 있는 미국. 한반도를 둘러싼 또 하나의 외교적 관전 포인트가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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